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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수컷! 암컷! 교미!] 라며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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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대답.
그 말을 전해 들은 헬레나는 무언가 찔리는 거라도 있는지, 창백해진 안색으로 털썩 주저앉아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정의로운 광명은 본인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헬레나에게 호의로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개판의 예감이 든다.
“정의로운 광명님? 갑자기 교미라니…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난데없이 제가 헬레나 님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몸을 겹친다 하여 신성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게 가능한 건 추악한 번성뿐이다.
하지만 내 황당해하는 반응에도 정의로운 광명은 당당했다.
[크앙! 킁! 크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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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예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 내가 조금 도와주면 교미로 가호를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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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 정말요?!”
[크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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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당연하지!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지만 헬레나라면 가능해. 그 뒤에는 얀델 너를 사도로 삼기 위해 모아뒀던 힘을 그대로 전해주면 되고!] 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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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신이 저렇게나 으스대며 말하는 것이다. 놀랍긴 하지만…아마도 진짜겠지.
굉장히 당황스럽긴 하지만 정의로운 광명이 고대로부터 이어진 신이라고 하니 얼추 이해는 간다.
먼 옛날에는 성性을 무척이나 신비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겼다고 하니까.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사람을 물렸던 게 분명하다.
…솔직히 나는 좋다.
헬레나는 H&A의 사제 히로인 중에서도 순위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즉, 엄청나게 매력적이라는 소리.
실제로 대면한 헬레나는 게임 속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태양 빛을 모아 결정화한 것 같은 찬란한 금발과 금안. 밋밋한 수녀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굴곡진 몸매. 자애로운 미소.
그 자체만으로도 뭇 남성들의 심장을 떨게 만들 정도인데, 헬레나는 내게 호들갑스러울 정도의 호의를 내비치지 않던가.
물론, 헬레나의 호의가 내 실적과 몸에 두른 가호 덕분이라는 건 안다.
다만 알면서도 그 순수한 호의에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으리라. 헬레나 정도의 여인을 안을 수 있다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심지어 별다른 희생 없이 헬레나를 성녀로 각성시킬 수 있다는데.
정의로운 광명의 요구는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그리하라 외치는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내 쪽이 아니라….
“괜찮으세요 헬레나 사제님?”
“에? 네? 으…아앗…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헬레나 쪽이겠지.
정의로운 광명 앞에서 정의로운 광명에게 직접 말하는 대신 기도를 한다는 번거로운 선택지를 고른 헬레나.
그녀의 손에 들린 메달리온이 의아하다는 듯 경쾌하게 깜빡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아직 패닉 상태인 헬레나와 눈높이를 맞추고서야 다시 물었다.
“정의로운 광명님께서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요. 저랑 헬레나 님의 교미…흠흠. 교합 말이에요.”
“교미잇…!”
기껏 언어를 순화했건만 옆구리라도 찔린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말꼬리를 늘리는 헬레나.
한참을 허둥대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레 이쪽을 올려다본다.
“그…형제님은…괜찮으신 건가요?”
“네. 저는…음. 뭐냐. 헬레나 님이라면 좋아요.”
“여, 역시! 수녀복 플레이 다음에는 진짜 수녀를 원하시는 거였군요…!”
“아니. 말이 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전에 수녀복을 구해주며 했던 농담을 재차 꺼내는 헬레나.
그녀 나름의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한 농담이었던 것 같지만…결과적으로는 한층 더 어색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 데면데면하게 시선을 피하던 도중.
장의자에서 뒹굴거리던 정의로운 광명이 폴짝 뛰어내리더니, 그대로 나와 헬레나의 목에 하나씩 팔을 걸쳤다.
마치 삥이라도 뜯는 것 같은 자세였지만 표정만큼은 순진한 광명이 입을 열었다.
[크아아앙? 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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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저번에 얀델이랑 다른 수녀가 교미하는 걸 보고 흥분해서 기도하길래, 헬레나도 하고 싶은 건 줄 알았는데…아니었어?] 라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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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만요. 뭐라고요? 제가 다른 수녀랑? 그거 설마…!”
홱! 하고 고개를 돌리자, 필사적으로 반대편으로 목을 꺾어 시선을 피하는 헬레나.
하지만 머리를 한데 묶으며 자연스레 드러난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추측이 확신을 얻었다.
“헬레나 사제님…보셨군요.”
“무,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랑 페이 선배가 밤 산책을 즐기던 광경이요.”
“저는 아무것도 못 봤답니다.”
“지금 모시는 신의 앞에서 거짓말을 하시는 건가요?”
“…….”
“헬레나 사제님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설마 정의로운 광명님께서….”
