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00)화 (99/517)



〈 100화 〉11. 도쿄 패닉.

스르륵.

그러자 길다란 검신이 무수한 꽃잎이 되어 흩날렸다.

-그아아앙!

거기에 반응했는지, 거대 로봇이 그녀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수백미터 전방의 전차를 파괴했던 그 충격파가 형체 없이 다가왔다.


그러나파괴적으로 달려들던 그 충격파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카아아앙 - !


순식간에 그녀 앞으로 모여든 분홍색 꽃잎들이 두터운 장갑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전차를 방에 날려버린 충격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는 압도적인 방어력.

"흥."

그것을당연하다는 듯 바라보며 전방으로 손을 펼쳤다.


"영광으로 알거라. 시작부터 나의 진정한 검을 드러낸 건 네가 처음이니까."


샤드드득!


 송이의 분홍 꽃잎이 펼쳐진 손의 방향을 향해 쏠려갔다.
황홀하면서도 압도적인 광경.

-그아앙!

꽃잎들을 향해 거대 로봇이 팔을 휘둘렀다.
공기가 압축되며 다시 한 번 충격파가 쏘아지려는 찰나, 놀랍게도 꽃잎 하나하나가 로봇의 팔을 난도질하더니 완전한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쿵!


어깨째로 로봇의 팔이 떨어졌다.
이미 그것만 해도 사람보다 아득히 크다.

-그아아아아앙 - !


로봇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고통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맘에 안 드는 건지,
그녀를 향해 거구를 움직였다.

인간보다 아득히 다리를 움직여 순식간에 접근, 남은 한 팔로  전보다 더 강한 충격파를 둘러 휘둘렀다.

마침 그녀의 꽃잎들은 로봇의 뒤에 있는 상황!

-그아앙!

기회다! 라고 외치는 것 같은 얼굴로 거세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느리구나. 네 손가락의 움직임 보다, 나의 천리길이  빠르다."



어느새 그녀는 로봇의 뒤에 자리했고, 로봇의 전신에는 분홍색의 꽃잎이 잔뜩 박혀 있었다.

"만본앵변형(萬本櫻變形) : 섬(殲)."

츠카카카칵!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송이의 꽃잎은 본래 검.
그것이 있을 수 없는 부피의 증대를 통해 만 송이의 꽃잎으로 변했다면,  중 하나다.

원래 매우 작은 꽃잎이었으나, 모종의 힘으로 커졌거나,
엄청나게 큰 검이 모종의 힘으로 작게 변해 있었거나.

여기서는 후자다.


산산히부서져 버린 로봇 시체(?) 위에는,  로봇 보다도 거대한 검이 위용을 자랑하며 박혀 있었다.

기이잉.


아직도 거대한 로봇 조각들이 기이한 파공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만본앵변형(萬本櫻變形) : 회귀(回歸)."

샤라라락.


거대한 검이 다시 꽃잎으로 흩어졌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에 모여 이번에는 작은...아니 이것도 크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일본도의 모양으로 변했다.


휙휙.
척.


그것을 몇 바퀴 돌리고는 검집에 집어 넣는 루크레시아.
그녀의 압도적인 힘은 목격자가 있었다면 분명 경악을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목격자는 전무.

눈에 띄는  좋아하는 그녀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상황인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건 좀 이상했다.
설마1천명이 넘는 모험가가 모두 겁을 집어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 그녀만한 숨은 강자도 분명 있을 터다.


"...그쪽도 공격 받는 건가."
 하고 혀를  그녀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필연적으로 눈에 띄게 되겠지만, 지금 로봇을 상대해 보니 자신이 아니라면 모험가들에게 희망이 없다.


"전부 죽으면 곤란하지."





+++



"씨바알!!"

렉스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도 그의 옆에 있던 모험가의 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 참이다.

"미쳤어...씨발!! 씨발이라고!! 이건 절대 B급이 아냐!! 아니, B급이면 안 돼!!"


아무리 못해도 방어력 13,000은 되는 모험가다.
그런 존재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몸이 터져나간 것이다.

