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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124화 (124/230)

원소 조합(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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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코어 등급이 벌써 오를 줄이야.

도서관 히든 피스를 클리어하며 받은 마나 샤워.

그리고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온갖 중저가 영약들 덕에 꽤 스택이 쌓여있던 것이리라.

그러다 이번 보상으로 스탯이 대폭 상승하며 한 단계 성장한 것일 테고.

내 품에서 아르릉 가르릉 거리며 얼굴을 부비적대는 카를라에게 물었다.

“린트블룸 코어의 특성인 공명. 슬슬 배울 수 있다고 했지?”

지금까지는 단순히 마법을 난사하는 식으로 써왔던 막대한 마나량.

이젠 그걸 위력 상승에도 써먹을 시간이다.

“린트블룸 코어의 특성인 공명. 슬슬 배울 수 있다고 했지?”

지금까지는 단순히 마법을 난사하는 식으로만 활용했던 막대한 마나량.

이젠 그걸 위력 상승에도 써먹을 시간이다.

차지 영창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으니까.

내 말을 들은 카를라가 잠시 멍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되물었다.

“배우시게요?!”

“응.”

“만세!”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치는 카를라.

루비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여간 기쁜 게 아닌 듯하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이걸로 주인님은 린델하이트 가문의 시조와 같은 체질을 타고나, 린델하이트 가문의 호흡법을 익히고, 린델하이트 가문의 비전을 계승하게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카를라가 말하려고 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어쩐지 저렇게 방방 뛰는 모습을 보면 괜히 장난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사실.

최대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카를라는 나를 가문 부흥의 도구 정도로 봤구나….”

“…에?”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는지 흠칫하는 카를라.

물론 그런다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상처받은 사람처럼 가슴팍을 가볍게 쥐어뜯으며 말을 이었다.

“난 카를라한테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노예긴 해도 노예 취급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런데 카를라는 아니구나. 날 그냥 수단으로 봤구나….”

“주, 주인님?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주인님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겠어요! 오해예요!”

화들짝 놀란 카를라가 황급히 내 팔을 붙들고는,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젓는다.

그럴 때마다 흩날리는 백금색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튀어나오려 한다.

억지로 입꼬리를 내리누르며 짐짓 삐친 듯 머리를 홱! 하고 돌렸다.

“흥! 됐어. 나 이제 카를라랑 안 놀아. 엘리샤만 있으면 돼.”

“네? 저…요?”

당황스레 상황을 살피다 지목당한 엘리샤가 얼떨떨하게 자신을 가리킨다.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엘리샤의 품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엘리샤 너.”

“어…으흠. 그게….”

어린아이처럼 가슴팍에 비비적대는 내 모습에 일순 당황한 엘리샤였으나.

안절부절못하는 카를라의 모습을 보더니, 히죽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카를라 어떻게 얀델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죠?”

“뭐어?! 아니라니까! 가문의 비전이 이어져서 좋은 게 아니라, 주인님이 린델하이트의 색으로 물들어서 좋은 거라니까!”

오우.

이건 이것대로 부끄러운 말이네.

정작 카를라는 정신이 없어, 자기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하지만 엘리샤는 그런 카를라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때는 이때다 싶었는지 내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얀델. 나의 당신. 마음고생이 심했죠? 걱정 마시길. 저는 카를라와 다르답니다. 마탑은 스승님이나 신경 쓰라죠. 전 당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할게요.”

“엘리샤 너어…!”

NTR이라도 당한 것처럼 배신감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카를라.

하지만 엘리샤는 그런 카를라의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걸까.

이후로도 보란 듯이 애정 표현과 스킨십을 해댔고, 그럴 때마다 카를라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다 가끔씩 애원하듯 나를 애절한 목소리로 불렀지만.

“주인니임….”

“흥.”

“흐아아아앙!!”

모른척하며 엘리샤에게 밀착하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카를라.

그렇게 한참 동안 놀리고서야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

“히끅…그럼 이제부터 공명의 원리에 대해 설명할 게요.”

“…설명은 포옹한 자세로 할래?”

“넹.”

기숙사 내부의 개인 수련실. 그 중앙에 앉아, 훌쩍이는 카를라의 등을 살살 쓸어 주었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빠르게 울먹임이 진정되어간다.

“미안.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그만….”

“주인님이 이렇게 알아주셨으니 전 괜찮아요. …엘리샤 넌 두고 봐.”

찌릿하고 옆자리의 엘리샤를 노려보는 카를라. 그 기세가 꽤나 살벌하다.

정작 엘리샤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는 것으로 흘려 넘겼지만.

그 태연한 모습에 카를라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입을 열었다.

“흠흠. 아무튼 이제부터 주인님께 린트블룸 코어의 특성인 공명을 가르쳐드릴 건데…그 전에. 주인님은 공명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

“잘은 몰라. 말 그대로 공명이라는 것만 알지.”

H&A에서도 린트블룸 호흡법은 배울 수 있었다.

당연히 그 특성인 공명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설명창을 펼쳐본 적이 있고.

“말 그대로 외부의 마나와 코어를 공명시켜, 내가 가진 것 이상의 마나를 끌어오는 거 아냐?”

