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63)화 (62/517)



〈 63화 〉07. 키잡의 시작.

07. 키잡의 시작.







"앞으로  부탁합니다."
"네."

일주일 뒤,

나는 공식적으로 '명예 경무관'이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경찰관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자리한 곳에서 생전 받아본 적도 없는 상장과 계급장?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 무궁화가 달린 제복과 모자를 받았다. 그리고 임명장 등등...하...많기도 하네.


참고로 기자들도 엄청 많이 몰려 있었는데, 기사를 보니까 '대한민국의 발빠른 움직임!' '경찰들 웬일로 일하나?' 등의 제목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충 요약하자면,



최근 모험가들의 등장으로 인한 경찰 치안력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길드의 장에게 명예직을 주어 불라불라. 아 대충 이 정도로 하자. 저런 부류의 기사들이다.

아무튼 경찰들이 드디어 모험가의 힘을 갖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추세에서도 상당히 빠른 타이밍이라고 한다.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경무관 나리."

소라누나가 장난스레 경례했다. 정장에 감싸인 거대한 가슴이 살짝 출렁거렸다.

말캉.


"꺗!"
"흐흐. 그럼 수청을 들어랏!"
"뭐,뭐야아 그건...!"

으헤헤.좀 이상하지만 뭐 어때. 기분 좋으면 되지.


"으휴. 뭐하는 거에요. 다들 보잖아요."

소라누나를 껴안고 부비적거리고 있는데 유나씨가 핀잔을 준다.

"네? 유나씨도 해줘요?"
"필요 없거든요."

혀를 쭉 내밀며 메롱한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소라누나와 유나씨와 놀고 있자, 저편에서 도희씨가 다가왔다.
도희...참 먹음직스런 이ㄹ..흠흠...이쁘시네.

"그러게요."


나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도희씨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 손을 꽉 잡았다.


"맡은  일은 확실히 해 주시기 바래요."
"네. 근데 제가 상관 아닌가요?"
"명ㅇ...후...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무관님."

우하하하! 표정 일그러지는 거 봐. 그래도 이쁘긴 하지만 뭔가 통쾌하네.


"그럼  얘기도 할 겸, 나가서 커피나 한  할까요?"
"전 일이 많습니다만?"
"에이~ 지금 이거보다 중요한  있습니까?"
"많습니다."
"순경 및 형사들의 모험가화는 경찰의 숙원사업 아니에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경감이나 경위한테ㅡ."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렇게 사람을 동원하는 일일수록 고위직이랑 얘기를 나눠야지. 강남 경찰서하면 서장님이 제일 높으신 분이잖아요?"
"...."


고민하는 군.
흐흐. 이런 미녀를 놓칠 순 없지.


이참에 설명해 두자면, 신도희씨는 칼 같은 단발머리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면 소라누나처럼 펌을 넣지 않은 생머리라는 뜻이다.
턱을 살짝 지나쳐서 목 중간 높이까지 내려오는데, 이게 묘하게 섹시하다. 게다가 한쪽 귀는 완전히 드러내고 있단 말이지.

게다가 몸매는 역시 발군. 음음. 아주 좋아.


"...뭘 그렇게 훑어보는 거죠?"
"아. 제복이 신기해서 말입니다."
"...."

뚱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쓸데 없는 수작은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아무튼 알았어요. 중요한 사안인  사실이니 시간 내보도록 하죠."
"하핫 수작이라뇨. 순수한 사람인데요."
"...뒤통수 따갑지 않으세요?"

음....
살짝...?


"시간은 언제 되십니까?"

도희씨가 한숨을 살짝 쉬고는 손목시계를 살폈다.

"곧 있으면 점심이니 밥이나 먹죠."
"오. 좋아요. 콜. 뭐 드실래요? 아니면 제 가게에서 접대해 드릴까요?"
"? 장사도 하고 계세요?"
"아뇨. 보호세를 걷고 있죠."
"...."

맘에  든다는 듯이 쳐다보는데...후후. 그럴 수록 나의 마음은 더욱 커져간드앗!

"됐어요. 근처에 맛있는 곳 있으니 거기로 가죠."
"어디요? 스파게티라면 싫은데."
"...."

와. 맞췄나보다.

"유은씨."

그때, 전에 서장으로 가장하고 우릴 만났던 아저씨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음...직급이 뭐였더라.

"청장님."

아. 맞아. 서울지방경찰청장 이라고했지 아마. 명칭 한 번 겁나기네.


"이것도 기념인데 밥 한끼 어떻습니까?"
"남자와 먹고 싶지 않습니다."
"허...단호한 사람이구만."


난처한 듯이 웃는 아저씨.
흥.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남자와 밥이라니 절대 사양.


"이봐요...고위직이랑 얘기 나눠야 한다면서요?"
"고위직 '여성분'과요. 전 여자와 말이 잘 통하거든요."
"...빠득. 개소...아니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이게 장난인  아세요?"

오. 방금 욕하려고 했어. 귀엽다.

"하하.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사실 실무자는 신총경이기도 하고."
"...."

