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53)화 (53/517)



〈 53화 〉05.새로운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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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씨와 나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마도 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강남으로 출발할 것 같은데 많은 체력을 소모했더니 엄청나게 배고프다.
왜 많은 체력을 소모했냐고? 알면서  물어.

"근데 이렇게 되니까 괜히 숙박으로 긁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무려 100달러였는데."
"이미 대실로   있는 시간은 넘겼잖아요."

그렇긴 하지만...역시 거지근성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큰 금액을 버렸다는 생각이 드네.
음...내 재산을 보면 좀 그런 생각이 나아지려나.



"뭐 드실 거에요?"

소냐씨가 살짝 팔짱을 끼며 물어왔다.
시간은 저녁 8시를 넘겨어둑어둑한 때. 달빛이 그녀의 외모를 비추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매력을 발산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살짝 붉은 걸로 봐서 아직도 흥분이  가셨다.


"음...국밥 어때요? 돼지국밥 시원하게."
"좋아요."
"오!"

엄청 고급입맛이실 거 같아서 거절할 줄 알았는데 쉽게 승낙하네.

"돼지국밥이 뭔지는 아시죠?"
"...저 무시하는 거에요?"
"에이 설마요. 제가 어떻게 소냐씨를 무시하겠어요. 이미지가 너무 세련되셔서 국밥과는 연이 없어 보일 뿐이에요."
"...그런 말 자주 들어요."

과연.  말고도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이 많나보다. 어쩔 수 없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완전히 냉정한 차도녀+커리어 우먼이니까. 실제 보여주는 성격도 그렇고. 섹스할 때만 좀 앙앙거리는 거지....

"하지만 저도 사법고시 준비할 때는 그런 거 많이 먹었는걸요?"
"어. 진짜요?"
"저라고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고, 변호사이진않았으니까요."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없어요."

원체 표정이 냉담해서 혼나는 것 같다. 뭐 본의는 그게 아니겠지만.


"근데 뭔가 사법고시하면 되게 없어보이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소냐씨의 그런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아요."
"후후. 많이들 그러더라고요. 저도 그땐 대충 머리 묶고 츄리닝만 입고 다녔는데 아무도 안 믿어요."
"헤...."
나도 안 믿어진다.
분명 그러긴 했을 텐데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근데 아는 곳 있어요?"
"음...그냥 아무데나 가면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거기서 거기던데...입맛이 싸서 그런가.

"그럼 가까운데 들어가요."

소냐씨가 먼저 앞장서서 걸어갔다.
뒷모습이 매우 늠름하다. 진짜 어른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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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주인님. 이분은...?"

새벽 1시가 다되어 길드 본부에 도착했다. 그 동안 소냐씨랑 카페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일종의 데이트 비스무리한 것들을 했는데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라? 그러고보니까 나 데이트는 태어나서 처음 아닌가? 소냐씨가 나의 처음을...흠흠....


참고로 새로 만들어진 길드 이름은 하렘궁이다. 아 소냐씨도 보고있을 텐데 갑자기 창피해지네.
어쨌든 15개의길드가 몰락하면서 일주일간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그냥 힘으로 콱 눌러 버렸다.

아마 나중에 개축? 그 뭐냐 다시 지을 테지만 일단은 스톤에이지 길드가 쓰던 건물을 쓰고 있다.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게 서현이기도 하고.


"소냐씨라고, 유나씨 어머니야."
"네? 어머니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소냐씨에게 꽂힌다.
하긴. 믿을 수 없겠지. 못해도 40대 중후반이라는 건데 2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잖아.

나는 격려하듯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믿기지 않아도 우린 믿어야 할 때가 있어."
"...그러지 마세요 주인님 오글거려요."
"...."

이녀석 충성도 떨어졌냐.

"아무튼. 그 경찰서장인지 사장인지 와 있어?"
"네. 20분 전 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군."
"소라씨와 유나씨가 상대하고 계시고요."
"음? 누나들은 굳이 있을 필요 없는데."
"누군가는 상대해야 하니까요."
"그렇구나.괜히 미안하네."

나는 살짝 발걸음을 빨리했다.

익숙한 로비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등등의 일을 거쳐 경찰서장이 있다는 문 앞에 도착했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줘요.
-뭐,뭐라고 이 계집애가!!
-아. 이래서 한남충은 싫다니까. 거기에 중년이기까지..아 극혐.
-이 개년이!
-서,서장님 진정하세요!!

흠. 순조롭게 아수라장이군.