“아,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는 없었는지 벌떡 일어나며 부정하는 헬레나.
“그런 게 아니라…으읏….”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헬레나. 누가 보면 내가 혼내는 줄 알겠다.
한참을 빤히 바라보자 그제야 헬레나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훔쳐보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한숨을 내쉬듯 흘러나온 헬레나의 고백. 죄책감과 그로 인한 의기소침함, 그리고 약간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순간 묘해진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헬레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헬레나 님도 고해성사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네?”
“저는 조금 전에 말했듯 헬레나 사제님만 괜찮다면 좋습니다.”
“…….”
고해성사.
나와 페이의 수녀 플레이를 봤다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겠지.
실제로 헬레나의 얼굴은 한층 더 붉어져 이러다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은 수준이 되었다.
“혀, 형제님은!”
“네?”
“형제님은 이미 연인이 계시잖습니까. 그것도 여럿이나.”
“그렇죠?”
“저는 처음입니다….”
용기를 쥐어 짜내듯 내 손을 움켜쥐는 헬레나.
“이렇게 남성분의 손을 잡는 것도…처음입니다.”
“…….”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헬레나가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촉촉해진 금색 눈동자에는 오직 나만이 비치고 있었다.
“그러니 잘 리드해주셨으면 합니다.”
“노력해 볼게요.”
“…제대로 책임도 져주셨으면 합니다.”
“헬레나 님이 제게 충실한 사람이 되어주신다면. 저 또한 그리해야겠죠.”
시작이 정의로운 광명의 제안이라 해도, 어찌 됐든 나와 헬레나는 몸을 겹치는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로 남아있을 수는 없겠지.
안심시켜주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헬레나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 하지만 입술 끝에는 결연함이 걸린 헬레나가 정의로운 광명을 향해 두손을 모았다.
“주여. 마음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크릉. 크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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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다행이야! 난 또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었네!] 라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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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두손을 감싸듯 붙잡고 붕붕 흔드는 정의로운 광명.
그리고는 지금까지의 장난스런 개냥이같은 모습이 아닌, 신다운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크앙 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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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이제부터 헬레나 네 안에 내 권능의 일부를 직접 심을 거야. 보통은 그냥 가호가 조금 강해지고 끝이겠지만…너에게는 소질이 있어.] 라며 무게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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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전해주자 헬레나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소질…인가요?”
[크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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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맞아. 성녀로서의 소질. 그러니 적절한 자극만 주어진다면 씨앗이 싹을 틔우듯 자라나고, 끝내는 꽃을 피워낼 거야.] 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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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극이라 함은 당연히 최고 수준의 가호를 지닌 나와의 섹스.
나와 몸을 겹치다 보면 자극받은 권능의 씨앗이 자라나며, 자연스레 헬레나의 가호 또한 강화된다.
최종적으로는 가호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그릇 또한 더욱 단단해진다나.
바로 성녀로 임명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정의로운 광명의 이어진 설명을 들은 헬레나가 재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그럼 제가 뭘 해야 하는 건 없는 건가요?”
[크릉! 크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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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없긴 왜 없어! 씨앗이 완전히 자라날 때까지 계속 교미해야 하는데!] 라며 키득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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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번이 아니라 계속 말씀이신지요?!”
[크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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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광명이 [걱정 마! 그동안 누가 방해하지 못하게 제대로 결계를 쳐둘게! 그리고 나도 눈을 거둘 테니까 안심하고 교미해!] 라며 자신의 가슴을 통통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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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헬레나가 정의로운 광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사이.
정의로운 광명이 똑 닮은 얼굴을 들이대며 헬레나와 이마를 맞댔다.
그리고 무어라 중얼거리자, 처음 등장할 때 그러했듯 순식간에 눈 부신 빛에 휩싸이는 정의로운 광명.
다만 이번에는 그 빛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부 헬레나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흐읏?!”
순식간에 절반가량이 헬레나에게 빨려들어간 뒤. 나머지 절반은 예배당 문과 벽에 달라붙어 반짝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슬쩍 문고리를 잡아당겼으나 꿈쩍도 안 하더라. 창문도 마찬가지였고.
이제 막 정의로운 광명에게 받은 권능의 씨앗을 추스른 헬레나가 황급히 신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눈을 떼고 있겠다는 말은 진짜였는지, 손에 쥔 메달리온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삐걱이는 움직임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헬레나.
“형…제님?”
“으음.”
그런 헬레나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꿈쩍도 안 하네요.”
이거 완전 섹스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이잖아.
역시 정의로운 광명은 선신이 맞다.
섹스하지 않으면 못나가는 방에 갇혔다.
“아앗….”
상황을 파악한 헬레나가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