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98화 (98/230)

“이쯤 되면 오히려 제 노예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나는….”

“이런 거 좋아하셨구나.”

“…흐아아앙!!”

앗! 페이를 울려버렸다!

어찌어찌 울려버린 페이를 달래고서 돌아온 기숙사.

“주인님. 만세 해보세요 만세!”

“응? 이렇게?”

“잘했어요.”

빙그레 미소 지은 카를라가 나긋나긋한 손놀림으로 내 옷을 찬찬히 벗기기 시작했다.

겉옷, 셔츠, 바지.

기어이 나를 속옷 차림으로 만들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 몸을 스윽 훑어보는 카를라.

세상에 이게 뭐람. 남사스럽게.

하지만 내 당황한 반응에도 카를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석구석까지 시야에 담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조금 근육이 붙지 않았어요?”

“근육이?”

아카데미의 부지가 넓은 탓에 오래 걸어 다니긴 했지만…그 외에는 따로 운동한 게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대련 시간에 몸을 움직인 정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게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단언하는 카를라.

“확실해요. 전에는 너무 마르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은 평범한 체형이셨는데…조금 탄탄해졌잖아요.”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사실 검증을 위해서인지, 단순히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아까부터 내 복근을 만지작대는 카를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동작 그만.”

“아앗….”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카를라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혼자 만지는 건 치사하잖아? 나도 만지게 해줘야지.”

“오…일리 있는 말이에요 주인님.”

루비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금 전의 나처럼 만세 자세를 취한 카를라.

그런 카를라의 옷을 단숨에 벗기고, 말랑몰랑한 가슴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

엘리샤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딱 좋던 분위기를 깨버렸다.

“아니…둘 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러고 싶어요? 얀델 당신의 폭주하는 소문이라거나, 페이 양의 성과에 대해서라거나, 하다못해 오늘의 수련 같은 다른 할 일도 많잖아요!”

“그 할 일 중에 섹스도 포함되어있는 건데?”

“세엑…! 아, 아무튼 그건 저녁에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아직 해도 지기 전인데….”

새삼스레 섹스라는 말에 부끄러워하는 엘리샤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칫칫칫. 뭘 모르네. 자기 전에 하면 밤새워야 하잖아. 내일도 수업이 있는데 잠은 충분히 자야지.”

“대체 얼마나 할 생각인 거죠?!”

“내가 만족할 때까지…는 농담이고. 사실 요즘 들어 성욕이 좀 강해져서 뭘 하려고 해도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

“주인님 말대로야. 저번에 드신 영약이 좀 약발이 잘 드셨는지, 요즘은 꼭 하루에 한 번씩 성욕을 해소해드려야 해.”

“네에? 그치만 저번에 마차에서 스승님께 원소 조합을 배울 때는….”

“그땐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들 만큼 빡쎄게 배웠던 거잖아. 설마 매일 무리하라는 건 아니겠지?”

“…큿.”

맞는 말이라 생각했는지 차마 반론하지 못하는 엘리샤.

그 모습에 카를라가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럼 엘리샤 너는 하기 싫다는 거지?”

“싫은 건 아니거든요?! 정말 그런 건 아닌데….”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내 반라를 힐끔대는 엘리샤.

카를라가 짧은 콧소리를 냈다.

“흐응….”

그리고는 냅다 내 속옷을 내려버렸다.

“에잇!”

“흡!”

갑작스레 드러난 내 물건에 엘리샤가 헛숨을 들이킨다.

아직 익숙치 않은 모양새. 하긴 이제 두 번째 본 거니 그럴 만도 하지.

반면 카를라는 벌떡 솟아오른 아랫도리를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것이라도 보는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엘리샤에게 이죽였다.

“엘리샤 너는 거기서 구경이나 해. 주인님 정액은 내가 다 받아낼 테니까.”

“으그읏….”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엘리샤.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엘리샤다.

첫날밤 이후로 자신이 내 노예가 됐음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 노예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겠지.

실제로 이래저래 툴툴 대면서도 어떻게 하면 내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녀석이니까.

그렇다면 지금은 그냥 머리로는 알아도, 입으로 내뱉기가 힘들어 우물쭈물하는 것이리라.

조금 등을 떠밀어줄 필요가 있겠네.

우선 카를라의 볼을 가볍게 꼬집어 주었다.

“으앙!”

“너무 엘리샤 놀리지 마. 구경은 나만 할 거니까.”

“넹?”

별로 세게 꼬집지도 않았건만, 한쪽 볼을 어루만지는 카를라를 침대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끄트머리에 걸터앉으며, 카를라를 내 다리 사이에 앉혔다.

“카를라 너는 여기서 내 자지를 빨고, 엘리샤는 잘 보이는 자리에서 한겹씩 옷을 벗어 봐.”

“…예?”

“헉! 주인님 천재…!”

