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67화 (70/86)

〈 67화 〉 포식자들의 세상 ­67­

* * *

­플리사­

허를 찔러 수도를 공략한 나의 전략은, 트리실 군대를 의욕상실하게 만들었다. 트리실은 사태를 파악하고 군대를 빠르게 무장 해제 했다. 긴장했던 내 휘하 장교들은 트리실의 항복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럴 만 하다. 적군의수도 한복판에 만 명이 고립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여차하면 케테로스를 인질로 삼아 탈출할 계획도 잠깐 생각했지만 그건 다시 생각해 봐도 썩 좋은 계획은 아니었다. 케테로스의 가치가 그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트리실은 너무 나도 간단히 항복했다. 언론을 통한 연설과3000만을 두고 온 기지의 공격은 꽤 격렬했음에도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항복했다. 내가 언론을 통해 수도가 함락되었다고 발표한 순간, 트리실에게 상황이 끝났으니 무장을 해제하라고 한 순간 그는 아무런 미련 없이 군대를 해산했다. 트리실의 의도는 만나봐야 알 것이다. 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대표들을 소집했다. 트리실도 온다. 그 때 트리실의 뜻을 살펴봐야 한다.

몇 일후 트리실은 군대를 해산하고 긴급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격렬한 전투를 지휘했지만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보다내가 놀랐던 점은 1차 금성군의 총사령관으로 원정을 떠나기 전 대표들과 지금 대표들의 얼굴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귀족회 대표였던 리어츠나 대왕회 대표였던 에실은 나도 처형 당했다는 것을 아니까 논외로 하고 그나마 기억나는 얼굴은 군인당 대표이자 나의 전술 스승인 트리실, 예술계에서 종사하는 문화후원당 대표 네르토 정도였다.

나는 적당히 개회를 선언 하고 대표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잘 파악이 안 돼서 그러는데 현재 귀족회 대표는 누구입니까?”

“....”

“다들 말씀이 없으신 이유가?”

네르토가 대답했다.

“귀족회 대표는 현재 공석입니다.”

“없다고요?”

“리어츠가 처형 당하고 전 왕이었던 케테로스는 귀족회를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네르토의 말이 끝나고 시민회 소속 시민방송당 대표가 보조로 대답했다.

“아마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해서 귀족회를 방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귀족회를 해체 했어야 하지 않나요? 그냥 방치합니까?”

“어쩌면 멋진 복수 방법 일지 도요. 대표를 임명하지 않으니 귀족회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다투었거든요. 귀족회 내부에서도 중장년들과 청년들이 편을 가르고 싸웠습니다.”

“헛 참..”

나는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상황 자체가 너무 짜증 난다. 금성을 멸망 시키기 위해 케테로스는 일부로 저랬나 싶을 정도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래도 트리실이 나름 귀족회 안 당들의 중재를 맡고 있었다고 했다. 시민회는 아르티웬이라는 자가 잘 통제하고 있었다고 하고.

“같은 군인 출신으로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은 뭐하지만 군인이 정치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오랜 금성의 전통에 의거해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의견을 내자 트리실이 말했다.

“동감입니다. 나서는 자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나섰을 뿐입니다.”

그의 눈과 말투에는 거짓은 없어 보인다. 다른 마음을 품은 것 같지는 않다. 트리실의 말이 끝난 후 내가 말했다.

“여러분들과 의논하고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지만 현재 귀족회 대표를 먼저 임명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누구를 귀족회 대표로 임명할까요.”

이 회의에서 금성왕인 나 다음으로 높은 직책은 시민회 대표 아르티웬이다. 원래는 귀족회 대표가 2인자겠지만 현재로서는 공석이기 때문에 아르티웬이 2인자인 것이다. 나는 아르티웬을 이 회의에서 처음 보지만 들은 적은 있다. 그는드레이돈의 후임이다. 드레이돈이 강력 추천한 드레이돈파의 최측근이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아르티웬을 경계했다. 지구에서 드레이돈이 보여주었던 불손한 모습들은 아르티웬을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나는 아르티웬에게 부탁했다.

“일단 대표들의 명단을 저에게 주시겠어요 아르티웬? 시민회 대표니까명단을 보낼 권한이 있겠죠?”

“예.”

아르티웬은 짧게 대답하고 명단을 나에게 전송했다. 나는 명단을 보다가 질문했다.

“각 대표들의 명단을 보니까 새로운 인물들이 많은데.. 케테로스가 직접 임명 한 건가요?”

