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12. 메울 수 없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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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다. 본부에서 연락이 왔어."
"네? 어떤...?"
"한남동 종합병원에서 모험자로 인한살인사건이 벌어진 것같다."
"...!"
"드디어...!"
여경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던전이 등장하고 3년.
모험가들은 경찰을 넘어 군대를 두려워한 관계로, 강력범죄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난다 해도 자기들끼리의 일일 뿐이지, 일반인을 건드리진 않았다. 적어도 드러나도록은....
하지만 오늘,
사건이 벌어진것이다.
"본부에서는 평범한 경관이 상대할 수 없다 여기고, 우리특무대를 호출했다. 우리 힘을...보여줄 때야."
은소령 경감은 굳은 얼굴로 나직이 말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유은과 함께하고, 그와 그의 길드원에게 쩔을 받은 기간은 잘 쳐줘야 2주 남짓이다.
하지만,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들이 유은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느냐가 중요한 것.
이미 그의 시녀가 된 여경들은 일반적인 모험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힘을 얻었고, 최소 공방 3만 이라는 경이(?)로운 시작을 보여주게 되었다.
유은이 거느리는 하렘단의 일원이 아니라면 적어도 한국에서 그녀들을 당할 이들은 없을 터.
"가자."
"네!"
은소령 경감은 부길마이자 실질적으로 길드를 관리하고 있는서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현장으로 출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이미 용의자에게는 형사 몇이 붙어 추적하는 상황.
"이름 신운현. 나이 29세. 현재 위치는 한남 사거리다. 병원 CCTV를 통해 범행을 확인. 이 시간부로 우리는 일정 기간 군대의 통솔을 받으며 군법, 및 특례조항을 적용받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한주희 경위의 물음에 은경감이 차분하게 답했다.
"군대의 특례조항은 이미 들은 바 있지? 여러 가지 있지만 대표적으로 '범행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발포 및 사살 가능'이 있지. 우리 경찰도 비슷한 조항을 만들고 싶지만 시간이 걸려. 해서임시로 이런 조치를 취하는 거야."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한 여경이 계급장 달린 모자를 나눠주었다.
"그거 쓰고 있으면 우린 군인이다. 뭐...솔직히 말장난 같은 거긴 하지만...아무튼...범인을 발견하는 즉시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하여 제압하는 거야. 여의치 않을 경우 사살해도 돼."
"그,극단적이네요."
"어쩔 수 없잖아. 모험가니까. 평범한 범인 대하듯이 했다가는 치안이 위험해져."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범죄는 여타 경범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오랜 기간 이에 대해 많은 불만이 있어왔고, 경찰당국과 검찰, 그리고 사법기관은국가의 푸쉬에 힘입어 공권력 증대 및 4대 강력범죄에 대한 형벌 강화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이젠 일반인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인 모험가가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니, 기존의 사법체계로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여긴 것이다.
"야. 근데 명령은 일단 '제압'이거든? 근데 내 생각에는...그냥 죽이는 게 낫지 않냐?"
"에...경찰이 하실 말씀인가요?"
"뭐 씨발. 경찰은 죽이면 안 돼? 경찰은 뭐 범인 좀 죽이면 안 되냐? 내가 죽일 수도 있잖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쯧. 이거 무슨 꼬맹이들 데리고 경찰놀이 하는 거 같네."
"누가 제일 꼬맹이 같...읍읍!"
"헤헤...반장님, 일단 몸 좀 풀어보는게 어떨까요? 우리 다 강해졌잖아요."
"흥. 그래서 대충 놀다가 포박하자고? 시시하지 않아?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다 죽어야 돼."
"...가장 가까운 곳에도 한 명 있잖아요."
"......걔는 예외."
"와. 들었어? 편파 지림."
"닥쳐! 얼른 내려 도착했으니까."
은소령은 여경들의 머리를 한 차례씩 때려 주고는 차에서 내렸다. 시덥잖은 군모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셨습니까."
"어. 어때? 상황은."
"이제 막 밥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사람 많아?"
"꽤 됩니다."
"쓰읍...괜히 날뛰면 곤란해 지는데...인질 같은거 잡을 수도 있고말야."
"별...이상한 짓을 다 해보네. 경찰 됐는데 군인이라니."
