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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168화 (168/230)

-궤에엑….

뒤에서 들려오는 지부장의 비명소리를 배경 삼아 집무실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렇게 별거 아닌 서류들을 읽어보느라 슬슬 지칠 때쯤.

-…….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일시적이나마 사각거리는 종이 소리로 가득 찬 집무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알람이 들려왔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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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도 지부를 토벌하였습니다!】

당신은 사교도들의 본거지 하나를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몰살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체랑 사이좋은 녀석들이 시체가 됐을 뿐이니, 당사자들도 별 불만은 없지 않을까요?

꼬우면 되살아나서 항의해보라죠!

당신 혼자의 힘으로 해낸 일이 아니더라도! 토벌한 지부가 작은 곳이라도!

어쨌든 업적은 업적!

당신은 그 보상을 누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재주가 소폭 증가합니다.

-마력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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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죽었나보네.

띠링!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허공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

이것저것 길게 적혀있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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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가 소폭 증가합니다.

-마력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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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죽었나보네.

달리 말하면 이오나의 심문이 끝났다는 소리기도 하다.

우선은 확인부터 해야지.

들고 있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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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얀델

칭호: 고스트 버스터

기초 능력

근력: 14

내구: 14

민첩: 14

재주: 15

마력: 21

특성

끝없는 마나(A)

원소 친화(B)

뛰어난 기억력(B)

평범한 무기술(D+)

린트블룸 마나 코어(C+)

하위 마법사(C) -> (C+)

태양신의 가호(B)

사교도 혐오(C)

약성 체질(C)

원소 조합(A)

바다의 축복(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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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스탯은 오르지 않았다. 하기야. 통상적인 한계 스탯은 30.

당연히 스탯이 높을수록 하나 올리기가 힘들어지는 구조다.

재주는 겨우 소폭 상승에, 마력은 현 스탯이 21이나 되니 한 번의 중간 상승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거겠지.

다만, 아주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탯이 하나 오를 때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마력량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이 느껴졌고.

유사 공명으로 특정 속성 마법의 강화를 전투 중에 능숙하게 써먹은 게 인정된 건지 마법사 특성에도 플러스가 붙었다.

이제 진짜 한 걸음만 더 가면 마법사로서 벽을 하나 넘게 되리라.

즉, 중급 마법사의 경지가 목전에 다다랐다는 소리기도 하다.

…솔직히 별로 실감은 안 나네.

만약 내가 중급 마법사에 오른다면, 이는 내 능력으로 각성한 걸까? 혹은 시스템의 보조로 끌어올려진 걸까.

뭐…어느 쪽이건 상관없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조금 더 강해진다는 것. 이 하나뿐이니까.

시작이 좋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오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교수님? 이번에야말로 뭔가 알아내셨나요?”

“으음. 성과가 있긴 한데, 조금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라…올라가서 말해줄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오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피로 된 가시덩굴이 우리를 부드럽게 잡고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이오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지면에 발이 닿자마자 무너져내리는 산장 지부 일대.

아마 흙을 붙잡고 있던 이오나의 가시덩굴이 사라져서 그런 거겠지.

쿠르릉-

나무 몇 그루와, 덩그러니 놓여있던 산장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구경하는 것도 잠시.

이오나가 어느새 꺼낸 수혈팩 하나를 쪽쪽 빨면서 입을 열었다.

“요즘 요즘. 얀델 학생이 들끓는 고요의 권능을 알린 덕에 여기저기서 첩자들이 축출됐잖아?”

“그렇죠?”

녹즙이라도 먹은 것처럼 떫은 표정. 그래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마신 혈액팩을 아공간에 다시 집어넣은 이오나가 말을 이었다.

“그탓에 고위 사교도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여는 중이래! 심지어 교단 상관없이 말이야!”

“오….”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만만한 허접인 척, 다른 교단과도 사이 안 좋은 척 하던 사교도 놈들이 이렇게 모인다?

들끓는 고요의 스파이들이 나가리된 게 큰 타격이었나 보네. 다 들킨 마당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동안 에우렐리아 대륙 구석구석 숨어있던 벌레를 잡아낸 대신, 내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좀 불안했다만….

이건 꽤 귀한 정보네.

내가 들끓는 교단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언제인데 아직도 회의 중이다?

아직 악신 교단들이 서로의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했고, 어쩌면 대립하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반대로 이미 대놓고 힘을 합쳐 뭔가 저지르기로 결정됐고, 지금은 어떻게 싸울까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인 걸 수도 있고.

중요한 건 놈들이 곧 뭔가의 액션을 내놓을 거라는 점.

