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70화 (69/86)

〈 70화 〉 포식자들의 세상 ­70­

* * *

­에프타인­

화성에 돌아오니 어느 정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직 나의 계획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한 곳에 돌아오니 이유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화성에 도착하자 유리치와 칼렌이 나를 마중 나왔다.

“돌아오셨어요 차관님.”

“이번에는 정말 오래 갔다 오셨네요.”

둘 이 나에게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네자 나도 인사를 받았다.

“지구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정말 아찔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전쟁을 경험하게 됐네요. 다행히 플리사 왕녀는 금성으로 돌아갔고.. 전쟁도 마무리 되어 가길래 저도 더 이상 머무를 필요는 없었습니다. ”

멀리서 밀런이 오는 것이 보였다.

“하하하하! 잘 돌아왔네 에프타인 차관! 이제야 든든한 마음이 드는구만!”

밀런은 나의 복귀를 크게 기뻐했다. 역겨운 자식. 나는 감정을 다스리며 침착하게 그의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별 일 없으셨죠?”

“음. 있었네. 있었어.”

밀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오늘 그 얘기는 안 하겠네. 하루 정도는 쉴 시간도 있어야지. 카사라도 자네를 기다릴거야.”

밀런의 말에 유리치가 반응했다.

“아.. 그 분이요?”

칼렌이 물어본다.

“그 분?”

유리치가 말했다.

“에프타인 차관님의 사촌 여동생이래요 선배.”

“아 사촌 여동생이 있었군요?”

칼렌은 유리치의 말에 수긍했다. 유리치가 나를 보며 얘기했다.

“보고 할 것이 저도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장관님의 말씀처럼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배려해주셔서 고맙군요.”

나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택으로 돌아갔다. 자택에 돌아오니 카사라가 나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밀런은 잘 감시했나?”

나의 질문에 카사라가 답했다.

“감시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는 주인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거든요.”

나는 쇼파에 앉은 뒤 귀에서 ‘통신기’를 뺐다. 오래 끼고 있어서 그런지 귀에서 진물이 나올 정도였다.

“이 통신기는 다 좋은데 오래 끼고 있으면 이렇게 진물이 나와서 문제야.”

“여전히 사람들을 속이고 계신거에요? 통신기라고 말하고 다니시는 거 보니...”

“왜?통신 기능을 하긴 하잖아?”

사실 이 검고 둥근 이 기기는 통신기가 아니다. 고대 인류의, 일종의 교화 장치다. 아직 인류가 지구에서만 활동하고 지구 안에 국가라는 것이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기기로 강력 범죄자들 그러니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정신 이상자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 귀에 강제로 넣고 강력한 전파를 끊임 없이 뇌에 보내 성격을 순하게 만드는 장치다.

고대라 인류의 인권이나 건강 의식이 희박했던 시절인 만큼 이 교화 장치도 인권이나 건강을 죄다 무시하고 있다. 뇌에 직접 쏘는 전파가 너무 강력해서 지구, 금성, 화성 등 얼마나 떨어져 있든 장소의 거리를 불문하고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할 정도다. 그리고 기존 장비와 호환이 안되기 때문인지 현재 기술력으로 이 전파를 잡아 내지도 못한다. 아니... 전파가 맞기는 한 걸까? 어쨌든 효과는 좋다. 통신 뿐 아니라 사용하는 사용자를 점점 극단적으로 미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지만.

케테로스, 리디스, 에더슨, 카리탈크, 레실.. 그들은통신기로 인해 어느 정도 정신적인 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나에게는 더욱 호의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점점 흉폭 해지도록 정신을 조정됐다. 금성과 화성 지구에서 전부 혼란을 주기 위해서다.나는 고위 인물들 급, 즉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고 포섭한 뒤 신뢰가 쌓이면 통신기를 건냈다. 나와 당신만의 비밀이라고 하면서. 마치 유용한 기계인 것처럼 건냈다. 그런 식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내 손안에 넣었다.

“화성에서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지?”

“밀런이 주인님을 위해 약간 소동을 벌이긴 했습니다.”

“소동?”

