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샀으니까 쌌다(3)
* * *
“넣을게.”
단번에 허리를 밀었다.
비좁은 살더미를 억지로 비집고 나아가는 듯한 감각. 흘러내리는 핏줄기 하나.
“아악!”
그리고 뒤늦게 들려오는 짧은 비명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고통으로 울먹이는 카를라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비명 정도는 질러도 괜찮아.”
내 허락이 떨어지고서야 손을 뗀 카를라가 우는 소리를 냈다.
“아, 아파요 주인님…너무 커서…흐윽….”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안 그래도 꽉 조이는 질내가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었다.
“천천히 넣으면 더 아플 것 같아서 단숨에 넣은 건데….”
“상이라고…히끅. 했잖아요…그러니까 천천히…흐윽…잠시만 가만히 있어주세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애원하는 카를라.
물론, 카를라가 아파하건 말건 신경 안 쓰고 움직여도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카를라의 말마따나 일단 포상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상벌은 확실해야 한다.
노예 각인 하나로 할 수 있는 통제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잠깐. 노예 각인?
이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카를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카를라. [발정해라.]”
“흐끅…그게 무슨…으읏?!”
방금까지만해도 훌쩍이던 카를라의 목소리에 다른 것이 섞였다.
“오.”
“주, 주인님? 제게 무슨 짓을…으응….”
“뭐긴. 발정하라고 명령한 거지.”
“그런…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왜 이렇게…하으….”
고통으로 찡그린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니, 이내 색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실 카를라의 의문은 타당하다. 본래 노예 각인이란 강박을 느끼게 하여 행동을 강제하는 것.
감정을 조종하는 효과는 없다.
하지만 발정은 감정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
마침 내게 마구 가슴이 주물러지며, 한번 달아오른 감각이 아직 남아있을 테고.
잘만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으로 해본 건데…
이게 진짜 되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리 생각하며 잠시 기다리고 있자, 점점 카를라의 안쪽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슬슬 움직일게.”
“후으…앗, 네! 그…잘 부탁합니다…?”
어쩔줄 모르며 몸을 비비 꼬던 카를라가,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였다.
아무리 갑작스런 발정에 놀랐다고 해도 그렇지, 잘 부탁한다니.
“카를라 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긴 한 거야?”
“네? 네….”
“정말? 공작가 영애가 노예로 전락하고, 주인에게는 발정하라는 명령을 들은 데다가, 이제는 아예 따먹히는 중인데?”
“읏…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없잖아요오….”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슬쩍 돌리는 카를라.
“사실 알고 있어요…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쪽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다시 돌렸다.
“저는 이미 노예고, 얀델님은 제 주인님이잖아요….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던 거에요.”
살짝 젖은 루비색 눈동자로 천천히 양손을 뻗는 카를라.
“그리고 제가 야, 야한 건 모르는 게 많지만…그래도 노예의 대우에 대해서는 들은 게 있어요. 직접 본 것도 있구요….”
그리 말한 카를라는 안아달라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는 헤헤 웃었다.
“정말 다행히도 주인님은 좋은 분 같아요. 저를 마구 때리시지도, 명령으로 모든 걸 강제하지도 않으셨어요. 상과 벌을 제시하셨지.”
“사람 다룰 때는 당연한 일이잖아.”
“노예를 사람으로 봐주는 분이 얼마나 있겠어요? 하인조차 도구로 여기는 귀족이 얼마나 많은데요. 노예는…그냥 쓰다 버리는 장난감 같은 거에요.”
자조적인 목소리로 덧붙이는 카를라. 하지만 이내 살포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아, 제 마법이 필요하다고도 하셨잖아요…? 그게 조금 기뻤어요. …무엇보다 잘생기기도 했구요.”
“하긴. 내가 좀 잘생기긴 했어.”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작게 미소 짓는 카를라.
“맞아요. 그러니까 저는 주인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요. 맞는 것보다 쓰다듬 받고 싶고, 배고픈 것보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요.”
그리고는 뻗었던 손으로 내 허벅지를 살살 간질였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건 뭐든 따를게요.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절대 안 잊어버릴게요.”
“카를라…?”
“그러니까…그러니까 저를 예뻐해 주세요. 저를 아껴주세요.”
“…….”
“저를…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눈물에 젖은 붉은 눈동자로 그리 말하는 카를라.
경매장 철창 안에서 보았던, 공포와 불안에 절은 눈이 아니다.
여전히 약간의 공포와 불안이 담겨 하지만…그 외에도 안도, 기대, 갈망, 미약한 쾌락 등이 뒤섞여 복잡하게 빛나는 눈동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
솔직히 말해 싫지 않다. 아니, 좋다.
카를라만한 여인이 내 애정을 갈구하는데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없지.
충동이 이끄는 대로 카를라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붙잡고는, 머리 위로 잡아끌어 단단히 고정했다.
“흐앗!”
“예뻐해 달라고 했었지?”
“네, 네엡….”
“그럼 최대한 느껴. 괜히 참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기분 좋으면 신음소리를 내. 그래야 나도 좋으니까.”
“알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가버리면, 갔다고 제대로 보고하고.”
