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99)화 (98/517)



〈 99화 〉11. 도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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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삼일 뒤.


일본의 상징이 거주하던 고쿄는 이미 탱크의 포격과 공군의 폭격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내렸고,  근처에 수북히 있던 빌딩숲도 모조리 정리 되었다.

B급 던전을 퇴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마음 속에 멍이 들었다.
형태야 어쨌든 타국의 군대에 의해 수도가 짓밟히고 천황의 거처가 쑥대밭이 되었다. 이건 일본의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차근차근 전투 준비가 완료 되어가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시민 대피 현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직도 수천만의 인구가 도쿄에 묶여 있었고, 근방 도시권에서도 피난의 물결이 거센지라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던전이 등장하게 된다면 필시 큰 피해를 입게 되리라.



"설마 북쪽놈들이 뒤통수 치진 않겠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설령 그렇다 해도 막는 거라면 남아 있는 국군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음. 맞아. 북한놈들 따위에 질 국군이 아니지."

군단장이 흐믓하게 웃었다.

제7기동군단을 모조리이곳에 끌고 왔다는 것은, 국군의 공격력 자체를 이곳에 가져온 것이나 다름 없다.
어지간한 국가의 육군은 제7기동군단 만으로 궤멸 시킬 수 있으며, 보급이 원활하고 확실하다는 전제 하에 일본 육자대 또한 식빵에 발리는 잼처럼 사뿐히 으깨줄  있다.때문에 일본은 초긴장 상태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야. 이참에 일본 정복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냐?"
"...대신 전 세계랑 전쟁하지 말입니다."
"짜식아. 우리 이제 핵보유국이잖아.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버티다가 소유하게 되면 확 점령해 버리는 거지."
"그랬다간 핵과 함께 익사하지 말임다."
"새끼.... 어디서 이상한 말투 배워가지고는...배치는 다 했냐?"
"물론입니다! 수도사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제20사단, 제8사단, 서쪽으로 제11사단, 동쪽으로 제26사단이 펼쳐져 있고...(중략)...이상입니다. 또 중간중간 모험가가 끼어 있습니다."
"모험가아? 그거 쓸모 있냐?"
"꽤 많이 강하다고 합니다."
"쯧쯧. 며칠 전에 한사랑인가 뭔가 하는 애가 한 건 했다며? 영상 보니까 총만 갈겨도 그냥 나가떨어지던데."

 상층부에 보고된 영상을 떠올린 그가 혀를 찼다.
그가 보기에 모험가라는 집단은 도저히 의지할  없는 이들이었다.


그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시간이지? 지금부터 확실히 정신 차리라 하고, 뭐 이상한 낌새 발견되면 즉시 보고해."
"알겠습니다!"
"그리고...내 명령이 하달되기 전에 던전이 생겼거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그럼 명령 기다리지 말고 총 공세 퍼부어. 괜히 기다려  필요 없잖아. 입구에 대고 쏴버려라."
"예써!"



+++


"와아 이제 떠나는 구나!! 비행기다아!!!"
"...애도 아니고 그런  가지고 들떠 있어요?"

잔뜩 신나있는 내게, 유나씨가 핀잔을 준다.


하지만 봐달라구요. 저는 비행기가 처음이란 말입니다!!


"어머.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칫...."

소냐씨가 따뜻하게 날 감싸준다.
헤헤. 역시 소냐씨밖에 없엉.


"그보다 전용기는 어떻게 빌린 거야?"
"아. 이거요?"

나의 앞에는 무려 전용기가 있다.
그것도 쌔끈한 모델로다가. 스튜디어스도 딸려 있다고.

"한국 지부장한테 빌렸어요."
"지부장한테? 진짜로? 빌린 거 맞아?"
"아이 참. 왜 이렇게 의심이 많으실까!"
"그야...너잖아...."


흠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면 저 상처 받는다니까요?


"일단 타요. 생애 첫 비행을 전용기로 하다니! 나는야 행운아!"

헤벌쭉 한 채로 비행기에 올라타자, 스튜디어스 누나들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한다.

크크. 좋아. 한 가지 목표가 또 생겼다!
진짜로 나의 전용기를 마련하고 나만의 섹스 스튜디어스로 가득 채워 넣는 거야.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여행하면서 비행 섹파티를 여는 거지.
크. 최고다.

아예 조종사도 젊은 여자로 해버리자. 그래서 조종사는 내린 다음에 함께 하는 거지. 아니면 자동항법 틀어 놓고 하던가!

"또 무슨 응큼한 생각을 한 거죠?"
"네? 그럴 리가요? 전 도쿄 시민들을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피해자를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거짓말도 그 정도면 우주급이네요."

유나씨는 흥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핫! 설마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건 아니겠지??