“아킬로 회장과 주인님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뒷조사를 하셨습니다.”

“그래? 뭐 어차피 아킬로 뒷통수를 칠 생각이었는데 잘 됐군. 밀런을 적절히 밀어주면 곧 아킬로를 쉽게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킬로 회장은 예전에 사망했습니다.”

“그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하지만 카사라. 너는그 사실을 믿나?”

“새로 회장에 부임한 누마라는 소년은 생물학적으로 아킬로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아예 다르다고?”

“그러니까.. 아킬로와 유전적으로 대입 해보면 친인척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생활환경도 전혀 달랐고 조사해 보니 같이 활동하며 공존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누마가 아킬로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오류가 있습니다.”

“전에 경찰서에서 직접 본 적이 있어. 분명 누마라는 소년은 아킬로가 아니었지.”

“뭔가 다른 짚이시는 요소가 있습니까?”

“음.. 대형성형수술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완벽하게 얼굴과 신체를 누마로 재현 하는거야.”

“그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야 자신이 영원히 살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기 때문이겠지.”

“음...”

“어때?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증명할 만한 사실을알아낸 것은 없어?”

“저는 밀런을 감시했지 아킬로를 감시한 것은 아닙니다.”

“하긴 그래도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싶었는데.”

“수상한... 일이 하나 있기는 했습니다.”

“어떤거?”

“마르마스의 총감베르나사가 실종됐습니다.”

“베르나사가??”

나는 그 얘기에 깜짝 놀랐다. 베르나사가 죽었다니? 카사라가 나를 진정시켰다.

“주인님. 진정하세요.”

“아킬로 반응은?”

“...아킬로가 아니라 신임 회장 누마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하루 빨리 찾고 싶다고 성명서를 내기는 했습니다.”

베르나사는 아킬로가 공식적으로 사망한 날 실종되었다고 했다. 베르나사는 내가 잠깐 아킬로와 요식업에 대해 협력하고 있을 때 나를 챙겨 준 인물이다.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킬로에 대한 정보를 내게 주던 고마운 존재였는데... 어쩌면 아킬로는 베르나사를 통해 이미 내가 적대적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아킬로를 동료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카사라가 말을 이었다.

“또다른 사건은 금성인들의 단체 잠적 사건입니다.”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어?”

“금성과 지구의 전쟁에서 금성인들의 잔인함이 알려지고 화성인들은 금성인을 잔인하다며 핍박했습니다. 결국 소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폭력 사태가 벌어졌어요. 곧 진압됐지만 문제는 화성 내 거주하고 있는 금성인들의 대부분이 소재를 파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금성인들이 소리 소문 없이 단체로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화성인들은 사라진 금성인들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외진 곳에 숨어있다가 화성인들을 납치해서 잡아 먹는 다는 소문이 돌아 저녁 시간만 되면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풉.. 다들 어리석군.그래서 실제로는 어떤데?”

“화성의 경찰과 치안부 장관 호터가 밤잠까지 아껴가며 찾았지만 사라진 금성인들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흠....그래?”

금성인이 사라진 사실은 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한 나름 괜찮은 한 수가 될 것도 같다. 잘 이용한다면 말이다.

“밀런이 마르마스사에 대해 뭔가 알아낸 것은 없는 거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마는 이미 밀런이 마르마스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마르마스의 정보력은 보통이 아니거든.”

나는 카사라가 준비한 빵과 고기, 그리고 커피를 담은 쟁반을 내 쪽으로 끌었다.

“주인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 고기는..”

“음 알고 있어.”

나는 고기와 빵을 전부 먹고 커피도 전부 마셨다. 의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배고팠던 모양이다.나는 다 먹고 빈 접시와 쟁반을 앞으로 밀며 얘기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수확은 나의 계획을 방해할 만한 녀석을 찾았다는 거야.”

“위험 인물인가요?”

“어느 정도는.”

“그인가요 그녀인가요. 누구죠?”

“몰락해가는 명문가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겠군. 베르비스 에실. 아크레일사의 회장이야. 아킬로가 나름 라이벌처럼 여겼던 녀석이지.”

