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81화 (81/86)

〈 81화 〉 포식자들의 세상 ­81­

* * *

­리튼­

침울한 기분으로 나는 집에 돌아왔다. 아리카가 물었다.

“어땠어? 걱정거리는 해결 한 거야?”

“어어.. 그럭저럭.”

“자기. 뉴스 봤어? 결국 키들러 회장님도 살아남지 못했대. 갔는데 이미 돌아가신거야?”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내 앞에서 죽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카사라에게 반항 할 수 없었다. 아니.. 카사라에게누군들 반항 하겠냐마는. 걱정거리는 산더미 같았지만 괜히 아리카까지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리카가 말했다.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전쟁이 이렇게 무서운 거라니... 굳이 전쟁터가 아닌 곳 에서도 사람들의 불안함, 절망감 등이 조바심을 느끼게 했는지 일어나지 않을 사고까지 일어나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위대한 지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혹시 지구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자유롭게 살아가던 지구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몰라. 불안한 생각이 자꾸 들어.”

나는 아리카가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애써 안 했지만 아리카는 이미 불안해 하고 있었다.

“아리카! 걱정마!! 다 잘 될거야!”

나도 모르게 외쳤다. 깜짝 놀란 아리카가 나를 본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한다.

“자기가 웬 일이야. 비꼬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내 위로를 다 하고.”

“아니..내가 언제 비꼬기만 해..”

위로 해 줘도 불만이네.

“그러고 보니 나 할 말이 있어.”

“할 말?”

가장 두려워지는 말이다. 갑자기 할 말이 있다는 말.

“나 뭐 이상한 것 없어?”

“...? 글쎄?”

“흠. 오랫동안 보면서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좀... 착해졌다? 처음 봤을 때처럼 막 까칠한 느낌은 없는 것 같아.”

“....... 자기야. 내가 요즘 기자일 뉴레든으로 출근하는 것 봤어?”

“음? 휴가 중 이지 않아?”

아리카는 황당해 하며 소리쳤다.

“야!! 무슨 휴가를 4개월 이상 하냐? 내가 임신했냐?!”

“어? 그러고 보니 오래 쉬긴 했네?”

“자기야.. 나 기자일 그만 뒀어. 진짜 아무런 관심도 없는거야?”

“아 그랬구나... 말하지 그랬어.”

“됐어. 어떻게 한 번을 안 물어봐. 너도 진짜 장난 아니구나.”

“미안해. 바빠서 그랬어.”

“그건 알지만...”

“그런데 왜 그만둔 거야?”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왜 물어봐.”

“아니... 그게...”

“그래야 될 것 같았어. 미래에 총수의 아내가 될 거니까. 기자 일을 계속 지속하다가 혹시 정적들에게 척이라도 잡힐 까봐 그만 둔 거야.”

“초..총수?”

“뭘 시치미를 떼. 총수가 목표지? 기왕 이렇게 된 거 화려하게 정상까지 가보고 싶은 것 아냐?”

“그건...”

“어휴 답답해. 나는 자기가 총수가 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이야! 사람들은 베르비스를 더 총수 감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나는 자기가 총수로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사령관으로써지구상에서 역대급 업적이잖아? 삼촌이 정신을 차리면 나는 기업 회의에서 차기 총수 투표로 리튼, 자기를 후보로 추천하라고 요청 할 거야. 그러니미래의 총수 부인인데 괜히 기자 한다고 여기 저기 들쑤시다가 원한이라도 사면 안 되잖아?”

“자기 말이 맞아...고맙다.”

나는 쓰레기다. 협박 당한다고 핑계 대며 총수를 죽일 계획이나 세우고 있었는데 아리카는 그것도 모르고 나를 총수로 밀어준다고 열심히 내조 중 이었다. 내가 물었다.

“그래도 그렇게 일을 함부로 그만 둬도 돼?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니 기자일 은퇴를 결정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일하는 것에 자부심 이라던가..”

아리카가 대답했다.

