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03.또 다른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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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까지 하고도 시간이 남은 나는 그 '큰 틀'이라는 걸 정해보기로 했다. 용어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했으니...계명 정도로 해두자.
종이에 써두는 게 좋겠지?
"흠...근데 시녀도 다 종류(?)가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는 건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계명'을 종류별로, 상황별로 만들어 사람마다 혹은 상황마다 따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오오. 알아서 답도 해주네.
그런 거라면 일단...이 노예녀석의 법을 정해주지. 앞으로 던전 탐험을 하다보면 날 퍽치기 하려는 여자들도 있을 거고, 여러 가지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노예로 부릴 애들을 좀 확실하게 조일 수 있는 법이 필요하겠어.
몇 분간 고민하던 나는 금방 5가지 법칙을 만들어 냈다. 이걸 노예 5계명이라고 하자.
[노예 5계명]
1조. 시녀는 나(유은)를 향한 어떠한 종류의 배신도 해선 안 된다.
2조. 시녀는 나(유은)에게 항상 공손해야 한다.
3조. 시녀는 자신보다 나(유은)를 더 우선해야 한다.
4조. 시녀는 나(유은)에게 복종해야 한다.
5조. 시녀의 모든 재산은 나(유은)의 재산으로 분류된다.
뭔가 허술하고 계명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것도 있어 보이지만 일단은 이렇게 해두자고.
[연계 퀘스트 : 틀 설정 을 완료하셨습니다.]
좋아 완료. 분명 보상이...시녀 충성도+5였었지?
요녀석 충성도는 어떠려나. 바닥?
<이은주>
호감도 : 1
충성도 : 55
속마음 : 알 수 없음.
오? 충성도는 꽤 되네. 공포의 효과인가. 이것도 뭔가 스탯과 상관이 있겠지?
[충성도는 시녀에 한정된 시스템으로, 충성도 1마다 10의 색기 스탯이 상승합니다. 아울러 승은을 입어 '재인'으로 승급시 충성도는 사라집니다. 단, 충성도로 인해 오른 색기 스탯은 차감되지 않습니다.]
흠...그러니까...빈이나 비로 만들려 해도 시녀로 굴리면서 충성도 100을 찍고 가는 게 스탯상으로 1천개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거네.
일단 이녀석 충성도를 올려야 할 텐데...나는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을 알고 있지롱.
[연계 퀘스트 : 세부 규칙 설정]
틀, '계명'을 만드셨군요. 하지만 계명 만으로는 효율적으로 컨트롤 하기가 힘듭니다. 각 계명마다 세부적인 규칙을 만들고 그에 대한 패널티 또한 만드셔야 합니다. 규칙과 패널티란, a라는 규칙을 정하지 않았을 때 b라는 불이익을 시녀가 받게 되며, 이 불이익을 시녀가 거절할 시 기존의 -80% 스탯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계명과 세부 규칙은 카테고리마다 상이하게 만들 수 있으며, 시녀마다 다른 카테고리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시녀는 자신에게 부여된 계명과 그 세부 규칙들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으며, 충실히 이행할 경우 일주일에 1~3포인트씩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내용 : 계명의 세부 규칙 설정(0/1)
보상 : 모든 시녀 충성도 +10
음...쉬울 줄 알았는데 쉽지 않군. 세부 규칙을 만들라니...근데 하나만 만들면 되는 건가?
1조. 시녀는 나(유은)를 향한 어떠한 종류의 배신도 해선 안 된다.
-1항. 시녀는 나(유은)가 아닌 타인에게 자신의 배신에 관하여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수 없다.
자, 어떠냐.
[연계 퀘스트 : 세부 규칙 설정 을 완료하셨습니다.]
오오. 그럼 다음 퀘스트는...?
똑같은 거로군. 그냥 숫자만 바꼈어. 세부규칙을 4개 더 정해야되네. 하지만 보상이 좋지. 충성도 +20이라. 그럼 색기스탯 200개네. 좋아. 오늘 다 해버리자.
그렇게 잠시후...
[노예 5계명]
1조. 시녀는 나(유은)를 향한 어떠한 종류의 배신도 해선 안 된다.
-1항. 시녀는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배신에 관하여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수 없다.
2조. 시녀는 나(유은)에게 항상 공손해야 한다.
-1항. 시녀는 나와 나의 재인,빈,비에게 존대한다.
3조. 시녀는 자신보다 나(유은)를 더 우선해야 한다.
-1항. 시녀는 위험사항에서 나와 나의 재인, 빈, 비를 자신의 몸 보다 먼저 보호한다.
4조. 시녀는 나(유은)에게 복종해야 한다.
-1항. 시녀는 일부 규칙화된 명령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일을 수행하여야 한다.