“뛰어난 인물인가요?”

“베르비스에게 따로 접근해서 대화한 적이 있는데 역으로 나를 자기 밑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더군. 당찬 녀석이야. 그러니 지구의 차기 총수는 반드시 리튼이 되어야만 해. 베르비스에게는 총수가 될 그 어떤 구석도 주어서는 안돼. 그 녀석이 총수가 되면 골치 아파 질 거야.”

“어차피 지구의 총수도 주인님 손 안에 있지 않나요?”

“그렇기는 하지만 베르비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일단 카리탈크 교수의 생각대로 리튼을 재해대책부장 자리에 앉혀야겠지. 총수에게도 넌지시 경고해 두었으니 조만간 리튼이 재해대책부장에 오르면 그 다음은 바보라도 알아서 하겠지?그리고리튼이 총수에 오르기 위해 활약할 장치도 이미 해두었어.”

“활약이라면...”

“복고주의자들있잖아. 이번에는 국가주의자들을 움직였지.”

“과연. 전쟁으로 리튼이 더욱 공적을 쌓으면 재해대책부장에 총수까지 사람들의 반대 의견도 줄일 수 있겠네요.”

“설마 리튼이 패배하지는 않겠지.”

카사라와의 대화를 마친 나는 여독을 풀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나는 대통령인 에더슨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호터는 우울한 표정으로, 다른 장관들을 나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밀런은 그런 나를 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가끔 밀런은 ‘통신기’ 효과를 직통으로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밀런에게 통신기를 준 적은 없다. 부득이하게 카사라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쨌든 밀런은 비밀로 해 주고 있다.

“그래서 지구는 다시 반란군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고 금성도 지구도 화성을 적대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두 행성 모두 화성을 적대 시 할 여력도 없을 겁니다.”

나의 보고가 끝나자 옆에서 밀런이 거들었다.

“차관은 확실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구와 금성에 화성은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화성은 아무런 피해 없이 이번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란은요? 지구에서 계속 전쟁이 나면 우리한테도 곤란해요. 금성은 직접적으로 전쟁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경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했다고 하는데 계속 교역이 손해를 보면 우리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화성 내 금성인들도 문제입니다. 전쟁사태가 오래 되면서 금성인과 화성인 사이의 갈등이 터져 이제는 우리의 통제권을 벗어났습니다.”

각 장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맨 마지막에 호터가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전부터 계속 말씀드리지만 저도더 이상 한계입니다. 사라진 금성인들이 자체적으로 숨은 것인지 우리에게 복수를 꿈꾸며 지하 기지를 만든 건지 도저히 소재 파악이 안돼요. 금성과 지구도 전쟁이 끝났다고 하니 우리는 서둘러 의도적이라도 금성과 정상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 사라진 금성인들 때문에 우리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서로 복수하겠다고 으르렁대는 소리가 금성인과 화성인 간의 마지막 대화였단 말입니다.”

호터는 끝으로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냐고 성을 냈다. 다른 장관들이 호터를 달랬다. 호터는 그나마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중립적인 장관 중 한 명이다. 밀런과 호터를 제외하면 모두 내 적이라고 봐도 된다.보고도 끝나고 장관들의 칭얼 거림도 끝났다. 대통령은 이제 나만 믿는다고 더듬는 말투로 몰래 속삭였다. 그의 행동은 이제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정신이 완전히 끝났다고 봐도 될 것이다. ‘통신기’의 효과는 각 사람마다 진행되는 속도가 다 달랐다. 빠른 시일 내에 미쳐버리는 인간도 있고 아직 아무런 반응 없는 인간도 있다. 어쨌든 ‘통신기’를 너무 남발하는 것은(유용하다고 통신기를 빌려주는 행위) 들킬 염려가 있으니 자제하는 편이 좋다. 물론 통신기가 남발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다.

회의가 끝나자 유리치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내가 약속 장소(회의장 근처 카페)에 가자 유리치는 유리치 이외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리치는 나에게 설명했다.

“내 옆에 사람은 데이번. 이번에 경찰 임용 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올 해부터 경찰이 되었죠.”