나는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 뒤로 소냐씨와 서현이 따라왔다.


"무슨 얘기중이길래 그렇게 험악해요?"
"...어,엄마?"
"안녕."
"여- 이제왔구나 소년."
"소년 아닙니다. 청년이라고 해주세요."
"스무살이면 소년이지 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유나씨 옆에 앉고, 그런 내 옆에 소냐씨가 앉았다.
서현은 소파 뒤로 가서 기립.

"흠...흠흠...청년이 길드장인가?"
"어."
"...말이 짧군."
"너도."
"...."

중년의 아저씨 표정이 대번에 붉어진다.

"저기요. 그래도 웃어른인데 반말은  아니지 않아요?"


옆에 있던 여경누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음. 좀 귀여운데...?

"누나. 오는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말 몰라요?"
"그건ㅡ."
"나는 다짜고짜 반말하는 사람한테 존댓말 해줄 정도로 신사적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꼬우면 얘기 하지 마시던가."
"...."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저러고 있어. 그것도 경찰이라는 양반이."

풋. 하고유나씨가살짝 웃는다.
그 모습의 서장의 표정이 더욱 붉어졌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눌러 참았다.

"기,길드장이시군요."
"네."
"와.뭐야. 나랑은 반말로 실컷 싸워놓고 한남한테는 바로 깔고 들어가네. 여자라서 무시ㅡ."
"응. 조용히 하자 유나야."

억울하게 떠드는 유나씨의 입을 소라누나가 막는다.

그나저나 진짜 뭔가 절실한 게 있나보네. 이렇게 싸가지 없이 나가는데도 있는 걸 보면.

"우선 귀하의 성공에 심심한 축하를 드립니다. 능력이 대단하시군요."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는 이런 저런 축하의 말을 건냈다. 표정으로는 엄청나게 분노한 게 보였지만 일단 말은 최대한 부드럽게 하고 있다.



그렇게 몇 번의 화제가 전환되고 나서, 드디어 본론을 입에 올렸다.


"이렇게 귀하를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부탁이요? 총경까지 다신 분이 부탁이라니 새삼 무섭네요."


소냐씨에게 경찰서장이라는 게 얼마나 고위직인지 대충 들은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진짜 말 그대로 지역사회에서는 끝판왕이 경찰서장이라는데 어지간한 일이면 아래에 수두룩한 경찰들 써써 일을 처리하지 저렇게 부탁하러 오진 않을  아냐?


"어려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뭐야 그 두루뭉실한 화법은.

"그쪽 아가씨가 말한 대로, 지금의 경찰은 치안을 유지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죠. 지금이야 모험가들이 크게 날뛰지 않고, 각 길드의 통제를 따른다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와. 경찰서장한테 저런 말까지 했다니. 유나씨 대단....

"해서 조직내에서는 경찰들을 모험가화 하는 안건이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고, 그 시범조직으로 우리 강남 경찰서가 선택 되었습니다."

"흠~  하필이면 강남이죠? 여기 대한민국 최고 던전인데.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간 그냥  하고 죽어요. 차라리 한남동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낫지 않나."

"그쪽은 던전협회와 회사들이  쥐고 있는 곳이라 로비가 심합니다. 그리고 해당 기관도 치안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어서 필요성을 잘 못 느끼고요."

"아. 그럼 서장님은 잘 느끼시나보네요."

"본인이 한 일이 있으니 잘 알지 않습니까? 대낮에 길드건물...여기죠? 침입해서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 놨던데. 게다가 지금은 아예 길드들  밀어버리고 강남을 자기 영역으로 선포까지 하셨잖습니까.  과정에서 대체 몇 명이 죽었을지...? 그래도 우리 경찰은  하나 못댑니다. 불러다가 취조하는 게 다지."


"뭐. 그건 정당방위였습니다만. 그쪽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죠."

"조직 내에서도 강남 경찰서에 이 안건이 가장 크게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범조직으로 선발된 거고요."


"그럼 뭐 어떻게 해달라는 거에요? 쩔이라도 해드리면되나. 근데 그거 우리한테도 리스크 크다는  알고 있죠? 해줄 이유도 없고."

길드가 던전시티를 지배하는 게 묵인되는 이유는 경찰의 무능 때문이다. 그들을 무시하는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몬스터와 모험가 앞에 무력하다. 때문에 던전시티는 대개 지배중인, 혹은 분할중인 길드들이 모험가를 통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모험가의 힘을 얻게 된다면 길드의 힘이 축소되는  불보듯 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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