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샀으니까 쌌다
* * *
“오오….”
마나 감응 불능은 확실히 사라졌다.
그리고 카를라의 용도가 하나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건 마법에 관한 지식과…한 번도 안 썼다는 저 몸뚱이뿐이려나.
“흐흐….”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도 잠시.
문득 새로 생긴 특성에 시선이 갔다.
====================
린트블룸 마나 코어(C)
====================
“응?”
린트블룸 코어가 C등급?
마나 코어 특성은 해당 마나 호흡법에 따라 시작 등급, 성장 속도, 성장 한계가 정해지는 성장형 특성이다.
좋은 호흡법을 익힐수록 높은 등급에서 시작해, 빠르게 성장하고, 더 높은 등급까지 진화한다는 느낌.
그런 의미에서 린트블룸 호흡법이 괜찮은 호흡법이긴 해도, 전수받자마자 C등급을 찍을 정도는 아닐 텐데?
게임에서는 카를라의 드롭 템으로 스킬북이 나오는지라, 전수받아본 적은 없지만…그래도 최대 성장치가 A등급이었던 건 기억한다.
그 정도면 전수받았을 때, 보통 D등급이나 E등급 정도의 판정을 받아야 하고.
의아함에 상세 설명 창을 펼쳐 보았다.
======================
『린트블룸 마나 코어(C)』
마나 감응 불능 체질에도 불구하고,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천재가 고안해낸 특수한 형태의 코어.
높은 경지를 노리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능력 있는 선배가 후배를 위해 세심하게 전수해주었다. 최초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
“아.”
이거 아무래도 카를라가 고생 좀 했나 보네.
슬쩍 뒤를 돌아보자, 땀 범벅이 된 이마를 스윽 닦아내던 카를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배시시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카를라.
…아까까지 바짝 겁 먹었던 녀석이 왜 또 이렇게 무방비하게 군담?
잡아먹어 달라고 목을 내미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단순히 시키니까 하는 걸 넘어, 적극적으로 날 도와준 거니 제대로 칭찬해줘야겠지.
대형견에게 그러하듯, 카를라의 백금발을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수고했어. 덕분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네.”
“헤헤.”
멋쩍다는듯한 반응. 하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묻어 나왔다.
“그으…주인님? 저 잘했나요?”
“당연하지.”
“그럼…상도 받을 수 있을까요?”
“상? 걱정 마. 난 약속은 꼭 지키는 타입이야.”
아마 카를라가 말하는 상이란 맛있는 음식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리라.
하지만 내게는 그게 조금 다른 의미로 들려왔다.
가장 큰 볼일도 끝났으니 이제 괜찮지 않을까?
마나를 자각하며 피어오른 고양감, 주종관계에서 오는 우월감, 그리고 땀에 젖은 카를라의 모습이 내 등을 떠밀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카를라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빙글.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반 바퀴 돌았다.
“어?”
얼빠진 소리와 함께 내 밑에 깔린 카를라.
지근거리에서 본 카를라의 머리카락은 상상 이상으로 가늘고 반짝거렸다.
진짜 백금이라도 녹여, 뽑아낸 것 같은 섬세한 아름다움.
하지만 카를라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주인님? 어째서…?”
배신감, 허탈함, 두려움, 억울함 등등.
온갖 감정이 녹아있는 루비색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장담컨데 그 어떤 보석도 카를라의 눈보다 아름답지는 못하리라.
손바닥으로는 카를라의 볼을, 엄지로는 눈가를 어루만지며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어째서냐고?”
그리고는 윗옷을 벗은 상체에 카를라의 가슴이 짓눌릴 정도로 바짝 몸을 밀착시킨다.
꾸욱.
드레스 위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부드러움.
그 감촉을 즐기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샀으니까 싸야지.”
충동에 반쯤 떠밀리다시피 내뱉은 말.
하지만 후회는 없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으니까.
카를라 같은 여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손만 잡고 잘 수 있겠는가.
물론 카를라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겠지만.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 카를라가 필사적인 어조로 내게 되물었다.
“주인님…? 밤 시중은…안 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저 열심히 했어요…상 준다고 하셨잖아요….”
“내일 맛있는 거 먹자. 뭐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이, 이런 건 상이 아니에요!”
“그걸 판단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이쯤 되자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카를라의 빨간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흐윽…왜애애….”
“아니, 뭘 또 울고 그래.”
마음 약해지게시리.
이러면 명령할 수밖에 없잖아.
“[뚝.]”
“히끅.”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카를라가 입을 앙다물더니, 이내 흘러넘치던 물기가 잦아 들었다.
손등으로 가볍게 남은 눈물을 닦아주고는, 카를라의 몸을 덮고 있던 상체를 들어 올렸다.
덤으로 카를라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출렁.
급하게 일어나며 흔들리는 가슴을 잠시 곁눈질하며, 카를라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변신이 풀렸지만, 그럼에도 내 키는 여전히 카를라보다 약간 큰 편이기에 가능한 일.
