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83화 (83/86)

〈 83화 〉 포식자들의 세상 ­83­

* * *

­리튼­

나는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과연 베르비스를 믿을 만 한 것인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말한 직후에는 꽤 후련한 것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베르비스가 이것으로 나를 쥐고 흔들 생각에 불안해졌다. 나에게 있어 제2의 에프타인이 탄생한 것은 아닐까.

고민이 많으니 전쟁도 뒷 전이었다. 분명 베르비스는 반란군 분쇄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리카는 뭔가 눈치 챈 것 같지만 조용히 모르는 척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피니르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해대책부장님. 전쟁 개시를결단하시는데 약간 시일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공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바이제 폭도들이 세울리스를 이미 공격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울리스 시장에게서 14번이나 구원 요청이 들어 왔습니다.]

“앗.. 죄송합니다 피니르 서부 사령관.. 전략은..”

분명 보완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막상 말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정도로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니. 나는 이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니. 루디샤는 잘 개조 받고 있겠지? 괜찮은 거겠지? 갑자기 루디샤가 생각 나자 나는 더 이상 관여했다가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말을 이었다.

“... 피니르 서부 사령관. 이번 전쟁은 피니르 서부 사령관에게 위임하겠습니다. 모든 결정권을 피니르 서부 사령관에게 권한을 열어 두겠습니다.”

[예?]

피니르는 의아한 듯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곧 알겠다는 대답이 왔다. 피니르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재해대책부장님은 백칩이 없지 않습니까. 권한을 어떻게 받죠? 이걸 묻는 이유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권한을 부여 받아 작전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해대책부장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한 시가급한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루디샤나 카리탈크 교수가 옆에 지금 없어요.”

[저에게 전쟁을위임하셨으니 그럼 권한 부여도 스스로 얻겠습니다. 아마 다른 군 관계자들이나 기업 회의 간부 분들과 상의하면 될 겁니다.]

그게 가능한 부분이었나? 백칩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하긴 내 권한도 믿을 만한 루디샤가 대리로 수행하고 있었으니.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피니르는 곧 권한을 얻고(그래도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임무를 수행했다.

피니르가 맨 먼저 한 일은 동부 사령관을 임명한 것이다. 바티우스 제 13사단장을 동부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바티우스 동부 사령관에게 동부에 있는 사단 예비대를 모아 세울리스 구원군으로 가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피니르 자신은 서부에서 국가주의자 반란군을 작전대로 위 아래로 협공하는 작전을 개시했다.

바티우스는 쉽게 도시를 구했다. 폭도들은 무장을 했지만 총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몽둥이와 요리에 사용되는 칼, 일상생활에 유용한 작은 칼 등이 주요 무장이었다. 그들은숫자 만 많았다. 지구 정규군이 투입되자 바이제의 폭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하지만 흥분한 바티우스는 꽤 많은 폭도들을 죽이도록 방관했다. 그는 이미 폭동을 일으킨 순간부터 바이제의 시민들을 배신자로 규정한 듯 했다.

서부는 사정이 좀 달랐다. 일단 이스 도시가 함락되었다. 게다가 가이론의 생사도 불투명 해졌다. 나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 다시 피니르와 연락이 끝난 후 일주일이 넘은 시점에서 다시 피니르에게 교수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가이론은 어떻게 됐습니까??”

[안타깝지만 생사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스는 국가주의자들에게 항복했습니다. 위아래로 협공했지만 생각보다 숫자가 적었습니다. 보급로는 끊었지만 이스는 최대로 생선이 모여 요리 되는 생선 요리의 도시입니다.. 가이론 재해대책부장님은 방위 준비에 분명 식량도 몇 십 년 치를 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드니온에 폭격을 가하고 북부에서 대기 중인 사단이 러드니온을 장악했지만 이미 국가주의자들의 본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애꿎은 폭격만 맞았다고 러드니온 시민들이 우리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 6명이 폭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젠장... 러드니온 도시 보상에 또 한 코스트 나가겠군. 게다가이스가 함락?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나.. 그것도 그거지만 그보다 가이론은 대체 뭐 한 거야. 너무 쉽게 함락당한 것 아닌가? 아니 오히려 잘 됐다. 중부 지역 동쪽의 폭동은 바티우스가 차례대로 쉽게 진정(평화 시위마저 공격해서)시키고 있고 서부 지역 역시 다르게 말하면 적을 이스 도시로 전부 몰아넣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스가 적에게 떨어진 것이 예상 밖의 일일 뿐이다.피니르가 말했다.