"그런데 어디 있는 거예요? 여기 그냥 사거리잖아요...별 것도 없는데."
은소령이 한쪽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에 그놈이 있다. 아주 유유자적 여유 넘치시는 구만. 국밥먹고 계시단다."
"...."
은소령은 무전기를 통해 몇 가지 보고를 올린 뒤, 여경들에게 각자의 위치를 전달했다.
건물의 입구는 총 4개.
이 입구를 한 명씩 막고, 나머지 세 명은 직접 범인과 대치한다.
"혹시라도 놓칠 거 같으면 주저하지 말고 죽여라.그놈이 숨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그럴 바엔 우리가 죽이는 게 나아. 알겠지? '가급적 제압'이야. 사살해도 상관 없는 거라고."
"너무 극단적입니다 반장님."
"꼬우면 니들이 반장하던가. 자. 얼른 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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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룩.
마치 물을 마시듯 흡입했다.
뜨거운 국밥이지만, 입천장이 데일 것 같았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미 인생이 망가졌는데 입천장 따위 대수냐.
남은 것은 그저 수라처럼 막장 인생을 사는 것 뿐인데 그게 대수냐.
"씨발...."
먹으면서도 욕찌거리가 나온다.
고자가 된 것도 모자라서 이젠 살인까지.
밥을 먹고 있으니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물론 그 만큼의 분노도 있었지만, 어쨌든 평생을 평범하게 살다가 졸지에 범죄자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이게 다...유은 그 개새끼 때문이야...뿌득...!!"
그래서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유은 그놈을.
우선 주변인을 한 명 한 명 죽여주고 마침내 유은도 죽여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겟은,
'이소냐!!!!'
미모의 변호사.
그리고 그를 고자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이제 조금만 가면 그녀가 있는 사무실이 있다.
거기서...차근차근 고통을느끼며 죽어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을 찍어 유은 그놈에게 보내면...본격적인 복수의 시작!
"...응?"
그렇게 복수에 관한 생각을 하며 밥을 먹고 있으니,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뭔가불길한 느낌.
주변을 둘러보니, 막 입구쪽에서 정장을 입은 여자 세 명이 들어왔다.
'...회사원...? 아냐. 회사원이 저런 정장을 입을 리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익숙해...뭐지?'
정장이야 멀리서 보면 거기서 거기라지만, 그래도 특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검정색의 단정하면서도 색기를 증폭시키는 정장차림.
이건....
"!!!"
그래!
이소냐가 입고 있던 정장이다. 그리고 나아가....
'유은!!'
순간 위기감이 증폭된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여인의 손이 그의 어깨를 꾹 하고 누르며 다시 앉혔다.
"!!!"
두 명의 여자가 양 옆에서 그의 어깨를 꾹 누르고 있다.
대체 언제 여기까지??
"어이구. 먹던 건 다 드셔야지? 응?"
드륵.
검은 단발머리의 여인이 건너편에 앉고는 다리를 꼬아 올렸다.
"기다려 줄 테니까, 먹던 건 마저 먹어라. 마지막일지도 모르잖냐."
"...누구냐 니들."
"누구냐 니들? 마구잡이 살인을 저질러놓고 그런 말이 나오세요?"
그녀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 보여줬다.
은소령 경감.
경찰이다.
"...경찰이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지?"
"뭔 상관이야 현장 형사가 뭘 입든...."
"그거...유은놈이 입히는복장 아냐?"
"...신경 끄세요."
그녀가 턱짓하자, 여경 한 명이 그의 팔에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너는 연쇄 살인 및 기물파손, 폭행, 살인미수 등등... 뭐 씨발 많기도하네. 현행범으로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영장 없이 체포합니다. 변호인 선임 및 체포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구여 변명할 말 있으면 하세요. 참고로 도망치면 군 특례 조항에 의거, 현장에서 즉각 사살합니다. Understand?"
"반장님. 좀 성의있게 하세요."
"뭐 임마. 내용만 대충 말해주면 되지. 어이. 밥은먹어라. 수갑 차도 먹을 순 있지? 먹여줄까?"
"...니들도 유은 패거리냐?"
"앙?"
"니들도...그 쓰레기새끼한테 가랑이 벌리고 아양 떠는 거냐?"
