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13. 귀두의 제국.
"여기가 어디라고 손을 휘둘러? 여기서 그래도 되는 건 나 밖에 없어."
"으,은아...!"
소라누나가 붉어진 뺨에 손바닥을 대고 있다.
음. 피해자가 저렇게 이쁘면서도 처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 더더욱 용서할 수가 없지.
"왜 그렇게 얻어맞고 있어요? 보자마자 한 대 때리지."
"그게...."
"너 뭐야!!"
꼴사납게 넘어졌던 부부가 일어선다.
부부끼린 닮는다고, 하나같이 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게 있다면 여자 쪽은 그나마 봐줄만하다는 걸까. 화장이나 치장한 것들이 퍽 어울린다.
아니, 오해는 하지 말자. 소냐씨처럼 엄청나게 이쁘고 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연령을 감안했을 때 이쁘다는 거니까.
그래도젊었을 땐 한 미모 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운현처럼 그럴듯하게 생긴 녀석이 태어났겠지? 아빠쪽은 완전 오징어 수준이니까.
"뭐냐니. 내 태도 보면 몰라? 여기 주인인데."
안하무인의 정석을 보여주는내 태도에 발끈했는지, 둘의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졌다.
"오냐. 니가 저년이랑 바람폈다는 그놈이로구나!"
오. 눈치 빠르네??
"끼리끼리 논다더니, 아주 가관이네."
"나이도 어린 놈이 딱 생긴 것부터 여자 밝히게 생겼구만. 이딴 놈한테 다리 벌리는 년도 똑같지. 저런년을 운현이 아내감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주 치가 떨려!"
"치가 떨리면 죽든가.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이...버릇 없는...!"
나의 도발에 화를 참지 못한 아저씨가 후웅 하고 팔을 휘둘러왔다.
그것은 나의 뺨을 향해 정확히 날아왔지만, 나는 소라누나처럼 맞아줄 생각 따위 애초에 없다.
빠각!
"끄아아아악!!"
"여보!"
아. 오해하지 마.
난 단지 막기 위해 팔을 들었을 뿐이니까.
저 아저씨 뼈가 멋대로 부러졌을 뿐이라고.
"어이구.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방금 겪으셨다 시피 내 몸이 좀 강해서."
"이,이봐요. 괜찮겠어요?"
유나씨가 식은땀을 흘리는 표정으로 물어온다.
아무래도 웃어른을 못살게 군 것이 꽤나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뭐가요?"
"이런 식으로...."
하긴. 보는 눈이 많긴 해.
로비니까 길드원만 해도 몇이냐. 게다가 시녀가 아니라면 나한테 완전히 충성하는 것도 아니라고. 이따 저녁쯤에 인터넷에 영상 하나가 나돌지도 몰라... 로비 싸대기남 같은 걸로...
"상관 없어요. 여기 이제 내 땅인데, 직업상이긴해도 황제라는 인간이 막는 것도 못하면 안 되죠."
"아니...그런차원의 문제가 아닌데요...."
"지금 유나씨가 느끼는 그 감정은 그저 유교의 잔재에 불과합니다. 벗어 던지세요!"
"유교 문제가 아니라 양심 문제에요."
뭐...그거나 그거나.
"이게 무슨 짓이야!!!"
"와...옹이구멍...눈이 옹이구멍인가봐.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나한테 뭐라하네."
"이...!"
"여,여보!"
여자쪽이 뭔가 해보려 하지만, 그 전에 아저씨가 고통 가득한 표정으로 말렸다.
"상종하지 말자...괜히 이런놈들 상대해봐야 의미 없어."
"하지만...우리 운현이가...운현이가!!"
"운현이가 뭐? 지 혼자 날뛰다가 연쇄살인 저지르고 처형당한 놈을 왜 여기서 찾아. 시체라도 잃어버렸어?"
"와...말 진짜 심하게 한다."
한 길드원이 하얗게 질려하는 게 눈에 들어오지만! 뭐 괜찮겠지.
뿌득.
여자가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본다.
오 꽤나....
"너...죽여버릴 거야!"
"정 그러고 싶으시면 침대로 들어와 보시던가."
"!!"
아. 저 경악과 수치심, 그리고 분노에 가득 찬 표정...딱 내 취향이야.좀만 더 어리면 좋을 텐데...아이템을 찾아볼까?
"이 개새끼가!!"
본인이 말렸으면서, 막상 아내가 성희롱을 당하자 또다시 달려든다.
나머지 팔도 부러져야 정신 차리려나.
뻐억!
팔이 아니라 다리를 살짝 차 주었다.
그러자 그대로 꼴사납게 다이빙.
당연하지만 맞은 다리는 부러졌다.
"끄으읅...!"
이젠 게거품까지 물고 있다.
부인은 '아아!'하면서 그에게 달려들고, 이리저리 살핀다.
"구,구급차! 119불러! 빨리!!"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다. 다들 내 눈치만 보고 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신고하라니까!"
"아니...니 껄로 하시면 되잖아요."
"아..."
아주 정신이 없으시구만.
그나저나 이 인간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성격으로 보니 괜히 밖으로 보내면 이리저리 날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가요?"
여자가 다급히 신고하는 와중, 나는 유나씨와 소라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소라누나는 여전히 맞은 뺨을 감싸고 있었는데, 꽤나 얼얼하게 맞은 모양.
