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15.꼴릿꼴릿 오디션
가산점이 붙고 있다는 말 때문일까, 183번은 보지가 진동으로 공격받는 상황에서도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좆을 빨기 시작했다.
내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뿌리까지 삼켰다가 다시 귀두 부근까지 뱉어내며 아주 열심이다.
아.맞다. 싸면 안 되는데. 싸버리면 얘 합격처리 해야 되잖아? 근데 넘나기분 좋단 말이지.
"자. 나머지도 이리와."
에잇. 모르겠다. 일단 즐기고 보자고!
나머지 참가자들이 내 양 옆으로 달라붙었다.
개중에는 센스 좋게 상의를 벗고 붙은 애들도 있었는데 아주 착한아이들이야.
"...미쳤어. 공개 광고 해놓고 이런 짓을...!"
앙리에타는 따라오지 않았다.
이걸로 스파이 확정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시녀가 될 생각으로 온 건 아냐.
그럼 벌을 줘야지.
자, 어떻게 해줘야 할까.
저러다 오디션 때려 치고 도망가면 너무 아까운데. 저렇게 예쁘고 능력 좋은 애는 내 곁에 둬야 하지 않겠어?
그럴 듯한 명분도 있는 거 같고.
"전 그냥 나갈게요. 눈만 버렸네."
어어. 딱 생각하는 그 순간에 저러네.
흠...
뭐 상관 없겠지? 밖에는 서현이 있으니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니까 무력으로 제압해서라도 잡아 둘 거야.
응. 그녀를 믿어 주자고.
"자 빨아라!!"
+++
"뭐 저런 놈이 다있어! 엄마한테 가서빨리 말해줘야지."
화장실에서 세수와 함께 분노를 씻어내며, 앙리에타는 중얼거렸다.
엄마가 만나러왔다는 유은이라는 인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 해서도 안 되는 놈이었다.
재벌2세도 저렇게 막나가진 않을 텐데.
"절대 우리 패밀리에 들여선 안 돼. 엄마를 만나서도 안 되고."
자신을 쳐다보던 그의 눈빛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색욕의 화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놈이 엄마를 만난다면?
비록 50대에접어들었어도 어지간한 20대보다 아름다운 그녀를 탐할 게 분명하다.
"...아예 그놈을 처리하고 갈까?"
문득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엄마의 탁월한 재능을 물려받아(같은 재능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재능을 꽃피웠다.
무려 모든 스탯 강화 LV.4라는.
그녀가 지닌모든 스탯이 9배로 적용되는 것이니, 성장하면 할 수록 어처구니 없는 성장속도를 보여준다.
지금에 와선 비공식적으로도 공격력으로는 그녀를 이길 자가 없을 정도. 그나마 방어력에서 아녜스가 넘사벽이기 때문에 아직은 아녜스를 이기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녜스가 아닌 다른 상대라면 상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최근 유명해 지고 있는 유은이라 할지라도.
'B급 보스를 한 방에 처리했다지? 그럼 공격력 강화 재능을 갖고 있는 건가?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당하겠어. 그럼 방어력이 높을 확률은 적겠네.'
지극한 상식으로,
공격력이 그렇게나 높다면 '재능'일 확률이 높고, 공격력 재능이 이미 있는데 방어력 재능까지 있다면 뭔가 너무 부조리한 느낌이다. 확률이 낮게 느껴진다.
'방어력만낮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 난 모든 스탯 강화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장실을 나가려 했다.
입구 앞에서 흐릿하게 웃고 있는 여인이 없었다면.
"...?"
앙리에타와 같은 금발이지만, 염색이다. 뿌리 부분이 검다.
그런 금발을 짧은 포니테일로 묶어 갸름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데, 여자도 얼굴이 붉어질 만큼 색기를 머금고 있다.
게다가 차림.
분명 단정해야 할 정장차림인데도 가슴부위가 찢어져 있고, 군데군데 살결이 보이는 것이 매우 음란해 보인다.
'...그래. 저년의 모습을 봤을 때부터 나갔어야 했어.'
하렘단 길드의 부길마이자, 사실상 길드의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인물.
한국의 던전계에서는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그냥 가시는 거에요?"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려놓으며,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여전히 입구를 막은 채로.
"네. 가려고요. 정말 의미없는 시간이었네요. 당신도 여자라면 다른 직장 찾아보시는게?"
"전 여기에 만족하고 있어요."
"흥. 그럼 그러시던지."
혹시나 해서 말해봤지만, 역시 의미 없다.
그녀가 가방을 들고 나가려는데,
덥썩.
서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뭐죠?"
"앙리에타 드 이사벨라."
"왜요?"
"어머니는 D10 유럽지부장, 아녜스 이사벨라.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 엔티알 빅팀 이사벨라. 맞죠?"
"...."
서현이 스윽 하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유럽 지부장의 딸이 이런 오디션에는 왜 참가했어요?"
후후 하고 웃고 있지만, 뭔가 스산하다.
"...그냥 웃긴오디션이 있길래 한 번 들어와 봤을 뿐이에요."
"염탐하려는 건 아니구요?"
"염타암? 그쪽에 대체 뭐가 있길래 그런 걸 해요? 자의식 과잉 있으신가."
"그래요? 제가 알기로 아녜스란 사람이 방한한 이유는 우리 주인님을 만나뵙기 위함이라던데. 제가 틀렸나요?"
"하. 주인님??"
