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10.매갈vs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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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여. 이제 오셨네요."
꽤 빠른 속도.
은경감님과 나머지 여섯 여경들이 도착하는 데에는 15분 정도가 걸렸다.
물론, 그 정도의 시간이면 수십 명의 뚱뚱이들이 참살되는 데에는 충분하고.
원래 그녀들은 나랑 경찰들도 묻어버리려고 했는데 그건 길드장이 말렸다. 그렇게가지 바보는 아닌가보다.
"이게 대체...!"
사건의 현장을 본 여경들은 경악.
매운갈비탕의 회원들은 그야말로 '해체'단계에 이르렀다. 두꺼웠던 살덩이들이 마치 삼겹살처럼 여기저기 나뒹굴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낭자하게 흘렀다. 끔직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
만약 여경들이 나와 함께 던전을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구토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다른 경찰들은 그러고 있는 사람이 몇 있으니까.
짝!
나는 멍한 그녀들을 향해 손뼉을 쳤다.
집중할 수 있도록.
갸냘픈 고개들이 주르륵 나를 쳐다본다.
"자. 사건 개요는 대강 이렇습니다. 남혐 사이트인 매운갈비탕 회원들이 매운갈비집 길드 본거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경찰력으로는 해당 시위를 진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한 것입니다."
꿀꺽.
모두가 긴장한 얼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자, 대한민국 경찰의 첫 길드 진압이 될 겁니다. 뭐,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래봤자 F급 던전의 길드입니다. 여러분은 맨하탄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어요. 제 시녀인 이상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한 명 한 명 토닥여 주며(그 과정에서 가슴도 좀 만지고) 이런저런 말을 해주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의 뒤로 저와 제 일행이 따라갈 것입니다."
그 말을 붙이자, 눈에 띄게 불안이 줄어들었다.
내가 다른 모험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흐흐.
"그럼 이제ㅡ,"
-드르르릉!
으잉? 뭔가 엄청난 소리가....
-두두두두두!
헬기인가?
탱크도 있어!
척척척.
그리고 이어지는 군인들의 등장!
맞다...던전엔 항상 군대가 주둔해 있었지.
"귀하께서 현장 책임자 되십니까?"
"...그쪽은 누구신데요?"
척.
"수도 방위군 소속 한남동 던ㅡ."
"아. 됐고. 귀찮으니 직급만 말해주세요."
"...한남동 던전 치안부대 1대대장 한사랑 소령입니다."
"쯧...직급만 말하라니깐."
"현장 책임자 되십니까?"
누가 군인 아니랄까봐 되게 당당하시네.
"현장 책임자는 저ㅡ."
"강남 경찰서 소속 유은 경무관입니다."
"겨,경무관?!"
나서려는 경감님을 제치고 은근슬쩍 손을 내민다.
그녀는 나의 손을 잡지 않았다.
악수도 안 하냐?!
"늦게 오셨네요?"
"...최대한 빨리 온 겁니다. 그보다, 실례지만 신분증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무관씩이나 되시는 분이 이런현장에 직접 나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말입니다. 일개 경찰서에 소속되셨다는 것도 믿기지 않고."
거 되게 깐깐하시네.
"그런 건 이 주위 경찰분들 보시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전부 절 따르고 계신데."
"...."
"바쁘니 나중으로 미루죠. 일단은 사건 해결이 먼저 아닙니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군인들이 와서 좀 꼬여 버렸지만, 큰 틀은 마찬가지다. 나와 일행, 그리고 여경들이 돌입해서 길드원들을 처리하면 그만. 물론 중간중간 예쁜 애들은 내가 챙겨야겠지만.
"보시다시피 매운갈비집길드원들이 시위 참가자들을 도륙하고 본거지로 들어가 농성하는중입니다."
"네."
"놀라시지 않네요? 그동안 경찰은 뭘 한 거냐며 따질 줄 알았는데."
"시간낭비입니다."
"네. 그렇죠..."
특이한 여자네. 군인이라 그런가? 지금 보니 꽤 귀엽....
"그럼 경찰분들은 물러나 계십시오. 우리가 진압하겠습니다."
그녀가 손을 들자 총을 든 군인 백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탱크도 건물을 향해포신을 겨눴다.
와 씨발 저거 정면에서 보면 장난 아니겠는데.
하지만...그럼 안 되지. 나의 예비 암컷들도 있다고.
"잠깐만요."
"...뭡니까?"
경무관에 대고 이 건방진 말투! 아무리 타조직이라지만 너무한데.
역시 조교를...흠흠...
"군대가 나서게 되면 민심이 흉흉해집니다.그러니 우리 특무대에 맡기시죠."
"특무대?"
"그녀들은 모험가의 힘을 익혔으니 충분히 진압할 수 있을 겁니다."
"아...? 설마 당신은!"
뭔가 눈치챈 듯한 그녀를 뒤로하고 여경들과우리 일행을 불렀다.
세희는 불안한 눈치이지만, 그녀도 나의 시녀가 되고 나선 높은 공/방을 자랑하고 있으니 문제 없다.
"소령님은...아니 은경감님 말고요, 저기 진짜 소령님이요."
