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73화 (73/86)

〈 73화 〉 포식자들의 세상 ­73­

* * *

­에프타인­

어둡고 어두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상하로 길게 이어진 통로를 사다리를 통해 지하로 내려오자 약간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 뿐만이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이마를 짚는다. 내가 말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저는머리가 좀 아프군요.”

“으음...견딜 만은 한 데요.”

한 치안부 소속 인원이 공기 층을 분석했다. 여러 번 손목을 누르던 치안부 인원은 공기가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빨리 조사하고 나가죠.”

나는 그렇게 사람들을 다독이며 앞으로 나갔다. 이 거대한 지하는 지하가 시작되는 초라한 입구와 달리 안쪽으로 갈수록 웅장함을 자랑했다. 10m 높이는 되 보이는 공간들이 펼쳐졌다. 칼렌이 말했다.

“유적이라기 보다 그냥 거대한 동굴 아니에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없는데.”

나는 칼렌의 말을 듣고 주변을 살펴 보니 오래된 플라스틱 상자들이 보였다. 나는 그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자연물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오래 전 조사단이 놓고 갔을지도 모르잖아요? 정부가 유적지 조사 금지를 내리기 전에 말이죠.”

“음..”

칼렌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계속 들어가 보자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자는 사람은 없었다. 아팠던 머리도 익숙해졌는지 서서히 아프지 않게 되었다. 한참을 더 들어가니 뭔가 뜯어 낸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안부 인원 중 한 명이 얘기했다.

“이건 무슨 흔적이죠?”

“뭔가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게 뭔가의 힘으로 뜯긴 것 같은데요.”

칼렌이 대답했다. 나도 동의했다.

“그런 것 같군요. 뭘 뜯어 간 걸까요. 그보다 사람의 흔적이 조금씩 등장 하는군요. 이건 아무리 봐도 사람이 필요해서 동굴에 있던 인공물을 뜯어 간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어쩌면 그럴지도요차관님.”

칼렌은 왠지 마지못해 대답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다시 좁아지는 길을 따라 갔다. 지금까지 외길이었지만 혹시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 지하 동굴 벽에 틈틈이 야광 표식을 남겼다.

좁은 길을 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다시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천장의 높이가 10m가 넘는 넓은 공간이 등장했다. 그리고 넓어지는 시점에서 무려 여섯 사람이나 목격됐다. 여섯 사람과 우리가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깜짝 놀라며 격하게 경계했다.

“누..누구냐!!”

“으악! 화성인이다!!”

"화성인이라고??"

나는 그들을 진정시켰다.

“잠깐! 우린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외교 차관 에프타인입니다! 실종된 금성인을 찾느라 여기에 왔습니다! 여러분들은 금성인 인가요?!”

다급하게 얘기한 것이 통한 것인지 일단 그들은 지르던 소리를 멈추고 우리를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둘러 본다.

“예.. 우리가 금성인 입니다만.”

“이봐. 막 얘기 하지마!”

나는 그들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을 해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정말 걱정 돼서 온 거에요.”

한 금성인이 얘기했다.

“걱정? 화성인들이 우릴 걱정할 리가 없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치안부 장관님도 여러분을 찾으려고 노력 중 입니다. 물론 걱정이 되기 때문이죠!”

“치안부 장관이면 호터 장관 말인가요? 뭐 그 사람은 공정해 보이긴 합니다. 우리도 화성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보고 원리 원칙대로 보호해줄지도 모르죠.”

생각보다 얘기가 통했다.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치안부 장관님께 여러분들이 여기 계신다고 알려드리고 사람을 보내서 보호를...”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여기서 살 겁니다.”

“? 이곳에서 어떻게 살죠? 먹을 것은 있습니까?”

“제법 있죠. 이곳으로 다들 피난 오면서 다들 먹을 것은 잔뜩 가지고 왔거든요!”

“하지만 무한하지는 않겠죠. 언젠가는 식량이 떨어질 겁니다.”

