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팝니다. 몰락영애. 한 번도 안 쓴-87화 (87/230)

“맞아요. 저도 처음에 주인님께 그런 부탁을 했었죠.”

옛날 생각…이라고 해봤자 아직 3개월도 안 된 시기지만, 아무튼 당시를 떠올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카를라.

엘리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를라도…그럼 저도 해주는 거죠 얀델?”

“좋아. 아쉽지만 이건 이리스에게 닦아 달라고 해야겠네.”

“예? 기절한 스승님을 깨우기라도…아.”

다시 침대로 돌아가, 곤히 잠든 이리스의 하얀 머리카락에 자지를 슥슥 닦고 오자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오는 엘리샤.

아, 왜. 어차피 나중에 다 클린 마법으로 닦을 거란 말이야.

짐짓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엘리샤에게 내렸던 명령을 풀어주었다.

“[이제 손 내리고 일어서도 괜찮아.] 침대로 가자. 펠라를 하건, 키스를 하건, 섹스를 하건 멀쩡한 침대 놔두고 여기서 하기는 좀 그렇잖아?”

“…그럼 아까는 왜 스승님이랑 여기서 했던 건가요?”

“당연히 네가 가까운 곳에서 보라고 그런 거지.”

“당신은 정말….”

한숨을 푸욱 내쉰 엘리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알겠어요. 알겠답니다. 저도 침대가 더 좋으니 거기서…에?”

제법 오랫동안 벌을 서고 있었던 탓일까. 아픈 팔과 어깨를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엘리샤가 멈칫했다.

“왜 또 그래?”

“저기. 그게. 얀델…?”

“엉.”

“다리가 안 움직이는데요?”

“???”

이건 또 뭔 소리람.

멍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자니,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말을 잇는 엘리샤.

“다리가 저려서…감각이 없어요.”

“허.”

순간 어이가 없긴 했지만, 엘리샤의 다리를 보고서야 이해했다.

그래. 저 정도로 허벅지가 두꺼우면 피가 안 통할 수도 있지.

“좋아. 그럼 가만히 있어. 내가 옮겨줄 테니까.”

“으으. 감사해요 얀델.”

접혀있는 엘리샤의 다리를 펴주었다.

“으극!”

잠깐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따가웠는지 움찔하는 엘리샤.

많이 저린가 보네.

한층 더 조심스레 엘리샤의 무릎 뒤쪽에 팔을 집어넣어,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렸다.

이리스보다는 무겁지만, 아주 못 들 정도는 아니네.

그렇게 엘리샤를 침대에 눕히자,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저런. 아직 안심하기는 좀 이른데.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카를라. 저쪽에서 엘리샤의 팔 좀 잡고 있어 봐.”

“네 주인님.”

군말 없이 머리맡으로 향한 카를라가 엘리샤의 양 팔을 잡아, 만세 상태로 고정시켰다.

“…카를라? 무슨 속셈이죠?”

“몰라! 그냥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해맑게 대답하는 카를라였으나, 눈동자에는 묘한 장난기가 맴돌고 있다.

내가 뭘 하려는지 대충 알아챈 건가.

긍정의 의미를 담아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엘리샤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얀델? 당신 키스해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해야지. 해줄 거야. 그 전에 간단한 마사지만 좀 하고. 아까 보니까 다리가 거의 마비됐더만.”

“예? 예에…그거야 뭐. …잠깐. 마사지라고요?”

불길함을 감지한 엘리샤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크게 펼친 양손을 엘리샤의 통통한 허벅지 위에 얹었다.

“그, 그만…당신…제발….”

이번엔 진심이 가득 담긴 엘리샤의 애원에 빵긋 웃어주었다.

“그럼 시작할게.”

탄탄한 허벅지를 마구 주물렀다.

엘리샤가 펄쩍 뛰어올랐다.

“삐꺄아아아아아악!!!”

엘리샤의 허벅지를 마구 주물렀다.

엘리샤가 펄쩍 뛰어올랐다.

“삐꺄아아아아아악!!!”

방 안 가득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

느닷없는 전기 공격(아님)에 격하게 발버둥치는 엘리샤였으나, 이럴 줄 알고 진작에 카를라에게 팔을 붙잡으라고 시켜두었다.

오래 손들고 서 있느라 힘이 빠지니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다리야 뭐…못 움직이겠다고 할 정도로 심하게 쥐난 상태니 제압하고 자시고도 없는 상태.

“다, 당신! 정말 이럴 거예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물을 글썽이는 엘리샤에게 어깨를 으쓱여주었다.

“내가? 뭘? 난 그냥 엘리샤 네가 다리 저리다길래 혈액순환 잘되라고 마사지해준 거잖아. 세상에…어떤 주인이 노예가 아프다고 마사지까지 해줘? 그렇지 카를라?”