"같이 가요!"


.
.





"아. 자버렸다."


짧은 시간이다.
3시간 정도 될까?
역시 한국-일본이라 그런지 비행 시간이 매우 짧다.
그래도 도쿄는 꽤 먼 편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



쿠궁!

"응?뭐야??"
"저기...."


비행기가 마구 흔들리는 진동!


놀란 나는 여인들과 함께 허겁지겁 내렸다.
설마...!

"던전!! 벌써 출몰하다니!!"

유나씨가 눈을 부릎뜨며 한쪽을 바라봤다.


마치 반X의 제왕에 나오는 사X론의 눈깔마냥 노란빛을 뿜어대는 구체가 저편 하늘에 떠 있는데, 거기서부터 쩌억 하고 입구가 갈라지더니 뭔가 거대한 것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향해 무수한 비행기가 폭격을 개시하고, 땅에서도 엄청난 수의 포탄이 올라와 저격했다.


"시작됐네요."

공항에는 아직도 수많은 비행기와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불안하게 몸을 떨며 재빨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천 수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장면은, 공포가 전염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었지만, 나는 공포에 지배되지 않았다.

당연하지.
나는 공격력 700만을 넘겼다고.


고작 저런 찌그레기 따위에 두려워할까보냐!!

오히려 반대다!! 저것들은 나의 밥!

"갑시다 여러분. 우리의 이름을 인간들의 두뇌에 새겨주자고요."
"...우리도 인간이야."


+++

"저,저건 뭐야...?!"


사방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쿠웅!


허공에 생성된 던전 핵에서 이차원의 입구가 펼쳐지며 거대한 철 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졌기 때문이다.

말이 철 덩어리지, 하나 하나가 탱크보다 거대했다.

쐐애액!
퍼벙!!


사방에서 탱크의 포격이 시작됐다.
무려 탱크만 400대에 이르는 기갑전력.
이들의 일제 사격은 그야말로 도시를 지워버릴 만큼 강력했다.

거기에 공군의 폭격까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방에서 버섯구름이 솟아 올랐다.

이어서 보병들이 설치한 기관포도 불을 뿜었다. 트르르륵 거리는 특유의 소음을 내며 초당 수백발의 탄환을 쏟아붓는 악마의 무기.

인간을 상대로 한다면이만한 무기가 없지만 과연 몬스터에게도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렇게 4분여간 집중사격.

"잠깐 정지."

군단장의 명에, 전군의 포격이 멈췄다.
군데군데 아직도 포탄을 퍼붓는 곳이 있었지만, 머지 않아 멈추었다.

스으으.


자욱한 연기.
전방 수km에 있는 고쿄 근방은 이제 크레이터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설마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당연한 사실.
이 정도로 끝날 것 같았으면 던전 따위 두렵지도 않다.

즈이잉!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녹색의 빛이 연기를 뚫고 직선으로 나아왔다.

"!!"

그 빛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탱크를 스캔하듯 아래 위로 훑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뭐...냐?"

막연한 불안감.
아니, 확실한 불안감.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다시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휘이잉 !


바람에 구름이 개이듯, 뭉개뭉개 피어 올랐던 연기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어떤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드드드드.
지이잉.

그것은 탱크...아니 흑표 그 자체.
대한민국에서 개발하고 주력으로 쓰고 있으며, 지금 이 자리에도 수백대나 있는 k-2전차였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애초에 저기에 있을 리가 없다.

후우웅 - !

그때, 허공에 있던 던전에서 또 다시 무수한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쿵! 하며 바닥에 부딪힌 그것들은 거대한 먼지를 일으키며 크레이터를 만들어내고,

즈이잉!


의문의 흑표 전차에 녹색 빛을 뿌렸다.
그러더니, 기묘한 소리를 내며  덩어리가 으깨지고 합쳐지고 분해됐다가 깎이는 등의 절차를 거쳐 순식간에 흑표 전차로 변해 버렸다.

"저건 대체...!"

모든 병사들이 경악했다.
저런  영화에나 나오는 게 아닌가??


철컹 철컹.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다.
흑표로 변한 것들은 갑자기 마구 갈라지더니 기묘한 변형을 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나오고 머리가 나오고 팔이 나오고 가슴이 나오고...
그것은 마치 거대한 거인!!


변신을 다 마쳤을 때에는 8m가량의거대 로봇으로 변해 있었다.

지잉 - !


머리에 달린 눈이 붉게 빛났다.

"포격 개시!! 당장!!!"

군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포격이 시작됐다.

쐐애액!


퍼벙!

 놈의 어깨가 그대로 박살나며 땅에 떨어졌다.

콰강!


못해도 수십개체나 되는 거대 로봇이 일제 포격에 속절 없이 파괴되었다.

