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80화 (80/86)

〈 80화 〉 포식자들의 세상 ­80­

* * *

­리튼­

수도 페르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제 이유가 명확해졌으므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애초에 망설일 일도 아니었다. 괜히 교섭이니 뭐니 하며 시간만 낭비했다. 나는 국가주의자들을 섬멸하기 위해 케리스 국방부 장관과 현재 나와 같이 있는 피니르 97사단장. 티메로파 공군통합단장을 불렀다. 그리고 같이 있던 기업 회의는 해산했다. 돼지새끼(노아드)는 나한테 무슨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무슨 신호를 보내는데 알고 싶지도 않고 왜 저러는지도 모르겠다. 교수가 아직 옆에 있길래나는 교수에게 말했다.

“교수님도 가보셔도 돼요.”

“...잊어버린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내가 당신의 보좌인 이유는 감시도 겸하고 있는 겁니다.”

“군사 기밀 까지 기웃 거리는 것은 실례 아니에요?”

“저에게도 주어진 임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상관도 없는 제 보좌관이 군사 회의에 참여하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 할 겁니다.”

“그럴 때는 리튼씨가 잘 둘러대야죠.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렇게 하긴 하겠지만 장담은 못 합니다.”

“후우..전 리튼씨가 좀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으면 좋겠어요. 가끔 리튼씨가 실성 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

아 이 교수는 또 왜 시비야.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너도 언젠 가는 죽여버리겠어. 총으로 쉽게 안 죽인다.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최대한 길~게 죽어가도록 만들 거다.

“알았다고요. 잔소리 좀 그만 해요.”

“이런 태도니까 내가 계속 한 소리 하는 겁니다..”

다음 날 나는 지구 본부 작전 회의실에서 육군과 공군의 최고 책임자(케리스, 티메로파) 및 사단장 대표 피니르와 만났다. 피니르는 어디선가 봤던 젊은 여성을 데리고 왔다.

“누구에요?”

나의 질문에 피니르가 대답했다.

“나시아나 100사단장입니다. 이번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요.”

“100사단장?”

생각났다. 남극에서 우릴 안내했던 남부 사령관 참모. 노웬의 참모. 노웬 사 후 결국 그대로 100사단에 취임했구나.사단장 할 만한 대체자가 없었나? 하긴 전쟁통에 장교고 병사고 수시로 죽어갔다. 오죽 했으면 돼지새끼(노아드)랑 멍말이(덴슨)가 사령관이 되어 지휘를 대신 했을 정도다. 물론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석 차석 사관 후보생들이 줄줄이 자퇴하거나 기껏 장교 되고 퇴역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나시아나는 나보다 2기 선배였다. 줄줄이 퇴역하거나 자퇴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장교 중 한 명이다. 예전 같으면 나도 나시아나도 별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피니르에게 물어보았다.

“100사단장은 왜 이 회의에 참석하고 싶은 거죠?”

피니르를 보며 물어보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는지 나시아나가 대답했다.

“저는 돌아가신 노웬 장군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랬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웬 장군님은 리튼 재해대책부장님을 싫어하셨던 것은 아닙니다.”

“예. 저도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단이나 사단장들은 자신이 용서 받은 것에 안도했지만 100사단은 아니었어요. 이번 파업의 핵심 사단이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용서에는 100사단도 포함입니다. 당연히 죄를 묻지 않을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비공식적으로는 다릅니까? 100사단은 왕따라도 당하는 건가요?”

나시아나는 한 동안 말이 없다가 곧 입을 열었다.

“용서 받은 자들은 생각보다 100사단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노웬에게 강압적으로 끌려 다닌 탓도 있지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전가 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다들 쪼잔하게 굴었구만? 알겠습니다.왕따 주동자를 밝히세요. 조치하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해봐야 서로 원한만 쌓일 뿐이죠. 저는 다른 식으로 이 사태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다른 식? 무슨 일을 생각하신 겁니까.”

“이번에 리튼 재해대책부장님이 병권을 모두 빼앗겼던 이유는 절대 충성하는 병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절대 충성이라면...”

