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02)화 (101/517)



〈 102화 〉11. 도쿄 패닉.

소냐씨의 통역을 들은 루크레시아가 '뭐?'하며 움찔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지?"
"개소리라니. 당연한 거 아냐? 너는 나한테 검을 겨눴잖아.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라고?난 네 목숨 대신에 너 자체를 받겠다는 거야. 아무것도 문제 될  없어."
"문제될 거 엄청 많은데!!!"

오오. 등장 직후의 위엄넘치는 모습이 사라졌다.

"너, 그거 컨셉이지? 중2병 오타쿠 컨셉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시,시끄럽다!! 아무래도 너는 내가 온 힘을 써야   같구나."
"그래그래. 그렇게 해줘라 제발. 나도 내 힘이 어디까진지 알고 싶어."


기억나는 거로는...공방 4만일 때 손가락으로 콘크리트 벽을 뚫었던 건데...지금은 700만이란 말이지? 얼마나 엄청난 일이 벌어질 지 나도 몰라.  떨거니 몬스터로는 알 수 없다고.


척.


은발의 여인은 한 층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근데 정작 검신은 없다. 사방에 분홍색 꽃잎으로 날뛰고 있거든.

"내가 이기면 넌...넌...."


적법한 대사가 생각  나는지, 그녀는 한참이나 '음...'하며 고민에 빠졌다.
 하는 캐릭이냐대체. 되게 이쁘게 생겼는데...정신이  모양이라니....


"넌 이 나의 부관이 되어 줘야겠다."
"부관?"
"이 세상을 뒤엎고 올바르게 창조하기 위해 창설된 '정의 12대'의 총대장 루크레시아의 부관이 되어 평생 봉사하는 거다. 너 정도의 능력이라면 머지 않아 2번대 대장이 될 수 있겠지."

뭔가 위엄 넘치게 말하고 있는데...안쓰러워.
정의 12대는 또 뭐냐. 게다가 본인이 총대장이래. 이거 설마....

"너가 만들었냐."
"...."
"스스로 단체까지 만들고 진짜 중증 중2병인데."
"중2병이 아니다. 정의감이다."
"네. 동의보감이나 보시고요. 그래 까짓거 내가 지면 너의 부관이 되어 주지."


질 리 없지만.


"후후. 얘기가 빠르군."
"근데 그걸로 되겠냐?"
"뭐가 말이냐."
"너는 지면  오나홀이 되는 건데 나는 고작 부관이라니 수지가  맞잖아."
"흥. 무슨 말을 하는가 했더니...."


그녀가 처억 하며 내게 검을 겨누었다.
다시 말하지만 검신이 없다.
이럴 거면 저 꽃잎들 검신으로 되돌리라고!


"정의 12대를 우습게 보지 마라. 인생의 모든 것, 욕망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세상을 위해서만 싸우고 고뇌해야 하는 직업이다. 정의의 편은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법이지. 가볍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래 뭐...그런 걸로 치자.

"알았어."
"준비된 모양이군. 그럼 간다. 무르기는...없다!"

그녀가 손을 내쪽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사방에 흩날려 있던 분홍색 꽃잎들이 일제히 나한테 쏟아져 왔다.

"방금 전에도  통했잖아. 학습능력이 없나보구나."

오타쿠에 맞추어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려준 나는 이번에도 손을 휘둘렀다.

그러나,

"응?"
"흥. 멍청하게 직진만 할 줄 알았더냐!!"

꽃잎 무리는 나의 손을 피해 곡선의 궤적을 그리더니, 순식간에 나의 옆구리로 파고 들었다.

"죽이지는 않겠다. 하지ㅡ."
"누가 죽는대."

나는 굳이 막지 않고 옆구리로 받아 주었다.


카앙 - !

뚫리지 않는 살.
거세게 와서 부딪힌 꽃잎들은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무슨!"
"아까도 겪어 봤잖아. 너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럼 이제...."


내 차례지?
광역기도 필요 없다. 일단 가볍게 펀치로 부드러운 배를 만져볼까나~


타앗!

제법 빠른 속도로 뛰어 나간 나는  나게 주먹을 들어 올렸다.


"느려 터졌구나. 그런 속도로 날 때리겠다니. 가소롭다."


어? 사라졌다!

"그 정도 속도는 정의 12대의 총대장인  루크레시아를 벨 수 없지."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
어느새 내 뒤로 온 거야?

확 뒤를 돌아보는 시점에, 그녀가 뭔가 날카로운 걸 내 복부에 찔러 넣었다.


캉!


역시나  없이 튕겨 나가며 부러지는 그것.
보아하니 단검이네.


"!"
그녀가 살짝 놀라며 멀찍이 물러섰다.

"아무래도...네녀석의 방어력은 예사로운 수준을 넘어선 모양이구나. 그렇다면...호ㅈ...아니 정의 2번대 대장 보다는 5번대 대장으로 향후 방향을 잡는 게 좋겠지. 방어력 특화는 5번대라고 정했으니까."
"방금 호정 13대(블x치)라고 할려고 했지?"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거 완전 표절쟁이아냐!"
"표,표절이라니!! 오마주다!!"
"아아. 저 얼굴에 저 몸매에 오타쿠라니...이 무슨...."
"크윽...! 아무래도...아무래도 네놈은  버릇장머리 부터 고쳐 줘야겠구나."
"응. 오타쿠."
"만본앵변형(萬本櫻變形) : 회귀(回歸)!"

샤드드득

꽃잎들이 그녀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다시 검에 모여들어 길쭉한 검신을 이루었다.
장엄한 표정의 그녀. 이름은 루크레시아겠지?

