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탱커 계열 직업군이 최고랭크인 S랭크를 달성할 경우,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단단함을 얻게 되지만….
이런 좋은 특성에서도 문제는 있다.
바로 에우렐리아 대륙에 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점.
던전이야 과거 에우렐리아 대륙이었던 일부니까 괜찮지만, 악신의 영역에서는 효과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더라고.
특히 부활 효과는 확률성 발동이 되어버리는 탓에 키보드 샷건도 몇 번 쳐봤다.
뭐어…달리 말하면 최종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활약할 수 있는 특성이라는 소리지만.
빨리 얻으면 얻을수록 좋다는 게 그래서다.
든든한 보험이 되어줄 마지막 효과를 바라보다 다음 알림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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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대적자】
당신은 모든 악신과 그들을 숭배하는 사교도들의 대적자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증오하면서도 두려워할 것입니다.
-악신 진영 적을 상대할 경우 모든 능력 2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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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강한 효과. 심지어 범용성도 높다.
사교도는 물론이요 몬스터나 악신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칭호니까.
다만 한계 돌파 효과는 없기에, 스탯이나 특성의 상한을 넘길 수는 없다.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하지만…앞으로 상대할 적을 생각하면 이걸 벌써부터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칭호다.
이제 남은 건 둘.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성이 강화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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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사교도 혐오(A)】
당신은 사교도의 계획을 여럿 박살 낸 것도 모자라, 기어이 고위 간부까지 척살했습니다.
누가 봐도 당신은 어엿한 사교도 혐오자입니다!
물론, 사교도들도 당신을 혐오하겠죠.
-사교도에게 가하는 모든 데미지 20% 증가.
-사교도에게 받는 모든 데미지 10% 증가.
※이 특성은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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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최고 랭크에 오를 줄이야. 대적자 칭호와 중첩 가능한 거라 굉장히 쏠쏠한 녀석이다. 이번에도 많은 덕을 봤고.
피격 데미지가 늘어나는 건 신경 쓰이지만…어차피 마법사는 맞아 가면서 싸우는 직업이 아니다. 먼저 죽창 날리는 직업이지.
뭣보다 내겐 오히려 이쪽이 이득이기도 하고.
다음은…역시 그건가.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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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의 가호(A+)】
하늘 위의 가장 빛나는 존재. 태양의 주인이 당신에게 자신의 광휘를 나누어 줍니다.
-태양 빛을 받는 동안 체력 회복 속도와 마력 회복 속도가 350% 증가.
-광 속성 데미지 25% 증가.
-광명의 교단의 우호도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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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폭 상승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거 너무 오른 거 아닌가?
사교도 혐오야 원래 잘 오르는 특성이니 그렇다 쳐도, 가호는 신이 직접 자신의 힘을 내려줘야 오르는 특성이다.
그리고 지금의 선신은 힘이 없어 사도 임명도 못 하고 골골대는 신세고.
보통 성녀나 성자 같은 사도급이 받는 가호가 S랭크. 그 후보생이 받는 가호는 A랭크다.
A+를 받은 지금의 나는 까놓고 말해 헬레나보다 더 유력한 사도 후보라고 할 수 있겠지.
…대체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건데? 설마 나를 사도로 임명하려고?
그런 제안이 오면 단칼에 거절할 생각이라 좀 미안하네.
다만 뭐어…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먼저 준 거니 그냥 고맙게 잘 쓰면 되는 게 아닐까?
원소 마법 말고도 광 속성 마법도 수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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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얀델
칭호: 고스트 버스터 -> 대적자
기초 능력
근력: 15 -> 18
내구: 14 -> 17
민첩: 15 -> 18
재주: 16 -> 18
마력: 22 -> 24
특성
끝없는 마나(A)
원소 친화(B)
뛰어난 기억력(B)
평범한 무기술(D+) -> (C+)
린트블룸 마나 코어(C+) -> (B+)
하위 마법사(C+) -> 중위 마법사(B)
태양신의 가호(B) -> (A+)
사교도 혐오(C) -> (A)
약성 체질(C)
원소 조합(A)
바다의 축복(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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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강해진 거 아냐…?
무슨 마법사의 육체 스탯이 오러 유저 수준이야?
물론 오러로 강화할 수는 없기에 진짜 오러 유저랑 맞붙으면 밀리겠지만, 순수 육체는 맞먹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마력. 이건 벌써 24까지 올랐다. 보통 20대 중반 스탯은 3학년쯤에야 찍을 수 있는 건데.
뭐, 훨씬 이른 시기에 사교도를 잡았으니 일종의 업적 땡겨받기라고 봐도 되겠지.
일찍 강해졌다고 더 많은 스탯을 쌓을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찌 됐든 던전과 사교도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까.
깨달음이라도 얻는 게 아닌 이상 내 상한은 정해져 있다.
다만, 더 빨리 사교도를 조지고 계획에 훼방을 놓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최종장에서의 악신 세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나와 내 주변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이 대폭 증가하겠지.
그런데 최종 보스까지 쓰러뜨린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복수를 달성한 이오나를 보았기 때문일까. 나도 괜히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설마 이제 와서 목적을 다했으니 원래의 세상으로 돌려보낸다는 그런 전개는 아니겠지?
