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11. 도쿄 패닉.
내 공격력이면 돌 하나만 던져도 될 거 같은데.
흠...어디보자~
여깄다. 손에 딱 들어오는 돌맹이.
"너흰 수백억 짜리 탱크를 몰고 와야 겨우 빵빵 터지는파괴력을 낼 수 있지만, 나는...."
휙!
"그딴 것도 필요 없어. 돌만 있으면 돼."
쐐애액!
반응할 겨를도 없이 날아간 돌맹이.
아무렇게나 던진 그것은 너무나 파괴적인 소리를 내며 중년 아저씨의 고환을 관통하고 그 뒤의 탱크까지 부숴 버렸다.
끔찍한 소리와 통쾌한 소리의 궁합.
폭발도 아주 예술이다.
"끄아아아아악!!!"
"주,중장님!!!"
흐흐. 아주 쌤통이네.
"징병제라 이 정도로 봐줬다. 모병제였으면 다 죽었어. 물론지금 덤비면결국 마찬가지지만."
"의무병!!"
군영은 난리가났다.
수백억 짜리 탱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별이 저 지경이 됐으니 알 만하지. 아마 곧 죽을걸?
"와아...악질이다. 하필이면 고환을...."
소라누나가 감탄했다.
근데 어차피 중년이잖아? 쓸 일도 없...
"네놈!! 제정신이냐!!!"
옆에 있던 보조아저씨(?)가 발악에 가까운 외침을 하며 내게 삿대질했다.
동시에 또 다른 흑표전차가 내쪽으로 포신을 돌렸다.
"우,우왁!! 뭔진 모르지만 포신이 우리쪽을 겨누고 있어!!"
모험가들이 놀라며 긴장감이 형성된다.
"왜? 진짜 붙어보려고? 방금 봤잖아. 난 돌맹이 하나만 있어도 된다니까? 별 몇 개가 떨어져야 정신 차릴래?"
"이...!"
드르르르릉!
보조 아저씨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사방에서 일장기를 휘날리는 자위군과 성조기를 들고 있는 주일미군이 도착했다.
그리고 협회의 인간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은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발악하고 있는 아저씨를 진정 시켰다.
흠. 뭐야. 한 판 붙었어도 상관 없는데 이런 식으로 끝나나?
"그쪽이 한국의 모험가 유은이라는 분입니까?"
자위군과 주일미군이 한국군을 다독이는 사이, 또 다른 중년의 아저씨가 다가왔다. 옆에는 통역을 끼고.
하...오늘 마가 끼었나. 왜 이렇게 아저씨들이 많아. 난 아저씨한테 관심 없다고.
그래도 뭐...존댓말은 하고 있네. 지금껏 만난 아저씨들아 좀 보고 배워라.
"그런데요."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그가 '그렇군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D10 아시아 지부 및 일본 지부장 이시다 미츠요리 라고 합니다."
"...."
명함에는 별 거 없었다.
그가 말한 소개가 전부.
흠. 아시아 지부라...이제 거기까지 나의 이름이 알려졌군.
어쩌면 한국 지부장한테 보여준 스탯이 올라갔을지도 모르겠어.
근데 어쩌나. 그거 예전 건데. 하핫.
그때가 아마 공격력 340만인가 360만인가 하던 시절일걸?
지금은 두 배!!
공격력 769만에 평타 데미지121억, 몰아치는 황은 데미지 1,112억!!
그야말로 내 세상이란 말씀이다.
며칠만 지나도 나한테는 넘나 많은 시간이란 사실.
"긴이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런데,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설마영입인가.
간혹 있다고 들었어.
실력 있는 모험가를 국가적으로 스카우트 하는 단체가 있다고.
그리고 유나씨도 한 번 주의를 준 적이 있었지. 거액의 돈을 받고자신의 '재능'으로 모험가를 스카웃하는 인간이 있다고....
혹시 그런 경우인가?
그런 거라면 이런 공손한 자세도 이해가 가는데.
"그러죠 뭐."
나쁠 거 없지.
일단 들어나 보자.
"은주,"
"네."
"소냐씨랑 나머지 분들 잘 지키고있어. 그리고 소라누나가 정리 좀 맡아 주세요."
"알았어."
다행히 도쿄 던전을 점령하기 위해 관리조까지 일본에 끌고 왔다.
아직 이곳엔 없지만 곧 도착할 터!
본격적으로 도쿄 던전 정복을 위한 준비를 해야지.
.
.
이시다라는 사람을 따라 도착한 곳은 도쿄 외각에 세워진 한 건물이었다.
"원래라면 아시아 지부로 모셔야 합니다만...도쿄가 반쯤 붕괴한 터라 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관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아시아 지부 및 일본 지부에서 임시로 사용중인 건물이라고한다.
보통 던전 협회 지부는 던전이 없는 도시에 세운다고 한다.
물론 지금 없어도 나중에 생길 수도 있지만, 협회 내에서 최대한 조사를 한뒤에 등장 가능성이 낮은곳에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서울이 아닌 인천에 본부가 있는 것이고, 미국도 최대 도시인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는 거다.
