〈 168화 〉17.하렘 페스티벌.
17.하렘 페스티벌.
"TV를 시청하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현재 1차 하렘 페스티벌로 한창인 강남 일대인데요, 와아.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유~하! 구독자 여러분들 안녕 안녕~! 오늘은~ 강남에 한 번 와봤어요~ 왜 왔냐구요~? 그건...(중략)...자! 그럼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해 볼까요?"
"여성 여러분들 보이십니까? 이 흉악하고 끔찍한 축제가! 이 시대 여성탄압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한남동 대학살을 유도했던 유은과, 그를 따라 실제로 잔학한 학살을 벌였던 한사랑 부대가 지금이 자리에 있습니다!!...(중략)...전국의 여성들이여! 일어나라! 일어나 싸우자!!"
무수히 많은 인파로 시끌시끌한 이곳은 강남이다.
원래도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도시였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많다.
이유는 '하렘 페스티벌'.
이게 무엇인고 하니, 비로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유은이 기획한 일종의 '건국제'같은 것이다.
이 기간동안 강남 일대에 있는 모든 상점은 반값세일을 하게 되며, 유명 가수나 아이돌도 불러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당연히 전부 돈지랄.
사람들은 일단 반값세일이라는 점에서 환호했다.
다른 일반 상품이 할인되는 게 아니다. 여기는 유흥가. 술, 노래, 여자, 잠자리(모텔) 와 같은 것들을 파는 곳이고, 그 말은 평소의 반값으로 그것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몰렸다.
그리고 그 만큼 유명해져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각 방송국에서 기자를 파견하고, 너튜브나 에이프리카TV등등의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무수히 많은 BJ들이 방문해왔다.
심지어는 외국 BJ들까지 입국.
행사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본래 이런 대규모 행사는 당연히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유은 패밀리는 신고따위 하지 않았다. 강남이 이미 본인의 것이라는 마인드로 가득 찬 그가 그런 걸 할 리 만무.
정부에서도 그걸 감안했는지, 무신고 행사에 별 다른 터치를 하지 않았다.
거기에 명예 경무관으로 있는 경찰조직에서는 대대적인 인력을 동원하여 행사가 원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요인물 호위 등의 일을 수행해 주기로 했고, 대척관계에 있던 군에서조차 근방 부대인 한사랑 연대를 참가시켜 하렘단 길드와의 친목을다지기 위해 움직였다.
스윽.
축제가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도 초반부.
하늘은 파랗고 해는 차마 정상에 오르지 못한 시간.
떠들썩한 거리에 검은 밴과 3대의 검은 차량이 멈추어 섰다.
달칵 하며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내려 뒷자리로 다가갔다.
그 사이, 나머지 차량에서 내린 거대한 사내들이 마치 그물을 만들듯이 모여들었다.
"도착했습니다."
매너있게 문을 열어주는 남자.
"고마워요. 매니저."
검은 내부에서 길쭉한 다리가 빠져나왔다.
예술이라 표현할 정도로 살아있는 각선미가 주변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야, 저거 혹시 라라냐?"
"라라?"
"오늘 여기서 공연한다고 했잖아! 나 그거때문에 왔다고!"
"라라!"
"라라다!"
원래도 시끄러웠지만, 드러난 다리 만으로 더더욱 텐션이 올라갔다.
이어 분홍색으로 염색된 머리카락과, 갸름한 얼굴.
긴가민가했던 사람들도 가담하여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오 씨발 진짜 라라다!!"
"미친 새끼들! 어떻게 섭외한 거냐??"
각자 부스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참여하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걸 미리 예상한 경호원들이 능숙하게 그들을 막아냈다.
"사람이 많네요. 특히 남자분들."
"예. 뭐...아무래도 그런...세일을 해버렸으니."
매니저가 혐오를 담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아마도, 이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즐기기 위해 왔을 것이다. 무려 반값으로 그것을 사기 위해 이렇게 있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더러운 인간들이다. 인간의 성을 돈으로 사고 팔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역시 지금이라도 캔슬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질이 너무 나쁩니다. 축제 자체의 성질도 그렇고, 모이는 사람들이나 주최측이나 하나같이 추문이 끊이질 않는 것들입니다."
"알아요. 하지만 상관 없어요. 전 가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TOP클래스 모험가이기도 한걸요. 그런 제가 강남 축제에 오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온단 말이에요?"
"아니...이미 은퇴하셨잖습니까."