“얼추 맞아요! 그럼 어떻게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이는지, 왜 차지 영창이 아니라 공명을 쓰는지도 아시나요?”

“…이제부터 배워야지.”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게임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아카데미에서 배울 내용이 한가득 남아있는 거고.

카를라가 엣헴엣헴 귀여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여기서부터 설명을 시작할게요 주인님.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물어보셔도 돼요! 우선 어떻게 말인데….”

이어진 카를라의 말에 따르면 린트블룸 코어는 다른 마나 코어에 비해 꽤 특이한 코어라고 한다.

성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좀 다르다나.

일반적인 마나 코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기가 아니라 심장 어림에 만든 가상의 기관이다.

이는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마나의 불확실성을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마나를 전부 풀어 헤치면, 지금 앉아있는 수련장 정도는 꽉 채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만한 마나가 어떻게 나라는 작은 몸 안에 담겨있는 걸까.

간단하다.

마나는 분명히 존재하나, 언제나 실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컵 하나에 호수를 담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거고.

마나 코어가 가상의 기관이 되는 건, 막대한 양의 마나를 안전하게 담아야 하는 역할을 생각해 봤을 때 지극히 당연한 일.

하지만 린트블룸 코어는 조금 다르다.

본래 가상의 기관이어야 할 마나 코어가 심장을 둘러싼 고리의 형태로 반쯤 실체화 되어있으니까.

덕분에 통상적인 경우라면 의지에만 감응해야 하는 마나가 육체와도 감응하게 된 것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하면, 심장 박동이 강하게 의식되는 게 그래서고.

“다소 기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조인데,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초대 가주의 체질 때문이지?”

“맞아요! 하긴. 주인님도 같은 마나 감응 불능 체질이셨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라.

뭐, 나는 초대 가주만큼 마나 감응 불능이라는 체질에 대한 이해가 높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린트블룸 호흡법을 익히며 느낀 것 정도는 있다.

심장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뛰는 것과 동시에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기 시작하던 청량함.

마치 심장 박동에 마나가 이끌린 것 같은 그 느낌이야말로 공명의 근본이 아닐까 싶다.

내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듯 카를라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시조께서는 마나를 느끼지 못했으니, 당연히 다루지도 못하셨죠. 하지만 체내의 마나 자체는 과할 정도로 많았구요.”

“여기서 힌트를 얻으신 거죠. 아무리 마나가 인간의 의지에 감응하는 것이라지만, 결국 사람 몸 안에 담긴 거라면 의지가 아닌 육체로도 다룰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런 발상 끝에 나온 결론이 체내의 진동을 조율하여 마나와 공명시키는 것이었죠.”

“우리 몸에서 가장 강하게 뛰는 곳이 어디겠어요?”

심장.

결국 린트블룸 호흡법이란 심장을 특수한 방식대로 뛰게 하여, 체내와 주변의 마나를 육체와 공명시키는 것이다.

의지가 감응하지 못한다 해도 직접 몸으로 느껴지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을 터.

만약 그랬으면 감응 불능이 아니라 마나 면역이나, 부도체 같은 체질이었겠지.

아무튼 한 번이라도 몸으로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앞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마나를 느끼고 다루면 될 일이니까.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엘리샤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해도, 이걸 어떻게 실제로 구현해낸 거죠? 얇은 종이에 손가락이 베이니 종이를 검 대용으로 쓰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시조님이 대단하신 거지! 그리고 같은 체질을 타고난 주인님도 대단해지실 거야!”

…여기서 내가 나온다고?

살짝 당황한 나를 꼭 끌어안으며, 큼직한 가슴을 상체에 마구 비벼대는 카를라.

그 모습에 엘리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아니, 더 대단해져야죠. 얀델에게는 저와 스승님도 있잖아요?”

“좀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자신만만한 엘리샤의 태도에 카를라가 살짝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마법의 흔적이 묻는 건 좀 싫지만…그래도 주인님에게 좋은 일이니 어쩔 수 없죠.”

그리고는 두어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어쨌든 이제 린트블룸 호흡법의 근본이 공명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죠.”

“…대충 알 것 같은데? 심장 박동을 통한 공명을 극대화 시켜 외부의 마나를 더 많이 끌어오는 거 아냐?”

하지만 이번에도 카를라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부정했다.

“쪼오금 다르네요. 큰 틀에서 보면, 그러니까 외부인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달라요.”

“다르다고?”

“네. 그래서야 차지 영창이랑 뭐가 다르겠어요.”

“아.”

생각해 보니 차지 영창도 주문을 지연시켜 더 많은 마나를 때려 박는 기술이지.

외부의 마나를 아무리 공명으로 끌어와도, 마나 소모가 적은 차지 영창일 뿐이다.

하지만 차지 영창에는 한계가 있다.

마법의 구성 요소는 그대로인데 마나만 때려 박은 것이라,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한계를 넘어선 마나를 주입하면 마법 자체가 붕괴해 버린다. 혹은 폭주하거나.

“이제부터 설명 드릴 건 차지 영창과 공명을 통한 강화의 차이점이에요.”

“그게 핵심인 것 같네.”

“역시 주인님! 감이 좋으시네요! 맞아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한 내용이니 잘 들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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