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10)화 (109/517)



〈 110화 〉12. 메울 수 없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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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어느 순간 정신이 들었다.

몽롱하기도 하고,
뚜렷하기도 하고,

별안간 괴상한 기분과 함께 눈을 뜬 것이다.


"...."


무언가를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밀려오는 허탈감.
벌써 아래쪽이 허전하다.

일어날 때면 항상 묵직하게 존재감을 자랑했던 녀석이, 이제는 차가운 파이프 따위의 것이 되어 심각한 이질감을 안겨 주었다.


"...."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어떠한 병이나 상처 때문이 아니다.
단지 할 말을 잃었을 뿐.


그러나 오래 가진 않았다.


처한 현실에 대한 원망이든,
아니면 세상에 대한 원망이든,
신에 대한 증오이든,

지금 당장 하고싶은 말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잔뜩 묻어져 있으니까.



그러한 것들 중 하나,
무언가 전신의 감각을 각성케 하는 두려운 의문 하나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이상해."

그래. 이상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도 아닌데 대뜸 당일 저녁에 수술을 진행하다니?

게다가 그 이유도 웃기다. 음경이 손상되어  이상 쓸 수 없으므로 제거해야 한다니.
아니, 생각해 보면 이 말이 가장 웃긴 소리다.


썪은 것도 아닌데  도려내?

그가 소냐에게 얻어맞은 곳은 정확히 고환이다.
아주 고의를 가득 담아 알을 후려 쳤으니, 극심한 격통과 함께 고환이 파열되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멀쩡한 음경은 대체 왜?

실제로 그는 병원에 실려오고 며칠 동안 고환의 격통을 제외하면 별 무리 없이 소변을 보곤 했다.
기능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말이 안 돼."


그는 두려운 의문을 가지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


그리고 얻은 정보.
그건 너무나 참담하고 충격적인 것이다.

음경 역시 신체조직의 일부이니, 당연히 도려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유리조각이 박힌 것도 아니고 발에 걷어 차인 것 때문에 음경을 도려낼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전담의사는 막무가내로 수술을 밀어 붙이더니 결국 '앗!'하는 사이에 운현의 음경을 제거해 버렸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한 지금이라 해도 음경을 다시 되살릴 순 없다. 그것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성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뇌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는 한은 무리.
당연히 최소 수십년 간은 '성욕은 있지만 섹스는 할  없는' 고자로 살아야 했고, 이는 지옥이나 다름 없다.


"이...개..새끼들...!!!"

뒤늦게 분노가 밀려왔다.


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단 말인가?

내가 뭘 했다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무한한 의문.
그리고 분노.

도저히 감당할  없을 정도로, 그 감정의 폭풍은 거세게 일어났다.



"대체 왜!!!!!!!"





그의 외침이 병원을 가득 채웠다.
주변에서 환자들이 그를 타박하고, 곧이어 달려온 간호사들 마저 혐오스런 표정으로 그를 욕했다.

겉으로는 그나마 친절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그 뒤의 역겨워 하는 표정이 너무나 잘 보인다.

'나한테 왜 이래...내가 뭘 했다고...?'
'나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내 말은 아무도 안 믿는 거야?'
'원래 이래?'
'세상이 원래 이런 거냐고???'

찰나의 순간에도 의문과 분노가 쌓인다.

쌓이고 쌓인다.

그것은 수억년에 걸쳐 층층이 쌓인 단층처럼 두터운 덩어리를 형성하며 그의 생각을 좀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란 말야아아!!!!"

분노를 터뜨리며 그를 수발들던 간호사의 목덜미에 샤프를 꽂아 넣었다.

"꺄악!!"

끔찍한 소리를 내며 깊숙이 박혀들어간 샤프는 순간 더할 나위 없는 흉기다.

퓻 퓻!


피가 마구 솟구친다.

"꺼읅...왜...왜...."

쓰러진 간호사가 원망의 눈초리로 운현을 올려다봤다.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그딴 눈으로  보지 말란 말야!!!"
운현은 그게 또 아니꼬와서 이번에는 대걸레용 막대기로 그녀를 마구 폭행했다.


"무슨 일이야!!!"

비명을 듣고 다른 간호사와 의사들이 달려왔을 땐 이미 그녀의 목숨이 끊어진 뒤.

"꺄아악!!"


간호사들이 입을 손으로 가리며 경악하고, 의사들 역시 깜짝 놀랐다. 개중에는 아예 주저앉는 사람도 있을 정도.

"겨,경찰...경..찰불러!! 얼...른..."


의사의 말이 끊어졌다.
그가  정면에, 전형적인 살인마의 표정으로 노려보는 운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그러면  되지."
"다,당신!"

운현은 이미 환자복을 벗고 자신의 장비를 모두 착용한 뒤였다.
장비를 착용한 모험가는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

후웅 - !

크게 검을 휘두르자, 의사와 간호사들의 몸에 실금이 그어졌다.


"아...아아...!!"


점점 그들의 옷이 붉게 물들어가고,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눈물이 왕창 쏟아졌다.