“이제는 제가 100사단의 사단장입니다. 100사단의 병사들은 저의 명령을 따릅니다. 그러니 리튼 재해대책부장님이 100사단을 리튼 재해대책부장 친위 사단으로 삼아서 우리 100사단을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기를 희망합니다.”

나시아나 말에 내 뒤에 있던 교수가 끼어 들었다.

“잠깐만요. 100사단장. 지구 헌법에 따르면 개인은 사병을 거느릴 수 없습니다.”

교수의 말에 공군통합단장 티메로파가 말했다.

“그런데 이 회의는 고위 군사 관계자만이 출입 가능한데 카리탈크 교수는 왜 오신거죠?”

내가 말했다.

“카리탈크 교수는 백칩이 없는 저를 대신해 칩 업무를 대신 해주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고리타분한 조언도 좀 해주고 계시고요.”

교수가 나를 째려 보지만 계속 말을 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병을 가지는 것은 법에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자칫 병력을 앞세워 지구를 독재하려는 시도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좌하는 입장에서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이상한 마음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 합니다만.. 사병을 가지게 되면 또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요.”

나시아나가 말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것도 아니고 리튼 재해대책부장님은 남극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야심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재해대책부장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분명 재해대책부장 자리도 내놓고 평범하게 군부에 돌아 오실 겁니다. 그 전까지 100사단이 힘을 보태겠다는 것입니다. 한 자리 해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가 반문했다.

“예. 저도 100사단장의 뜻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꼭 이런 식으로 왕따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싶네요.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아까 말한 대로 왕따 주동자 사단장이나 간부나 병사들을 처벌 한 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고...”

“이거 이상하네요. 보통 보좌면 보좌 대상을 보좌 해야지 보좌 대상을 견제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견제라뇨. 저는 리튼 재해대책부장이 엄하게 규탄 받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반대가 꽤 심하시네요. 리튼 재해대책부장에 힘이 실리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는 100사단장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봐도 리튼 재해대책부장에게 붙어서 뭔가 이득을 취하려는 것 같은데요. 노웬 장군은 분명 그런 행위를 꽤 싫어하지 않았나...”

“뭐라고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국방부 장관 케리스가 소리를 쳤다.

“조용! 지금 뭐 하는 짓 들이야?! 우리는 지구를 위협하는 반란군을 잡을 회의를 하러 온 거요! 시덥지 않은 정치 싸움이나 하러 온 거요?!”

케리스의 외침에 나시아나와 교수는 조용해졌다. 케리스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바로 전략 회의에 들어가겠습니다.전략은 제가 들은 바로는 피니르 97사단장이 세운 것 같은데 맞습니까?”

피니르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케리스가 말했다.

“전략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빨리 이 난장판을 끝내고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합시다.”

피니르가 케리스의 요구에 대답했다.

“동감입니다.”

피니르의 상황 설명은 이렇다. 러드니온이라는 도시에 국가주의자들의 본부가 있고 각지에서 끌고 온 야포 200문이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반란군 본대는 이미 중부 지역 경계 부근으로 진격했다고 한다. 차례대로 서부 지역 대륙의 대도시 파론, 벨레인, 포르헨그 도시에 병참 본부를 세웠다. 지금은 이스 도시 근처에 187만의 보병과 전차 1800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일반인으로 구성된 보급대가 어쩔 수 없이 보급 중에 있다고 한다. 서부 지역은 대체로 온건한 기후와 넓은 평야가 주로 펼쳐져 있어 이동이 용이한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나 도로 등 보급로 확보도 용이했다.중부와 서부의 경계에 있는 도시 이스는 좁은 지대에 동쪽이 바다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중견 도시였으나 이번에는 꽤 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가이론이 현재 이스에 머무른 채 강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가이론은 오지 않았다는 말이군.. 그리고이미 105사단 웰론 소장이 이스에서 가이론을 지원 중이다.