“맞아요! 주인님만큼 좋은 주인님이 없어요!”

“오…구체적으로는 어느 부분이 좋은데?”

“어지간한 엘프보다 주인님이 더 잘생겼어요!”

“그리고?”

“돈도 많아요!”

“또?”

“마법 천재예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음…아! 자지가 커요!”

“좋아! 잘했어!”

짝!

해맑게 웃는 카를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자니, 사이에 끼인 엘리샤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이제 다 놀렸나요? 그럼 조금만 쉬었다가 마저 이어서 하죠.”

“응? 무슨 소리야. 아직 다리 저리지? 금방 풀어줄 테니까 가만있어 봐.”

“…네? 방금 걸로 끝 아니었나요?”

“그럴 리가. 이참에 잘 기억해둬 엘리샤. 이런 건 내가 만족했을 때 끝나는 거야.”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엘리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말랑.

“힉!”

이미 나는 엘리샤의 허벅지를 움켜쥐었으니까.

떨리는 눈빛으로 나와 내 손을 번갈아 보던 엘리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얀델…? 아, 아니죠? 정말 그냥 겁 좀 준 거죠?”

“난 언제나 진심이야 엘리샤. 단 한 번도 아니었던 적은 없어.”

“꼭 지금 그런 멋있는 대사를 해야겠어요 당신?!”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엘리샤의 당신이라는 말은 묘한 매력이 있단 말이지.

그냥 엘리샤의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흐악!”

겉 부분은 말랑말랑 하지만, 조금 안쪽은 근육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듯한 감촉.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오는 오동통한 살집.

보는 맛도 있고, 만지는 맛도 있는…최고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허벅지.

잠시 엘리샤의 허벅지가 주는 여운을 즐기고 있자니, 허리를 꼼질대며 내게서 벗어나려 든다.

어림도 없지.

바로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구석구석까지 주무르기 시작했다.

“꺅! 얀델 이거…으아앙!”

손끝으로 강하게 눌러보는 것은 물론이요, 손바닥으로 꾹꾹 문대보거나, 허벅지 안쪽을 검지로 쭈욱 쓸어내리는 등.

마사지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그냥 엘리샤의 허벅지를 만끽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흐으…아으…제 말 듣고 있나요 당신? 그러니까….”

그 사이에 조금 익숙해졌는지 엘리샤의 목소리에 여유가 섞여들기 시작했다.

“응. 이제 허벅지는 됐으니까 다른 곳도 해달라는 거지?”

“…에? 자, 잠시만요!”

엘리샤의 만류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손을 조금씩 밑으로 내렸다.

통통하던 살집이 점점 줄어들더니, 만지면 말랑한 탄력보다 단단한 뼈가 만져질 정도가 됐다.

무릎. 여기는 눌러봤자 별로 저리지도 않겠지.

실제로 엘리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조금 괘씸하네.

그래서 무릎 뒤쪽을 엄지로 강하게 눌러주었다.

“햐아아악!”

고양이도 아니건만 하악질을 하는 엘리샤.

그제야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마저 내렸다.

무릎 뒤에 이어진 부위는 당연히 종아리.

허벅지와 달리 말랑한 느낌은 거의 없지만 탄탄함은 훨씬 더 강하다. 거기에 허벅지보다 확연히 작기 때문일까.

쪼물쪼물.

한손으로 쥐면, 착 감기는 것이 독특한 느낌이다.

“끄으읏….”

물론 당하는 엘리샤 입장에서는 찌릿할 뿐이겠지만.

억눌린 신음을 흘리는 엘리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익…이익…!”

조금 전처럼 펄쩍 뛰는 게 아니라 이를 악문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는 점이려나.

절대 내가 원하는 반응은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움찔거리긴 해도 몸부림치지는 않고 있고.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엘리샤는 반응 하나하나가 조교해 달라고 조르는 것 같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반응이다.

지금은 단순한 댕댕이가 되어버린 카를라도 처음에는 이렇게 괴롭히는 맛이 있었는데.

물론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카를라가 히에엑 거리며 휙휙 바뀌는 반응으로 내 충동을 부추겼다면.

엘리샤는 지금의 처지에도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이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는 가학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 바로 지금처럼.

조용한 엘리샤를 보고 있자니, 마구 괴롭혀서 울부짖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종아리는 여기까지 해야겠네.

본래 쥐난 다리는 처음엔 말단 부분이 마비되어 감각이 없고, 허벅지나 종아리 부분이 짜릿하지만….

본격적으로 피가 돌기 시작하면 반대로 말단 부위가 짜릿해진다.

그것도 다른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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