그 모습에 '역시나!' 하면서 미소지을 무렵,



-그아아아아앙 - !



한 로봇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터프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그의 팔이 불길에 휩싸이고, 충격파가 땅을 흔들었다.

지이잉.

그러나 그의 팔은 멀쩡.

아니, 멀쩡하진 않지만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가만 보니 흑표 전차의 측면 장갑이 팔에 붙어 있었다.

후웅 - !

그가 팔을 휘두르니, 공기가 순간적으로 압축되며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냈고, 그 여파로 땅위 뒤집히며 수백미터 떨어진 전차 하나를 박살냈다.

"미친...!"
"이건 너무하잖아!! 겨우 한 단계 차이라고!!!"

물론 던전이 막 출현했을 때는 굉장히 강력한 몬스터가 출현하고, 방어전을 클리어 하면 약한 몬스터가 던전에 상주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보병 뒤로 물리고 계속 쏴!! 절대 다가오지 못하게 해!!"

군단장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느끼고 본국에 연락했다.

이전단계의 방어전을 치르다 도시가 파괴되는 건, 작고 빠른 몬스터들이 중화기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퍼져 나갔고, 그런 몹들을 잡기 위해 군대도 퍼져서 싸우다보니 어쩔 수 없이 피해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번 던전은 다르다.

피하는 것도 피하는 거지만, 일단 포격을 맞아도 장갑으로 버티는 개체가 있다.
물론 장갑이 아닌 곳에 맞으면 얄짤 없지만, 그래도 탱크의 포격을 버틴다는 것 자체가 충격.

후웅 - !

"더...더 떨어진다아!!!"


설상가상으로,  덩어리들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것들은 주변의 흑표를 복사하며 거대로봇으로 변신했다.

포탄과 폭격, 그리고 기관포와 포병의 포격 등등. 온갖 포화를 쏟아내고 있었고, 그 만큼 몬스터의 피해도 불어났지만, 끔찍하게도 적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접근을 허용하게 된다.

"후퇴! 후퇴하면서 싸워라!"


결국 후퇴.


그냥 전력으로 부딪혀 버리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피해도 엄청날 터.

제7기동군단은 대한민국 국군의 핵심이다. 여기서 큰 타격을 입으면 돌이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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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뭐야...?"


군대를 피해 도망치는 몬스터를 요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모험가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키 8미터 가량의 거대 로봇.
저딴  몬스터로 출현시키다니!! 제정신이냐!!!

그나마 다행이 있다면 저 로봇 역시 '냉병기'수준인지, 팔을 휘두르거나 부서진 철덩어리를 들고 휘두르는 정도의 공격을 할 뿐, 흑표 전차로 변했다고 해서 포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씨발...저거 B급 맞아? A급 아냐??"
"...."


어이없어하는 렉스를 뒤로하고, 루크레시아가 조용히 나섰다.


"잠...! 어디가!!"
"당연하지 않나. 몬스터를 처리하러 간다."
"미쳤어?!! 저딴 걸 상대하러 간다고? 그냥 군대에 맞겨!! 나중에 힘 다 빠지면 그때 들어가도 늦지 않잖아!"

스윽.


그녀가 렉스를 돌아봤다.

"이 나를 보고, 적 따위의 허를 찌르라는 것이냐."
"...아니...이 미친년아. 중2병도 때를 보고 부려야지."
"흥. 걱정 마라. 순간일 테니."


그 말을 남기고 훌쩍 가버리는그녀.
어찌나 빠른지 보이지도 않는다.

"저 씨발년 진짜!! 아직 먹지도 못했는데 죽으면 내가 뭐가 되냐고오오!!!"

그의 외침이 도심을 울렸고, 근처의 여자 모험가들이 혐오감을 있는대로 드러내며 그를 쳐다봤다.



'확실히 거대하고 강하다. 하지만...이 나의 상대는 되지 못해.'

한편, 벌써 전장에 도착한 루크레시아는 막 변신을 마친 거대 로봇에게 달려들었다.

두려울 건 없다.
아무리 B급 던전이라 해도 결국 C급에서  단계 위일 뿐.

갑작스런 난이도의 급변이 없다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운이 없구나. 이 내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다니."

정확히는 그녀 자신이 달려온 거지만, 힘껏 멋을 부렸다.

"안심해라.나의 찰나를 느낄 만큼, 네놈이 강하진 않을 테니."

스릉.

검을 뽑는다.
예사롭지 않은 예기.
검집조차 칼날에 베여버릴 것만 같다.

처억.

마치 기사처럼 검을 손을 가슴께에 댔다.
쭉 뻗은 검신이 그녀의 얼굴 가운데를 가리며 하늘 높이 솟았다.

"흩날려라. 만본앵(萬本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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