남부 쪽에서 진입해 북상 중인 27개 사단과 중부에 이스 해역 뒤에 방위로 배치 된 45개 사단이 곳곳에 진지를 구축해 놓았고 북부 지역에서는 22개 사단이 러드니온으로 바로 진입 대기 중이었다. 나머지 70여 개 사단은 예비대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동부 지역에 넓게 퍼져 대기 중이다.

한 마디로 국가주의자들은 동서남북 완전 포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란을 일으키는 타이밍도 반란군 숫자도 그리고 교섭한다는 내용도 전부 말도 안 되고 비상식적인 내용들 뿐이다. 그냥 역사를 연구하다가 미친 건가? 개죽음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도 결국 처형 아니면 종신형이다.

피니르의 전략은 병력 교전에 앞서 티메로파가 공군여단의 전투기들을 출격 시켜 러드니온의 야포 위주로 정밀 타격하고 북부 지역에 대기 중인 22개 사단이 러드니온으로 진입해 국가주의자 본부를 점령, 남부 지역에서 올라오는 27개 사단이 병참 본부 3도시를 점령, 45개 사단이 중부 지역에서부터 서서히 서진 해 방어력이 강화된 도시 이스를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해 180만의 반란군에 맞서며, 병참 본부를 점령한 27개 사단이 동진 해서 반란군의 후미를 치고 45개 사단과 함께 협공해 괴멸 시키는 것이 이번 전략이다. 모레드의 소재는 러드니온에 없고 아마 180만의 반란군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의문이 생긴내가 말했다.

“모레드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 한 건가요? 아 타박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타워의 정보력으로도 알아 내지 못 했습니다. 일단 가면을 쓰고 있고.. 변조 된 목소리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데다가 반란군 중에 가면을 쓴 병사들도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정황 상 본부에 남아 있는 것보다 병사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안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모레드도 그렇게 생각하고 반란군과 함께 중부 지역으로 접근 중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모레드의 위치는 결국 추측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비록 추측이지만 나는 동의 했다. 내가 생각해도 완전 포위된 지금 본부에 남아 있기보다 병력과 움직이며 전황을 바꿔보려고 하는 편이 안전하다.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저도 들어보니 그럴 것 같군요.”

내가 모레드라면애초에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보를 토대로 검토해보니 국가주의자들은 공군 전력도 갖추지 못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점점 왜 반란을 일으켰나 하는 의문만 커졌다. 아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내가 만족해도 상대방은 불만일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국가주의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들이 일으킨 일은 반란이다. 반란은 제압 되어야 마땅하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준비가 끝마치는 대로 작전을 전개하라고 피니르와 케리스에게 명령했다. 교수도 군사적 문제는 발언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별 말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100사단장 나시아나에게 말했다.

“100사단은 리튼 재해대책부장의 친위 사단으로 임명하겠습니다.”

“잠깐만요 리튼!!”

교수가 격렬한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무시하고 나시아나에게 말했다.

“100사단이면.. 원래 남부 지역에 임지가 있겠지만 이제는 중부 지역으로 옮기겠습니다. 페르샤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면 산지가 많이 있는데 그 곳에 기지를 마련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나시아나는 힘차게 대답했다. 나는 회의를 파했고 교수는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했다. 케리스와 피니르, 티메로파가 모두 뒤쪽에서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한 마디 했다.

“진짜 들키고 싶어서 그래요? 차라리 아무도 없을 때 따지던가 하세요.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요.”

“하아...”

교수는 깊은 한 숨을 쉬며 돌아갔다. 그날 밤,뉴스가 난리가 났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냐면 회의 이후 여러가지 업무 처리로 새벽 늦게 들어오자마자 아리카가 말해주었다.

“자기야.. 큰일났어...”

아리카는 울먹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왜 그래? 왜 울어?”

“삼촌이... 큰 외삼촌이...”

“큰 외삼촌?”

큰 외삼촌이면 디몬? 보통 총수인 레실을 삼촌이라고 부르니까.. 총수의 친형인 디몬이 큰 삼촌쯤 될 것 이다.

“디몬 회장님?”

