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원하는 건 없네만.”
“517년이면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긴 시간이지.”
“그야 같은 엘프에게도 긴 시간이니, 이제 막 성년이 된 주인에게는 더더욱 그러하겠지.”
내 상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말하니까 좀 간지럽네.
“그동안 처녀였단 소리는 그만큼 첫 경험에 대한 환상도 컸다는 소리 아냐?”
“…….”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을 꾹 다문 이리스. 각도상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지금쯤 꽤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란 건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리스의 등을 느릿하게 토닥여주며 가만히 기다려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하게 끌어안아 줬으면 하네.”
“응.”
이리스의 작은 등 위로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혹은 떨림이 멈출 정도로.
“다음은 영원의 맹세와 함께 키스를…아니, 그냥 키스면 되네.”
“잠시만.”
삽입된 물건을 반쯤 뽑아내며 이리스를 끌어 올렸다.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아직 눈물이 덜 말라 촉촉한 이리스의 푸른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다가…그래도 입을 맞췄다.
쪽.
혀는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입술과 입술이 살짝 맞닿았다 떨어지는 가벼운 키스.
자그마한 입술의 감촉. 이리스의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한 번 더 물었다.
“또? 뭐 더 하고 싶은 거 있어?”
“…귀.”
“응?”
“귀를 만져줬으면 하네. 가능하면 애, 애정을 담아서 말일세.”
애정이라.
어떻게 해야 애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리스의 외모가 보통 출중한 게 아닌 만큼, 기본적인 호감이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리스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지만. 애초에 H&A에서도 나오지 않아 어제 처음 만났고.
내 침묵을 부정적인 의미로 여긴 걸까. 이리스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됐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네.”
“아니. 기다려 봐.”
이리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시작은 조금 전에 키스를 나누었던 입술.
촉촉하면서도 말랑한 입술을 어루만지는 것도 잠시. 다음은 조금 손을 올려 매끈한 뺨을 손등으로 쓸어올렸다.
이후에도 코, 이마, 턱 등. 내 손바닥만 한 이리스의 얼굴을 여기저기 만지작댔다.
…카를라 때는 이렇게 스킨십을 하다보면 괜히 이뻐보이고 그랬거든.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이리스를 만지는 손길이 조금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내 기분 탓은 아닌 건지,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 된 이리스.
조심스레 그런 이리스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길쭉한 연골이 잡히는 특이한 감촉.
엘프의 귀는 이런 느낌인가.
귓바퀴를 따라 손가락을 훑거나, 안쪽을 살살 간질이기도 하며 귀 전체를 애무하듯 희롱한다.
손을 놀릴 때마다 이리스의 눈빛이 점점 몽롱해져 간다.
잠에 취한 듯, 술에 취한 듯, 그것도 아니면 분위기에 취한 듯한 모양새.
그리고.
“…아.”
이리스의 표정이 점점 흐물흐물해지더니, 이내 희미한 미소를 피워올렸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귀를 간헐적으로 쫑긋거리는 것을 보아 잘 된 것 같네.
“마음에 들어?”
“사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만…이건 좋구나.”
그냥 하는 말은 아닌지,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이리스의 보지가 조금 더 끈적해졌다.
쉽게 말해 귀를 만져지면서 애액을 흘리고 있다는 소리.
엘프의 귀가 좀 특별한 부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이제 정말 더는 바라는 게 없는지, 스스로 허리를 꼼실대기 시작한 이리스가 장난스레 눈매를 휘었다.
“주인이여. 그거 아느냐?”
“뭐를?”
“엘프들이 정조를 과할 정도로 중요시하는 이유. 그리고 타종족이 엘프 조교에 대한 환상을 불태우는 이유 말일세.”
“거기에 이유가 있어?”
그냥 수명이 긴 종족이라 오랜 전통을 중요시 여긴다거나, 신비한 존재를 더럽히고 싶어하는 욕망이 만든 환상 같은 거 아닌가?
“물론 주인이 말한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 허나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네. 아카데미는 여러 이종족이 모이는 곳이니, 주인도 한 번쯤은 들어봤겠지? 엘프는 감각이 예민하다는 소리 말일세.”
“그치. 그래서 작게 속삭여도 잘만 알아듣더라.”
“잘 알고 있군. 그럼 그 예민하다는 감각에는 오감뿐만 아니라 성감도 포함되어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허…?”
이건 진짜 예상도 못 하고 있던 내용인지라,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멍청한 소리.
거기에 슬슬 내 물건을 받아들인 채로 움직이는데 익숙해진 이리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거라. 남들보다 몇 배는 강한 쾌락에 중독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하겠지?”