“어차피 지상에 나가도 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폭동 사태는 옛날에 진압되었어요. 함부로 여러분들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폭동 사태? 그건 우리가 도망도 치기 전에 진작에 끝났죠. 화성이 안정 되어 있는 상태인 것은 잘 알고 있어요.”

나와 금성인들의 대화에 칼렌이 끼어 든다.

“아니 그럼 왜 여기 있겠다는 겁니까. 지하도 엄연히 화성 소유니까 이런 무단 거주는 불법..”

내가 칼렌의 대화를 저지했다. 금성인은 가만히 있다가 말을 시작했다.

“호터 장관은 분명 우리를 보호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금성인이라고 차별 같은 것도 안 할 겁니다.”

다른 금성인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그래서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호터 장관만 안 그러면 다 입니까? 호터 장관이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다른 화성인들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 있던 또 다른 금성인이 말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여기서 꽤 먼 외곽지역에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바로 2주일 전에 길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제 어깨를 치고 간 화성인만 4명 입니다. 사과도 없었어요.”

“취직은 고사하고 일하던 금성인들도 전부 잘렸어요. 이게 맞는 겁니까?”

내 생각보다 훨씬 화성인들은 내 계획대로 움직여 주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혹시 금성인 대부분이 여기서 생활하고 있었던 겁니까?”

“글쎄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엄청난 숫자이긴 한데....”

칼렌이 물었다.

“그렇게 큰 넓은 공간이 있단 말입니까?”

“네. 안내해드릴까요?”

우리는 금성인들의 안내를 받아 금성인들이 사는 곳으로 갔다. 안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외길이라 지금 금성인들을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결국 주거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물론 금성인들이 먼저 우리를 소개해주었으니 금성인들이 놀라거나 갑자기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그 점은 좋은 점이었다.내가 제안했다.

“혹시 이 곳 지도자는 없습니까? 한 번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뭐 하실 겁니까.”

“그야.. 저는 치안부를 믿고 다시 지상에 올라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도자 분을 만나 다시 올라와 달라고 설득할 생각입니다.”

금성인들은 약간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거주지 사이에 큰 대로를 따라 가니 철판으로 만들어진 가건물이 하나 나왔다. 뭔가 떼어낸 흔적은 저 철판을 뗀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그런지동굴 안 거주지 풍경은 참 독특했다. 돌로 이루어져 둘러 쌓인 넓은 동굴에 철판으로 삐뚤 빼뚤 아무렇게나 부착되어있어 집 역할을 하는 건물들은 지구, 화성, 금성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금성인들은 우리를 지도자에게 안내해주고 지도자의 경호원은 나와 칼렌만 들어오라고 했다. 치안부 인원은 꽤 불안해 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안심 시키고 지도자를 만나러 가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거기에는 전형적인 옅은 베이지 색과 녹색 눈의 금성인이 낡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처음 뵙습니다.”

내가 인사를 하자 나를 잔뜩 의심하는 눈빛을 보내며(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인사를 받았다. 입꼬리도 내려 가있다. 표정 관리를 못 하는 거 보니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아니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안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교부 차관 에프타인씨군요. 뉴스에서 가끔 본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먼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죠?”

“어떻게 지하 유적지로 들어오실 수 있었죠?”

“뭐.. 여러분들도 들어왔잖아요? 같은 방법으로 들어왔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문을 여는 법을 알고 있었는가 해서요.”

“그러는 차관님은 어떻게 알고 계셨나요.”

나와 지도자는 한 동안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먼저 대답했다.

“가끔 유적지는 지금은 사어가 된 고대 공용어가 통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그 예시가 적용된 것 뿐입니다”

“고대 공용어면.. 보통 그냥 고대어라고 부르는 그거죠?”

“예 맞습니다.”

“저는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 동료가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바닥에 문이 열렸죠. 다행히 근처에 아무도 없어서 누군가 떨어져 다치거나 죽지는 않았습니다.”

“이름이요?”

“예.. 제 이름은 오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연이라고는 해도 오픈이라는 발음이 유적지 문을 여는 방법이라는 것은 잘 눈치챈 것 같다.