“오 축하드립니다 데이번씨.”

“...감사합니다.”

“옆에 두 부부는 데이번의 아버지, 어머니 되십니다.”

“아버지 뤼덴입니다.”

“아로디아에요.”

나는 그들이 왜 나를 만나는지, 유리치가 왜 소개를 하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묻지 않고 유리치의 말을 기다렸다.

“데이번씨는 이번에 밀런 장관님의 부탁으로 마르마스 기업을 잠입 조사했던 유러스의 동생입니다.”

“아 그렇군요. 아직 자세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밀런 장관님을 위해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인사치례를 하자 유리치가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저.. 차관님. 실은 유러스씨는 조사 중 실종 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의 가족 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실종이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데이번의 어머니 아로디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제 아들은 분명 죽임을 당한 거에요! 그렇지 않고 서는 갑자기 실종될 리가 없잖아요!”

유리치가 아로디아를 말렸다.

“어머님! 잠깐 진정하세요..!”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어요! 내 아들이! 내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흑...”

아로디아는 오열을 참지 못했고 남편인 뤼덴이 달래며 밖으로 잠시 데리고 나갔다. 나와 유리치 그리고 내 앞에 데이번이 나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셔야 저도 어떻게 도와드릴지 수월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형은 마르마스사로 잠입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경찰이 마르마스 기업을 조사하는 짓은 미친 짓이나 다름 없으니까 당연히 휴가까지 내며 마르마스사를 조사했어요. 물론 밀런 장관님의 지시하에요. 그런데 잠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감쪽 같이 사라졌습니다.”

“감쪽 같이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형이 사라진 날 아킬로 회장이 노령으로 사망했습니다. 뭔가 상관 관계가 있을까요?”

우연의 일치인지 베르나사가 실종 되고 그리고 데이번의 형인 유러스가 실종 되고 그리고, 아킬로 회장이 사망했다.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킬로를 무너트리기 위해 화성으로 돌아왔지만 사실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우주선에서 생각했지만 정치적으로도 무적이고 시민들에게도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르마스사의 아킬로를 무너트릴 방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화성이 유통하는 고기의 비밀과 시설을 터트릴까? 그것은 자살 행위다. 요식업은 나와 아킬로가 공동으로 진행한 작업이다. 초창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내 이름이 반드시 나온다. 마르마스 뿐 아니라 나까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역린이다. 게다가 그 사실은 총수와 대통령을 조종하는데(협박) 쓰고 있으므로 공개하기 애매했다. 그렇다면 결국 순수하게 다른 약점으로 그들을 무너트려야 하는데 문제는 무너트리다가 마르마스가 나를 걸고 자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킬로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러면서 나의 협박이 지구와 화성에 계속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그러니 고기의 정체는 앞으로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 편이 좋다.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데이번이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는 순간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표정을 구겼다.

내 앞에 있는 데이번은 경찰이다. 경찰 세력과 마르마스 간의 사이를 이간질해서 서로 싸우게 만들면... 일단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데이번과 개인 코드를 교환하고 수시로 연락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면서 데이번의 부모를 한 번 더 위로하고 나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보니 유리치와 데이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둘이 뭔가 썸씽이 있는 모양인데, 그것도 어떻게 활용할지 계산해봐야겠다.

유리치는 확실히 지구에 갔다 오기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리디스에게 느끼던 질투심도 확연히 사라진 것 처럼 보인다. 그녀는 내가 온 뒤로 리디스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 되자 이번에는 누마가 나를 불렀다. 이런..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나를 부른다. 마르마스의 신임 회장이 내가 화성에 도착하고 3일 만에 불렀다. 화성의기자들이 이것을 보면 마르마스사가 정치계에 발을 뻗고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마르마스가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마르마스의 회장실로 들어가자 누마가 나를 반겼다. 처음 경찰서에서 봤던 의식조차 희미해 보이는 소년과 확연히 달랐다. 정신이 또렷해 보인다. 그리고 말도 꽤 빠르다. 그리고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웃음을 참지를 못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화성의 초 거대 기업을 물려 받았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누마가 아킬로가 아니라는 전제 조건하에 말이다.