[서부에 있는 전 사단 전부 이스 부근으로 접근 시키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타워와 계속 연락하며 적의 움직임이나 밖에 남아 있는 적군을 수색했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주의자들은 모두 이스에 있습니다. 또한 국가주의자들의 수장 모레드도 이스에 있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잘 되었네요. 가이론이 무사하기만 하면 이번 반란군은 성공적으로 진압했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럼 공격을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피니르와 연락이 끊어졌다. 교수는 칩이라도 좀 심으라고 툴툴대며 한 소리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교수가 나가고 다시 연락이 왔다. 삐­삐­ 귀 안 통신기에서 나는이 소리는 이제 와서 느끼지만 무슨 정신을 망가트리는 느낌이 든다. 칩을 심은 사람들은 연락 말고도 온갖 정보들이 뇌로 들어와서 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수술도 무섭지만 칩이 머리에 작용하는 반응들도 상상하니 무서웠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살아가는 인류도 이제는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제 사람이 너무 무서웠다. 에프타인도 베르비스도 모두 '나'라고 하는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들로 보였다. 그 와중에 교수도 돼지새끼도(노아드) 한 몫 챙기려고 열심히 움직인다. 내가 이상한 걸까? 분명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을텐데. 나는 통신기를 다시 눌러 연락을 받았다. 베르비스였다.

[받지 않아 걱정했습니다. 이대로 화성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했거든요.]

“무슨... 아닙니다.”

[요 몇 일 리튼 재해대책부장의 행동은 꽤 실망스럽군요. 전쟁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왜 피니르 서부 사령관에 모든 것을 맡긴 거죠?]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중도 안되는데 괜히 전장에서 지휘 해봐야 오판 만 남발하고 망할 것 같더라고요.”

[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수긍은 갑니다만 그래도 너무 집에만 있는 것 아닌가요. 심지어 긴급 회의에도 하나도 참석하지 않았잖아요.]

“긴급 회의요?”

[예. 3번이나 있었습니다. 피니르 서부 사령관이 한 번 요청했고 그 다음에는 리테온 회장, 그리고 노아드 형님이 한 번. 피니르 서부 사령관은 총 사령관 권한 대행을 위임 받기 위해 우리를 소환했습니다. 다들 황당해 했습니다. 리테온 회장은 적의 움직임을 식별하려고 개인 위치 정보를 임시로 감식 하기 위해 권한을 요청했고 그 때문에 회의까지 열렸어요. 노아드 형님은 하도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오지 않아서 사고 당한 것 아니냐며 걱정한 나머지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심적으로 불안하고 나이도 어린 것도 알지만 적당히 하셔야죠. 어리광만 피우고 있을 거에요? 가이론 재해대책부장도 없어서 졸지에 저 혼자 회의와 지구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요. 총수님은 여전히 요양 중에 계시고요.]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습니다. 빨리 내일부터라도 지구 본청에 출근하세요!]

베르비스는 나를 혼내고 연락을 끊었다. 3번이나 연락이 왔었구나. 귀에서 빼 놓으면 모르지. 베르비스는 통신기의 존재를 알고 흥미로워하며 한 번 가져간 적이 있다. 그리고 굳이 루디샤나 카리탈크 교수, 카사라를 거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개조했다고 한다. 덕분에 혼자서 연락을 받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 연락이 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면 일단 받아야 한다. 통신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받아 봐야 그 녀석이 그 녀석이지만.