누가 날 이곳으로 전이시켰는지는 몰라도, 만약 날 토사구팽 하려 든다면 전력으로 저항할 생각이다.
그쯤 되면 사실상 반신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성장했을 테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니, 이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이네.
옛날에는 신들이 직접 지상을 활보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겨우 반신 급 몇 명이 돌아다닌다고 쫓아내지는 않겠지.
실제로 게임에서의 에필로그는 에우렐리아 대륙 어딘가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느낌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나라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그건 좀 찬찬히 고민해보자.
다른 나라나 교단들과의 관계라거나, 통치를 위한 기본적인 업무라거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피곤할 수도 있다.
권력이나 명예도 좋지만, 난 그냥 놀고먹는 게 더 좋거든.
상태창을 끄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망상을 이어나갔다.
이 세상에서의 노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계획, 수명 문제를 극복할 방법 등등.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어쩌지, 갑자기 눈앞에 테러리스트가 나타나면 어쩌지 수준의 망상이지만 오랜만에 가지는 느긋한 시간이라 조금 즐겁네.
다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놀 수는 없다.
한계치까지 적용시킨 버프나, 깨달음에 몸을 맡기고 무리하게 써댔던 마법 때문인지 내상은 꽤 남아있는 상태거든.
카를라의 말대로 푹 쉬어야지.
그럴 생각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는데…어째 자꾸만 이오나에게 흡혈 당할 때의 감각이 떠올라 잠을 방해한다.
세상에 둘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야스에 가까운 황홀감.
이게 좀 중독될 것 같단 말이지.
악역으로 등장한 뱀파이어와 싸울 때면, 스스로 나서서 피를 바치려는 자들이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 볼 때는 그냥 매혹에 당했거니 싶었는데…이젠 안다. 그거 그냥 쾌락 조교 당한 거라는 걸.
“하아….”
한숨을 푸욱 내쉬며 다시 눈을 떴다.
어쩔 수 없네. 잠이 안오니 그동안 잠깐 다른 짓이라도 하는 수밖에.
카를라가 두고 간 책을 집어 들었다. 심심하면 읽어보라고 했었지?
탁자에있는 조명 마도구를 켜자, 책의 제목이 드러난다.
『제국 깔깔 유머 모음집』
“???”
익숙한 제목이네. 카를라를 처음 샀을 때가 생각난다.
심심해서 재밌는 이야기 좀 해보랬더니, 이상한 개그를 했었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한번 페이지를 펼쳐봤다. 어쩌면 카를라의 취향이 이상해 재미없는 부분만 기억했을 뿐, 책 자체는 재밌을 수도 있잖아.
사락.
- Q. 오리를 생으로 먹으면?
A. 회오리.
- Q.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일어나게 만드는 숫자는?
A. 다섯.
- Q. 그럼 모든 사람을 벗게 만드는 식물은?
A. 버섯.
- Q. 맥주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A. 유언비어.
“아잇!”
솟구쳐오르는 짜증에 책을 던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래도 카를라가 나름 생각해서 가져온 건데 던지는 건 좀 그렇지….
나쁜 건 카를라가 아니다. 이세계의 유우머지.
“스읍…후우….”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원래 있던 자리에 책을 되돌려놓고 눈을 감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조금 전의 짜증으로 흡혈할 때의 감각이 가물가물해졌으니까.
이제 좀 잘 수 있겠네.
짧지만 강렬했던 카를라와의 정사 덕에 몸도 딱 좋게 나른해진 참이다.
이번에는 눈을 감자마자 스르륵 잠기운이 몰려온다.
그렇게 팔다리의 감각이 희미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잠에 빠져들기 직전.
끼이익-
희미하게 들려오는 문 여는 소리.
집중 치료실은 아무나 면회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들어올 사람이 한정되어있으니 내가 아는 사람일 터.
혹시 카를라인가? 아니, 다시 돌아올 거였으면 그냥 여기서 일을 처리했겠지.
그럼 조금 일찍 온 엘리샤겠네. 굳이 조용히 들어온 건 뭘 하려는 건 아니고 잠이나 같이 자려는 걸 테고.
조금 잠이 깨긴 했지만, 여전히 비몽사몽 한 상태로 몸을 슬쩍 옆으로 옮겼다.
엘리샤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생각이었는데.
꾸욱-
침대에 올라온 누군가는 가만히 멈춰있었지 옆에 누우려 들지 않았다.
대신 느껴지는 것은 진득한 시선.
…뭐지?
적의는 없다. 허나 익숙한 기운도 아니다. 잠이 확 깬 머리로 뒤척이는 척을 하며 슬며시 실눈을 떴다.
상대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내 쪽에서는 희미하게라도 보이도록.
“으음.”
눈꺼풀의 가느다란 틈새로 비친 것은….
이쪽을 빤히 내려다보는 핏빛 눈동자였다.
“끼야아아아악! 귀신이……흡!”
“쉿! 쉬잇!”
침입한 괴한이 내 입을 틀어막으며 작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읍! 으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