“전에도 봤었죠? 이제는 어엿한 회장이 되었군요. 전보다 키도 커지신 것 같습니다.”

“하하 삼촌의 말처럼 싹싹하신 분이군요. 듣던 대로입니다.”

아킬로가 삼촌이라...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자마자 처리 할 일들이 좀 있어서...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거든요.”

“아바쁜데 불러서 죄송합니다. 이유는.. 삼촌의 유언 때문입니다.”

“아킬로 회장의 유언이요?”

“예. 아킬로 회장의 유언에 따르면 저에게 믿고 맡길 만한 인물로 에프타인씨를 지목하셨습니다. 일가 친척들도 거의 없고.. 이제는 제가 대를 이어야 하는 상황인데다 믿을 만한 인물도 딱히 없고요.”

“영광된 자리 입니다만.. 저는 외교부 차관이고.. 마르마스 기업과는 깊게 연이 없는데요. 물론 아킬로 회장님과 저는 친분이 있습니다. 하지만하는 일이 워낙 다른지라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연이 없기는요. 에프타인씨 정도면 요식업의 창시자라고 해도 손색 없지 않나요? 삼촌과 같이 요식업의 길을 개척하시지 않았습니까.아니.. 과거에 원래 있던 것이기는 하니까 요식업의 부활자? 하하하 농담입니다. 발음 조심하십시오 하하하하.”

“....”

나는 누마의 의중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저런 의미 없는 말을 왜 하는 건지.. 내 과거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은 회장으로써 역대 자료들을 열람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니, 내가 아킬로와 요식업을 함께 개발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서 그가 곧 아킬로 본인이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의문인 점은 경찰서에서 그를 만났을 때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누마 본인보다는 역시 아킬로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눈 앞의 누마가 하는 행동도 물론 아킬로와 똑같지는 않지만 아킬로가 아킬로가 아닌 척 하기 위해 일부로 저런 연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약간 테스트해볼까.

“그나저나 경찰서에 봤을 때는 좀 걱정이 되더군요. 마치.. 정신이 없는 사람 같다고 할까요. 빈 껍데기 같았는데.. 무슨 정신적 충격이라도 받은 겁니까?”

“네?”

내가 묻자 누마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이 풀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얘기했다.

“그러니까.. 걱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그럼요 그럼요. 이제는 건강합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찾아 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죠.”

“찾은 것은 제 비서였습니다. 뭐 그래도 제가 재빨리 삼촌분께 개인 코드 연락해서 알려줬으니까 제 공적도 조금은 있는 셈인가요?”

“하하하 그렇군요! 맞네요! 하하하하.”

“짧은 시간 대화도 나누었죠. 장소가 유치장이긴 했지만. 기억나시죠?”

“.....”

누마의 웃음이 끊겼다. 그리고 정적만이 흘렀다. 내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농담입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하하하 농담은 잘 못하시나 봅니다.”

“제 단점 중 하나 입니다. 갑자기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때가 있거든요.”

역시 기억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는 누마가 아니다. 왜냐하면 누마는 분명 베르나사 덕분에 탈출했으니 그녀를 지켜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베르나사는 나에게 어머니와 같다고 했다. 지금 앞에 있는 자는 누마의 모습을 한 아킬로 회장이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내 바램은 내 앞에 사람이 아킬로 회장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사는 것은 나도 바라지 않는다. 몇 백 년 간만 살 수 있으면 된다. 나는 그 비밀을 꼭 얻고 싶다. 그렇다. 누마가 아킬로여야 하고 그 비밀이 있는 것이사실이어야 한다. 나의 계획은 내 생애에 완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누마는 나에게 정체를 들키려는 것을 꺼렸는지 나의 ‘농담’ 이후 대화 빈도수가 급격히 줄었다. 더 이상 대화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 나는 서로 쓸데없이 불편해지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한 후 떠났다.현재로써는 데이번과 그의 동료들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마르마스에 가벼운 펀치를 날려 어떤 상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8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8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20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90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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