카사라는 이번에 대형 사고를 쳤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집에 틀어박혀 있어도 별 말이 없었다. 교수가 한 번 찾아와 핀잔을 준 정도다. 둘 다 베르비스와 나의 밀회를 눈치 채지는 않은 것 같았다.다음 날 본청에 출근하자 돼지 새끼가 나를 반겼다.

“아니! 리튼 재해대책부장! 큰 일 난 줄 알고 걱정했다고요!”

“아 죄송합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베르비스가 말했다.

“몸이 좀 안 좋았다고 합니다.”

돼지 새끼(노아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 무병 시대에 몸이 아프나뇨?”

베르비스가 대답했다.

“무병 시대인데 총수님은 왜 집에서 간병만 받는 신세겠어요 형님. 정신적인 것은 아직 치료 방도가 없습니다.”

“아하! 정신적인 이유였구만!”

돼지 새끼(노아드)는 웃으면서 얘기했다.

“신혼이 정신적으로 힘들면.. 아~ 아내랑 잘 안 맞나 봐요? 하긴 처음에는 다 그래! 나도 처음에 힘들었다고요. 결혼 전에는 분명 그렇게 착하고 이쁠 수가 없었는데. 결혼하고 난 후에는..”

베르비스가 상황을 수습했다.

“그만 하시죠 형님. 개인사는 함부로 단정 짓고 말하면 안돼요. 그런 문제는리튼 재해대책부장님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아 그렇지 그렇지. 먼저 회의실에 가겠습니다.”

그보다 돼지 새끼(노아드)도 결혼했었구나. 처음 알았다. 날씬 할 때 결혼했나. 내가 물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회의를 하는거죠?”

“그야... 중부 지역 동쪽의 도시들을 바티우스 동부 사령관이 전부 제압 했으니 그에 따른 후처리를 결정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아...”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는 베르비스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군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내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베르비스가 훨씬 익숙하게 대처했다. 그는 이번 반란에 참여한 바이제, 하즈, 사하이스, 시렌, 요벤, 루한, 파이스, 호코나, 차이르테, 비소나, 화인, 페논, 사르두, 사페이타 중 평화적으로 시위하다가 무참히 진압 당한 도시 루한을 제외하고 전원 군대를 주둔 시키고 20년 간 군부에서 관리 감독 하기로 결정했다. 도시의 자치권은 모두 빼앗겼다. 시장도 퇴임 시켰다. 그 도시에는 각 사단장들이 책임 지고 관리하기로 했다. 바티우스는 이번 공로로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국방부 차관이라... 원래 공석이었는데(400년 전부터 공석이었다.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데... 배웠는데 기억이 안 난다) 모처럼 부활한 셈이다. 국방부 장관 케리스가 말했다.

“그럼 피니르 서부 사령관은 어떻게 승진 시킬 생각입니까? 윗 자리가 이제 없습니다. 계속 서부 사령관을 시켜야 합니까?”

서부 사령관이나 동부 사령관, 남부 사령관 등은 전쟁이 터져 임시로 사단장들을 통솔하기 위해 만든 임시직이다. 당연히 전쟁이 끝나면 다시 사라질 직책이다. 베르비스가 말했다.

“바티우스 장군이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고요? 흠.. 일단 그건 피니르 서부 사령관이 국가주의자들을 진압하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반란 진압 전략은 피니르 서부 사령관이 전부 주도했다고 봐도 되는데 바티우스 장군이 국방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공로를 독차지 한 느낌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인사를 단행한 겁니까.”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누구지?”

케리스가 황당해 하며 말했다.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결재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요?”

베르비스가 짜증 내며 혼잣말을 들리도록 했다.

“뭐 하는 거야 진짜...”

내가 말했다.

“잠시만요! 전 칩이 없어서 함부로 결재를 못 한다고요!”

베르비스가 말했다.

“그럼 리튼 재해대책부장의 대행자가 승낙한 거겠죠. 설마 독단으로 리튼 재해대책부장 몰래 한건가요?”