"저 사람들이요. 밖으로 내보내면 괜히 귀찮아 질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서 죽이자는 거에요?"
"에이...유나씨 입이 너무 험하시다. 어쩜 그런 생각을 해요?"
"...맞을래요?"
"어흠...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기 은아...저 사람들 누군지 알아?"
"당연하죠. 지금껏 지네 아들 이름 열심히 불러댔잖아요. 운현인가 하는 녀석의 부모 맞죠?"
"...."
누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다나 때문에ㅡ."
"어허. 그 무슨 섭한 소리. 누난 내 아내고, 아내의 일은 내 일이죠. 그리고 솔직히 별 것도 아니고."
크. 이거 솔직히 감동적인 말 아니ㅡ.
"아니 그게 아니라...저 사람들...가뜩이나 그런 식으로 아들이 죽었는데...꼭 어떻게 해야 하나 해서...."
"누나 뺨 맞았잖아요? 그런 애들은 싹 쓸어 줘야죠."
"난 괜찮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을 정도야."
"흐음."
이상한 데서 착하단 말야...
아니, 아니지.
아무래도 전 약혼자의, 그것도 본인이 바람펴서 파혼했고,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끔찍하게 파별한 인간의 부모가 눈 앞에서 몹쓸꼴을 당하면 누나맘이 편치 않겠지.
이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만,
난 그런 거 없지롱.
일단 오늘은 그냥 돌려보내고 나중에 건드리도록 할까? 뭐 소냐씨처럼 절세의 미녀라면 고민도 안하겠지만 그 정돈 아니니까...나이도 있고. 그 동안 아이템이나 구하지 뭐.
"은주야."
"네. 주인님."
"아흑이 분신한테 저 인간들 태워서병원좀 데려다 줘라."
"...네???"
"...뭐냐 그 표정은."
"아니...진심이세요? 웬일로...."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
"네."
은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두남녀를 데리고 로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음....
문득 엄청난 시선이 집중된다.
"웬일이에요?"
"뭐가요?"
"분명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사로잡아서 능욕할 줄 알았는데."
"흠흠...그 무슨 비신사적인...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어디 1루2틀이어야죠. 매번그래왔잖아요."
"매번이라고 하기엔 우리가 만난지 2개월이 채 안됐습니다만."
"그 정도면 대략적인 판단을 세우기에는 충분하죠. 당신은 구제불능 색마에요."
쳇. 이거 안되겠네. 여기서 확 안아줄까.
"유나씨는 그런 저한테 반한 거잖아요."
"!!"
화악 하고 홍당무가 돼버린다.
아. 역시 유나씨는 귀여워. 꼭 안아주고 싶단 말이지.
"고마워 은아."
"딱히 그럴 건 없어요. 그냥 초범(?)이니까 너그럽게(?) 놔준 거에요. 이제 황제가 되기도 했고."
그나저나 누나가 왜 고마워하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나? 그놈한테?
쩝...2개월도 안 됐으니 당연한 건가. 어쩔 수 없지 뭐.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맘대로 안 된다는데.
"어차피 운현은 죽었으니까. 호감도도 100이고."
"응?"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보다 쇼핑 가기로 했잖아요? 갑시다. 마구마구 사자고요."
남자들에게 있어 전설의 레이드라고 불리우는 쇼핑.
나는그것의 완벽 공략법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그냥 보이는대로 다 사는 것!
그러면 한바퀴만 돌면 되잖아?? 그렇지???
한 바퀴 쭉 돌면서 그냥 다 사면 되잖아? 너무 간단하지?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어. 그러니 맘 편하게 백화점으로 출ㅡ.
"아. 그럼 일단 명동부터 가자."
"동대문부터 가는 건 어때요?"
"음...거긴 우리가가기엔 너무 저렴하지 않니?"
"명동도 그렇게 비싸진 않잖아요."
"아! 그럼 우리 오늘 날잡고 있는대로 다 돌아보자!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싹 맞추는 거야."
저,저기요? 백화점...가는 거 아니에요?
"응? 무슨 소리야. 쇼핑이라 하면 당연히 '지역 단위'로 돌아 줘야지. 이참에 송도도 가볼까? 엄청 커다란 쇼핑몰 들어왔다던데."
"아. 저도 얘기 들었어요. 그럼 유은씨가 지칠 수도 있으니까 동대문 갔다가 명동 갔다가 송도에 가요. 그리고 음...수원이었나? 밑으로 좀 가면 거기도 큰 쇼핑몰 있다던데."
"충남일걸? 20층짜리로 만든 거 말하는 거 아냐?"
"맞아요."
"응. 충남 맞아. 그럼 거기까지?"
"네. 하는 김에 맛집투어도 해요. 울산에 칼국수 진짜 맛있게 하는 집 있대요."
"오. 그럼 저녁을 거기서 먹으면 되겠다. 아예 자고 올라오는 게 나으려나?"
"내일은바로 부산에 들려요. 거기에 오프라인 장비센터가 개관했거든요. 일주일 전에요."
"오프라인???"
"네. 외국에는 간혹 있는데,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최초에요. 각 기업들이 만든 아이템이나 장비들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어요. 자세히 설명 들을 수도 있고요."
"와아! 그럼 거기도 가자!"
"그리고 내일 모레에는...."
그만해 미친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