이는 렉스 또한그럴  있다는 것.

절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B급의 수준이 아니었다.


"방어전이라는  감안해도 이건 너무 심각해...최소...최소 4만이다!! 미친 거라고!!!"

-그아앙!

설상가상으로  개체도 아니다.
이미 이곳에 수십대의 거대 로봇이 등장했고, 모험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선전하는 건 팀워크는 물론이고 팀과 팀의 발도  맞추어진 상위 길드 정도일까.
그들조차 없었다면 이곳은 완전히 패닉이었을 것이다.


"당황하지 마!! 아직 군대도있고 우리 '블루티어즈'도 있다!!"

유명한 길드장이 낭인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쐐애액!

퍼벙!


마침 그때, 저편에서 날아온 탱크의 포격에로봇 한 기가 처참하게 박살났다.
그리고 이어서 연달아 날아오는 포격.
순식간에 10여기의 로봇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죽어랏!!"

 길드팀의 합공으로 로봇 하나가 쓰러졌다.

쿠웅!

"물러서지 마!! 힘을 합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어려울 거 없다고!!"

그의 외침에 어느 정도 힘을 얻었는지, 몇몇 낭인들이 오오! 하며 기합을내질렀다.
그리고는 본인이 속한 팀과 함께 전열에 참가했다.


"...병신들. 쟤넨 원래강한 놈들이고!! 군대는 애초에 논외고!!!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되냐???? 어???!"

렉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다.

군대가 로봇 좀 잡은  가지고 사기가 올라?
맨하탄 상위 길드가 협공해서 겨우겨우 잡은 걸 가지고 사기가 올라?


이것들 미친  아냐?


쟤들은 쟤들이고 너는 너란 말이다!
 그걸 몰라?


"도망쳐야 해...여긴 도망치는 게 답이다. 차라리 다른 곳에...!"

-그앙.

"...씨발.

불행히도, 도망치려는 그의 앞에 로봇이 내려왔다.


후웅 - !

거리낌 없는 주먹질.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팔에 역시나 공기가 압축되며 압도적인 파괴력의 충격파를 쏘아냈다.


"우와악!!"


있는 힘을 다해 다이빙하여 겨우겨우 회피.
힘의 직선 방향으로 수백미터가 완전히 초토화 되었다.

슈우우우웅 - !

"...어?"
바닥에 쓰러진 그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무수하게 날아오는 어떠한 '무리'를 발견했다.

비행기보다도 빠른 속도로 희뿌연 연기를 매달고 날아오는 날렵한 물체들.


"저거...."

그 수는 족히 수백...아니 수천인가? 하여튼 어마어마한 수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아니고서야 일본에 저렇게 많은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는 나라라면?


"퍼킹 코리아...."
"미,미사일이다!!"
"일단 피해!!"


아마도 군대의 지원요청을 받고 한국 본토에서 날아온 것일 터다.
마침 표적은 매우 거대하니 유도 기능만 있다면 맞추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이다.
그것도 수백 수천 발.


"이제 핵 만들거라 이거냐? 어?? 씨발 미친놈들아아!!"

이제  사기가 오르고 있던 모험가들이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한국놈들...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있었잖아!"
"포격도 간간히 날리고...우릴 미끼로 삼은 건가?"
"이 개같은 놈들!!"

마구 욕하며 최대한의 속도로 멀어져간다.
그리고  즈음, 날아오던 미사일이 5개로 나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연료인 몸통을 제외하고, 탄두 부분이 나뉜 것이다.

그렇게 나뉜 5개의 작은 미사일은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목표를 지정하고는 섬멸을 위해 하강했다.

모(母)미사일만 수백발이나 되었고,5개씩 나뉜 자(子)미사일은 수천발이나 되었지만, 서로간의 실시간 정보교환으로 목표물이 겹치는 경우는 없었다.


씨이이잉 - !