“그거 대단한 우연이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오픈은 열다, 열리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요? 고대어도 별 뜻은 없군요. 몇 천 년 전 기준이면 그냥 ‘열려’라고 명령한 것 뿐 이잖아요?”

“그렇죠. 고대어도 다시 연구해보면 재밌는 현상들이 많을 겁니다.”

“학문적인 이야기나 하러 여기 까지 지상에서 내려 온 겁니까?”

지금 이 지도자는 우리가 달갑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차분하게 다시 얘기했다.

“설득하러 왔습니다. 모든 금성인들이 다시 화성의 사회로 복귀하도록 말입니다.”

“흥. 이제 와서요?”

“이제와서라뇨? 몇 명이 과격하게 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화성은 타 행성 사람들에게 공정한 편 아니었나요?”

“그 과격한 몇 명을 화성은 왜 막지 않죠? 다 죽거나 다쳐야 느릿느릿 사태 파악이나 하고 말잖아요.”

“아니.. 그런... 그걸 화성인 전체에 책임을 전가 하는 건가요?”

“전가가 아닙니다. 항상 화성은 이런 식이었어요. 잘 대해 준다고 해서 막상 가보면 결국 말하는 것과 달리 우리를 공격하는 화성인들은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의라도 하면 우리 보고 참으라고 하던가 쪼잔하게 왜 그러냐며 걔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같은 화성인을 편드는 얘기나 들어야 했습니다. 아마 몇몇 화성인들은 금성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하겠죠. 그냥 자신이 잘나고 착해 보이고 싶어서 말입니다. 막상 일이 터지면 유감이라는 말이나 한 마디 하고 말죠. 그런데 우리가 왜 그런 거지 같은 지상으로 올라가야 하나요. 우리는 이곳이 편합니다. 서로 맡은 일을 하고 서로 존중하고 존중 받습니다. 더 이상 화성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요. 햇빛을 못 보는 게 흠일 뿐이죠.”

그의 불신은 생각보다 깊었다. 분명 이번 폭동 사태로 이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쌓이고 쌓인 게 터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내가 얘기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왜냐라니? 계속 당해왔으니 이러는 것 아닙니까. 제가 괜히 이러겠어요? 우리가 괜히 지하로 숨었겠냐고요.”

“글쎄요. 그럼 화성인들은 아무 피해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까? 화성인들도 살해 당하고 폭행 당하고 못생기고 가난하다고 왕따를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금성인과 화성인으로 나눠서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가해자를 재판하거나 비난 할 뿐입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화성인들은 우리도 정상으로 안 봅니다.하지만 당신은 단순히 금성인이라서 당했다고만 주장하고 계시군요. 결과를 미리 상정하고 원인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비뚤어져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금성인은 항상 피해자였나요?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화성에서 선량하게 일만 하고 살았어요? 그것은 아마 아닐겁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선량한 화성인이 악독한 몇몇 화성인 때문에 전체가 호도 당하 듯 당신이 한 말 역시 대부분의 선량한 금성인이 피해자가 되었지만 몇몇 폭력적인 금성인 때문에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계시군요. 이 얘기는 영원히 서로 의견 차가 좁히지 않은 채 끝날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화성인이고 내가 금성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이곳에 계실 건가요? 지금은 식량이 있을지 몰라도 언제 바닥날지 모르잖아요. 지금 이곳에 금성인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천 만명? 혹시 억 단위 인가요? 억 단위로 넘어가면 전 행성의 금성인이 전부 모였다고 해도 되겠군요. 그 만한 인원을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습니까. 결국에는 지상으로 올라오셔야 합니다.”

“...결국 이 많은 인원이 모여 폭동을 일으키면 화성은 큰 위기가 되겠죠. 그것이 두려우니까 미연에 방지하려고 이렇게 설득하고 있는 거겠죠?”

“그런 생각을 하며 오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그러실 생각입니까? 만약 화성에서 군대라도 조직하신다면 그것은 그냥 자살 행위입니다. 화성에도 전문 군인들이 있다고요. 모두가 만족하면서 살 수 없습니다. 다들 참고 살아가고 있어요. 금성인이든 화성인이든요.”

