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화 (3/517)



〈 3화 〉01. 모험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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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호자가 된 여자는 '이유나'라는 사람으로, 여자들만의 길드 '매운갈비집'의 길드원이다.
처음에는 이런 이상한 사람이 보호자가 돼서 나의 모험가 인생은 망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기 할 일은 빠릿빠릿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건 초심자용 활이에요. 보통 영화나 게임 같은 곳에서 쓸데 없는 로망을 배워온 사람들이 초보때부터 검을 쓰곤 하는데, 그러다 1시간 만에  꿰뚫려 죽으니까 검은 쓰지 마요."

유나는 내게 조약한 활과 화살통을 건내주었다.


현대 시대에 왜 이런 걸 쓰냐고 묻는다면, 던전 안에서는 현대 무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마기'가 묻은 냉병기만이 던전 안의 몬스터에게 타격을 줄  있다.  마디로 던전에서 드랍된 장비나, 부산물을 가지고 만든 무기만 듣는다는 뜻이다.

"유은씨 역할은 제가 앞에서 어그로를 끌고 있을 때, 뒤에서 활을 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 거죠."
"그,근데 저 활 쏴본 적 없는데요? 그러다 유나씨 맞추기라도 하면...."
"고작 초보자가 날린 화살 따위에 상처 받을 거 같아요? 괜히 보호자 노릇 하는  아니니까 그런 쪽으로 신경 쓰지 마요."

의외다.
나름 책임감 있는 사람...인가?


그녀는 주섬주섬 뭔가를 더 건냈다.


"이건 초심자용 가죽갑옷이에요.방어력 1짜리니까 너무 믿진 말고."
엄마처럼 이것 저것 챙겨주던 그녀는 대뜸 가죽 갑옷을 내밀었다.


"자, 입혀줄 테니까 두 팔 벌리고있어요."
"네???"
자,잠깐.
입혀준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놀라는 나의 표정을  그녀가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하지 마요. 짜증나니까. 처음엔 이런 갑옷 혼자 못 입는 다고요."
"아...그렇구나...."
"이래서 남자는 싫다고 했는데."

그녀는 투덜거리며 갑옷을 입혀 주었다.
복잡했지만, 다음 부턴 혼자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충 방어구를 착용하자, 그녀가 다시 이런 저런 설명을 늘어 놓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분간 당신이 할 역할은 뒤에서 보조하는 거예요. 괜히 나서서 어그로 끌다가 죽지 말고 얌전히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알겠죠?"
"네."
"그리고 레벨이 오르고 스탯이 쌓이다 보면 직업을 얻을 텐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원거리 직업이 좋다고 생각해요."
"왜요?"
"근거리 직업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 첫 번째 이유고,  번째 이유는 그게 더 쉽기 때문이에요. 명중률 문제는 시간과 스탯이 해결해  거고 판단력도 경험이 쌓이다 보면 좋아지겠지만, 눈 앞에서 흉악한 얼굴로 으르렁 대는 몬스터를 대하는 건 쉽게 익숙해지지 않거든요."
"그럴 수도...유나씨는 어떤 직업이에요?"
"저는 전사에요."
"...본인은 근거리시네요."
"전 초보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명확한 동기가 있죠."


그녀는 주먹을  쥐어 보였다.


"한남들을 뚜드려 패는 것! 몬스터가 꼴사나운 한남이라 생각하면 없던 힘도 불쑥불쑥 솟아 오르죠. 후후."
"...."


역시 이 여자  되겠다....

"아무튼 가급적 원거리 직업을 얻으시고, 정 근거리가 하고 싶으면 길드 같은  들어가서 전문적인육성을 받도록 해요. 뒤지기 싫으면."
"...네."

뭐. 딱히 근거리에 대한 판타지 같은 건 없으니까.

내게 중요한 건 그거다.
강해져서, 하렘을 꾸리는 것!


.
.



유나는 이런 저런 설명을 늘어 놓고, 기본적인 보급품을 주고는 바로 던전으로 향했다.

'시간 아까우니까 바로 가요. 오늘은 가볍게 맛보기만 하죠.'

라면서 굉장히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데, 가이드 누나에게 들은 것과는 살짝 달랐다.
보호자 노릇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보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지라 대충대충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은 제대로 하는 것 같다. 꼴페미지만....


참고로 던전은 세계 각국에 있고,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총 7개의 던전이 있는데,  중 4개가 서울에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국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던전, 서울 한남동에 있는 던전이다. 하필 이름도 한남동이야...그래서 매운갈비집의 근거지가 된 건가.

던전 입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여러 맛집을 비롯한 상가도 있고,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군인.
던전  까지 진입할 수는 없지만, 나오는 몬스터는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뭐, 새로 던전이 생기는 게 아니면 몬스터가 나오는 일은 잘 없지만....

삑.
삑.

입구에는 지하철의 개찰구 같은 것이 있는데, 여기에 신분증을 대면 통과된다. 그리고....

척.

"살아 돌아오십시오."


주변 군인들의 경례를 받는다.
아, 이거 이러니까 뭔가 무서운데.