아무튼 그렇게 하강한 미사일은 그 작은 몸체를 가지고도 탱크 포탄의 몇 배는 되는 파괴력으로로봇을 터뜨리며 버섯구름을 일으켰다.

하나 하나가 엄청난 불길을 일으키며 그 충격파가 사방을 덮쳤다.


"우워억!!"

그에 휩쓸린 렉스가 꼴사납게 앞으로 뒹굴고, 그 말고도 모험가 여럿이 같은 꼴을 면치 못했다.

구구구궁!

끊임없는 대지의 울림과 퍼져 나오는 거센 충격.


렉스와 모험가들은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어나자마자 몸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미사일의 명중률은 거의 100%. 로봇이 이리저리 피하는 바람에 건물에 맞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애꿎은 인간에게 돌진하는 경우는 없었다.





후두두둑.


먼지나 자잘한  따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큭...."


한 차례 미사일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이곳은 그야말로폐허. 고쿄를 반경으로 수km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후...끝난...건가?"

여기저기서 모험가들이 몸을 털며 일어났다.

"아직...아니다."


 모험가가 낱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그렇게 영화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무섭잖아!"
"잘 봐라. 아직...던전은 허공에 있다."
"...."

그의 말 대로, 사x론의 눈깔 같이 생긴 던전은 아직도 허공에 있다.

보통 던전이 출현할 때는 저렇게 노란 구슬 같은 것이 출현하여 몬스터를 쏟아 내다가, 모든 것을 소진하고 나면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던전이 된다.

저것이아직도 허공에  있다는 건, 끝이 아니라는 의미.

"아니 미사일을 쐈으면 저걸 때려야 하는 거 아냐?"
"직접적으로 마기와 닿는 곳이다. 저 구슬에는 현대 병기가 통하지 않아."
"나도 알아 씨발아. 그냥 해본 말이라고짜증나서."
"이게 끝이 아니면...하...."

후웅 -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철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


보자마자 모두가 느낀 것.

"...보스다."
"저거 잡으면 끝이다!"

족히 4배는  철 덩어리가 역시 흑표로 변하더니 20미터를 훌쩍 넘기는 거대 로봇이 되었다.


"...나 이제 트x스포머 안 본다. 개 좆같다."
"퍼x픽림도...."

-크아아아앙 - !!!!!

거대한 기합.
그것 만으로 로봇 입의 전면에서 강렬한 공기의 일그러짐이 보였다.


"...쟤가 팔 휘두르면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되긴...."


후웅 - !

콰과과과과과광!!!


"...저렇게 되는 거지."
"...."

일직선으로 수십km.
그 어마어마한 길이를 완전히 초토화 시켰다.


분명 그 정도라면 이미 고쿄 주변을 벗어나 건물숲이 즐비한 도쿄의 도심.
한국군이 원활한 전투를 위해 정리한 지역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아직 피난 못한 사람도 있을 텐데...!"

쐐애액 - !

거대한 로봇을 향해 무수한 포격이 날아왔다.
그리고 공자대의 지원도.

하지만 포격은 그의 장갑을 떨구고 행동에 큰 제약을 줄 뿐,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거기에 군용기는 마치 날파리 잡듯이 기합을 지르거나 손을 휘둘러 박살.
벌써 십여기가 추락했다.


"A급 되면 군대도 안 통하는 거 아니냐? 진짜 그때 되면 지구 종말???"
그 위엄에, 모험가들이 떨기 시작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지구 최강의 모험가들.
그런 그들이 몬스터를 앞에 두고 겁을 먹는 것이다.

심지어는 낭인들을 북돋았던 블루티어즈의 길드장 조차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저건 보스몹이다. 오직 방어전을 치를 때만 나타나며, 그렇게 강력한 만큼 엄청난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보스몹.

하지만 'B급 던전'의 보스몹일 뿐이다. 이론상 던전은 SSS급까지 있다는데, 그럼 언젠가는 저 보스몹보다 강한 몬스터도 등장할 터.
그들이 이렇게 절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참. 지구 최강의 모험가라는 양반들이 이렇게 약해서야 되겠어?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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