내 뒤에 있는 교수가 말했다.

“그건.. 아마 카사라 보좌가 했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아니 대체 카사라씨가 왜 단독으로 그런 인사를 진행해요?!”

“어제 연락 했다던데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안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재 사항을 보니까 바티우스 장군이 중부 지역 동쪽 도시들을 전부 제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사라 보좌는 굉장한 공로라고 생각하고 결정한 모양입니다.”

케리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군에 대해 잘 모르니..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그보다 리튼 재해대책부장.. 소위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이 누누이 얘기했잖아요.. 칩 좀 심으라고.. 그 놈의 칩 좀..”

내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자 베르비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결정돼서 바티우스 장군도 봤을 겁니다. 이제 와서 취소 시킬 수도 없겠네요. 그리고 승진 결재도 바티우스 장군 쪽 인물 중 한 명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흠...”

베르비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리고 피니르에게서 보고가 왔다. 이번에는 확실히 통신을 받았다. 내가 말했다.

“잠시만요. 피니르 서부 사령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통신기를 작동 시켰다.

[리튼 재해대책부장님.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이스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6개 사단이 전멸했습니다.]

“예?!”

[자세한 사항은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지금 패인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피니르는 이를 꽉 문 채 말하며 연락을 끊었다. 베르비스가 말했다.

“무슨 연락입니까. 피니르 서부 사령관인가요?”

돼지 새끼가 말했다.

“통신 내용 좀 외부로 돌려서 같이 좀 듣지..”

베르비스가 나 대신 대답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가지고 있는 통신기에 그런 기능은 없더라고요.”

돼지 새끼가 베르비스에게 납득하는 사이에 내가 말했다.

“서부군이 이스 공략에 실패했고 6개 사단이 전멸했다고 했습니다.”

회의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세롤드 브리엣 닷컴 회장이 말했다.

“아니 숫적으로는 엄청 우세했잖아?! 어떻게 패배했지!!”

베르비스가 진정시켰다.

“모두 동요하지 마십시오! 피해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우세합니다. 도시 폭동도 모두 제압해서 전선은 이스 도시 딱 하나 남았을 뿐 입니다. 피니르 서부 사령관이 다시 추스르고 공격하면 진압 될 겁니다.”

조니우스 전기기기업체 ‘에림’ 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차로 진 겁니다. 이건 피니르 서부 사령관도 변명의 여지가 없겠네요.”

멍말이(덴슨 백칩업체 파트로브 회장)이가 말했다.

“그.. 그건 다행입니다. 바티우스 구..국방부 차관 임명에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케리스가 멍말이의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그런 발언은 좀 아닙니다만..”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피니르의 개인 연락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가이론이 진두지휘해서 지구군을 무찌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피니르에게 여러 번 물었다.

“국가주의자 반란군을 지휘하는 것이 가이론이 맞다는 말입니까??”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리테온 엘리베이터 회장이 새벽에 직접 확인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영상도 첨부했어요. 리테온 회장도 영상 조작을 의심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닐 겁니다. 반란군이 생각할 만한 방위 전략이 아닙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초에 처음부터 가이론은 지구군과 싸우기 위해 이스 도시를 방위 강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하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피니르는곧 사과했다. 그리고 뒤에 피니르는 이해한다고도 말했다. 피니르가 말을 이어했다.

[사관 학교 동기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해합니다. 믿지 못 하시겠지만 저도 동기들과 있으면 농담도 하고 그럽니다.]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생각했다. 가이론이 왜? 가이론은 이제 성공 궤도에 완전히 안착한 기업인이 되었다. 내가 차기 총수를 노렸다면 가이론 그는 차기 기업 회의 간부다. 가이론도 노렸는지는 모르지만 행동만 보면 기업 회의 쪽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식은 땀을 흘릴만한 사업 수완이었다.