도희 누나가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아저씨를 바라봤지만, 다행히 그는 적당히 빠져주었다.
흐흐. 눈치는 있구만. 그나마 다행이네.

"자. 그럼 갈까요."
"...."



.
.




그리하여 나는 세 명의 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음식점에 왔다.
궁중삼계탕 어쩌구 하는데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적당히 한식 코스요리를 시켰다.


"...."


왠지 모르게 굳어 있는 도희 누나.
설마 이런 데 처음 와보나? 뭐...나름 고급 음식점이니까 일반 서민이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총경이잖아?


"왜 그렇게 굳었어요?"
"여,여기...가격표가 없는데...그럼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진짜 처음이냐. 어떻게 총경까지 간 거지.


아니 뭐 내가 비리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총경 다는  진짜 하늘의 별따기라고? 갖은 아부와 로비를 펼치지 않으면 힘들다고?
근데 여자에다가 심지어 나이도 37밖에 안 되는 사람이 총경까지 달았다면 그쪽으로 엄청나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 보통?


그리고 그런 게 아니라도 접대라던가 엄청 들어올 텐데....
근데 모른다니....


"순수한 척 하시는 건 아니죠?"
"그게무슨 소리에요?"
"음...아니에요. 비싼 건 맞는데...뭐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니! 내주기라도  건 가요?"
"네."
"...이,이렇게 비싼 데를?"
"아직 가격 모르시잖아요."

그리고 다른   떠나서...총경에 경찰서장이면 기본 월급에 이런저런 수당까지 해서 월 600이상은 받지 않나? 관사랑 차까지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왜 이렇게 가난하게 굴어?

"이런 곳은 보통  끼에 수백만원씩 한다고요!"
"그럴...수도 있겠지만 여긴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아요. 어디보자...50만원 정도 나오겠네."
"힉...비싸...밥 한 끼 먹는데 그렇게까지...4인 분할해도 12만 5천원이나...."

뭘 또 그렇게 정확하게 계산을 하시나.


"제가 산다니까요. 아, 그래 나중에 한  놀러오세요. 전에 왔었죠? 제대로 대접해 드릴 게요. 출장뷔페 어때요? 아니면 일류 요리사를 고용한다거나."
"흠...흠흠...저 공무원이거든요?그런 거 받으면 안 돼요. 식사값도 제가ㅡ."
"제가 상관인데요? 명예직이지만."
"...그,그래도."
"그리고  그런  따져요.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우리가 뇌물 거래 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제 진급에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끌어다 드릴 테니까."
"흥. 명예직 주제에."
"명예직 무시하십니까? 그래도 경무관인데."
"실적이 있어야 존중도 해드리는 겁니다. 경.무.관.님."
"실적은 이제 엄청나게 쌓일 겁니다."
"자신만만하시네요."
"능력남이거든요."

도희누나가 샐쭉하게 노려봤다.
아..이쁘네. 이런 사람이 37이라니. 너무하잖아.

"근데 언니, 궁금한  있어요."
"어,언니?"
"저보다 10살 많으니시까 언니라고 부를게요."
"10살...."

 침울해한다. 아마 나이를 실감한 거겠지.
그래도 뭐...괜찮아. 내 여자가 되면 나중에 어떻게든 어려지는 아이템을 사용할 테니까.


"애인 있어요???"


소라누나가 얼굴을 쭉 내밀며 물었다.
마침 나도 궁금했던 건데...나이스 타이밍!


"애,애인?"
"아...지금쯤이면 결혼 하셨으려나?"
"아뇨...결혼은  했어요...."
"그럼 연애중?"
"...그,그런 얘기는...그러는 당신은 어떤데요?"
"저요? 저는...."

아,안돼. 지금 그걸 말하면 작업이 힘들어져!


"그런 것보다 도희씨, 그 조건도 들어 주시는 거겠죠?"
"어떤 조건이요?"
"여경만 보내시는 거요."
"...."

도희누나가 인사을 찌푸렸다.

"꼭 그래야 해요? 뭔가 수상한데."
"전에 말씀 드렸다시피...저쪽에 앉아 있는 뚱한 얼굴의 누나가 남혐하시거든요. 그 매운갈비탕의...."
"아...그런...데는 해요?"
"...페미니즘이거든요."

살짝 자신 없는목소리로 말하는 유나씨.
뭔가 페미끼가 빠진 듯한 느낌인데...하긴,원래도 다른 애들과는 달랐지. 전에 소냐씨와 만났던 돼지 삼형제는...어후....

"저런 분이 곁에 계시다 보니, 저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서요. 여경분들을 도와드리고 싶네요. 진급 힘들잖아요?"
"그 말 정말이에요?"
"그럼요."
"근데 왜 저는 여경들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의 수작으로 들리는 걸까요."
"그건 도희씨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뭐에요?!"

나는 경건하게 가슴에 손을 댔다.


"저는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여경분들을 돕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하였지만, 도희씨가 보기에 그것이 음탕한 목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도희씨의 마음깊숙한 곳에 그러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개소리에요. 말도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쩝."

역시 정도가 심한 개소리는 <<황명>>으로도 안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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