그들을 친케테로스파라고 여겨도 되나 싶어 질문했다. 아르티웬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추천을 받고 케테로스는 승낙만 한 거라서 금성왕님이 생각하신 것 하고는 의미가 다를 겁니다.”

“제가 생각한 의미가 뭔데요?”

나는 순간 기분 나빠져서 쏘아 붙였다. 아르티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혹시 케테로스를 지지하는 대표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셔서 질문하신 것이 아닌가요? 그냥 물어 보신 거라면 뭐... 넘겨 짚어서 죄송합니다.”

아르티웬의 말이 끝나고 네르토가 대답했다.

“여기서 케테로스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미 충분히 끔찍한 경험들을 했으니까요. 트리실 장군이 수도 함락과 케테로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후, 금성왕님이 군대 해제 명령을 내리자 마자 따르지 않았습니까?”

네르토의 말은 수긍이 갔다. 케테로스를 잡았을 때 임무 상 어쩔 수 없이 교전한 왕궁 경비대를 제외하면 우리와 싸우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회의에도 참석했다. 나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보니 케테로스는 참 안타까운 녀석이다. 이 정도로 버림받다니. 물론 그 녀석이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꽤 불편했다.

나는 트리실에게 말했다.

“귀족회 대표를 하시겠어요? 귀족이시니 조건은 부합할테고요.”

“사양하겠습니다. 요번에 느낀 게 있다면 저는 귀족회 대표감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트리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이 회의에 참석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아무리 스승이라도 함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회의에서 보여주는 태도나 군대 해산 명령에 충실히 따른 것등을 고려하면 의심을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자연히 그나마 아는 얼굴인 네르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술이나 떠들던 제가 무슨 귀족회 대표입니까. 저는 지금 당 대표도 은퇴를 고려 중입니다. 저는지쳤습니다. 딸을 잃은 후 모든 것에 의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금성왕님.”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이 나온 김에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정계에서 은퇴하고 그림이나 그리면서 살겠습니다.”

네르토는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장을 떠났다. 권유는 커녕 처다 보기만 했을 뿐인데..너무 갑작스러워서 말릴지도 못했다. 아직 회의 할 내용이 많은데 첫 관문부터 엉망진창이다. 그 밖에 귀족회 소속들은 아무리 봐도 자격 미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계에 완전히 관심을 끄고 있던 늙은 귀족들이거나 아무것도 모르는데 의욕만 앞서는 젊은 귀족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젊은 귀족들은 저번 학살에서 주도적인 역할들을 했던 터라 중장년 귀족들 눈 밖에 나있는 상태였다. 평민 뿐 아니라 귀족들까지 이렇게 세대별 남녀별로 다투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그들은 갑자기 임명된 사람들로, 무언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다. 함부로 귀족회 대표에 임명하는 것도 위험하다. 검증 된 인물이 필요하다. 일단 없어진 다른 인물들은 다 어떻게 됐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 폭동에 휘말려 죽거나 아들 딸의 원수를 갚는다고 낙향 했다고 했다. 원수를 갚다니? 신고하거나 재판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원수를 갚는다고?

나는 금성의 사법 기관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재판부는?그러자 트리실이 말했다.

“오래 전법원당 대표는 출근 길에 습격 당해 죽었습니다. 그 뒤로 법원당 대표도 계속 공석인 상태입니다.”

“하아아...”

나는 깊은 한 숨을 쉬었다. 나는 케테로스만 어떻게든 항복시켜 내전을 빨리 끝내면 일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감내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내고 보니 그 뒤에는 더 큰, 엉망진창인 상황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왕이 된 나는 이 난리를 정리해야 했다.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이지만 결국 공석들도 꽤 있는 거네요?”

아르티웬이 정리해주었다.

“예. 귀족회 대표, 귀족회 소속 법원당 대표, 그 외 19개 대표가 공석입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공석 대표는 시민회 소속 이혼 주관당 대표와 시민회 소속 경제당 대표입니다.”

“경제당은 그렇다치고 이혼 주관당은 왜... 법원당도 시급하지 않습니까??”

아르티웬이 대답했다.

“이혼을 처리할 사람들이 없거든요. 물론 처리는 이혼 주관당 아래 소속된 인원들이 하긴 하지만 대표가 암살 당한 뒤 수습이 안 됐습니다. 직원들도 전부 겁먹고 도망쳐서 업무에 나오지 않고 있고.. 이혼 처리가 지연되니 성질 난 부부들이 결국 서로 죽이는 등 사태가 심각합니다.”

“아...암살??”

내가 어이가 없어서 되묻자 아르티웬이 대답했다.