문제는 고개를 푹 숙인 탓에 정수리만 보인다는 거지만.
손을 뻗어, 카를라의 턱을 들어 올렸다.
“읏.”
그 감촉에 움찔하면서도 순순히 내 손길에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는 카를라.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던 눈동자에는 오로지 하나. 공포만이 칙칙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카를라.”
“힉!”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오들오들 떠는 카를라.
“네가 한 일이 일종의 반항인 건 잘 알고 있겠지?”
“네….”
“그리고 주인에게 반항한 노예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알 테고.”
“죄, 죄송…흡!”
엄지를 들어, 반사적으로 애원하려던 카를라의 입술을 막았다.
손가락에 와 닿는 말랑하고 촉촉한 감촉.
묘하게 중독성 있는 손맛에 괜시리 카를라의 입술을 만지작대며 말을 이었다.
“카를라. 벌써부터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나는 이해심 깊은 주인이거든.”
“으읍?”
“방금 막 내 노예가 된 거잖아? 거기에 처음이라며. 당연히 긴장도 될 거고, 무섭기도 하겠지. 응. 이해할 수 있어. 그럼 그럼.”
어째서인지 카를라의 떨림이 더 심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은 봐줄게.”
“…….”
“대신 스스로 벗어.”
“……!”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좌우로 정처 없이 흔들리는 시선.
천천히 카를라의 입술을 막고 있던 손가락을 떼며 되물었다.
“이번엔 내가 명령까지 쓸 필요 없겠지?”
“…네.”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라.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별다른 강압적인 수단 없이, 스스로 할 마음이 들게 만들다니.
나 정도면 진짜 상위 1% 주인이 아닐까?
속으로 자화자찬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카를라가 가볍게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스르륵.
단숨에 흘러내리는 드레스.
어쩐지 아까부터 가슴의 흔들림이 너무 자연스럽더라니. 속옷은 입지 않았던 걸까.
옷이라고 하기도 뭐한 작은 천 쪼가리가 사라지자, 곧바로 카를라의 나신이 드러났다.
“으읏….”
반사적으로 몸을 가리려 들었으나,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천천히 팔을 내리는 카를라.
덕분에 그녀의 나신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만지면 분이 묻어나올 것만 같은 새하얀 피부와, 그 위로 흘러내리는 백금색 머리카락.
수치심을 어찌할 수는 없었는지, 얼굴과 목 부분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그 또한 카를라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얼굴만 볼 수는 없는 법.
맛있는 건 아껴먹는다는 심정으로, 일부러 피하고 있던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으…전부 보이고 있어….”
무심코 중얼거리는 카를라.
그 말대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머리만 한 가슴도, 그 끝의 연분홍 유두도,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도, 전체적으로 매끈하나 자궁 때문에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도.
그리고 옅은 백금색 음모 밑에 자리 잡은 꽉 다물린 보지도.
카를라의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꽁꽁 숨겨왔을 면면들. 하지만 이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
잡티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한참동안이나 뚫어지라 쳐다본 뒤에야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상하려고 앉았는데, 이젠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몰캉.
“흐앗.”
카를라의 가슴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커다랗고, 부드러웠다.
말랑몰랑.
손아귀를 쫙 펼쳤음에도, 전부 담기 힘든 살덩어리가 내 움직임에 맞춰 이리저리 일그러진다.
손가락 사이로 넘쳐 흐르는 살결을 만끽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느새 단단하게 솟아오른 무언가가 손바닥 중앙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오.”
큼직한 가슴을 마구잡이로 유린하던 손을 떨어뜨리자, 그제야 발기한 카를라의 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 크기에 비해 유두는 그리 크지 않네.
하지만 민감도는 크기에 비례하는 건지, 카를라의 젖꼭지는 애처로울 정도로 꼿꼿해진 상태였다.
이를 가볍게 검지로 누르자.
“아읏.”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
여기가 약점인가.
먹이를 문 짐승처럼 검지로 유두를 퉁기기도 하고, 집게처럼 잡아 이리저리 당겨보기도 하며, 때로는 유륜을 따라 살살 간지럽히는 등.
집요하게 카를라의 가슴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앙…!”
지금까지와는 다른, 명백한 쾌락이 담긴 목소리를 내는 카를라.
슬쩍 고개를 들어보자, 거기에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은 카를라가 있었다.
질끈 감은 두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으며, 반쯤 안쪽으로 말려들어 간 입술은 단단히 다물린 상태.
거기에 맨몸으로 극지에 떨어진 사람처럼 격하게 몸을 떨어대는 것이 조금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가 잠시 가만히 있자, 그 이유가 궁금했던 걸까.
카를라가 은근슬쩍 실눈을 떴다.
“……헤엑!”
그리고 바로 눈이 마주쳤다.
언제 실눈을 떴냐는듯, 다시 꾸욱 감았지만.
이것봐라?
철컥 철컥.
슬슬 때가 됐다 싶어 속옷과 함께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혼자 껄떡거리던 아랫도리를 카를라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카를라.”
“…네!”
“눈 떠.”
“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