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143화 (143/230)

“네? 마법 수련이 노는 거 아닌가요? 마침 제가 준비한 새로운 방법을 보여드리기 딱 좋을 것 같기도 했거든요.”

“…….”

급격하게 차오른 실망이 겉으로 드러난 걸까.

카를라가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음…주인님이 싫으시다면 그냥 섹스나 하구요….”

그 모습이 마치 사고 친 다음에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 같아 나도 모르게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냐. 하기로 약속했었잖아. 해야지 그럼.”

“감사합니다 주인님!”

고개를 끄덕이자 해맑게 웃으며 내 볼에 마구 키스를 퍼붓는 카를라.

생각해보니 이거 좀 웃기네. 카를라가 나한테 비전을 가르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꼴 아냐.

잠시 카를라의 등을 토닥여주다가 키스 세례가 멎을 때쯤에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아, 그걸 말씀 못 드렸네요! 간단해요. 그냥 마력의 파장만 겹치는 게 아니라 몸도 겹친 상태에서 저희 코어를 동조시키는 거예요!”

“몸을 겹친다는 게 구체적으로는 무슨 소리야?”

“주인님의 자지를 제 보지에 넣은 채 해달라는 소리죠!”

“그거 섹스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아뇨. 달라요. 쾌감이 아니라 마법에 집중하셔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움직여도 안 되고, 싸셔도 안 돼요.”

“…….”

조금 다른 의미로 힘든 수련법일 것 같다.

“…효과는 확실하겠지?”

“적어도 지금까지 하셨던 것보다는 더 좋을 거예요.”

“좋아. 그럼 해보자.”

각오를 다지며 끄덕이자 카를라도 마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제 넣을게요.”

천천히 내려가는 카를라의 허리.

뽀득.

물 속이라 그런 걸까. 카를라의 질내는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걸 참으라고?

어케?

뽀득.

물 속이라 그런 걸까. 카를라의 질내는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걸 참으라고?

어케?

애액의 미끌미끌함이 없어 거칠게 움직였다가는 서로 아플 것 같지만, 살살 움직이면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를라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헤픈 미소를 지었다.

“와…이거 물속에서 하니까 빡빡해서 주인님이랑 처음 할 때 같은 느낌이 드네요.”

“너한테 좋은 추억은 아니었을 텐데?”

“에이. 그렇지만도 않아요. 물론 그때의 강압적인 주인님보다 지금의 부드러운 주인님이 더 좋긴 하지만…그래도 주인님은 제 부탁을 다 들어주셨잖아요.”

“부탁?”

내가 뭐 했던가?

뛰어난 기억력 특성으로 당시의 일을 되짚어 봐도 떠오르는 건 히익히익 거리는 겁먹은 카를라와 그런 카를라에게 명령을 내리는 나 뿐인데.

아, 그리고 그 말도 안 되는 아재 개그도 있었지.

…역시 도서관은 만악의 근원이 아닐까?

잠시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걸까.

카를라가 살짝 볼을 부풀리며 토라진 목소리를 냈다.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키스해달라고 한 거요. 전 그거 주인님이 들어주셔서 정말 감동받았는데…정작 주인님은 까먹으셨다니….”

“그거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긴 한데…어차피 할 생각이라서 이걸 부탁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

“어차피 할 생각이었다구요?! 와아….”

갑자기 몽롱하게 풀어지는 카를라의 얼굴.

세상 모든 행복을 손에 쥔 사람처럼 칠칠치 못한 표정이었다.

“…뭐야? 혹시 키스에 애정 표현 말고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거야?”

카를라뿐만이 아니라 엘리샤, 이리스, 페이 또한 키스를 졸랐었지.

뭔가 있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카를라.

“애정 표현이 전부인데요? 하지만 아무한테나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름 맹세인데.”

“아.”

그러고 보니 여긴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세 배경의 판타지 세상.

키스의 의미가 현대보다 훨씬 무겁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아니, 정확히는 맹세의 의미가 무거운 거겠지.

명예를 중요시하는 세상에서 맹세란 자신의 사회적 목숨을 내건 약속이니까.

이제야 왜 그렇게 키스를 졸라댔는지 알 것 같네.

이거 잠깐 즐기다 버리는 거 아니지? 앞으로도 계속 아껴줄 거지? 라는 질문을 에둘러 말한 것이리라.

문득 게프 시의 던전에서 카를라가 내 물건에 입을 맞추며 했던 맹세가 떠올라 괜히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카를라. 키스할래?”

“…? 넹!”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카를라.

물컹.

자연스레 카를라의 큼직한 가슴이 내 상체에 짓눌려 뭉개진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이 감각은 언제나 내 신경을 한데 집중시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쪽.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간지러움. 서로의 숨결이 자아내는 간지러움.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던 맹세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

별거 아닌 평범한 키스가 이리도 심장 떨리게 느껴질 줄이야.

분명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해왔을 텐데, 오늘따라 과민 반응하게 된다.

