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6)화 (6/517)



〈 6화 〉01. 모험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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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카페까지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후, 나와 유나씨를 제외한 사람들은 자기 거처로 돌아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전 당신에게 대략적인 감을 알려주기 위해 남았을 뿐이지, 딱히 마음이 있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요."
"안합니다."


유나씨는 나를 이끌고 던전 근처를 걷기 시작했다.

"던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요?"

갑자기 선생님처럼 물어오는 그녀.
이렇게 물어오니까 뭔가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데.

"음...굉장히 위험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는 것?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죠."
"정말 기초적인 거네요."

유나씨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일반인은잘 모르겠죠. 던전에 대해 개방된 것은 일부분이니까."
"저도 어엿한 모험가인데요."
"푸훗. 이제 1일차인데요? 아직 민간인이나 다를 바 없어요."

그녀는 나를 애송이 취급하며 웃었다.
칫.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이뻐서 그런지 딱히 나쁜 기분이 안 든다. 이거 반칙아냐?


"개인에겐 단순한 돈벌이 수단일 수도 있죠. 실제로도 그렇고요. 하지만 던전은 결코 그런 단순한 녀석이 아니에요. 존재 자체가 혁명과도 같죠."

유나씨가 대로변에 있는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3층 정도 되는 것으로, 건물 전체가 통째로정육점이다.

"저 건물에서 무얼 하는지 알고 있나요?"
"정육점이니까...고기를 파는 거 아닙니까."
"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열대가 없어요."
"...그러네요."
"저긴 이 던전에서 나온 '고기'들을 도축하는 곳이에요."
"...네?"

잠깐. 이 던전에서 나온 고기라니...그거 설마....


"들개나 고블린. 그리고 기타 짐승형 몬스터들. 그 시체를 도축해서 아주 싼값에 양질의 고기를 만들어내죠. 아까 들개가죽판 거 기억하죠?"
"네."
"가죽 하나에 50센트였어요. 들개 시체는 얼마에 매입될 것 같아요?"
"모르겠습니다."
"1달러50센트에요. 거의 사람만한 크기의 고깃덩어리가 고작 2달러도안 된다는 뜻이에요. 인건비를 포함해 봐야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들에 비하면수십분의 1가격이죠."

과연.
확실히 그렇다.
들개만 해도 사람 반만하고, 무게로 따지면 족히 20kg은  거다. 근데 그런 게 고작 2달러도 안 된다니. 이것 저것 도축해서 10kg이 남는다 해도 kg당 20센트다. 우리나라돈으로 200원....


"근데 들개는 그렇다 쳐도 고블린 고기를 먹긴 좀 그렇지 않나요?"
"우린 그렇죠. 고블린 뿐만 아니라 들개, 그리고 3층에 있는 들고양이나들쥐 등등. 평범한 사람들이 섭취하기에는 꽤나 꺼려지는 것들이죠."

꽤나가 아니라 엄청나게 힘들 것 같은데....솔직히 개도  먹는 사람 많잖아?

"하지만,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그럴까요?"
"아프리카 같은 동네 말하는 거에요?"
"네. 아직 전격적으로 배급하고 있진 않지만, 몬스터 시체를 도축해서 나온 값싼 고기를 던전협력기구가 전량 매입해서 가난한 국가에 뿌리고 있어요. 마침 한남동 던전처럼 급 낮은 곳은 사방에 널려 있으니 시체 수급하기도 쉽죠."
"자,잠깐만요. 아까 유나씨는 가죽만 벗겨서 팔았잖아요? 그런 거면 우리도 시체째로 들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린 모험가니까요."
"???"

뭐지. 점점 알 수 없어지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우린 개인이에요. 굳이 효율 나쁘게 시체까지 가져올 필욘 없죠. 가죽만 벗겨 오면 가격은 3분의 1로 떨어지지만 부산물이 차지하는 면적과 무게는 몇십분의 1로 줄어요. 당연히 가죽만 벗겨 오는 게 이득이죠."
"그...렇군요. 그럼 저건...?"
"특별히 의뢰를 받은 모험가라던가 고용된 용병, 혹은 저급 장비로 무장한 군대가 가져오기도 해요.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녀가 딱 멈추어 서서 나를 바라봤다.