매니저의 한숨이 알려주듯, 이번 행사참여는 순전히 라라의 의도였다. 소속사와 매니저는 극구 말렸다.
하지만 소속사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리고 있는 라라의 발언권은 여타 소속 연예인들과는 차원이 달랐고, 결국 이렇게 허락하고 말았다.
"잠정 은퇴죠. 평생 은퇴하겠다고 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강남 던전에는 한 번쯤 와보고 싶었어요. 제가 한창 모험가를 하고 있을 땐, 저만큼 강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면서 또각 또각 걸어간다.
그 모습에 또 홀릭된 팬들이 마치 좀비처럼 경호선을 넘기 위해 몸부림쳤다.
"우와악! 라라누나! 한 번만 쓰다듬어 주세요!!"
"손 흔들어 주세요!"
"사인해줘요!"
빗발치는 요구.
그러나 라라는 손만 흔들 뿐,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행사비 대신 강남 던전 탐방이라...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일단 저도 그렇고 못 들어가는 사람이 너무나많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ㅡ,"
"그만."
계속된 매니저의 걱정에, 라라가검지로 그의 입을 막았다.
"이미 제가 온다고 사방팔방에 홍보 다 해놨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공연을 못하게 되면, 그 파장을 견딜 수 있겠어요? 그쪽도 바보가 아닐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리고,"
검지를 떼며 다시 몸을 돌렸다.
"나 라라에요. 대한민국 TOP클래스. 그것도 1년 전 스탯으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구요."
"...."
이렇게까지 말하니 매니저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후...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
"라라가 도착했습니다."
"오오."
"진짜 왔네."
"흥. 다리 벌리려고 왔대요?"
고대하던 소식이 들려왔다.
드디어 라라가 도착했단다.
내가 계획한 하렘 페스티벌.
동기는 매우 간단하다.
아마 인류 새 역사의 시작이 될 텐데 그냥 밋밋하게 건물만 짓고 끝낼 수는 없잖아? 여기서는 대대적으로 축제를 벌이면서 한창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멋지게 지어야 하지 않겠니? 막 가수도 부르고 아이돌도 부르고 하면서 말야.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게 하는 거야. 매년 기념하면서 여는 거지.
아무튼 그래서 이런 축제를 계획했고,여러 할인행사나 공연 같은 걸 제외하고도 여러 볼거리도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상금을 걸고 벌이는 결투!
아아. 예로부터 싸움구경이야말로 최고의 구경거리였지.
일단 참가자들끼리 예선전을 치르고, 토너먼트를 진행한 다음에 32강을 뽑아. 그리고 그 32명은 각각 하렘단 인원에게 도전을 하는 거지.
당연하지만 사람과 직책마다 걸린 상금이 달라.
예를 들어 평범한 시녀(2등 시녀)의 경우, 도전해서 이기면 100만 달러의 상금.
1등 시녀의 경우 300만 달러.
임서현이나 송현아 같은 간부급은 800만 달러.
유나씨라던가 소라누나, 앙리에타와 같은 길마급(편의상의 분류)들은 무려 2,000만 달러다.
그리고 대망의 나!
나는 어차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5억 달러를 걸어놨다.
크크.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거 하나.
시녀급은 상관 없지만, 간부급 이상에게 도전할 경우에는 도전자도 뭔가를 걸어야 한단 말씀. 무분별하게 도전해서 경기가 재미 없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각각 걸려있는 상금의 10%에 상당하는 가치를 지닌 재화를 걸어야 도전이 가능하다. 나한테 도전하려면 5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걸 담보로 걸어야겠지.
그리고 중요한 거...
여성 모험가의 경우 자신의 몸을 담보로 걸 수 있다는 것!!!!!
즉!!!!
본인이 질 경우 은주가 제작한 시녀정복을 입겠다는, 다시말해 나의 시녀가 되겠다는 계약서을 담보로 도전할 수 있다!!!!!!
으헤헤헤 이거야말로 본론이지. 흠흠..
뭐, 아무튼 이런 게 있단 말씀.
그래서 분위기도 달굴 겸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로 평가받음과 동시에 한때 최정상 모험가였던 라라에게 컨택을 해봤는데 강남 던전을 돌게 해주는 조건으로 흔쾌히 응하더라.
이 경우 나랑 파티를 짜게 되겠지. 그럼 나의 위엄을 보여주자고.
아! 차라리 도발해서 나한테 도전하게끔 만들어 버릴까? 흐흐흐....
"침 흘러요."
"아.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