“이제 금성에서는 흔한 일이죠.”

대체 금성은 얼마나 망가져 있는 거지. 아르티웬이 부연 설명을 했다.

“금성은 최근 참았던 것들을 모두 폭발 시킨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남자, 여자, 노년,중년, 청년, 귀족, 평민,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저 분노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죽이고 보는 거에요.”

나는 아르티웬의 말이 끝나자 마자 모든 대표들에게 따졌다.

“도대체 대표님들은 뭐하고 있었던 겁니까? 금성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 하고 있었습니까?!”

트리실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열심히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케테로스는 듣지 않았습니다.”

“케테로스가 듣지 않으면 일단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나요? 선조치 후보고같은...”

나의 의견에 아르티웬이 말했다.

“대표들이 공석이 되고 많이 바뀐 이유 중에는 케테로스 자신의 인가 없이 멋대로 일처리를 해서 해임 당한 대표들도 꽤 됩니다.”

“그럼 그 대표들을 그럼 다시 불러들여야겠군요?”

그러자 새로 뽑힌 대표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읽고 더 강경하게 얘기했다.

“새로운 분들은 어차피 아쉬울 것 없지 않습니까? 억지로 뽑히신 거잖아요.”

시민방송당 대표가 얼버무렸다.

“아니 그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죄송하지만 저는 금성을 케테로스 이전으로 다시 되돌릴 생각입니다. 훌륭한 치안, 성실한 평민들과 책임감 있는 귀족들. 금성을 다시 훌륭한 사람들이 훌륭하게 만들어가는 세상으로 되돌릴 겁니다. 여러분들도 제 의견에 동참하신다면 기존 대표들을 불러 오는데 찬성 하셔야 할 겁니다.”

나는 말이 끝나고 손으로 탁자를 두 번 쳤다. 그러자 레시아가 병사들을 이끌고 회의장에 들어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당황한 대표들은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내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의 직책은 오늘까지 입니다. 이번 회의가 끝나면 다시 예전 인물들로 대표를 바꾸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절망하지는 마세요. 복귀를 거부하는 전 대표들이 있다면 지금 대표분들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괜찮은 의견들을 내시는 분들도 직위 유지를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와서 당 대표들을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괜히 미움을 사서 반란의 씨앗을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에게 좋은 경고는 될 것이다. 금성이 망가진 이유 중에는 그들의 방관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고가 통했는지 회의가 상당히 활발히 진행되었다. 트리실이나 아르티웬 같은 기존 대표들은 안전하기 때문인지 별 말이 없었지만.

금성 안정화 계획 의견들이 한창 진행하던 중 아르티웬이 잠깐 주변을 정리 시켰다. 그리고 나와 대표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 의견들이 나온 것은 환영 합니다만 일단 금성왕께서 말하신 귀족회 대표를 뽑는 일부터 착수해야 되지 않습니까?”

트리실이 물었다.

“할 만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아르티웬이 트리실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아르티웬은 이어서 말했다.

“경험도 충분하고 귀족인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정계에인연은 없지만 나름 한 분야의 대표를 맡고 있고 있는 인물입니다.”

내가 물었다.

“누군데요?”

“레세라 카뉘아. 현재 제2도시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제2도시면.. 향락...”

내가 기억을 더듬자 아르티웬이 재빨리 대답했다.

“예. 향락 비즈니스 대표이자 제 2도시 시장보다 더 영향력 있는 인물이죠. 요즘 꽤 많이 보였죠. 조회 때마다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고.”

“누군지 기억나네요. 그런데 귀족이었어요?”

나는 놀라서 물었다. 아르티웬이 대답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 꽤 유명했습니다. ‘귀족의 추락’이라면서 말이죠. 뭐 그래도 사업 기획력은 아주 좋았다고 할 수 있죠. 평민들에게 '귀족을 지배하고 즐길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라고 홍보하고 다녔거든요. 성격도 좋은지 금방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되었고요. 실력과 인망덕분에 어린 나이에 일선에서 물러나 전체를 관장하는 대표가 된 거겠죠? 제가 보기에는능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했다.

“아주 쓸데없이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예?”

나는 아르티웬이 당황하자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쓸데없이 원한을 살 필요는 없다.

“뭐 정 없으면 레세라라는 인물로 하죠 뭐. 반대 의견은 없습니까? 낙향한 사람 중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좋은 귀족 출신의 인물이 있다던가.”

나의 물음에 다들 조용했다. 나는 한 번 더 물어봤다.