다른 것 보다 그게 더 신경 쓰인다.
세상에 주인님이라니.
"대충 그려지는데. 주인님을 만나뵙기 이전에, 먼저 딸을 보내서 정보를 캐고, 그걸 바탕으로 뭔가유리한 고지를 취하려는..."
"이봐요. 무슨 망상을 그리 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린 단지ㅡ,"
말하는 와중,
서현이 돌연 기습했다.
앙리에타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은 것이다.
콰직!
바닥이 깨진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커윽!"
어찌나 힘이 강한지, 심각한 데미지가 앙리에타의 전신에 가해졌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다.
"그럼 안 되지."
스산한 시선.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요리할지 궁리하는..그런 눈빛이다.
쾅!
서현이 발을 굴렀다.
깨진 바닥 주위로 더욱 금이 가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꺄악!!"
콘크리트 덩어리와 함께 지하로 추라가는 앙리에타.
큰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기에 그녀는 그 간단한 낙법 따위도 취하지 못했다.
그대로 허리부터 다이빙.
"큭..."
다행이라면 고작 낙하데미지 정도로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개년이...!"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황급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현을 노려본다.
'다리가...저년 대체 뭐야??'
아녜스보단 못하다지만, 그녀의 방어력 역시 10만은 우습게 상회한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단순히 내팽개치기로 크게 상처입히다니.
훌쩍.
서현이뛰어 내렸다.
사뿐하게 착지하고는 어깨를 툭툭 털었다.
먼지는 없어 보였는데..멋부리는 걸까.
그녀가 앙리에타에게 방긋 웃었다.
"축하드려요. 앙리에타 드 이사벨라. 당신은 오늘부로 1등 시녀가 되었어요. 특별채용이니 감사하게여기세요."
"뭐라는 거야 미친년이."
이를 가는 그녀에게, 서현이 쇼핑백을 던졌다.
툭.
"입으세요. 오늘부터 근무니까."
"꺼져."
앙리에타는 옷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걷어 차고는 전투태세로 무장했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호텔에 있지만, 보조무기라면 갖고 있고 그것 역시 꽤 상등품이다.
"어머. 단검이네. 도적계열로는 안 보였는데."
서현이 반갑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저도 도적계열인데. 한 번 붙어볼래요?"
"너 따위ㅡ."
무시하며 선제공격을 하려던 찰나, 시야에서 서현이 사라졌다.
"!!"
섬뜩한 기분과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바로 그 지점에 날카로운 선이 그어졌다.
"빠르시네. 아쉽다."
척척.
재빠르게 두어 번 뒤로 물러나고는 다시 태세정비.
'뭐야 이년...엄청 빨라!'
본인을 도적계열이라 했다.
하지만 도적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의 그 무지막지한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앙리에타의 방어력을 찢어발기고 큰 데미지를 입힐 정도의 힘을 도적이 보유했단 말인가?
애초에 도적계열은 공격력과 방어력이 그리 높지 않다. 높은 스킬 데미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직업군이다.
그런데 서현은 스킬이 아닌 그저 업어치기를 했을 뿐이다. 순수한 공격.
'고레벨 도적에 힘을 꽤 많이 투자한 모양인데...이렇게까지 힘과 민첩이 받쳐준다면 나머지는 형편없겠지.'
예를 들면 HP라던가, MP라던가.
'지구력...전투 지속능력이 떨어질 거야. 그럼 일단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하나? 아냐. 여긴 이년의 본진이잖아. 그건 위험해 엄마한테 연락을 해야 할 거 같은데....'
도망치는 게 제일이다.
그러나 평상시라면 모를까, 다리를 다친 지금으로서는 서현에게서 벗어나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삑.
"네. 저에요. 지금부터 1차 예선에 합격한 참가자들에게 돌발 미션을 주겠어요. 미션내용은 건물 봉쇄. 별 일은 없을 거에요. 그저...여기서 나가려는 사람을 발견하면 빠르게 보고하고, 가능하면 막는 것이죠. 그럼 부탁해요."
이상한 짓을 해버렸다.
"설마 도망갈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도망쳐도 상관 없어요. 참가자들 중에는 꽤 대단한 모험가들도 있거든요."
"흥. 그래봤자 2만도 안 되는 년들...."
코웃음 치며 허세부리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어떻게 은밀히 도망친다 해도 발견되는 즉시보고가 올라간다면 벗어나기 더 어려워진다.
"자.지금이라도 그 옷을 입고 시녀로서 행동하도록 해요. 그러면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죠."
"최고의 대우는 개뿔! 성처리도구가 뭐가 최고의 대우냐!"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저년은 도적이야. 내가 달려들면 분명 회피하곤 내 등 뒤나 옆쪽으로 들어오겠지.'
그리하여 뒤쪽과 옆쪽으로 주의를 집중했다.
그러나,
후웅!
'정면?!'
서현은 다른 곳으로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에서 부딪쳐 왔다.
그것도 단검을 이용한 게 아닌, 주먹으로.
'무슨 바보같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콰직!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
보조무기라곤 해도, 시가 30만 달러가 넘는 유니크 아이템이, 허무하게 부서졌다.
뻐억 - !
그리고는 그녀의 복부를 강타.
순간 새우처럼 몸이 접히며 숨이 턱 막혔다.
"꺼...윽...."
"아 참, 도적이라는 거, 사실 거짓말이에요. 도적계열 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