"세상에서 가장 흔해빠진 F급 던전도 이 정도의 효용을 가지고 있어요. 그 이상가는 던전은 어떨 거 같아요?"



후광이 비추는느낌이다.
밤인데 빛났어. 진짜 빛났다고.


"당장 강남에있는 D급 던전, D급에선 언데드가 출몰해요. 그들의 뼈를 빻아서 가루로 만들면 '마나'를 품은 '마나파우더'가 되죠. 이걸 적절한 비율로 물건에 첨가하면 특수한 효능을 가진 제품이 탄생해요. 예를 들면 건강 스탯을 올려주는 가구 같은 것이죠."
"헉?"
"힘 스탯을 30 올려준다거나, 체력을 올려준다거나, 아니면 특수한 마법 효과를 지닌다거나 등등. 그런 것들이 돈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의 가격으로 팔릴지 상상이 돼요? 아니, 그런 걸 마구 만들어서 팔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나올지 예상이 돼요?"

전혀 몰랐다. 그런 게 있는 줄...왜냐면TV에선 그냥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게임처럼 장비를 얻고 아이템을 얻고 부산물을 팔아서 떼돈을 번다는 것 정도만 나오거든.

"균일하고 일정한 성능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효능이 있는 물건'자체는 얼마든지 대량생산 가능해요. 가루만 뿌리면 되니까요.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세상이 바뀌어 나갈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겠죠?  뿐만이 아니에요. 이런 직접적인 것들 말고도 간접적인 것들...던전의마기에 접촉하면 '스탯'이란  얻을  있잖아요? 이젠 여자남자의 신체적 차이고 나발이고 스탯 높으면 장땡이에요. 어린 아이가 스탯만 높으면 어른 몇을 싸워 이길 수 있어요. 부자들은 수많은 아이템으로 떡칠을 해가면서 어릴 때부터 최강최상의 인간으로 성장하지만, 빈자들은 모험가가 되지 않으면 스탯조차 열지 못해요. 그 차이. 그게 만들어 내는 변화들....
던전, 이제 나온지 고작 5년 됐어요. 던전협력기구가 만들어진 건 3년 됐고요. 앞으로 세상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변할 거예요. 이거 못 읽으면 도태도 그냥 도태가 아니에요."


이제 알겠다.
유나씨는 내 시야를 넓혀주려는 거다.
지금껏 내가 즐겨왔던 게임처럼 무작정 들어가서 아이템 수집해와서 팔고...그런 단순한 게 아니라는  알려주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부산물이나 아이템 팔아서 부자가 되겠다ㅡ. 그건 아무리 잘나가봐야 2류 밖에 못 돼요."







+++






-일으나~~일으나일으나일으나~~~~!!

"...."


끔찍한 모닝콜이 울린다.

"으으...."

시간은 오전 6시.
팀원들과 만나기로  시간이 7시니까 아직 넉넉하다.


다만, 엄청나게 졸립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어젯밤 나와 함께 남은 유나씨는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어마어마한 정보들을 쏟아냈다. 덕분에 그녀의 설명이 끝났을 때는 어느덧 새벽....
역시 고레벨 모험가라 그런지 체력이 남아 도는 모양이다.


"초보자 배려 좀...흐으...."

기지개를 펴며 일어섰다.
 흔한 침대도 없는 작은 방.
던전협력기구와 대한민국정부 부서가 합심하여 건설한 숙소다. 당연히 무료는 아니고매월 30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시발. 300달러면 가죽이 몇 개냐."

알바라도 해야하나.

나는 투덜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가난한 초보 모험가라는 걸 아주 잘 느끼도록 화장실도 매우 좁았다.


"후...그래도 모험가가 됐지 나."

그래. 이제 시작인데뭘.
 까짓 거 벌면 되지. 유나씨가 말한  뭐냐 시류의 흐름 같은 건 아직 못 읽겠지만 아이템 얻어서 파는 거야 할 수 있으니까. 일단 그거라도....

"상태창 부터 열어보자."



