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08. 빼앗긴 자.
"하유라...."
예쁜 외모에 걸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제가 그쪽의 보호자가 될 거에요. 길면 한 달 동안 함께 던전을 돌게 될 텐데, 모르는 점이나 궁금한 게 있으면언제든 물어보세요. 이래보여도 베테랑이거든요."
후후 하며 웃는 미모가 그의 가슴에 콱 박혀들었다.
아아. 이래서는 마치 짐승이 아닌가. 두 여자를 잃어버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여자를 허락하다니.
그는 스스로를 타박했지만, 이는 본능의 영역이라 그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솔직한 말로, 소라는 가슴을 빼면 평범한 여인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그 세희조차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 앞의 여인은 그야말로 취적. 마치 누군가가 그의 뇌속에 들어와 온전히 그의 취향만을 첨가해 만든 인조인간 같았다.
그 정도로 그의 취향에 걸맞았다.
"자, 그럼 준비를 해야 할 텐데...보아하니 대략적인 건 다 가져오셨네요?
"아...네. 그렇습니다. 무기와 장비...모두 구매해 왔습니다."
"재력이 꽤 되시나봐요. 부러워라."
"하하...별 거 아닙니다."
운현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불과 어제 두 번째 실연을 맞이했는데 웃음이 나오다니. 스스로도 깜짝 놀랐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래. 이렇게 슬픈 순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웃어야 하는 것이다! 라고 자기합리화를 한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자신을 어떤 나락으로 빠뜨리게 될 줄 알았더라면 적극적으로 마음속의 벽을 쌓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꽤 좋은 아이템들 같은데...공/방은 어느 정도 되세요?"
"공격력 1천이 조금 안 됩니다."
"헤...튜토리얼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무려 초창기 유은보다도 높은 수치. 빵빵한 장비빨이란 그런 것이다.
"아닙니다! 저는 아직 초보라 보호자...유라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후후. 그래요? 듣기 나쁜 말은 아니네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니."
그녀는 살포시 웃었다.
입을 살짝 가린 그 모습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 결심했어. 두 년놈을 죽이고나면 이 여자와 사귀는 거야.'
세희는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솔직히 굉장히 예쁜 여자지만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싸가지 없기도 하고 여러모로 그의 취향이 아닌데다가, 어차피 신분이 너무 달라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렇다면 눈 앞의 취적존예와 맺어지는 게 나을 터!
물론 이렇게 예쁘다면 남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재력과 능력이라면 충분히 뺏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에겐 미안하지만...지금의 난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냐. 상처가 너무 많거든.'
"직업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제 추천은 원거리 직업이지만...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다면 그걸로 하는 게 좋겠죠."
"저는...압도적인 힘을 원합니다."
"힘? 그렇다면 근거리ㅡ."
"히든직업을 원합니다."
"아...."
유라가 잠시 말을 멈췄다.
히든직업.
강한자는 더 강하게, 약한자는 더 약하게 되는 이 극단적인 격차를 만들어내는 주범으로, 한때 그녀도 히든직업에 대한 열등감에 이기지 못하여 결국 탈락했던 적이 있다.
물론 던전과 꿈을 완전히 잊지는 못해서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 아이가 정말 은인이야. 내 꿈을 되찾아 주었으니까.'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강남 던전을 정복했다던데, 참 대단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쪽으로도...어머. 망측해.'
딱 한 번이지만 화장실에서 나누었던 뜨거운 섹스를생각하며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응? 설마 나한테 반했나?'
그 모습을 본 운현은 완전히 김칫국 마시기.
'하긴. 내 재력도 얼핏 보여줬고, 내 얼굴이나 몸매가 나쁜 편은 아니니 그럴 만도 하지. 이거 생각보다 쉽겠는데.'
응 아냐.
+++
"여. 안녕. 얼굴 좋네."
"...."
눈 앞의 미모가 와락 일그러진다.
그럼에도 한 치의 아름다움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극상의 미녀!
게다가 표정 봐라. 존나 띠껍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잖냐. 자고로 저런 여자를 굴복시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쾌락이지. 그 뭐냐 따먹 물랑말랑 선생이 말했어.
"너 오늘부터 내 노예인 거 알지?"
나의 그 말에 한 번 더 얼굴이 일그러진다.
나는 흐흐 웃으며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 하나를 그녀에게 밀어 주었다.
"자. 많이 먹어라. 그래야 다리도 벌리고 좆도 빨고 하지."
"...이 개새끼."
오오. 입 험한 거 보소.
그 얼굴 그 몸매에 재벌 3세시면서 입이 그렇게 험하시다니요. 참으로 감사하네요. 따먹을 맛이 늘었어.
"역시 뭔가 한 거지?"
"응? 뭐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상황이 아냐. 너무 부자연스러워. 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짓이라니? 난 널 받은 죄밖에 없는데."
"웃기지마!! 분명...분명 그날 미팅을 잡았고, 생명수인지 뭔지를 준비하라고 했잖아. 그거랑 관련 있는 거지?"
거 참 기억력 한 번 좋으시네.