“반대 의견 없습니까? 이대로 정하면 금성은 3000년 역사 최초로 업소 출신 귀족회 대표가 탄생하는 건데요. 물론 그녀가 귀족 출신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겁니다?”

정말 괜찮은 걸까? 나는 불안했다. 귀족회 대표는 중요한 자리다. 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레세라같은 인물을 앉혀도 되는 걸까. 그리고 아르티웬은 드레이돈의 후임으로 시민회 대표가 된 인물이다. 아르티웬의 추천을 마냥 신뢰할 수도 없다. 나는 반응이 없는 대표들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견이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귀족회 대표의 자리가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레세라라고 하는 인물을 좀 더 관찰한 뒤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르티웬이 말했다.

“서둘러 정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말씀을 바꾸시는군요.”

아르티웬의 말에 레시아가 소리쳤다.

“무엄한 놈! 너가 말한 대상은 금성왕이시다! 말을 가려 해라!!”

나는 아르티웬의 멱살을 잡은 레시아를 제지시키고 말했다.

“물론 급한 일이지만, 그래도 인물을 추천까지 받았으니 진전이 아주 없다 고는 할 수 없습니다. 레세라는 회의가 끝나고 나중에 제가 직접 만나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건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그전에다른 의견들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이제 정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 뒤 나는 각 대표들의 의견과 현재 상황을 차례대로 정리하여 보고 하도록 지시했다. 나와 가깝게 앉은 자리부터 의견 및 상황 보고를 진행했다. 보고가 끝난 뒤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현재 금성은 경제력이 3000년 역사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망한 상태다. 주 수입원인 관광(제2도시를 필두로)이 특히 주저 앉았다.금성 입장에서 전쟁은 역시 치명타였다.

2. 전 대왕회 대표 에실의 농간으로 세대별 남녀별 대립은 청년들의 승리로 끝났는데 청년들은 계속 원한을 가진 채 분노를 거두지 못하고 끝없이 중장년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괴롭힘 및 복수를하는 중이다.

3. 공권력도 무너졌다. 여러 대표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살해 당했고 중앙에서 오는 지시도 없어서 도시들은 각자 도생 중에 있었다. 말이 도생이지 대부분 끝없는 폭동과 소요 사태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도시는 청년들을 짓누르고 중년들이 점령한 도시도 있다. 패배한 계층에게는 지옥 그 자체였다. 심심하면 살해 당하고 잡아 먹혔다. 식인 행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4.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멀쩡한 도시는 제 6도시 뿐이다. 수도였던 제 17도시도 혼란했지만 현재 내가 왕위에 올라오면서 사태 관망 중이다. 치안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주동자들이 사태를 관망 중이라는 이야기다. 그보다제 6도시는 다른 도시와 다르게 너무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폭동도 소요 사태도 없었다. 나는 그 점이 의심스러웠다. 제 6도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금성은 고용 불안 등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었지만 나는 지금 현재 엉망진창이 된 치안을 잡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다행인 점은 나의 명령을 따르는 3000만 명의 병력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들도 무력화 된 지금 군인들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회의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연설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시민방송당 대표에게 방송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연단은 간단하게 준비되었다. 내가 그렇게 지시했다. 아니연단도 아니다. 회의실을 나오자 마자 급조 된 나무로 된 판에 올라 회색 벽에 기대어 연설을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같은 금성인끼리 살해는 물론이고 식인 까지 일어나는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식량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오직 서로 간의 분노가 이런 사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살인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살인 행위 적발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금성군에게 즉결 총살을 당할 것 입니다. 중년층도, 청년층도 남녀노소 모두 해당 사항입니다. 화가 난다고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자신에게 빈정거렸다고 칼을 상대방 가슴에 찔러 넣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화가 안 풀린다고 상대방을 잡아 먹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3000년의 역사가 있는 성숙한 시민들입니다. 더 이상 과격한 살인 행위를 하면 안 됩니다. 화합과 양보하면서 서로를 위해 살아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귀족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평민 여러분.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저는케테로스와는 다를 것입니다. 저는 이 혼란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구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고 온 역전의 용사들이 저의 명령을 따르고 있습니다. ... 아울러그 이전에 있었던 범죄 행위들은, 모두 없었던 일로 처리하겠습니다. 이 말은 케테로스의 실책을 같은 왕족인 제가 대신 사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부터 하나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용서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전에 당했던 억울했던 시민들은 철저히 조사하여 보상을 약속 드립니다. 이제는 서로 원한을 갚는 행위를 엄금 합니다. ...금성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연설이 끝난 후 나는 레시아와 위실론, 코시프, 리디스 등 주요 부하 장교들을 모두 소집하여 금성을 크게 30개로 나누고 각각 100만 명의 병력을 할당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했다. 도시 별로 나누지 않고 직사각형 도형처럼 그어서 나눈 이유는 직사각형 안 쪽에 해당되는 모든 지역, 황야 같은 곳도 감시하라는 뜻이다. 나는 범죄에 사각지대를 아예 없애 버릴 생각이었다. 도시는 물론이고 도시 밖, 촌은 물론이며 외진 산과 황야도 모두 감시 대상이다. 병사들은 그만큼 고생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골치 아픈 이 사태를 빨리 정리하려면 말이다.