“맞네. 그렇기에 엘프는 정조관념이 강한 걸세. 그렇지 않으면 다들 몇백 년 동안 섹스에 빠져 지낼 테니, 자연스레 형성된 가치관이겠지.”
“…그럼 다른 종족이 엘프 조교에 환상을 가진 건 설마?”
“실제로 가능한 일이니까 그런 거라네.”
“미친.”
정말 에로프였어?
충격적인 소리를 너무나 당연하게 해대는 이리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인도 정확히는 모르고 있는듯하지만…엘프의 귀는 그중에서도 특히 예민한 기관이네. 썩 좋아하는 비유는 아니나,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곤충의 더듬이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지. 모든 감각을 1차적으로 총괄하는 곳이니.”
“…그럼 애정을 담아 귀를 만진다는 행위는?”
“애정을 담아 전신을 애무하는 것이나 다름없네.”
어쩐지.
겨우 귀만 만졌을 뿐인데 보지가 젖어들더라니.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것도 잠시. 아직 이리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귀를 직접 만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속내가 생생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네. 손놀림이나 맥박 같은 것에서 유추하는 것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리 말하고는 영차 영차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자신의 상체를 일으키는 이리스.
처음 내 물건을 집어넣었을 때처럼 기승위 자세를 취한 이리스가 배시시 미소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전의 주인의 손길은 정말 좋았네.”
“대체 어떤 느낌이었길래?”
“그 부분은 비밀일세. …다만 내가 노예라는 사실을 순간 잊었을 정도였다는 것만 말해두겠네.”
뭐야. 치사하게 혼자 알지 말고 좀 자세히 알려 달라고.
어이없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쿡쿡 웃는 이리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나.”
“무슨…헙!”
찌걱.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찌릿한 쾌감. 이리스가 한차례 허리를 움직인 탓이리라.
“음. 이것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단순히 허리를 움직이는 게 불편한지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쪼그려 앉은 채, 엉덩이 자체를 들었다 내리는 이리스.
팡!
“큿…!”
작은 엉덩이가 내 아랫배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보다 한층 더 강렬한 쾌감이 올라온다.
움직임은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워낙에 조임이 강하다 보니 가능한 일.
그런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조금 아프지만 참아보겠네.”
그리고 이어지는 이리스의 요분질.
찌걱 찌걱.
“읏…흐으….”
자지를 깨물고 놔주질 않는 질내. 한번 자지가 이리스의 안쪽을 왔다갔다 할 때마다 질벽의 일부가 딸려 나온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야한 광경.
찌걱 찌걱 찌걱.
“하윽…으응….”
가슴이 워낙 앙증맞다 보니 아무리 이리스가 방아를 찧어도 흔들리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날리는 모습은 꽤나 중독적이었다.
팡! 팡!
“헤윽…하앙….”
조금 전에 귀를 만진 것이 무슨 스위치라도 되는 건지, 갑자기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이리스의 목소리에 옅은 물기가 스며들었다.
엘프의 성감이 예민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벌써부터 느끼기 시작하는 모습.
그에 맞춰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조금 변했다.
조임은 적당하게 풀어졌으며, 한층 더 많은 애액이 흘러나와 움직이기 편해졌다.
마치 내 물건의 모양대로 이리스의 보지가 적응하는 듯한 느낌.
여전히 이리스의 요분질에는 기교랄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그냥 보지 자체가 명기다.
팡! 팡! 팡!
“흐극! 하읏! 아힛!”
벌써부터 꼬리뼈를 간질이며 올라오는 사정감.
그래.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필사적으로 어설프게 허리를 흔드는 모습도. 아직 고통이 채 가시지 않아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도.
기분 좋은 곳만 골라서 꽉꽉 조여오는 보지도, 고통 사이로 배어 나오는 희열에 찬 신음소리도.
지금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이리스의 모든 것이 야했다.
이제 막 처녀를 깼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이렇게 당하고만은 있을 수 없지.
고통과 쾌락의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이리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갸앗?!”
갑작스레 클리토리스를 붙잡힌 이리스가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적으로 확 수축해오는 질내. 이리스가 가벼운 절정에 달했다는 신호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리스의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마구 문질러댔다.
“힉! 주, 주인이여…그만…흐앗!”
적당히 해달라고 고개를 좌우로 붕붕 내지르는 이리스였으나…당연히 무시하고 계속해서 클리를 자극했다.
“헤으윽…!”
늘어나는 쾌감이 자지와 질내를 한층 더 밀착시킨다.
그렇게 강해진 조임은 더더욱 강한 쾌감을 불러일으켰고.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쾌락의 순환.
“히윽…하읏…! 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기세는 좋았으나 느끼는 만큼 점점 힘이 빠지는지, 이리스의 허리 놀림이 약해진다.
그래서 내가 이리스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팡! 팡!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