“나는 기자 생활이 무척 재밌었어. 대기업 가문의 일원인데 굳이 안 해도 되는 일 이지만, 하지만 사람들하고 인터뷰하는 것이 재미있었거든.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고. 하지만 기자의 사명감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야. 단순히 재밌었기 때문이지. 이제 나이도 먹었고. 내가 진정으로 위하고 싶은 동반자도 찾았지. 지금까지 내 인생을 잘 즐겼으니 이제는 내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고 싶었어. 뭐 이기적이라면 이기적이라고는 할 수도 있겠네. 열심히 재밌어서 원하는 일 하다가 그냥 뚝 내 마음대로 끊어버렸으니까.”

“그렇지 않아. 그저 고마울 뿐이야.”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지는 마. 따지고 보면 내가 또 누나잖아? 동생 이바지한다는 느낌도 좀 들어서 좋아.”

아리카는 나를 위해 기자 일을 그만 두고 내가 총수가 되는 일에 전심전력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이야기지만.. 나는 과연 에프타인 일행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도 총수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다음날. 나와 아리카는 디몬과 무표.. 키들러의 장례식에 갔다. 아리카는 어릴 때부터 키들러와도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했다. 아리카는 디몬을 다소 부정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 가족으로써 그의 죽음에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디몬은 결혼도 하지 않고 숨겨둔 자식도 없었기 때문에 군수 업체 같은 중요한 회사를 누구에게 맡길지도 의논 해야 했다. 큰 인물의 빈자리는 기업 회의 간부들도 일반 시민들도 군부까지 전부 불안해 했다.

둘의 공동 장례식에는 화려한 인사들이 즐비했다. 과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다. 장례식 주관은 베르비스가 진행했다. 원래 대로라면 총수가 하겠지만 총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고 나는 어린 탓에 이런 장례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가이론은 이스에서 적군을 맞아 방위 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결국 적절한 인물은 총수 다음 가는 위치에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베르비스가 되었다.

베르비스는 능숙한 말솜씨로 고인의 공적을 낭독하고 치하 했으며 슬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연설 후에도나는 나대로 어색한 분위기를 이겨내야 했다. 아리카의 부모님과 대면했기 때문이다. 부모 없이 오랜 세월 지냈기 때문인지 예의범절이 몸에 익지 않아 처음에 엄청 혼났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고치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무서웠다. 내가 평범한 남의 어머니를무서워 한다고? 결혼을 해서 그런가. 나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간신히 빠져나와 혼자 시간을 가지게 되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세롤드와 리테온이였다. 세롤드는 브리엣 닷컴으로 네트에서 제공하는 브라우저와 검색 사이트를 관리하는 회사로 거의 대부분(지구, 화성, 금성) 인류가 네트를 사용하기 위해 브리엣 닷컴을 거쳐 가는, 한 마디로 네트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회사다. 하지만 과거 여러 가지 불법 행위가 걸리면서 규모에 비해 기업 회의 내부에서 파워는 약한 편이다.

리테온은 엘리베이터 타워를 창시한 업체로 역시 세 행성이 전부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타워의 아버지라고 불릴 수 있는 회사다. 회사 이름 자체가 엘리베이터다. 이 엘리베이터가 고대어라고 하는데 뜻은 잘 모르겠다. 엘리베이터 타워가 하는 역할이나 내용을 보면 정거장이나 뭐.. 물건을 올리는 기계거나 그런 거겠지. 세롤드가 말했다.

“사실 아무도 없는 데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심각한 얘기에요?그러죠 뭐.”

나는 세롤드, 리테온과 함께 사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리테온이 말했다.

“가족이 돌아가셔서 유감입니다.”

“예? 아! 예.. 감사합니다.”

디몬의 조카와 결혼했으니 나 한테는 디몬도 친인척에 해당 한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이런 사실들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이래서 사람이 너무 혼자 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약간의 인사말이 오간 후 세롤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요즘 네트를 관리 하다 보니 한 직원이 수상한 게시 글을 발견했습니다.”

“수상한 게시 글이요?”

“동쪽의 분노, 서쪽의 절망이라는 글 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데요?”

“저도 모릅니다. 문제는 저 알 수 없는 게시 글의 조회수가 10억 건이 넘었다는 거죠.”