“응.. 방금 돌아가셨다고...”

“뭐어?!”

설마 정말로 텔레스 박사 말대로 수명이 줄어서 상대적으로 100세 가까운 사람들이 줄줄이 사망하기 시작한 것인가?

“뉴스에 나온 거야?”

“응.. 기다려봐.”

아리카는 루디샤를 대신 해 화면판을 켰다. 루디샤처럼직접 몸에서 나온 선을 화면판에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화면판 자체 네트를 설정해 어떻게든 아리카의 백칩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뉴스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텔레스 박사의 연구소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대참사가 예고 되고 있습니다. 텔레스 박사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업 회의 간부이자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디몬 역시 구조했지만 결국 화상이 심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사상자는 총 몇 명입니까?]

[사망자는 현재 137명으로 근래 들어 최대 사고사입니다. 부상자는 2명인데 생사가 위독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연구소에는 상당히 많은 인원이 있었네요?]

[네. 텔레스는 생명공학에 지대한 공적이 있는 페르샤 대학 교수이자 박사로써 이번 연구에 대거 많은 인원을....]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텔레스 박사까지?”

“끝까지 들어봐. 부상자들도 중요해.”

“부상자?”

[부상자도 유명 인사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부상자는 의약회사 크포메디아의 회장 키들러씨, 그리고 화성에서 파견 온 미사일 공학자 카사라씨입니다.]

나는 저 얘기가 끝나자 마자 화면판을 끄고 나갈 차비를 했다. 아리카가 말했다.

“자기야 지금 새벽이야?”

“알아. 하지만 키들러 회장과 카사라씨가 입원한 병원을 가봐야겠어.”

카사라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어떻게 입원을 해? 나는 무엇보다도 그 생각이 제일 컸다. 카사라가 로봇인 것이 들통나면... 루디샤의 존재도... 에프타인, 플리사와 함께 비밀로 맹약한 삼각 동맹은?

“조심히 다녀와.”

아리카의 말에 나는 알았다고 말하며 끄덕였다. 병원에 도착하자 나는 내가 재해대책부장임을 증명했다. 간호사가 말했다.

“예. 혹시 문병 할 사람은...”

누구로 할까. 카사라? 아니면 무표정씨?

“무표정...아니 키들러 회장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생사를 헤매고 있다는 뉴스 때문에 나는 무표정씨를 먼저 만나기로 했다. 상식적으로 카사라가 생사를 헤맬 것 같지는 않다. 인공지능 로봇이니까. 나는 무표정씨를 만났다. 병실에는아무도 없었다. 무표정씨는 온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화상이 심해서 간신히 목숨만 건진 상태였다고 한다. 안내한 간호사가 말했다.

“아마.. 의식을 차리지는 못 하실 거에요. 10여분 정도 시간을 드릴게요. 10분 뒤에는 환자의 안정을 위해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의자를 끌어 무표정씨의 옆에 앉았다. 숨만 씩씩 거리고 있다. 근엄한 표정과 수염은 온대 간대 없었다. 화상에 좋은 약을 발랐는지 이상한 약품 냄새만 난다. 인류는병을 정복했다고 하지만 외부 요인에는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다. 나는 문득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기업 회의에서 멀쩡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아도 그는 다시 살아서 활동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슬슬 돌아갈까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보니 내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의식을 차린 무표정씨였다.

“리....리...리튼....”

“키들러 회장?! 지금 제 이름을 부른 건가요!”

“고..고기....먹으면.... 안 돼....”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요?”

“화...화성...”

두둑.

갑자기 무표정씨 머리 부근에서부터 빠르게 손이 접근했다. 그리고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무표정씨는 목이 꺾여 죽었다. 즉사다.무표정씨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던 터라 무표정씨에게 접근하는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카사라였다.

“방심하다가 큰일 날 뻔 했네.”

“카..카사라씨?”

“네. 설마 화재 사건으로 절 문병 오신 건가요? 설마 제가 화재 따위로 죽을 리 없잖아요. 로봇인데.”

카사라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멀쩡했다.