나중에 보고 받은 거지만 병사들이 각 구역으로 배치 되자 마자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제 1도시 청년들이 제 52도시를 지원하러 무기를 들고 가다가 도로 위에서 병사들에게 걸려 소탕 된 것이다. 제 52도시는 중년들이 점령하여 청년들을 괴롭히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 보고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치안은 병사들에게 맡겼다. 몇 일 후 나는 제 2도시로 향하지 않고 직접 연락해서 레세라를 불렀다. 금성왕이 그런 곳으로 갈 이유는 없다. 개인적으로 제 2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다음날 아침에 나는 레세라를 독대했다.

“바쁜 와중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즉위를 축하 드립니다.”

레세라가 인사말을 건냈다.

“즉위라.. 후후.”

나는 즉위라는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뻐서 나는 웃음이 아니다. 현실이 어처구니 없어서 웃은 것이다. 나는 감정을 수습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귀족이라고 들었습니다.”

“예..”

“귀족인데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셨나요?”

“아버지는 귀족이고 어머니는 제 2도시에서 ‘근무’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서로 정들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죠. 그리고 어머니에게 항상 제 2도시 근처도 가지 말라고 들었어요. 그렇게 크다가 결국 어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어머니의 뒤를 쫓아 제 2도시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적성에 맞더라고요.”

“적성에 맞았다라..”

“금성왕께서도 군인이 적성에 맞다고 하신 적 있지 않나요? 저도 그런 경우에요. 불행해서 뛰어든 일은 아니에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좋은 분들이시죠. 그냥.. 단조로운 일상에 자극이 필요해서였을지도요.”

“음..”

나는 레세라의 말을 듣고 귀족회 대표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그래도 예의 상 일단 말했다.

“실은 레세라씨가 귀족회 대표에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알아보려고 불렀습니다.”

“..네? 제... 제가 왜...왜요??”

레세라의 표정은 당황, 불안감이다. 일단 야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레세라를 안심 시켰다.

“함정은 아닙니다. 누명 같은 것을 씌우려고 밑 작업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예....예...”

약간 겁 먹은 것 같기도 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 나는 당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마음을 놔버려 레세라에게 제안을 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귀족회 대표를 하겠습니까? 아니면 거절하겠습니까. 지금 공석에다 마땅한 후보도 없는지라.. 물론 거절하셔도 불이익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겠습니다.”

“네?”

“정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볼게요.”

“아니... 그게...”

나는 설마 레세라가 귀족회 대표를 승낙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귀족회 대표는 2인자다. 즉 금성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인물이 되는 것이다. 이제 와서 사실은 농담이었다고 하기도 곤란하다. 이걸 어떡하지?결국 나는 망설였지만 도저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지 못해 알았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레시아가 길길히 날뛰었다. 나도 귀족인데 차라리 나를 시키지 이게 무슨 인사냐고 언성을 높였다. 나는 금성왕이라는 직책의 권위를 빌려 레시아를 조용히 시켰다. 옆에는 지구인 위실론과 평민 출신인 리디스, 코시프, 지엘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다. 리디스가 말했다.

“리튼이나 할 법한 실수를 하셨네요.”

“뭐가.”

내가 기분이 상해서 되묻자 리디스가 말했다.

“리튼은 보통 이럴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혹시 알아? 의외로 귀족회 대표를 잘 할지도 모르잖아? 라고요.”

“조용히 해.”

리디스도 조용히 시킨 뒤 각자에게 치안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야 자료 전송을 받아 볼 수 있었지만 금성왕 즉위 축하 겸 해서 조촐하게 모였던 자리였다. 레시아가 주관했는데 레시아가 제일 화내며 분위기를 망쳤다. 그래도 끝은 꽤 화기애애하게 끝냈다. 리디스의 개념 없는 행동들이 의외로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리디스의 빈정거림을 하도 겪다 보니까 다들 면역이 된 것 같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1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8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8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20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90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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