“저런헛소리에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봤다는 건가요?”

“예. 그것도 순수 지구인들만요.”

“세롤드 회장님. 그 뜻은 지구인을 개인적으로 어느 게시판을 이용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이 됩니다만.”

“예. 감시는 불법이죠. 하지만 이 건은 사정이 다릅니다. 개인 정보 수집은 불법이지만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네트에 잔 데이터가 남으니 캐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양심에 맡긴 채 안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짧은 글 한 구절에 10억 명이 봤다니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없더군요.”

“회장님도 보신 겁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사원 중 한 명이 보고해서 저도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지구는 전쟁으로 매우 피폐해져 있는데 저런 글에 10억 건의 조회수가 찍히니 영 불안해서...”

“그렇군요. 충분히 불안해 할 만한 사건이기는 하네요.”

뒤에 있던 엘리베이터 회장 리테온이 말했다.

“저도 수상한 점이 있어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리테온 회장님은 어떤 일 때문이죠?”

“최근 엘리베이터의 주식들이 대량으로 팔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어...축하합니다.. 축하할 일인 것 맞죠? 주식은 잘 몰라서..”

“단순히 생각하실 것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주식이 한 순간에 5000억 코스트 이상 팔렸거든요.”

“5000억이요???”

나는 순간 목소리가 올라가서 주위를 살폈다. 리테온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주식이 팔리는 경우가 과거에 한 번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었죠?”

“미하트라 조직의 보스 가피르트가 한 번 지구를 탈출하려고 엘리베이터 주식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적이 있거든요.”

세롤드가 아는 듯이 대답했다.

“아.. 그 사건..”

리테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보통 범죄자들은 사전에 엘리베이터 타워의 이용이 막힙니다. 함부로 지구 밖으로 나갈 수가 없죠. 하지만 예전에 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여서 엘리베이터 타워에 일부 권한을 얻어 칩을 사용해 탈출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권한을 부여 받은 이용자가 되어 봉쇄를 푼 거죠. 가피르트 역시 그걸 시도한 겁니다. 다행히 한 번 당한 기업 회의는 예전에 법안을 통과시켜 범죄 기록이 한 줄이라도 있는 경우 엘리베이터 사용을 위해 접속하면 군부에서 데이터를 조회하고 인증을 받아야 사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뀌긴 했습니다.”

“그러니까 리테온 회장님의 말씀은 누군가 어떤 범죄자가 지구를 탈출하려고 하고 있다는 건가요?”

“문제는 주식을 매입한 인물이 한 두 명이 아니라 10억 명이 넘는 다는 겁니다. 거래 내역이 너무 많고 중구 난방이라 산 사람의 신원 파악이 지연 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긴 거죠? 범죄자는 법으로 엘리베이터 타워의 이용이 막혔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이런 사실은 이미 시도해 본 범죄자들이나 알고 있습니다. 법은 있지만 발표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법을 제정하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는 리테온의 말에 감을 잡았다.

“아하. 그러니까 지금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를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지구 탈출 준비도 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바로 그겁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그 10억 명의 주식 매입자가 왠지 세롤드 회장님이 말씀하신 10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 글과 상관이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의심이 가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그렇죠.”