“그 논쟁은 이제 됐습니다. 그리고미리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있는장소를 알고 있으니까요.”

“뭐라고??”

옆에 있던 칼렌이 드디어 대화에 참가했다. 내가 말했다.

“우리를 잡는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그냥 버티다가 당신들은 파멸 할 겁니다. 지금이야 호터 장관도 있고 몇몇 화성인들이 금성인에 호의적인데 나중에 가면 모든 화성인이 당신들을 적대 시 하게 될 겁니다. 이미 대부분의 화성인들은 여러분들이 지하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요.”

“이제는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이 아니라 설득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구해주려고 하는 겁니다! 지상에 나와서 다시 합류하셔야 합니다!”

“이봐 밖에! 이 둘 끌고 가서 다른 화성인들과 똑같이 가둬 놔!”

나와 칼렌은 반항했지만 밖에는 꽤 많은 수의 병사들이 있었고 오픈의 명령에 의해 우리는 결국 잡혀 동굴 벽을 파 임시로 마련 된 감옥에 갇혔다. 다행히 치안부 인원들도 이 감옥에 있었다. 9명의 인원이 한 감옥에 갇힌 셈이다. 칼렌이 소리치며 나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아아아악 문 열어!!!! ....... 젠장!차관님 이제 어쩌죠??”

“지금으로써는 별 수가 없겠는데요.”

“아니 이럴 때도 침착 하시다뇨...”

“침착하지는 않습니다. 꽤 동요 중 입니다.”

“아유 시끄러워. 소리 좀 그만 질러요.”

벽 구석에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칼렌이 소리 나는 곳을 보았다. 치안부 인원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상한 괴짜 아저씨가 한 명 있더라구요.”

“괴짜 아저씨?”

칼렌이 반응을 보이며 벽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중간 중간 수염과 머리에 흰 색이 나있는 중년 아저씨가 팔을 베게 삼아 누워있었다. 칼렌이 말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떠돌이 상인이요.”

“떠돌이 상인? 그런 직업이 어딨어요? 고대에나 있던 직업 아닌가?”

“꼭 잘 모르는 놈이 과거를 들 먹인 다니까?직접 돌아다니면서 물건 팔면 그게 떠돌이 상인이지 뭐요? 꼭 사업자 등록이라도 해야 하나?”

“그게 뭐에요 아저씨. 사업자 등록도 안하고 장사한다는 얘기에요? 그거 불법이잖아요!”

그는 외눈상인이었다. 왜 이 사람이 여기 있지? 나는 당황했다.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인이다. 어떤 물건이든 반드시 구해 오는 사람이다. 나도 어떻게 구해오는지 궁금해서 몰래 사람을 붙였는데 그럴 때면 교묘하게 따돌려 버렸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 답게 나를 모르는 척 했다.

“칼렌 놔두세요. 신경 써야 할 곳은 다른데 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말끔한 양반. 탈출할 방법은 있는거요?”

말끔한 양반이면... 나를 얘기하는 거겠지?

“방법은 지금 생각 중입니다.”

“아니 당신 말고 저 뒤에 치안부 마크 달고 있는 양반.”

“네? 저요?”

“푸하하하.”

뒤에 치안부 인원은 어리둥절 해 하며 대답했고 칼렌은 내가 대답한게 웃겼는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치안부 인원은 계속 대답했다.

“일단... 벽을 긁어볼까 생각 중 인데...”

“에라이 이 양반아.벽을 긁어봤자 얼마나 팔 수 있겠어? 게다가 지하인데 벽을 뚫으면 탈출이 되겠어? 천장이면 모를까.”

“아니... 일단 감옥만 벗어나면...”

내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외눈상인의 페이스에 말려 들면 안된다.

“방법이 있습니다.”

외눈상인이 말했다.

“방법이 뭐요. 지저분한 양반.”

지저분한 양반은 나를 말하는 건가. 내가 대답하려 하자 칼렌이 끼어 들었다.

“그나저나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뭔데 여기 갇혀있어요?”