"...뭐라는 거야. 이 씨발놈이. 성추행 추가."
순간 찔린 은소령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그가 코웃음을 쳤다.
"타락했구나...경찰...검찰...변호사...아주 잘들 돌아가고 있어. 진짜 잡아서 죽여야 할 새끼는 잡지 않고 나 같은...피해자나 잡고 있지."
"피해자? 니가? 죄 없는 간호사, 의사, 심지어 환자까지 마구잡이로 죽여놓고 그런 말이 나와? 너 때문에 서른명 넘게 죽었어 새끼야. 어디서 개수작이야. 그리고 성추행에 강간미수 혐의도 결려 있더만. 정신병 있냐? 그럼 지금 말해. 내가 죽여줄게. 너 같은 새끼 심신미약으로 감형될 거 생각하면 아주 좆같으니까."
"...."
운현은 말 없이 그녀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촤악!
뜨거운 국밥을 그녀에게 던졌다.
"꺄악!!"
"반장님!"
다행히 높은 방어력 덕분에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시야를 놓쳤고, 그 사이에 운현은 두 여경 사이를 빠져 나왔다.
"큭...! 잡아!! 잡아서 죽여!!!"
가게 안은 금방 난장판이 되었다.
이미 은소령과 운현이 대화하는 사이 손님은 물론이고주인까지 빠져나갔기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흐흐. 개새끼. 이럴 줄 알았어. 이러면 죽이기 쉬워지지."
은소령은 무전으로 보고했다.
다 잡은 상황에서 운현이 도주. 주변 시민들에 심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살할 수밖에 없다고....
한편 운현은 가게 밖을 나와 건물 복도를 달렸다.
1층으로 가면 분명히 경찰들이 매복하고 있을 터.
그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찰들을 죽여야 한다.
아직은 안 된다.
적어도 유은의 주변인들 몇이라도 죽이기전엔 경찰이 광분하게 해선 안 된다.
'나중에 죄다 죽여주마!!'
"비켜!!"
"꺅!"
간간히 있는 사람들을 옆으로 밀치며 달린 그는 건물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 내렸다.
고급 장비를 잔뜩 착용한 지금이라면 이 정도 층에서의 낙하 쯤은ㅡ.
"<<포박 : 사지관통(四肢貫通)>>"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급격한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온다.
검게 물든, 송곳과도 같은 그것은 피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빨랐다.
푸확!
"꺽...!"
첫 번째 거대한 바늘이 그의 왼쪽 팔을 꿰뚫었다.
푹!
그리고 이어서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까지.
순식간에 네 개의 거대바늘에 꿰이면서 허공에 고정됐다.
"무...슨...!"
떨어지는 무기.
거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낙하했고, 경찰들이 부랴부랴 달려들어 알 수 없는 통에 담았다.
"내가 말했지. 튀면 죽인다고. 헛으로 들었니?"
은소령이 건물 밖으로 저벅저벅 걸어나오며 말했다.
딱히 크게 말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우리 경찰도 말이야. 지긋지긋하다고. 너네 같은 쓰레기들 상대할때마다 정말이지 살심이 치밀어. 그래도 그걸 꾹 참고 최대한 배려해주고 있으면, 너희도 우릴 생각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스윽.
고개를 들어 운현을 바라봤다.
죄책감이나 미안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거 공격스킬 아니거든."
"반장님 진짜 죽일 거예요?"
"어. 이미 그렇게 보고도 올렸고."
"와아...."
어느새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든 여경들이 감탄 아닌 감탄을 보인다.
"바,반장님! 상부의 명령은 제압...인데요?"
특무대가 아닌 일반 경찰들은 너무나 담담한 그녀에게 놀랐다.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돼? 죽일 애들은 죽이자 좀. 서른 명 넘게 죽인 놈도 살려야 돼?"
"그건...."
"그리고 일단 우리 특무대는...임시로 군인이니까."
푹 눌러쓴 모자를 쓱 가리킨 그녀가 다시 운현을 바라봤다.
"이거 의도치않게 공개처형이 돼버렸네. 하지만 시민들도 봐야지? 이제 이게 현실이라는 걸. 아 세탁비는 니 재산에서 뺄 거다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