하필 은경감씨 이름이 소령이네....
"소령님은 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여기서 대기해 주십시오."
"타조직의...그것도 명예직의 명령을 받들 순 없습니다. 우린 우리대로 해결하겠습니다."
"허...."
일개 소령 주제에!
라고 말하지만 난 명예직이라 의미 없나.
끙...뭐라고 해줘야 하나....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군인입니다."
"아."
"시간 없다고 하신 건 명예 경무관이신 귀하 아니십니까?"
"그쪽도 시간낭비라고 하셨는데요."
"사건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더 이상 방해하신다면 그쪽도 함께배제하겠습니다."
얼씨구? 이것봐라. 당돌하기가 그지없으시네.
"군인이 그래도 됩니까?"
"무엇을 위한 치안부대라고 생각하십니까. 각 대대장의 자율적인 판단 하에 언제든 발포할 수 있습니다."
"아니...그런 원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그녀는 나를 무시하고 탱크를 향해 손을 살짝 휘저었다.
설마 저거 발포명령 아니겠지?
콰광!
"꺄아악!! 뭐야아!!"
씨발 맞네. 아니 제정신이세요??? 도시 한복판에서 포격이라니????
벙쪄있는 나에게, 그녀가 슬쩍웃으며 말했다.
"무서우면 뒤로 물러서시지요. 스무살경무관 나으리."
"...."
뭐야. 저 누나 무서워.
그보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거 아냐? 일개 소령인데??
"당신에 대한 정보는 각 던전 치안부대 대대장들에게 모두 전달되었습니다. 설마 강남을 제패한 사람이 이렇게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그거 디스 맞죠?"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이번에는 군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떤 미친년들이야!! 도시 한 복판에서 이딴 공..격......을...?"
탱크의 발포로 한쪽이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 길드원들이나오자,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ㅡ,
-투두두두두
하고 총을 갈겨버린다.
그것은 마치 전땅끄를 보는 것 같아 엄청난 위화감이 들었다.
"꺄아악!!"
그나마 죽일 생각 까지는 없는지 다리쪽을 겨냥해 쏘고 있다지만...어디 총이란 물건이 좀 대단한 물건인가. 모험가의 신체를 아무렇게나 박살내며 무력화시키고 있다.
"미쳤어...."
소라누나가그렇게 중얼거리고, 다른 여인들도 마찬가지 표정이다. 심지어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경찰들조차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스으으으.
약 1분 간의 사격이 끝나자, 길드 본거지 쪽은 완전히 넝마가 되어 바닥에서 올라온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간신히 멀쩡한 길드원들도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린 채 덜덜 떨고 있다.
그 광경을 아무 감흥 없이 바라보던 한사랑 소령이 무전기를 들었다.
-치익.
"지금부터 적진을 점거한다. 아직건물에 적이 있을 수 있으니...(중략)...의무대를 투입하여 상태가 위중한 자들 부터 응급조치및 군병원으로 이송한다. 이상 돌입."
드르르릉!
육중한 탱크가 앞으로 전진한다. 한 대 뿐이지만 그 위용은 그야말로 무적 그 자체.
그 뒤로 총을 쥔 병사들이 따라붙고, 그 뒤로 각종 응급팩을 든 의무병이 따라붙었다.
한소령은 여전히 내 곁.
"뭘 그렇게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겁니까?"
"다,당신!!!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아까 나한테 반쯤 덤벼들었던 여경이, 이번에는 한사랑 소령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단지 부추겼을 뿐이지만, 이 소령이라는 누나는 진짜로 발포명령을 내리고 완전히 개박살을 내버렸다. 신분상 민간인을 상대로 군대가 총을 겨누고 발포한 것이다.
그 악몽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아니...애초에 나도 놀랐다고. 군대가 저렇게 막나갔었나? 아니 이게 뭐야?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
"무엇이 말입니까."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총을...!"
한사랑 소령이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일갈했다.
"당신들 경찰의 사고방식이 그 모양이니 우리가 이렇게 뒤처리 하는 것입니다."
"뭐...라구요?"
"모험가는 그 자체로 위험분자입니다. 국가과 집단에 이익이 된다면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모조리 죽여 없애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
"상부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그냥 죽이는 건데. 아쉽군."
와...처음 봤다.
진짜 제대로 미친년이다....
근데 더 섬뜩한 건...저 여자가 고작 소령이라는 거지...소령 따위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건 분명....
"당신도 조심하십시오. 유은 경무관. 우리 대장님은 꽤나 유한 분이시지만 저는...굉장히 강경한 편이니 말입니다. 마침 다음달이면 강남에 부임할 겁니다. 그땐...잘 부탁드립니다."
...대장이 위에 있는 거냐.
십여분 뒤, 길드 본거지를 점거하기 위해 진군했던 병사들이 돌아오고, 의무대 또한 응급치료를 마친 길드원들을 지고 돌아왔다.
그 모습에 한사랑 소령이 이번에는 확성기를 들었다.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우리 던전 치안부대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범죄 길드를토벌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하였으나 안심하십시오. 우리는 국민 여러분의 힘입니다. 던전으로부터, 모험가로부터, 길드로부터, 각종 외적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