지구는 금성, 화성과 달리 범죄자들의 무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일반 경찰들로는 제압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구는 점점 경찰의 무장이 증가하다가 결국 군대와 통합해 버리고 군대가 범죄 조직들을 소탕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도시 내에서 교통 정리나 시민 안내 같은 상대적으로 소 일거리만 하는 직업이 되었다. 그래서 범죄가 의심되면 일단 군대에 연락하는 것이 지구 시민의 의무다. 지금 상황도 그렇다. 나에게 말하는 것은 아주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구의 군대는 지금 국가주의자를 상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도 말씀해주신 현상에 범죄의 냄새가 나는 것에 동의하지만 지금 당장은 반란군을 상대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국가주의자들을 소탕한 뒤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으음. 역시 그렇죠? 저도 그것이 맞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세롤드가 동의했고 리테온도 재해대책부장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기업 회의 간부가 둘 이나 죽어 어수선 분위기인 가운데 장례식이 끝났다. 아리카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내내 힘이 없었다.다음 날, 중부 지역 최 동쪽에는 한 가지 소식이 들렸다. 바이제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바이제는 국가주의자의 주장대로 국가를 부활시키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바이제 뿐 아니라 중부 지역 동쪽 끝에 있는 수 많은 도시들이 봉기했다. 바이제, 하즈, 사히아스, 시렌, 요베르스 등. 그들은 국가를 부활시키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나는 피니르 97사단장을 서부 사령관으로 삼고 국가주의자들을 공격하라고 지시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전군 대기로 명령을 돌리고 기업 회의를 소집했다. 기업 회의에는 엘리베이터 회장 리테온과 브리엣 닷컴 대표 회장 세롤드, 백칩 업체 파트로브 회장 멍말이(덴슨, 이 자식이나 좀 죽지. 쓸모 없는 자식.), 군수 업체 아레나스의 임시 회장 아리카(장례식장이 끝나자 마자 군수 업체 후계자를 정했는데 결국 가까운 친인척 중에 아리카가 내정 되었다. 나를 총수로 만들기 위해 사양했지만 장모님이 철 좀 들어라 책임감 좀 가져라 하면서 임시 회장에 앉혀졌다. 현 총수가 정신을 차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리카는 임시로 회장이 되었다.), 생활용품 업체 아크레일의 회장이자 재해대책부장 베르비스, 전자기기 전문 업체 에림의 회장 조니우스가 참가했다. 돼지 새끼는 지금까지 특별 간부로 회의에 참가 하다가 이번에는 베르비스에게 다른 임무를 받고 출장을 가서 불참했다고 한다. 군부 인물로는 국방부 장관 케리스, 서부 사령관 피니르, 공군통합단장 티메로파가 참가했다.회의 전 화장실에서 베르비스가 말했다.

“노아드 형님께서 말하길 저 보고 리튼 재해대책부장의 오른팔이 되라고 하더군요.”

“예??”

그 돼지새끼는 너무 대놓고 얘기한 것 아닌가? 간 좀 보면서 얘기해야지. 며칠 전 정체불명의 윙크가 이걸 말하겠다는 신호였나?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베르비스가 이렇게 화장실에서 말 거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신호 였나? 애초에 무슨 윙크인지 의미 전달도 제대로 안돼서 마음에 준비도 없이 베르비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하게 생겼다.베르비스가 말했다.

“제가 가깝게 다가온 총수직을 포기하고 리튼씨에게 양보하고 더구나 부하 노릇을 해야 하는 이유를 한 번 논리적으로 말씀해보시겠어요? 노아드형님은 좀... 이상하게 말해서요.”

“어...그게...”

“일단 리튼씨에게 칭찬 드릴 점은 노아드 형님을 포섭했다는 겁니다. 별 볼일 없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에실 가문의 일원인 것은 대단한 강점이거든요. 200 영웅 가문 중에서도 상위의 위치에 있는 우주에서 유력한 가문이니까요.”

“예...”

“...? 무슨 일 있었습니까? 리튼씨 치고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셨는데요.”

“누가 들으면 항상 자신감에 차있던 사람인 줄 알겠네요. 전 태생적으로 자신감하고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하긴 저도 리튼씨가 예의 없고 꼬인 인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행동해 오셨고.”

“뭐라고요?!”

“제가 재해대책부장 임명을 처음에 반대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독재의 위험 때문에?”

“아니요. 정확히 말씀드리죠.리튼씨가 임명될까봐였습니다.”

“쳇.. 제가 목적이었습니까?”

“결과적으로 리튼씨는 재해대책부장에 임명되었죠. 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네요.”

나와 베르비스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회의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베르비스가 말했다.

“좋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리튼씨를 막은 것이 아니라 에프타인을 막은 겁니다. 제가 아무리 봐도 당신은 화성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

“리튼씨의 행동을 추적해보면 반란군을 잡기 위해 각지를 떠돌았죠.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에프타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웃기게도 에프타인이 화성으로 돌아간 시점부터 당신은 총수가 되기 위해 작업을 착착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페르샤 대학의 카리탈크 교수를 영입하기도 하고.”