-2항. 규칙화된 명령이라 함은 '내가 일어나기 전에 아침을 차려라' 따위의 정형화되고 지속적인 명령을 뜻한다.
5조. 시녀의 모든 재산은 나(유은)의 재산으로 분류된다.
-1항. 시녀는 나의 허락 하에서만 사유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
-2항. 시녀의 사유재산의 한계는 나의 재량에 따라 제한을 둘 수 있다.
짜잔! 어떠냐 이 악마적인 법안이!!
흐흐. 일단은 이 정도만 해도 괜찮겠지.
혹시 또 퀘스트가 생겼나...?
흠.
없군.
좋아. 이제 나가면 되겠다.
"따라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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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멋쩍어 하는 소라누나와한창 전화하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유나씨를 볼 수 있었다.
"...누구래요?"
"어머니."
"아...."
엄마크리구나. 혹시 유나씨도 집에는 비밀로 하고 온 건가?
"뭐엇 나,남자친구우우? 그,그그딴 걸 내가 왜 만들어어!!"
이미 있잖아요. 아니, 남편인가.
"선은 무슨!! 끊엇!!"
빽 소리지르고는 전화를 꺼버린다.
"색다른 모습이네요 유나씨."
"...흥."
왜 나한테 화를 푸는 걸까.
"어? 그건 뭐에요?"
소라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그녀의 뒤로 로봇 같은 게있다.
몸체의 크기는 대형 모니터 정도 되고, 그 몸체 사방으로 네 개의 다리가 뻗어 있어 사족보행을 하고 있는데, 몸체 위에 압축(?)된 천이 있다. 이거 전달이 잘 되는지 모르겠네.
"인벤토리에요."
"...인벤토리요?"
"네."
유나씨의 깔끔한 대답.
"그럼 평생 가방 매고 다닐 줄 알았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저건 너무하지 않나. 던전인데! 던전인데!!
"지금은 저렇게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몸체에서 가방이 툭 하고 튀어 나와요. 거기에 부산물과 아이템을 차곡차곡 넣는 거죠. 최대 높이 2미터 까지 쌓을 수 있고, 무게는 800kg까지 견딜 수 있어요."
"우와아...."
이렇게 들으니까 쩐다.
그럼 이게 있으면 은주가 짐꾼을 할 필요가 없는 건가?
"보통 한 팀당 이거 두 대에 각자 가방을 매고 다니죠."
매는 거냐.
"그래서, 이거 얼마에요?"
"대당 5천 달러 정도. 그것도 점점 비싸지고 있어요."
"...."
비싼...건 아닌가.
"대여 같은 건 할 수 없나요?"
"예전에 한 기업이 시도한 적은 있는데, 리스크가 너무 커서 금방 포기했어요. 팀이 전멸하면 대여료는 둘째치고 손해가 너무 크거든요."
"아하...그럼 이거 사오신 거에요?"
"아뇨. 제가 쓰던 거에요. 지인한테 빌려줬다가 다시 받은 거죠."
"그렇구나."
흠...나도 하나 살까? 물론 내 짐이야 은주가 들고 다니면 된다지만 그래도 탐나는데.
짝짝.
유나씨가 갑자기 박수를 쳤다.
"자. 일단 들어가죠. 본격적인 사냥은 내일부터 일주일 정도로 잡고 오늘은 맛보기만 해요."
그러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저기, 밥은요?
"밥은요?"
"나도 안 먹었는데.
우뚝.
유나씨가 멈춰섰다.
"...설마 먹고 왔어요?"
"에이 설마."
"...."
그녀가 빳빳하게 고개를 돌린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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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운 우리는 오후 1시쯤, 던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뭔가 표현은 못하겠는데지독한 기운이 느껴진다. 게다가 동굴 벽도 기분 나빠. 마치 해골로 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바닥은 또 왜 이러냐. 이거 설마 뼛조각이야??
"조심해요. 여기 바닥과 벽은 굉장히 단단하니까요. 그리고 그쪽...은주라고 했던가요? 한 발이라도 스치면 사망이니까 조심하고요......혹시나 해서 묻는데 공격력이랑 방어력이 어떻게 되죠?"
"공격력 5,900에 방어력 6,800입니다."
"와우... 그냥 이 던전 돌아도 되겠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별 것 안했습니다."
1레벨이지만 공격력이 거의 6천...
아마 충성도 때문이겠지. 1마다 색기 10씩 오른다고 했으니까. 지금 충성도가 80쯤 되려나?
<이은주>
호감도 : 1
충성도 : 85
속마음 : 후우...그래...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자.
오? 충성도 85에다가 왠지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뿌듯한 마음에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그녀. 별로 기분 좋아하는 것같진 않지만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