"울며 후회해라. 이 내게 덤볐다는 것을."
"아니...니가 와서 덤빈 거야...."
"히든 클래스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지닌 자들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정의 12대.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나는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유일하고 뭐고간에  밖에 없는 거잖아."
"정의 12대 대장이될 자질이있는 네게는 미리 보여주마. 이 나의 전력(全力)이라는 것을!"


그녀가 오오오! 하면서 엄청난 기를 뿜기 시작한다.
무슨 드레x볼도 아니고, 그녀의  주위에서 유형의 기운이 뻗쳐 나왔다.
주변의 땅이 콰득 뒤집히며 그 기의 실존을 증명했다.

와아. 대단해라. 대단해.
나한테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카우터 같은 거 없나? 전투력 측정하게.




콰아아아아 - !


루크레시아의 몸에서 뭔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하늘로 쏟구쳤다. 주변의 애꿎은 구름들이 원 모양을 그리며 터져 나갔다.

 하려는 거냐?


"만...!"
"어이어이어이어이 잠깐만!!"
"...뭐냐. 사람이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니가 오타쿠인  알겠는데 그래도 그 앞은 위험해! 여러가지 의미로 위험하다고!!"
"걱정 마라. 한자가 다르다."
"...."

대체 얘는 뭐지? 이런 중증 중2병 오타쿠라니!! 나를 아득히 뛰어 넘었어...!!
아니 그보다 너 서양인이잖아!! 한자라니!!!


"만해(萬解)!!"
"으아아아악!!"

콰과아아앙!!

결국 해버렸어 저인간!!

"...뭔가 엄청난 흐름이 느껴져요!"

통역하던 소냐씨마저 무협 비스무리한 대사를 던진다.
...하여튼 위력은 좋네. 저 오타쿠녀가 한껏 허세를 부릴 만 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해도 일반적인 모험가와는 천지차이죠."

슈아악!

그녀를 중심으로 터진 기 폭발로 일어난 먼지와 연기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연기에 가려져 있던 루크레시아가 드러났다.


"만본앵공일도(萬本櫻攻一度) 앵본격(櫻本擊)."

뭔가 엄청나게 거창하다.

일단 들고 있는 검의 검신은 마치 벚꽃처럼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녀의 어깨 뒤에 마치 날개라도 되는 양 8자루의 분홍색 검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수십미터 상공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거검(巨劍)이 있는데, 역시 분홍색이다.


스스스스.

어마어마한 위력 탓인지, 그녀 주변으로 끊임없이 기의 폭풍이 몰아친다. 어떻게 아냐고? 먼지가 휘날리거든. 내가 뭔 판타지 주인공도 아니고 그딴 걸 볼 수 있을  없잖아. 다 흙먼지 보고 아는 거란다.


"영광의 영광으로 알거라. 만해(萬解)를 습득하고나서 누군가에게 보인 적은 없었으니...."
"흐음...뭔가 거대한 약점이 있었다거나?"
"약점이라...훗. 있지. 나의 만본앵공일도(萬本櫻攻一度) 앵본격(櫻本擊)은 방어를 도외시하고 오로지 공격만을 위한 해방이다. 방어력이 한없이 낮아지지."

아하.

"하지만  이전에, 쓸 필요조차 없었다. 어지간한 놈은 만해(萬解)는 고사하고 그저 휘두르는 칼날조차 막지 못했으니."

그렇구나. 강하긴 하네.

"하지만 너는 달라. 넌...나의 온 힘을 받아낼 자격이 있다."

응. 너는 내 좆을 받아낼 자격이 있어. 이쁘잖아.

"잔말말고공격이나 해라. 그런  제한시간 있지않냐?"
"지금의  능력으로는 수십초 유지가 한계지만...상관 없다. 그 전에,"

처억.

"끝날 테니까."


공격을 위한 자세.
몸을 한껏 낮추고, 검을 내게 겨눈다.
어깨 뒤의 8자루의 검 역시 나를 겨누고 하늘의 거검도 나를 겨눈다.

와. 이거 평범한 애들은 그냥 뼈도 못 추리겠는데?

"간다!!"

푸화앗!

그녀가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든다.
그리고 동시에, 8자루의 검과 하늘의 거검이 꽃잎으로 분해되어 모조리 내게 달려들었다.

"씨발 결국 저거냐!!"
"방심하지 마라."

쐐액!


순식간에  앞으로 도달한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 피하는데, 꽃잎들이 달려 들어 검신을 연장했다.

그리하여 내 몸에 적중.

카가강!


다행히 베이지는 않았지만 루크레시아의 검도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꽃잎들도 부서지거나 한 건 없었지? 엄청 단단한가보네.

"아직 끝이 아냐!!"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무수히 떠 있던 꽃잎들이 수십 자루의 검이 되어 나에게날아왔다.
그걸 일일이 쳐내자, 그 동안 내쪽으로 달려온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앵본격(櫻本擊)!!"
"흣짜!"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검격을 피하자, 내 뒤쪽으로 수십미터의 땅이 뒤엎어지며 땅에서부터 꽃잎이 솟구쳐 올랐다.

와. 저거 맞으면 즉사인데.

 빼고.

"흥!"

이번에는 크게 횡으로 휘두르는데, 꽃잎들이 모조리 달라붙어 검신을 연장했다.
그 길이는 족히 수백미터!!피하면 소냐씨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나는 피하지 않고 검을 맞잡았다.

카앙 - !

그것 만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어이. 위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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