“그럼어떻게 입원하신 거죠?”

“당연히 이 병원장이 주인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곳까지?”

“걱정 말아요. 돌팔이들로 운영한 것은 아니니까.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운영했다고요. 방금 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키들러 회장님을 왜 죽인 겁니까.”

“흠.그건 비밀입니다.”

“비밀이라..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은 알고 있습니까? 기업 회의 간부를 죽인 거라고요!”

“....리튼씨. 리튼씨는 오늘 이곳으로 오지 않은 겁니다. 아아 아니다 아니지. 리튼씨는 와서 문병하고 그냥 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뒤 키들러 회장은 결국 화상이 악화되어 죽었다는 이야기로 가자고요.”

“지금 조작을 하는 겁니까? 키들러 회장을 죽인 것을 모른 척 하라는 거에요? 만약 그렇다면저도 동참하는 셈이에요!”

“왜 그러시죠? 우린 한 팀이잖아요? 총수도 죽이기로 한 양반이 기업 회의 간부 하나 죽었다고 벌벌 떨고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이건...”

“리튼씨.”

갑자기 카사라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저는 루디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파고 들지 않았어요. 기밀이라면서요? 그래도 저는 리튼씨를 믿고.. 더 이상 알아보지 않았어요.”

“그걸 이것과 맞바꾸자는 겁니까?”

“아니요. 그냥 예의를 차렸다고 말하고 싶군요.이건 명령입니다. 당신은 우리한테 협박 당하는 처지 아닌가요? 그래도 꽤 재밌는 사람이라 상당히 봐주고 있었는데.. 지금 이 키들러 살해는 당연히 같은 팀으로써 동의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당신이 총수도 하고 그럴 것 아니에요? 아니면 뭐.. 재해대책부장을 여기서 죽이는 수 밖에 없죠.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카사라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공포에 사로 잡혔다. 온 몸에 식은 땀이 났다. 카사라의 손은 무표정씨의 목을 꺾은 흔적, 약간의 붕대 조각과 화상으로 약해진 피부 때문에 찢겨진 살과 피부 일부가 묻어 있는 상태였다. 카사라가 말했다.

“리튼씨를 괴롭힐 방법은 무궁무진 하답니다. 주인님은 분명 아직 리튼씨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 처신해야 할 거에요. 제가 루디샤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지 말라고요. 아시겠어요?”

“아..알겠습니다..”

“아... 너무 겁먹으셨네요. 재미없게.”

카사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낄낄거리며 병실을 나섰다. 나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무표정씨는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거지. 고기를 먹지 말라니? 고기가그렇게 몸이 안 좋은 음식인가? 아니다. 그런 하찮은 이유로 간신히 목숨을 짜내며 말 했을 리 없다. ....화성?고기를 먹지마. 화성. 그가 남긴 두 마디다.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 그리고 화성이라고 말했다. 분명 화성이면... 화성산 고기? 화성에서 수입한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인가? 하지만 왜? 나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무표정씨는 왜 화성에서 수입한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을까. 물론 추측이기는 하지만 두 단어를 조합해 보면 생각나는 것은 화성산 고기 밖에 없었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사망.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공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화성 남자. 108세.내정부 장관.사망.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지구 남자. 108세.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사망.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기업인. 재해대책부장.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대장. 공군통합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지구 남자120세.대장. 100사단장.남부 사령관.사망.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소장. 100사단장.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지구 남자90세.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기업회의 간부.사망.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재해대책부장.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오픈 로탈릭 – 금성 남자 53세. 지하 금성인 지도자.

외눈상인 ­ ?? 남자 ??세. 세 행성을 떠도는 상인.

데일루스 브레콘 – 화성 남자 51세. 에프타인의 비밀 행동대원.

파롤레아 아르벤 – 화성 여자 63세. 경제부 장관.

엔탐 할리슨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차관.

몰리엔 칼몬드 – 화성 남자 83세. 과학부 산하 기술과 과장.

텔레스 크리워즈–지구 남자72세.생명공학자.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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