"정신 똑바로 차려요."


그녀는 굳은 얼굴로 경고하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상당히 좋아 보이는 무기다. 내가 들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중요하니까 계속 반복하는 거예요. 괜히 나서서 어그로 끌지 마요. 진짜 훅가니까. 알겠죠?"
"네."

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건지. 나도 멍청이가 아니니까 그 정도쯤은....

"비켜!!"


그때, 앞쪽에서  남자 3명이 사람 하나를 엎고 뛰어왔다. 속도가 엄청 빠르다.
유나는 즉시 옆으로 비켜 서더니,  가슴팍을 손으로밀치며 뒤로 재꼈다.


"우왁!"

거의 동시.
내 앞으로 남자들이 쌩 하고 지나갔다.
뭔가 핏물이 떨어진 것 같다.


"쯧쯧. 한심하긴."


유나는 남자들의 뒤를 바라보더니 혀를 찼다.
다친 사람보고 한심하다니...좀 너무한 거 아닌가.
살짝 울컥한다.

"가요. 아, 그리고 방금 같은 경우 꽤 많으니까, 보면 최대한 빨리 옆으로 비켜 서요. 괜히 주춤했다가 환자가 죽기라도 하면 기분도 잡치고 싸움도 벌어지니까요."
"네...."
"다행인  알아요 유은씨 보호자가 저라는 걸. 실력도 없고 허세만 잔뜩있는 한남을 보호자로 만났으면, 방금 본 초보자처럼 되는 거예요. 초보 던전이라고 방심하면서 대충대충 하다가 죽게 만드는 거죠. 멍청한 새끼."
"아...그럼 한심하다는 건...."
"저 보호자요. 실력이 없으면 하질 말아야지. 회사도 그래요. 저런 멍청이를 보호자로 두다니. 아무리 인력 부족이라도 그렇지. 역시 한남이라 그런가. 일처리가 아주...."

그녀는 끝없이 불만을 늘어 놓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보고 한심하다고 한  아닌 모양이지만 그래도 인성이 좋아 보이진 않는달까....




저벅 저벅.


5분 정도 걸었을까.


좁은 입구는 넓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바닥이 동굴처럼 울퉁불퉁해서 꽤나 거슬린다.

"이런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발바닥 까지겠는데요?"
"네. 변변찮은 장비로는 그러기 쉽죠."


그녀는 대충 대답해 주며 사방을 살폈다.
다행히 곳곳에 횃불이 있어서 시야는 꽤 되는 편이다.


"이참에 말해둘게요. 이 던전은 총 5층으로 되어 있어요. 1층에는 들개가 주로 있고 2층으로 내려가면 징그러운 꼬마한남이 있어요."
"꼬마...한남이라뇨?"
"고블린이요. 못생긴 게 딱 한남."
"아 네...."
"그리고 3층에는...잠깐."
설명하며 걷던 그녀가  손을 들었다. 반사적으로 멈춘 나.

"앞에 들개 10마리 있어요."
"네? 안 보이는 데요?"
"저한텐 보여요."
그녀는 왼손으로  장검을 쭉 내밀고는 슬금슬금 걸어갔다.

"아까 말한  잊지 마요. 유은씨 역할은 뒤에서  쏘는 것. 그리고 어그로  끌지 말 것."
"네...근데 너무 좁은데요?"
"하나 추가. 내 말에  달지 마요. 그럴 시간 없으니까. 하라는 것만 해요."
"...네."

되게 깐깐하네.

아무튼 나도 활을 들고 화살을 매겼다.
통로가 좁아서 잘못하면...아니 거의 대부분은 유나씨한테 날아갈 것 같긴 한데...일단 해보자.



-크릉!


잠시 후, 앞쪽에서 들개 무리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유나씨가 말한 대로다.

"전 방어만 할 거예요. 그 동안 활로 쏴서 처리해요."


몇 번이고 반복된 말을 하며, 그녀가 검을 휙 그었다.
마침 달려들던 들개들이 그 기세에 주춤했다.

"검막!"

10마리나 되는 들개를 혼자 막을 수 있을까...하는 건 기우.
그녀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검은 푸른 빛의 장막을 만들어 내며 던전 바닥에 쾅 하고 꽂혔다.


-크엉!


들개들이 몸통박치기를 해 보지만, 장막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청나잖아! 이거 그냥 쩔 아냐?'

뭔가 선배의 화려한 전투를 기대했던 나는 김이 팍 새버렸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면...아까 그 사람처럼 다칠 일은 없겠지.'

나는 검을 늘어뜨린  들개들을 노려보고 있는 유나씨와, 그 앞에서 발광하고 있는 들개무리를 쳐다보며 심호흡했다.
묘하게 긴장은 되지 않는다.
손도 떨리지 않는다.

활을 들어,
매긴 화살과 시위를 당기고 조준한다.

끼이익.

목표는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들개. 으르렁거리기만  뿐, 막상 장막을 공격하지도 않고 있는 녀석이다.
말하자면 움직이지 않는 표적.


난 그놈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피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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