“겨우.. 그런 것으로 절 의심 한 건가요?”

“아니요. 제가 의심한 이유는 에프타인이 저에게 총수 자리를 얻게 해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저는 이렇게 추리했습니다. 저한테 총수 자리를 제안했던 에프타인은 제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 목표를 리튼씨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에프타인이 화성으로 돌아간 후 리튼씨는 자꾸 쓸데없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노웬 장군이 열 받을 정도로요.”

“거기에는.. 사정이... 총수님의 조카인 아리카가 저를 엄청 좋아해서 결혼이 성사되는 바람에..”

“리튼씨. 지금 이런 중요한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 하는 발언이나 하는 겁니까? 생각보다 더 실망스럽군요.”

“....”

할 말이 없어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베르비스가 말했다.

“좋습니다. 회의나 갑시다.”

회의는 피니르 서부 사령관 주도 하에 시작해서 끝났다. 피니르는 멍한 나를 대신해 동부 지역에 대기 중인 예비 사단들을 총 출동 시켜 바이제를 기점으로 터진 시민 봉기를 진압하기로 결정 되었다. 이 봉기는 단순한 봉기가 아니었다. 리테온과 세롤드가 걱정 했던 사건과 맞물려 터진 사건이다. 바이제를 비롯한 도시들의 인구가 합해보니 10억 명 쯤 되었기 때문이다. 심증 뿐이라 나중에 자세한 조사를 해야겠지만 이미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바이제 봉기 시민들이 엘리베이터 주식과 정체불명의 게시 글을 올린 것으로 여겼다. 만약그들이 맞다면 리테온과 세롤드의 걱정은 긍정적으로 보면 해소 된 거라고 볼 수 있다. 누가 주식을 사들이고 정체불명의 글에 조회수를 올렸는지 밝혀진 셈이니까. 게다가 그 들은 봉기로 멈추지 않고 옆에 반도에 자리 잡은 대도시 세울리스로 무장한 채 진격하고 있었다. 세울리스는 구원을 요청한 상태다.

가끔 피니르가 나에게 자문을 요청했는데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케리스가 왜 그러냐고 걱정인지 핀잔인지 구분이 안 가는(구별할 정황도 없을 정도로 나는 정신이 깨져 있는 상태다) 말을 했다. 나는 고민과 망설임, 불안함 그리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당한 서부 사령관 리튼은 에프타인에게 엮인 시점에서 옹졸하고 남탓이나 하는 비겁하고 잉여스러운 쓰레기 인간이 되어 있었다. 바로 어제 아리카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궁지에 몰리자 아리카를 팔았다. 화장실에서 베르비스가 보낸 경멸의 눈빛은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회의가 끝나고 나는 베르비스에게 가서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진지하게요.”

베르비스는 나를 한 동안 쳐다보다가 얘기했다.

“좋습니다. 둘이서만 합니까?”

“예. 그리고 사람이 되도록 없는 곳이 좋겠습니다.”

베르비스는 나를 차에 태워 아크레일사의 물류창고로 데려 갔다. 넓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말씀하세요.”

베르비스가 운을 띄웠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을 각오를 했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사망.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공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화성 남자. 108세.내정부 장관.사망.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지구 남자. 108세.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사망.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기업인. 재해대책부장.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대장. 공군통합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지구 남자120세.대장. 100사단장.남부 사령관.사망.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소장. 100사단장.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지구 남자90세.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기업회의 간부.사망.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재해대책부장.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오픈 로탈릭 – 금성 남자 53세. 지하 금성인 지도자.

외눈상인 ­ ?? 남자 ??세. 세 행성을 떠도는 상인.

데일루스 브레콘 – 화성 남자 51세. 에프타인의 비밀 행동대원.

파롤레아 아르벤 – 화성 여자 63세. 경제부 장관.

엔탐 할리슨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차관.

몰리엔 칼몬드 – 화성 남자 83세. 과학부 산하 기술과 과장.

텔레스 크리워즈–지구 남자72세.생명공학자.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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