자신이 무슨 소릴 들었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파란 눈동자를 땡그랗게 뜬 엘리샤.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한 카를라.

기특함을 담아 카를라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흐헤헤…얌.”

실실 웃으며 내 물건을 한입에 삼킨 카를라.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축축하면서도 간질간질한 감촉을 즐기고 있자니, 당황한 엘리샤가 조심스레 내게 되물었다.

“그으…얀델? 정말 벗어요?”

“정말이지 그럼 가짜겠어? 최대한 야하게 벗어봐.”

“정말로 정말요?”

“응. 내 전용 하프엘프 생산 공장이 되고 싶지 않으면 빨리 벗어.”

“무슨…! …어라? 그거 지금이랑 다를 게 있나요?”

“없지.”

그냥 엘리샤에게 명분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태연스레 어깨를 으쓱이는 내 모습에 엘리샤가 픽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묘한 부분에서 배려해준단 말이죠. 좋아요! 이렇게 된 거, 제가 전력을 다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드리죠!”

“오…잘하면 상으로 부채 사줄게.”

“…그거 제가 골라도 되나요?”

“당연하지. 네 상으로 주는 선물이잖아.”

거기까지 말하자 내 사타구니에 머리를 묻고 있던 카를라가 돌연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주인님 주인님!”

“응응.”

“저도 잘하면 상 주실 거에요?”

그리 말하고는 혀를 쭉 내미는 카를라.

마치 강아지가 헥헥 대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한 카를라의 턱밑을 살살 간질여주었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카를라 너는 평소부터 잘하고 있으니, 조금 무리한 걸 부탁해도 되는데.”

“헤헤…그 정도는 아닌데…음…나중에 상 주신다고 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그리 말하고는 펠라를 재개하는 카를라.

이러면 더 궁금해지는데.

카를라가 나한테 뭘 요구하려나 속으로 이런저런 추측을 이어 나가는 사이.

잠시 방치됐던 엘리샤가 발을 콩콩 구르며 볼멘소리를 냈다.

“제 탈의를 감상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카를라만 보지 말고 저도 좀 보세요 얀델.”

“아, 응. 그랬지.”

카를라에게 지기 싫어서 그런 거겠지만…단어 선정이 참 몬가몬가다.

피식 웃으며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그러자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옷가지를 붙잡고 있던 엘리샤가 조금 누그러진 미소로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할게요.”

샥샥.

좌우로 흔들리는 허리. 하나둘 풀리는 단추. 옷 스치는 소리와 함께 늘어나는 살색 비율.

조금씩 드러나는 엘리샤의 뽀얀 속살은 그 자체로 내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크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도, 토실토실한 허벅지도. 그리고 살랑이는 거대 롤빵 머리도.

그저 보고만 있어도 흥분되는 엘리샤는 최고의 딸감이었다.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긴 하는데 묘하게 삐걱이는 허리.

다리는 어색하다 못해 이상한 스텝을 밟고 있었으며.

하늘하늘하게 흔들려야 할 옷은 어깨와 함께 툭툭 끊긴 듯 움직인다.

“와…엘리샤 너 춤 진짜 못 추는구나?”

엘리샤의 춤사위는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이 와중에 본인은 진지한 표정인 것도 좀 웃기고.

“으읏…그, 그럼 이건 어떤가요?!”

내 혹평을 들은 엘리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이내 오기 가득한 표정으로 입고 있던 옷을 단번에 잡아당겼다.

요상한 춤과 함께 박자에 맞춰 한 꺼풀씩 흘러내리는 게 아니라, 속옷까지 한 번에 싹 다 벗어 던진 것.

반동으로 출렁이는 엘프스럽지 않은 젖가슴과, 튼실한 엉덩이에서 시작되는 도톰한 하체 라인이 고스란히 시야에 맺혔다.

“응. 차라리 가만히 알몸을 내비치는 쪽이 그 괴상한 관절 꺾기보다는 훨씬 야하네.”

“…관절 꺾기라뇨. 제 춤이 그 정도였나요? 아니, 그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살짝 샐쭉한 표정을 짓던 엘리샤가 다리를 엉거주춤 벌리더니…그대로 상체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출렁출렁.

“미친.”

탄탄한 허벅지 사이로 훤히 보이는 보지와, 격렬하게 자기주장 중인 가슴.

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천박한, 하지만 단순히 천박하다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몸뚱이.

흔들리는 가슴이 조금 더 잘 보이도록 하려는 걸까. 엘리샤가 따로 놀던 팔을 뒤통수에 올려 깍지를 꼈다.

그리고는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이 춤은 어떤가요? 여전히 별로인가요? 아니면…저로 흥분하고 카를라로 자위하는 건가요?”

“카를라로 딸치다니…뭐, 그런 구도긴 한데….”

내 자지를 입에 문 채,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카를라.

그런 카를라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물었다.

“애초에 그거 춤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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