“네? 가버리다뇨? 제가 어디로 간다는….”
의아해하는 카를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움직였다.
찌걱.
“흐읏…!”
살짝 아플 정도로 꽉 조여오는 질내.
제법 오래 이러고 있었건만, 익숙해지기는커녕 침입자를 밀어내겠다는 듯한 기세로 빈틈없이 내 자지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더 좋은 거지만.
찌걱 찌걱.
조금 더 허리 속도를 높였다.
어떻게든 내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달라붙는 질벽을 억지로 헤집고, 그 끝의 자궁구를 두드려 댄다.
“흐극! 주, 주인님…하앙! 너무 깊…으응…깊어요…응긋!”
발정하라는 명령 덕인지 처음인데도 제대로 느끼고 있나 보네.
점점 흐트러져가는 카를라의 표정을 잠시 감상하다가,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할짝.
“히읏?!”
볼을 핥아내리자 펄쩍 뛰어오르는 카를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야 팔다리를 제압당한 상태니 당연한 일이지.
무력하게 오들오들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카를라의 모습은 뭐랄까.
사냥꾼에게 잡혔으나,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양을 떠는 토끼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이긴 하네.
그런 이유로 이번에는 카를라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으응….”
확 하고 풍겨오는 카를라의 체향. 눈앞에서 흐드러지는 백금색 머리카락. 그리고 이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피스톤질.
지금 이 순간.
카를라는 내 밑에 깔려있다.
이를 자각하자 한창 카를라의 질내를 휘젓던 자지가 한층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흐잇?! 왜, 왜 더 커지는…응앗!”
당황한 카를라가 움찔하는 것을 다시 한번 힘으로 억누르고, 새하얀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단순히 입을 맞추는 걸 넘어, 혀로 간질이기도 하고, 강하게 빨아들여 키스 마크를 남기기도 하며, 때로는 가볍게 깨물기까지.
“하윽…자, 잡아먹지…흐잇! 말아주세요오….”
안 그래도 한창 박히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카를라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그리 애원했지만.
“싫어.”
“응긋! 흐앙…아으읏…!”
무시하고 계속해서 목덜미를 유린했다.
그렇게 카를라를 위아래로 괴롭히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이젠 내게 짓눌린 채, 힘없이 신음만을 내뱉는 카를라. 이 정도면 됐겠다 싶어 고개를 들자.
“흐읏…아앙…주인…주인님…하으….”
한쪽이 붉게 달아오른 목덜미와, 중앙에 새겨진 가시덩굴 문양의 노예 각인.
그리고 지금 막 생긴 잇자국들.
내가 남긴 흔적은 보는 것만으로 뿌듯해지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
남은 한쪽 손으로 카를라의 가슴을 우악스레 움켜쥐었다.
“흐긋?!”
손 안에서 마구 일그러지는 젖가슴의 감촉을 즐기며, 한층 더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팡! 팡! 팡!
“아흑! 흥앗! 흐으읏…!”
자궁구를 두드릴 때마다 멈춰달라는 듯,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 카를라.
물론, 들어줄 생각은 없지만.
팡! 팡! 팡!
지금껏 멈추지 않고 허리를 카를라의 질내를 쑤셔댔기 때문일까.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차올랐던 사정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임계점을 넘어섰다.
꼬리뼈를 간질이는 감각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깊숙이 허리를 밀어 넣었다.
찔꺽.
귀두와 맞닿은 단단함 감촉. 자궁구에 요도구를 딱 붙인 채, 그대로 참았던 정액을 전부 쏟아 부었다.
뷰릇, 뷰르르릇
“흐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때맞춰 절정한 것인지, 파르르 경련하는 카를라의 질내.
“큿….”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는 듯한 감각.
기어이 모든 정액을 털어내고서야 천천히 자지를 빼낼 수 있었다.
찌걱.
“후우….”
잠시 한 숨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제야 시야에 들어오는 널브러진 카를라의 모습.
“히읏…헤으….”
절정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움찔대는 카를라.
붉게 달아오른 목덜미에는 잇자국이 여럿 찍혀있었으며.
부어오른 보지는 처녀 혈 섞인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니, 거친 숨을 몰아쉬던 카를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주인님? 혹시 제가 마지막에 느꼈던 그게 절정 맞나요…?”
“어. 그거 맞아.”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식탁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순간.
카를라가 느릿하게 손을 들어 올리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저 방금 한번 가버렸어요 주인님.”
“…….”
아니, 이 타이밍에 그런 말을 한다고?
발깃!
방금 막 사정했음에도, 금세 고개를 들어 올리는 아랫도리.
“안 되겠다. 거기서 딱 기다려.”
“네? 네에?”
성큼 성큼 다가가자, 자기가 뭘 잘못했나 싶어 불안한 표정을 짓는 카를라.
엉거주춤 일어나려던 카를라를 다시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
“보고가 너무 늦었잖아. 그러니까 이번 건 무효야. 한 번 더 해야겠어.”
“아, 아앗….”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불안해하는 카를라를 보며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태생 마력 18의 정력은 어느정도일까.
아직 밤은 길다.
이제부터 확인해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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