그것만 알면 어떻게든 대비할 수 있을 터.

“혹시 어디서 회의가 열리는지도 알던가요?”

“아쉽게도 겨우 주교 정도로는 회의의 존재 정도만 아는 것 같았어!”

“쩝…진짜 아쉽네요. 그래도 놈들이 연합해서 움직인다는 것 자체는 좋은 수확이네요.”

“맞아! 나중에 돌아가자마자 이사장님을 통해 각국에 알려야겠어.”

스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오나.

조심스레 운을 띄워 봤는데, 다행히도 이오나는 악신 교단 연합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이제 바로 돌아가는 건가요?”

“아니? 아니? 아직 해도 멀쩡히 떠 있잖아!”

“어…그렇긴 한데…지부 하나 부쉈잖아요. 그리고 이사장님한테 보고도 해야 한다고….”

“보고는 마도구로 하면 괜찮아!”

그리 말하고는 품에서 큼직한 카드 비스무리한 것을 꺼내는 이오나.

손가락 끝에 마력을 실어, 카드 위에 무어라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닿는 족족 마나를 흡수하던 카드가 돌연 부르르 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글자 하나를 뱉어냈다.

뿅!

『알겠다.』

“???”

아니, 진짜 글자를 뱉어내네.

대체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허공을 잠시 유영하던 글자는 빠르게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벙찐 내 표정이 마음에 드는 걸까. 이오나가 키득거리며 손가락을 V자로 펼쳤다.

“보고 끝! 그럼 그럼. 조금 전의 일은 이사장님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 다음 지부는 어디라고 했었니?”

“여기서…더요?”

“응응! 괜히 뒤로 뺐다가는 우리를 대비할 시간만 주는 거잖아? 그러니 지금 몰아쳐야 하는 거야!”

듣다 보면 또 맞는 말인 것 같기도….

“…주교급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로는 회합의 존재밖에 알 수 없다고 했죠?”

“그렇지?”

“그럼 대주교면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요?”

“위치를 알고 있는 거야?”

“네. 아까 그 지부장 놈이 했던 거짓말 중에 쿤달 항구의 언데드 보관 창고 있죠? 거기 총책임자가 편협한 찬탈의 대주교예요.”

톱날 손톱 소피아.

편협한 찬탈의 대주교로,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 톱날 손톱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물어뜯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부여받은 권능을 행사할 때 손톱을 무는 버릇이 있는 거니까.

언데드 조종에 정통한 데다가, 온갖 저주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고위 사제로 상당히 까다로운 녀석이다.

심지어 어찌나 성실한지 손톱이 멀쩡한 날이 하루도 없는 존재.

그게 톱날 손톱 소피아다.

참고로 H&A에서는 잡아도 되고 안 잡아도 되는 히든 보스로 등장한다.

스토리 진행 중에 만나는 게 아니라, 직접 주변의 단서들을 활용해 추적해야 하는 녀석이거든.

덕분에 1회차 때는 만나지도 못하고 엔딩을 보는 경우도 많고.

다만 쓰러뜨릴 경우, 대침공 챕터에 등장하는 언데드 군단의 규모가 확 줄어든다.

그렇기에 정의로운 광명 교단과 어느 정도 친해지면 그들의 힘을 빌려 쓸어버리려 했었지.

언데드도 저주도 신성력 앞에서는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법이니까.

어디까지나 본래의 계획은 그랬다는 거지만.

눈앞에서 지켜본 이오나의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다. 한번 찔러보기엔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어때요? 괜찮으시겠어요?”

“…….”

소피아와 언데드 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오나가 잠시 고민하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상태로 메트로놈처럼 상체를 좌우로 일정하게 흔들거리더니, 이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한번 해보자! 하지만 바로 갔다가 실패하면 한동안 건드리기도 힘들 테니, 얀델 학생이 저번에 말한 나머지 두 곳을 마저 무너뜨린 뒤에 해보자!”

“그게 낫겠네요. 이번에는 굳이 심문할 필요도 없겠죠? 어차피 주교급인 지부장보다는 대주교인 소피아가 더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냥 죽이기만 하고 오는 거면 훨씬 빠르겠네. 신경 쓸게 없으니 힘도 덜 들겠구!”

“아, 그래도 저희도 조금은 싸워야 한다는 거 잊지 않으셨죠? 그런 조건이었잖아요.”

“당연하지 당연하지. 대체 뭐가 목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얀델 학생에게는 중요한 거지? 몇 놈은 살려둘 테니 직접 마무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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