“나? 상인이니까 당연히 물건 팔러 왔지. 물건 팔고 나니 장소를 들켰다고 가두던데? 그래서 계속 이러고 있는 거요.”

“나 참황당 하구만. 차관님. 오픈이라는 놈은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 같아요. 진짜 군대라도 일으켜서 화성에 난리를 일으킬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봐. 나아직 이름 말 안 했잖아? 왜 멋대로 말을 끊어?”

외눈상인이 화내자 칼렌은 당황해서 물었다.

“이..이름? 아..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외눈상인.”

“예?”

“외눈상인. 그게 내 이름이야. 별명이기도 하고.”

치안부 인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냥 괴짜 아저씨라니까요.”

칼렌이 치안부 인원의 말에 대답한다.

“괴짜가 아니라 좀 미치신 것 같은데요.”

“뭐야? 이제는 아주 미친놈 취급이네? 환장하겠구만.”

그들은 외눈상인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다. 하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존재다. 하지만 정계 거물이거나 대기업 간부 쯤 되면 꽤 유명 인사다. 못 구하는 물건이 없다. 내 ‘통신기’와 카사라의 몸 부품은 전부 저 사람이 구했다. 당연히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위에 있는 엘리트들은(악용 등을 이유로)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안다. 아는 사람들은 그의 유용함을 체험하고 나면 역시 그들도 친구나 친척들에게 외눈상인의 존재를 숨긴다. 왜냐하면 자신만 사용하기 위해 서다. 외눈상인은 선뜻 본명을 밝혀서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어차피 이들은 외눈상인을 괴짜 아저씨 정도로만 인식 할 테니 나만 내색하지 않으면 그냥 이 상황이 넘어갈 것 같다. 외눈상인이 말했다.

“그나저나다들 혹시 뭐 필요한 물건 없어? 나한테 말만 해. 내가 구해다 주지.”

“? 감옥에 같이 갇혔으면서 뭘 어떻게 물건을 구해요? 나 원 참.”

“아~ 이 덩치 큰 놈 되게 꼬여있네.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 거야? 외로움을 달래 줄 물건들도 많아 내가.”

“네?? 아니그런데 왜 저를 보면서 얘기하세요 아저씨? 내가 외로워 보여요?”

“자격지심이 심각하네 이 친구. 너를 보며 얘기해도 아무도 너가 외로움에 몸서리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그냥 전체한테 얘기한거야~.”

“아까부터 막 반말하시네? 그래도 돼요 아저씨?”

보다 못한 나는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탈출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오픈에게 가보려고 합니다.”

“흠 지저분한 양반이 할 수 있겠어?”

외눈상인이 나를 보며 얘기했다. 내가 대답했다.

“결과는 모릅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죠.”

“그렇지. 시도해 보긴 해야지. 금성인은 이제 식성이 아주 요상하게 바뀌었다며? 우리도 계속 여기 있다가는 조만간 식판에 담겨 질지도 몰라~.”

“아저씨. 재수 없는 소리 좀 그만하세요.”

“재수 없긴 사실이 그렇구만. 지저분한 양반. 잘 좀 부탁해.”

“지저분한 양반? 차관님. 이럴 때는 화 좀 내세요. 한 소리 해도 되는거 아닙니까?”

칼렌의 말에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일단 경비원부터 불러봐야겠군요.”

내가 창살 앞에 서서 경비원을 불렀다. 외눈상인은 칼렌에게 넌지시 얘기했다.

“이봐 덩치 큰 놈. 저렇게 화 내야 될 때 안 내는 인간은 조심해야 돼. 아주 위험한 타입이거든.”

“예?”

칼렌은 외눈상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 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사실 꽤 신경 쓰였다) 경비원을 반복해서 불렀고 결국 소리에 굴복한 경비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오픈에게 제안할 것이 있으니 오픈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경비원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내가 코스트를 제안하자 그제서야 마지 못해 승낙했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8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8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20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90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오픈 로탈릭 – 금성 남자 53세. 지하 금성인 지도자.

외눈상인 ­ ?? 남자 ??세. 세 행성을 떠도는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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