"감히...나한테 이따위 수작을 부려??"


운현은 악에 받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전부 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릴 거야!!!!!"


+++



"우음...."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 건 아니지만 뭔가 상쾌한 느낌에 눈을 떴다.

"아응...."

밑에는 살색의여인, 은율령 소령님이 내게 깔려 있다.

언제나 내가 하는 것저럼, 좆을 보지에 넣은 상태였는데, 역시나 허리 흔들다가 잠든 모양이다.


어제도 참 짜릿했지.
군인의육체는 엄청나다고. 의외로 몸매도 좋고.


"모닝으로  번 뽑을까."

쯔걱.

아프지 않게 살살 허리를 흔들었다.
뭔가 아침에는 이렇게 스무스하는 게 기분 좋단 말이지.

"우응...뭐야...."


좆이 왕복하는 느낌 때문인지, 그녀가눈을 떴다.


"아으....으??"

그리고는 자신을 범하는 나를 보더니 완전히 눈이 크게 변해서,



"꺄아아아아아악!!!!"



.
.







"이,이게 대체 무슨...!! 이게 무슨!!!"

귀여운 율령씨는 이동식 욕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는 허겁지겁 군복을 챙겨 입었다.


처음 그녀가 비명을 질렀을 때는, 혹시라도 지난 밤의 뜨거운 섹스가 기억 안 나는 건 아닐까 했지만, 그런  아니었다.
단순히 복귀하지 않은 것 때문에 비명을 지른 것.

흠...하긴 군대니까 이런  민감하겠지? 진짜 피곤하겠다. 이럴 땐 같이 가주는 게 좋으려나.


"으으...망했어...."


울상을 지으며 철모까지 반듯하게  그녀는 내게 인사도 하지 않고 훌렁 뛰어갔다.
그래봤자 10미터쯤 앞이지만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


"...표정이 좋네요?"
유나씨가 내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요즘따라 점점 질투가 심해지는 기분인데 설마 얀데레가 되진 않겠지.

"유나씨랑 뒹굴면 더 좋아질 거 같아요."
"...닥쳐요."
"뭘 닥치라는 겁니까?"
"흥. 닥쳐요."

호감도 100을찍고나서 점점 논리에서 멀어져가는 나의 유나씨.
그래도 귀엽다.

"헬로. 안녕."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식당...이라고 해봐야 대충 텐트촌(?) 중앙에 구울  있는 화로랑 철판을 놓은 게 전부지만 아무튼 여기에는 십여명의 길드원들과 나의 부인들이 이미 모여 식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라라랑 깨어난 루크레시아도.

"오. 루크레시아!"
"...."

반갑게 다가가니 그녀는 '쯧' 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외면했다.


"에이~ 이러면 되지 루크쨩~"

친근하게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접근.
그녀는 나를 쳐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내기 조건이 내 성노예가 되는 거였지? 흐흐. 첫 서양인 육단지다. 아아. 벌써부터 기대돼.


루크레시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내게 말했다.
뭔가 수줍어 하는  같기도 하고....

"You won...I'm your slave...."
"응? 뭐라고?"

미안하지만  영어실력은 완전 바닥이야.


"'당신이이겼어요. 이제 나는 당신의 노예에요.' 라고 하고 있네요."


소냐씨가 와서 통역해 주었다.


"앗 감사합니다 소냐씨!"
"뭘요."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옆에 앉았다.
풋풋하면서도 이제 막 물이 오른 미모의향기가 가득 풍겨왔다.

아아. 소냐씨도 품은 꽤 된 거 같은데...2일 정도 됐나? 품고 싶어라~

"그보다 언어관련 아이템도 있지 않나요? 그런 걸 사용하시는 게  편할거예요."
"우음...그렇겠죠? 찾아보면 있을 것도 같은데...."

확실히 그래. 섹스할 때도 옆에서 소냐씨가 해석해 줄 수는 없잖아. 게다가 점점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사람들을 받게  텐데 그때마다 통역을 둘 수도 없고.

전원 한국어를 배우라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거란 말이지.

"아니면 이건 어때요?"

소냐씨가 방긋 웃었다.


"제 직업이 법관인 건 아시죠? 스킬 중에 '법률 제정'이라는 게 있는데, 요게 의외로 쓸만할 지도 몰라요."
"법률제정이요?"
"네. 황제가 아닌 조정의 일원이라는 조건 하에 '법률'로서 행동에 제약을  있어요. 물론 혜택도 줄 수 있고요. 예를 들면...'언어법'을 제정해서 조정의 인물들은 '한국어'를 공식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한국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엄청난 속도로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을 거예요."
"오오?!"
"물론 정도가 있겠지만...."
"그거 좋네요. 일단 그거 하고 아이템도 따로 구비하죠."

법률 제정이라...시녀라면 내가 법을 정해줄  있지만 조정 전체의 법은 소냐씨가 정할 수 있단 말이군. 나는 대상 외니까 아마 나의 명령을통해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걸꺼야.
이거 잘만 사용하면 엄청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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