“앗! 주인님 얼굴 빨개졌다! 귀여워요!”

“흠흠. 이제 이 이야기는 됐으니까 공명 수련 이야기나 마저 해줘.”

“맞다! 잠깐 까먹고 있었네요. 어디 보자…우선 왜 이 자세로 하는지 말씀드렸던가요?”

“아니. 왜 이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도, 사정하는 것도 참아야 하는지도 안 말해줬어.”

“그럼 지금부터 해드릴게요! 우선 같은 코어를 가진 마법사들끼리는 마력 파장을 동조해, 마법적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당연하지. 내가 기초 마법 배울 때 카를라 너를 통해 마법을 시전하는 감각을 익힌 거니까. 근데 이거 공명에는 소용없지 않았어?”

기초마법까지는 그냥 현상을 일으키기만 하면 되는 마법이었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하급 마법부터는 명확한 목표를 상상해야 하기에, 남에게 빌린 감각 하나로는 따라 할 수 없는 것.

하물며 마도 명가라 불리던 린델하이트 가문의 비전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잖은가.

나보다 이를 더 잘 알고 있을 터인 카를라가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오늘은 조금 다를 거예요. 제가 주인님에게 동조하는 게 아니라, 주인님이 저한테 동조해야 하거든요.”

“엥? 그거 뭐가 달라져?”

“달라지죠. 우선 마력 파장을 일치시켜 동조하는 것 자체가 공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마력을 조작하는 감각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맞출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거지?”

그리 생각하니 또 일리가 있네.

사실 카를라의 동조로 마법을 익힌다는 건 그냥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밥을 먹는 것과 만드는 건 다른 법 아니겠는가.

“…근데 꼭 이렇게 삽입한 채로 해야 해?”

“주인님이 중위 마법사쯤 되시면 모를까. 하위 마법사인 채로 다른 사람의 마나 패턴을 느끼고 따라 하려면 최대한 하나가 되어야 해서 어쩔 수 없어요.”

“하긴. 내가 카를라 너처럼 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공명을 익힌 건 물론이고 중위 마법사까지 찍었겠지.”

사실 지금도 카를라의 과외와 시스템 보정의 꼼수 덕에 H&A 시절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중위 마법사에 손을 뻗을 정도는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카를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근데 너무 마나에만 집중하셔도 안 돼요. 그랬다가는 주인님의 자지가 흐물흐물해져서 빠지잖아요.”

“…움직이거나 싸면 안 된다면서?”

“네. 그럼 제가 못 버티고 마나가 흐트러지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이없어하며 빼액  소리를 지르자 카를라의 입꼬리가 삐쭉 올라갔다.

“이것도 다 생각이 있어요! 어차피 코어를 가까이해서 주인님이 느끼기 쉽게 할 생각이거든요? 이렇게요.”

몰랑.

이번에는 단순히 말랑한 가슴이 내 몸에 짓눌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 아플 정도로 끌어안았다.

그래. 희미하게나마 카를라의 심장 박동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말이다.

“어때요? 이 정도면 풀릴 일은 없죠?”

“오히려 내 자제심을 걱정해야 할 걸.”

약간 불만 섞인 대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걸까.

카를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럼 이제 시작할게요. 우선 눈을 감고 제 심장 박동에 집중해주세요 주인님.”

“응.”

카를라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감각을 곤두세웠다.

바로 옆에서 엘리샤가 수류 조작을 시험하며 들리는 물소리도.

어디선가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카를라의 옅은 숨소리도.

정신을 집중함에 따라 하나둘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꽤 어려웠지만 마법을 배우다 보니, 이젠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된 명상에 가까운 집중.

눈을 감은지 1분이 채 되지 않았건만 귓가에 들리는 건 스스로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두근 두근.

여느 때처럼 힘차게 뛰는 심장과, 그 박동에 따라 자연스레 회전하는 마나 코어.

다만 아랫도리에서 전해지는 질내의 감촉이나, 상체에서 느껴지는 점점 단단해지는 유두의 감촉 또한 덩달아 그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심장 소리를 쫒는 것이 아니라, 질 주름 개수를 세기 시작하고 있을 때쯤.

어떻게 내가 다른데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는지, 카를라가 다시금 속삭였다.

“나중에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게 해드릴 테니까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주세요.”

우웅.

여기라고 시위하듯 뿜어지는 마나에 가슴팍이 살짝 찌릿해졌다.

이에 어찌어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깊은 곳으로. 늪에 가라앉듯 나 자신에게 빠져들며. 그렇게 밑으로. 또 밑으로.

기어이 스스로의 심장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

창문이 없는 검은 방에서 안대를 쓰고 있는 듯한 막막한 느낌.

내면의 침전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혹은,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뿐일 수도 있고.

그렇게 물속에서 허우적대듯, 필사적으로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자극이라도 좋으니 잡히기를 바라며.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두근.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진동.

적어도 내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내 심장은, 코어는 이렇게 뛰지 않으니까.

두근 두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