"이상한 오해를 하는구만~ 그건 그냥 포션에 불과한 거야. 별 다른 효과는 없다고. 그리고...설령 그렇다 해도 네가 무슨 상관이야?"
"뭐?"
"넌 이제 내 좆물받이일 뿐이야. 건방지게 쓸데 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이...이...!"
흐흐. 시녀도 아닌 여자한테 좆물받이라고 할 날이 올 줄이야.
"그건 그렇고, 너,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 나름 높은 사람인데."
"하. 높은사람? 일개 경무관...그것도 명예직이면서 높은 사람? 흥. 그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명함도 못 내밀어."
아니...명함은 내밀 수 있는데여.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경무관이고 뭐고간에 경찰의 신뢰를 받는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그러면서 일개 도시를 거느리고 있다고. 말하자면 경찰의 권력과 치외법권의 도시를 소유했다는 거지. 시장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거야."
"고작 인구 7만?"
꽤 많이 알아왔는지, 강남던전의 인구를 들먹이며 비웃는다.
근데 그거 알아? 유동인구는 그에 몇 배가 넘는다는 거.
"고작이라니. 이 아가씨가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만? 난 곧 세계를 지배할 사람이야."
"파하하하!"
대차게 웃어재낀다.
"세,세계...세계를 지배한다고? 아하하하!"
"뭘 그렇게 웃냐. 그러다 파리 들어간다."
"할아버지도 못한 걸 너 따위가?"
"네 할아버지는 그만한 능력이 없었으니까. 너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나를 뺀 나머지도 그렇지."
"하하. 제대로 미쳤구나?"
"내 능력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마치 예수를 처음 본 유대인들이 그를 미친놈 취급한 것처럼."
"병신새끼."
"갈릴레이가 이런 말을 했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나도 한 마디 하지. '그래도 세계는 내꺼다.'라고."
이젠 아예 불쌍한 정신병자를 보듯 날 바라본다.
"이런 놈한테 팔려오다니...자살하고 싶어."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식탁에 얼굴을 묻는다.
꽤 귀엽게 굴잖아?
"야레야레, 내 힘을보여줘야겠구만."
"뭐래. 오타쿠새끼가. 좆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처먹어."
넵.
고독하지않은 미식가의 노로상처럼 맛있게 먹어볼까나.
각종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잔뜩 담아와서 뭐부터 먹을까 고민이 된다.
역시 시작은 스프가 좋겠지?
노란색의 알맹이가 군데군데 떠 있는 콘스프. 숟가락으로 슬쩍 들어 올리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살짝 들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맛을 음미하는 것 같아.
음. 좋군.
스프 특유의 향기와 옥수수의 식감이 입 안에 감돌고 있어. 더불어 위장이 따뜻해지니 그야말로 먹기 좋은 최적의 상태.
다음은 볶음밥이려나. 역시 숟가락으로 한웅큼 떠서ㅡ,
"아 씨발 못해먹겠다."
그냥 처먹으면 되지 뭘 이딴 걸 하고 있냐.
"뭐야 갑자기."
"뭐 이년아. 다리 벌릴 준비나 해."
"...."
.
.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무표정의 세희를 일으켜 세웠다.
"자. 가자."
"...."
그녀가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나를 따라왔다.
흐흐. 이년은 대체 어떤 얼굴로 앙앙거릴까나~
아, 엉덩이도 범해버리자. 그럴려면 서현이도 불러야겠지? 내 처음은서현이 엉덩이로 한다고 했으니까.
띠리리리.
-네 주인님.
"지금 뭐해? 바빠?"
-한가하진 않지만 주인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달려갈 수 있어요.
달려오긴. 어차피 길드 안이면서. 그래도 기특한 대답이네.
"지금 따먹을 거니까. 내 방으로 와."
-네! 주인님.
서현은 기쁜 기색으로 즉답했다.
"...진짜 단체로 미쳤네. 그년한테는 또 무슨 짓 한 거야?"
"짓이라니. 평범하게 범했을 뿐인데."
"인간 쓰레기."
"아이고. 너무 많이 들어서 아무 타격도 없네요오."
"스킬이냐?"
"응? 아닌데."
시녀로 만든 건 스킬이지만...쟤는 그냥 만들자마자 호감도 100충성도 100을 찍었다고.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럼 재능?"
"아니라니까 그러네. 쟤는 원래 나한테 충성하던 애야."
"하. 니 말을 믿느니 일본새끼들 말을 믿겠다."
"야 그건 너무하잖아."
"너무하긴. 강간마를 믿는 게 이상한거지."
"어차피 안믿을 거면 뭐하러 물어봤냐. 웃긴년이네."
"너ㅡ."
"주인님!"
세희가 뭔가 말하려던 때, 저쪽에서 서현이 달려왔다.
내 방으로 오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중간에 나와 세희를 본 모양이다.
"오오. 내 좆물받이2호. 이리와."
"헤헤."
굉장히 상스러운 단어를 썼는데도 좋다며 달라붙는 서현.
아. 풍만한 가슴이 폭 하고 눌린다. 이 앙큼하고 귀여운 녀석. 오늘은 보지와 함께 엉덩이도 잔뜩 범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