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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115화 (115/230)

“후배님! 날…날 속인 거야?! 너무해! 나 방금 막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데!”

“으앗. 잠깐만요 페이 선배! 지금 그렇게 날뛰면…!”

보짓살과 허벅지 사이에 비벼지며 슬금슬금 기지개를 켜는 아랫도리.

위에서부터 내려다보던 페이의 가슴이 미친 듯이 출렁이는 모습은 덤이었다.

“좋네요. 더 해주세요.”

“후배님은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진짜 너무해! 장난을 쳐도 그런 걸로 치다니!”

정말로 서운하다는 듯이 허리를 들썩이는 것도 모자라 팔다리까지 붕붕 휘두르는 페이.

“에이. 저는 전부 진심이었는데요? 그저 날짜가 오늘이 아닐 뿐….”

“이잇! 에잇!”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삐져나온 내 자지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리는 페이.

말 똑바로 안 하면 진짜 맞을 수도 있다는 위협에 물건이 순간 쪼그라든다.

“알았어요 알았어. 앞으로 안 그럴게요. 약속.”

“흥! 이미 내 마음은 후배님의 장난에 너덜너덜해진 상태야! 못 믿어 못 믿어!”

“너덜너덜이라니….”

말랑말랑한데.

반사적으로 페이의 가슴을 쪼물 거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뭘 하려는…읍!”

페이의 볼을 잡고 옆으로 돌리며 그대로 입을 맞췄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나도 페이도 목이 불편한 키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떨어지려 들지 않았다.

입술에 와닿는 간지러움 감촉, 안쪽으로 파고든 나를 어설프게 환영하는 혓바닥.

서로의 숨결이 겹치고, 타액이 뒤섞이며, 그렇게 진심이 전해진다.

마음 같아서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고 싶지만…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결국 숨이 찬 페이가 먼저 떨어져 나간다.

“쮸읍…프하!”

길게 늘어지는 실선과 반들거리는 입술을 보며 방긋 웃었다.

“어때요? 좀 믿음이 가요?”

“…잘 모르겠는데?”

괜히 투덜거리는 페이가 슬쩍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한 번 더 해줘야 할 것 같아.”

노골적이라면 노골적인 요구에 키득대며 되물었다.

“한 번으로 되겠어요?”

“어? 어어…?”

그러고 보니 나를 공방으로 보낼 때의 카를라와 엘리샤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는 눈치였지.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외박해도 괜찮겠지.

“밤새 해드릴게요.”

당황하는 페이의 입에 다시금 입술을 겹쳤다.

쪽.

어두컴컴한 공방은 시간 개념이 희박하다.

밤이 언제 끝날지는…나도 모르겠네.

여전히 어두컴컴한 공방. 페이의 무릎을 베고 가슴을 쪽쪽 빨고 있자니 절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응애. 나 아기 얀델. 맘마 줘.”

“후배님. 안 쪽팔려…?”

“전혀요.”

마지막으로 한번 가볍게 첨단을 깨물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슬슬 가봐야겠네요.”

“으응…그러네. 내일도 수업이 있으니까.”

“저도 여기저기 불려가는 일은 거의 끝나가니, 다시 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가야죠.”

어깨를 으쓱이며 바닥에 대충 던져둔 옷을 주워 입었다.

뒷정리는 미리 해뒀으니 이대로 옷만 갈아입고 기숙사로 돌아가면 되는데.

“어쩐지 좀 아쉽네.”

“저랑 헤어지는 게요?”

“응. 하루뿐이지만 후배님이랑 쭉 붙어있어서 그런지 되게 허전해.”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는 페이.

언제봐도 경이적인 크기다.

페이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일주일에 2~3번은 찾아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런 말은 눈을 보고 말해줬으면 하는데.”

“자주 찾아올 테니까 평소에 잘 씻고 계시라고요.”

“나 자주 씻는데?! 혹시 냄새났어…?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후배님!”

화들짝 놀란 페이가 자신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사실 저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닌데….

허둥대는 페이의 모습이 귀여우니 그냥 말없이 옷이나 마저 갈아입었다.

“다음엔 냄새 제거 포션으로 씻어 볼까…? 아냐. 몇 번 쓰는 거면 그냥 씻어내림 되는데, 지속적으로 쓰면 피부에 안 좋아. 어차피 몬스터나 짐승이 아닌 사람 코만 피하면 되는 거니 전체적으로 순하게 만들면 되겠네. 이참에 좋은 향기도 내볼까? 무난하게 꽃으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이번에 쓴 미약 같은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아니 그건 냄새 제거 포션이 아니라 향수잖아.