상태창!
그 이름도 찬란한 상태창은 던전의 마기에 접촉하면 그때부터  수 있다. 유나씨 말로는 던전의 마기를 품은 제품이 이미 출시돼서 꽤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이름 : 유은


직업 : 초보자.
성향 : 무~악.


레벨 :2

체력 : 105/105
마나 : 52/52

힘 11
민첩 9
지력 4
행운 15

스탯 포인트 1

크리티컬 확률 10%
크리티컬 데미지 +105%



굉장히 심플하다.
유나씨에게 듣기로 새로운 스탯이나 항목을 얻을 때마다 추가로 열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재능'을 얻으면 그때부터 재능이 표시되고, 공격속도를 4%올려주는 아이템을 착용하면 그때부터 공격속도가 표기된다던지 하는 식이다.

때문에 이제 갓 모험가가 된 나의 상태창은 심플 그 자체.

"그나저나 스탯 포인트가 1이라니...렙업할 때마다 1씩 주는 거야? 너무 짜잖아!"

이걸 대체 누구 코에 붙이냐...전직하면  많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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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저쪽에서 소라누나가 팔을 흔들며 걸어온다.

누나는 펑퍼짐한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내가 입고 있는 초보자용 가죽갑옷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거기에 영화에서나 볼법한 나무 스태프까지. 무슨 코스프레 하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어젠 잘 잤어? 아, 혹시 둘이...? 후후."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밀어넣는 누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없었다고.

"누나는 잘잤어요?"
"나야 항상 꿀잠이지."


시원한 미소를 걸치며 어깨를 으쓱하는데...오오...가슴이...아름답다. 역시 마음이 넓으신 분. 로브 안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주시다니.


"그보다 엄청 간단한 차림이네. 역시 처음이라 그런가."
"하하...뭐 그렇죠."

내 장비는 어제와 동일하다.
초보자용 가죽갑옷과 초보자용 활, 초보자용 화살통, 그리고 화살 35발.

참고로 화살 저거 사온 거다...하나에 10센트씩 해서 총 3.5달러. 어제 번 돈이 18달러였으니까 이걸로도 꽤나 값이 나가는 거다.

몇 분이 지나자, 일행이 속속 등장했다.
먼저  무거워 보이는 철제갑옷을 입고 한손검과 방패를 등에  채아(아직도 성을 모른다.)씨가 수줍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그 다음으로 하나씨가 제법 고급스런 가죽갑옷과 쌍검을 들고 등장.

마지막으로 유나씨가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정 조끼, 짧은 미니스커트라는 환상적인 방어구 조합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등에는 화살다발을 매고 있다.


"어머. 준비성 없는 한남이라 놓고 왔을줄 알았는데. 가져왔네요?"

아무래도  주기 위해 가져온 모양이다.
고맙긴 한데 뭐랄까...애매한 기분이다.


유나씨는 던전 앞까지 우릴 이끌고 가더니 둥그렇게 모이도록 했다.


"어제도 설명했지만, 다시 말씀드릴 게요. 오늘은 한남씨가 추가되지만 평소대로 하면 돼요. 그리고 오발되는 화살은 제가 다 처리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대신 각자 역할에 더 집중해 주세요."

모두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 작게 화이팅 했다.

어제는 유나씨의 검막이 있었지. 맛보기니까.
하지만 오늘 부턴 없다. 진짜 사냥이 시작되는 거다.


'이제부터...시작이다!'




"아, 도시락  챙겨왔죠?"
"물론이지."
"챙겨왔어요."
"저,저도요."
"...네?"


응? 도시락?

일행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안 가져왔어요?"
"아...니...그게 필요한...가요? 하하...."
"...그럼 어제처럼 대충  시간 하고 나올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아까 했던 말 취소. 준비성 정말 없네요."

유나씨는 '이래서 한남은...'하면서 툴툴대더니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 두 개와 물을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내게 홱 하고 내밀었다.


"아무리 말을 안해줬다지만, 상식 아닌가요?"
"죄송함다."
"...내일도 안 가져오면 그냥 굶길 줄 알아요."
"넵."

얌전히 그녀가 주는 봉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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