베르비스도 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 거군. 그러니 견제한 거다. 베르비스가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 가이론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반란군에 넘어 갈 동기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있다. 목숨이다. 국가주의자에게 잡혀 죽을 바에는 차라리 항복해서 국가주의자편에 섰을지도 모른다. 그게 맞을까? 가이론 성격 상 그럴 놈은 아닐텐데. 하지만 고문을 받고 하면 나도 장담할 수는 없다. 어차피 죽을 바에는.... 나의 지구 사랑은 이 정도인가. 가이론의 충격적인 변심에 나는 흔들렸다.

그래도 가이론이 정말 배신해서 국가주의자에게 붙은 것이라면 피니르의 패배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는 사관 학교 수석 졸업이다. 예비 사단장이다. 하사부터 소위까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시작 단계에서 직통으로 사단장에 임명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녀석이었다. 참고로 나는 소위로 시작했다. 줄줄이 은퇴하거나 자퇴하는 바람에 억지로 말이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문이 든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녀석이 이제 와서 왜?

나는 이번에도 회의에 나왔다. 다들 침통한 표정이다. 아직도 병력은 우세하다. 적은 이스에 고립 되어 있다. 피해는 꽤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군의 손해는 0.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회의장 사기는 바닥이었다. 피니르는 나름 유능한 장군으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패배했고, 사관 학교 수석 졸업이자 예비 사단장이며 사업으로 성공해 유명 인사가 된 가이론의 배신은 기업 회의 간부들을 주눅 들게 만든 모양이다. 이렇게들 여려 서야... 쯧쯧.

피니르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은 나는 말했다.

“보고는 필요 없습니다. 직접 전장으로 가서 피니르 서부 사령관님의 육성으로 받겠습니다.”

[네?]

나는 연락을 끊고 모두를 보며 말했다.

“다들 왜 침통해 하고 계시죠?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단 말입니다. 왜 벌써 패배한 사람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나요! 가이론의 배신이 그렇게 충격적입니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충격 먹었습니다. 저는 그와 사관 생도 시절부터 동기였다고요!! 이스에 대한 보고는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스는 엘리베이터 타워도 없는 중부 도시입니다. 작은 규모죠. 분명 오밀조밀한 도심지를 개조해서 병사들을 혼란 시켰을 겁니다. 피니르 서부 사령관은 가이론의 배신을 몰랐기 때문에 당했을 뿐입니다!”

베르비스가 말했다.

“그렇다고 연락을 끊고 직접 가시겠다니.. 하지만우리도 패인을 알아야 할 권리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도 알아야 하죠. 하지만 이제 지겹지 않습니까? 반란 반란 반란. 패배, 전멸.. 침입..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소식은 반란이 진압되고 다시 지구에 평화가 오는 그런 소식입니다. 제가 직접 가서 여러분들에게 반란군을 진압하고 직접 승리의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의 말에 베르비스는 씨익 웃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셨군요. 제가 이스 방면으로 비행기를 수배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르비스는 더 이상 걱정거리는 없다며 회의를 파했다.나는 몰랐다. 가이론의 배신이 나를 정신차리게 하고 힘이 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직접 이스로 향했다.친구 가이론을 상대하기 위해서.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사망.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공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화성 남자. 108세.내정부 장관.사망.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지구 남자. 108세.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사망.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기업인. 재해대책부장.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대장. 공군통합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지구 남자120세.대장. 100사단장.남부 사령관.사망.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소장. 100사단장.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지구 남자90세.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기업회의 간부.사망.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재해대책부장.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오픈 로탈릭 – 금성 남자 53세. 지하 금성인 지도자.

외눈상인 ­ ?? 남자 ??세. 세 행성을 떠도는 상인.

데일루스 브레콘 – 화성 남자 51세. 에프타인의 비밀 행동대원.

파롤레아 아르벤 – 화성 여자 63세. 경제부 장관.

엔탐 할리슨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차관.

몰리엔 칼몬드 – 화성 남자 83세. 과학부 산하 기술과 과장.

텔레스 크리워즈–지구 남자72세.생명공학자.사망.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