그것도 최음 향수.

혼자 중얼거리는 페이의 머리를 가볍게 손날로 찍었다.

“아얏!”

“농담이니까 그 계획은 당장 그만두세요.”

“…어? 농담? 그럼 나 냄새 안 나?”

“아뇨. 나는데요?”

“그럼 농담이 아니잖아!”

빽빽거리는 페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기습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할짝.

“히익!”

목덜미를 아래에서 위로 스윽 핥아주자,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린 페이.

그런 페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페이 선배 살냄새가 나요. 좋은 냄새니까 없애지 마세요.”

“응. 어. 으응.”

할 거 다 해놓고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페이.

그런 페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얼굴을 떨어뜨렸다.

“좋아요. 전 이만 가볼게요.”

“…어?”

“페이 선배도 오늘 수업 있잖아요. 슬슬 준비하셔야죠.”

“응…수업…그렇지….”

이다음을 기대했는지 허탈해하는 페이에게 낄낄 웃어주며 손을 흔들었다.

“정신 차리시고. 어서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아, 그리고 주말에 시간 비워두는 거 잊지 마시고요.”

“주말은 괜찮아. 나 어차피 친구 없어서 따로 약속 같은 거 없거든.”

“…….”

태연하게 슬픈 소리를 하는 페이의 마중을 받으며 공방을 나갔다.

***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겨드는 카를라.

반사적으로 마주 안아주자, 내 품에 꼭 안긴 카를라가 내뱉은 첫마디는 놀랍게도.

“킁킁. 주인님에게서 익숙한 여자의 냄새가 나요.”

“그야 페이 선배는 카를라 너도 몇 번 만나 봤으니까….”

“아뇨. 이건 그냥 냄새가 아니에요.”

거기까지 말한 카를라가 한층 더 열성적으로 자신의 몸을 부벼오기 시작했다.

마치 짐승의 영역표시 같은 느낌.

그 필사적이라면 필사적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냥 냄새가 아니면 뭔데?”

“야한 냄새요. 주인님…페이 양이랑 하신 거죠?”

“…그걸 냄새로 알아챈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금 막 일어나 눈을 비비적대는 엘리샤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진짜예요. 얀델 당신에게서 희미하지만 암컷의 냄새가 나요.”

“암컷은 너무하잖아….”

“어머? 생각해 보니 어감이 좀 그러네요. 발정기의 동물들이 자주 풍기는 냄새가 난다는 소리였답니다.”

“…….”

그쪽이 더 심한 말 아냐?

뭐…이유는 대충 짐작 간다. 미약의 효과가 너무 좋았던 탓이겠지.

“그나저나 좀 신기하네요.”

“뭐가?”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희미하게 난다고. 하이엘프인 저한테도 이 정도인데 인간인 카를라는 대체 어떻게 느낀 건지….”

“어?”

생각해보니 확실히 신기하긴 하네.

페이의 냄새를 덧씌우려는 듯 이제는 등에 달라붙어 열성적으로 비비적대던 카를라가 우리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이. 그야 간단하지.”

어부바라도 하듯 등 뒤에 찰싹 달라붙은 카를라가 어깨 너머로 내민 자신의 볼을 내 볼에 맞댄 채 말을 이었다.

“난 주인님에 대한 건 전부 알고 있는걸? 그러니까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 눈치챌 수 있어.”

“…….”

“…….”

나도 엘리샤도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무거워. 애정이 무거워!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스레 카를라의 머리를 쓸어주며 필사적으로 주제를 돌렸다.

“아, 아무튼 이제 슬슬 나갈 준비나 하자. 벌써 해가 중천에 떴네. 이러다 지각하겠어.”

“넹.”

꼼꼼히 마킹을 끝냈는지 만족스레 떨어지는 카를라.

그제야 간단히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기숙사를 나와 A반 강의실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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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돌던 나에 대한 소문은 그 결과가 사교도의 색출로 이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이번에 새로이 그 위험성이 대두된 들끓는 고요 교단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학생들이 알아서 내 소문을 부정해주더라.

하기야. 까딱 잘못하면 너 혹시 사교도니? 소리를 들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지.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이젠 나에 대해 수군거리는 사람도 줄었고, 만약 있더라도.

“저번 결투에서 마지막에 본 마법이 무슨 마법인지 찾았어?”

“아니. 벌써 며칠째 도서관에서 조사 중인데 못 찾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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