중국도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에 있고.
그런데 일본의 경우, 지들의 왕을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향후 던전 출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에 지부를 세웠다는데...진짜 미련한 짓이다. 나처럼 강한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랬대.
"혹시 커피 드십니까?"
"카푸치노로 주세요."
"네. 여기 카푸치노로 두 잔."
"네. 지부장님."
대충 접대실(?) 같은 곳에 도착한 그와 나는 서로 마주 앉았다.
내 옆에는 통역이 같이 앉았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뭘 말입니까?"
"아시아 지부에는 특출난 재능을 지닌 스카우터가 있다는 걸요."
"모릅니다만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고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그가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타인의 레벨과 직업, 스탯을 훤히 볼 수 있는 아주 고위 탤런트죠."
"탤런트?"
"아. 협회에서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가리켜 탤런트라 칭합니다. 모험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죠."
"그렇군요."
흐음...스탯을 훤히 볼 수 있다라...역시 그런 애들이 있구나. 유나씨가 약과네.
"유은씨가 일본에 오셨을 때는, 이미 각 지부에 이름이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오. 유명해졌다니 좋네요."
"그래서 들어오셨을 때 그녀에게 부탁해 유은씨의 스탯을 봤죠. 이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멋대로 스탯을 본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던전 협회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뭐..."
까짓거 봐도 상관 없어. 오히려 보고 놀라서 안 건드리면 더 좋지.
"커피 드세요."
"아.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마침 비서 누나가 올려주는 커피.
근데 생각해보니까 여긴 카페가 아니라 회사 사무실 같은 곳이잖아? 여기서 카푸치노를 만들다니....
"유은씨는 정말 엄청난 인재입니다."
이시다라는 닝겐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카푸치노의 하얀 거품이 입가에 묻어 있었다.
그런 건 미녀가 해야 간신히 귀여운 헤프닝이니 그만 두시죠.
"한국은 인재를 보는 눈이 없죠. 한사랑 사건만 봐도 알지 않습니까? 모험가를 그런 식으로 쏴 죽이다니!"
"그렇긴 합니다. 인재를 보는 눈이 너무 없죠. 없어도 너무 없어."
그나마 경찰쪽이 좀 나으려나.
나의 강함을 알고 명예직까지 주었으니까.
군대는 뭐...말할 것도 없지. 지난번엔 현장에 나가 있던 날 무시하기도 했고(한사랑)
오늘은 직접적으로 대치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절 영입하겠다는 겁니까?일본 지부에서?"
"아닙니다. 일본 지부가 아니라 아시아 지부입니다."
"그게 일본 지부잖아요."
"...."
아 방금 씰룩댔다.
"어,엄밀히는 다릅니다. 아시아를 관활하는 아시아 지부가 있고, 저희가 유은씨를 원하는 곳은 아시아 지부입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던전에서 사냥하고 하는 게 전부인데 영입 된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어차피 도쿄도 내꺼 될 건데.
"말해두지만, 도쿄 던전이라면 이미 정복할 준비를 마ㅡ."
"도쿄는 물론이고 앞으로 일본에 등장하는 모든 던전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네?"
순간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이런 걸 두고 핵딜이라고 하는 건가?
뭐지 갑자기.
"유은씨는 아시아 지부의 상징으로서, 도쿄에 둥지를 트고 일본 전역의 던전을 관리하시면 됩니다. 물론 이미 정복하신 한국의 강남도 마찬가지로 관리 하시고요. 모험계의 다이묘쯤될까요?"
+++
"뭘 하고있을까."
"아마 영입 추진 중이겠죠."
"영입?"
유나가 피자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예전에 말했잖아요.재능 중에는 진짜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있다고. 스탯 전체를 볼 수 있는 재능도 있어요. 그리고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국가급 단체...협회 지부 같은 곳에서 활동하죠."
"우리나라엔 없는 거 같던데...."
"그렇죠...우린 협회의 힘은 강한데 막상 모험가 전력은 이름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진 않아요. 그나마도 그 인간이랑 우리가 다 죽여 버렸고."
"...."
"아무튼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도 스카우터가 있어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일본은 아시아 지부랑 겸하고 있으니까 있을 확률이 더 높죠. 그리고 만약 스탯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분명 영입 하려 할 거에요. 그 인간의 강함은 차원이 다르니까."
소라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의식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유은의 강함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모험가와 비교한다면, 여기 있는 소라나 유나도 차원이 다른 강함. 10배를 훌쩍 넘기는 공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유은은 그런 그녀의 20배에 가까운 공방을 갖고 있었으니,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수치란 말인가.
그런 그의 스탯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달려들 것이다.
"근데 그 인간이 영입 제의를 받을까?"
"아니요."
"...즉답이네."
"누구 밑에 있는 걸 제일 싫어할 인간인데 영입 같은 게 될 리 없잖아요. 일본이 신하로 들어가는 거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