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69화 (68/86)

〈 69화 〉 포식자들의 세상 ­69­

* * *

­플리사­

요즘 금성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는 직업은 치안 유지를 위해 현장에 나가 있는 군인들보다 방송 제작자들일 것이다. 그들은 내가 지시한 대로 각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 시키기 위해 금성 역사에서 화합 하여 잘 된 일들을 연일 방송하고 남녀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드라마로 제작했다. 아직 효과는 알 수 없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중간 중간 나는 틈틈이 기존 정책들을 살펴 보면서 폐지해야 할 정책(케테로스가 만든 정신 나간 정책들)들을 폐지했다. 일단 제 2도시 향락 의무제를 폐지했고 전 대왕회 대표 에셀이 중간에 마구잡이로 만들었던 여성 우대책들을 폐지했다.(여성당의 뒤를 봐주는 에셀이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그리고 공식적으로 이름만 남아 있던 근본 없는 대왕회와 여성당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귀족회 대표도 일단은 뽑았고(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진행되어 가자 나는 네르토의 반란 계획에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는 청년단원들을 다시 재조직 해 사태를 악화 시키고 있었다. 청년의 의견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청년단(여기도 현재 대표는 공석)을 해체하지는 않았지만 네르토는 그 청년단을 악용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증오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나는 네르토가 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벌였는지 신경 쓰였지만 이제 고민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이미 반란 모의를 위한 장소도 알아냈고 모임 인원, 신원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네르토는 반란 다운 반란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레시아가 이끈 400명의 병사들에게 모의 장소를 기습 당해 체포되었다. 싱거운 결말이다. 나는 나 이후에 벌인 죄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반란에 참가했던 청년들은 예외 없이 사형 시켰다. 문제는 네르토다. 나는 유치장에 갇혀 있는 네르토를 방문했다.

“네르토. 왜 반란을 획책한 거죠?”

“.....”

“케테로스가 다시 왕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

네르토는 2백 영웅의 후손이다. 함부로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었다. 내가 망설이는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왜 케테로스를 재옹립하려고 했는지, 왜 반란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고문할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다면 비판에서 자유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2백 영웅 가문의 직계인 네르토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사형은 시키지 않았다. 내가 유치장에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레시아가 말했다.

“사형 시키실 거죠?”

“아니.”

“네?”

“그는 2백 영웅의 후손이다. 인공지능의 압제를 끝낸 그 2백 영웅의 후손. 쉽게 사형을 내릴 수는 없어.”

“하지만 청년들은 더욱 불만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청년들만 죽였다고 벌써 네트 게시판이 도배 되고 있습니다.”

“음...”

2백 영웅의 후손들은 이제 얼마 없다. 세월이 그 만큼 흐르면서 많은 영웅 후손의 가문들이 사라졌다. 지구에는 대표적으로 에실 가문이 있다. 금성에도 몇몇 가문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네르토의 크말리안 가문인데 워낙 얌전해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있던 탓에 네르토 가문이 2백 영웅 중 한 가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

그 동안 2백 영웅 가문은 존중 받아 왔다. 300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다고 해도, 그렇다고 함부로 사형을 선언할 수는 없다. 상대방이 나를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공격할까?모른다.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전쟁터와 정치판의 차이점이다. 그러니 행동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되도록 공격할 구실을 주면 안된다. 나는 네르토의 처형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처형은 보류다. 차라리 무기 징역을 내리면 내렸지 처형은 안돼. 그는 분명 딸의 죽음으로 일시적으로 흔들렸던 거야. 그렇게 방송국에 지침을 내려야겠어.”

“2백 영웅이라고요? 요즘도 그런 오래 된 관습을 따르고 있던 가요.”

“이미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차라리 살려두는 편이 나을 지도 몰라.”

정치적인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상 네르토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그냥 공격 거리를 무마 시키는 것으로 만족 해야 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르토가 사용한 반란 명분은 분명히 케테로스다.

“레시아 먼저 돌아가도록 해.”

나는 마침 유치장에 온 김에 케테로스를 만나기로 했다. 금성의 왕인 나는 케테로스를 만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케테로스는 비록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꾸며진 별실 같은 곳에 갇혀있다. 수갑을 차지도 않았다. 케테로스는 수수한 옷을 입은 채 92층 높이의 특별 감옥에 갇혀있다.

엘리베이터의 도착 소리가 들리고 나는 특별 감옥에 들어왔다. 케테로스는 나를 보자 생각보다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누나?!”

“오랜만이야 케테로스.”

케테로스는 나에게 커피를 타서 주었다. 커피 한 모금 입에 들인 후 나는 커피를 탁자에 놓았다. 나는 먼저 케테로스의 건강을 물었다.

“잘린 손가락은 어때?”

“핫.. 뭐 잘 붙었지 뭐. 어느 정도 움직여. 곧 정상적으로 움직일 거야. 기계로 할지 기존 손가락을 붙일지 선택 할 수 있었지만 역시 내 몸에 금속 기관은 칩으로 충분해. 이 이상 금속물질은 사절이야.”

“그렇구나. 손가락이 잘 붙어서 다행이야. 그건 미안하게 됐어.”

“...누나를 원망하지 않아. 차라리 잘 됐어. 왕은 나한테 안 맞는 것 같더라고.”

“그러니.”

내가 짧게 대답하자 케테로스는 그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에서 억하심정이 느껴졌다.

“누나는 나를 왕이라는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누나를 원망하지 않아. 내가 귀찮아진 거지? 그래도 이해해. 귀찮을 수도 있지 뭐.”

“무슨 소리야 케테로스? 내가 너를 왜 귀찮아 해?”

“아니! 누나는 나를 버린거야! 다로네프 형과 결혼하고 싶으니까 내가 방해가 됐겠지? 그래서 나를 위한다며 왕이라는 쓰레기통에 앉힌 거잖아! 그렇게 나를 치워버리고 누나는 다로네프 형과 알콩달콩 살고 싶었던 거지!”

“케테로스!! 적당히 해! 나는 여전히 너를 내 친동생처럼 사랑한다고!”

“하하하 그냥 신체가 조그맣고 모든 것을 무서워하며 떨던 어린 시절의 내가, 단순히 귀여웠던 거겠지.”

“말도 안 되는 억측이야 케테로스.”

케테로스는 땅바닥만 본다. 92층이라는 높이의 특별 감옥의 열린 창에 태양이 비춘다. 나와 케테로스는 강한 태양빛 때문인지 아니면 서로 감정이 상했기 때문인지 서로 인상을 쓰고 있다. 케테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옛날에 많은 왕족들이 모인 파티 기억나?”

“그래. 정말 짜증 나는 자리였지.”

내가 대답하자 케테로스가 말했다.

“그렇지. 서로 얼마나 자기가 잘나고 차기 왕에 걸 맞는지 자랑하는 자리였지. 우리 같은 무늬만 왕족인 버러지들은 구석에서 진짜 왕족들의 화려한 장식품이나 보면서 놀라는 역할이고.”

“하하하 케테로스 너 아버지 기억난다. 억지로 너를 항상 파티에 끌고 다녔지? 계속 우리도 왕족이라고 소리쳐서 가끔 쫓겨나신 게 기억나.”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야.”

케테로스의 목소리가 무겁다. 나름 농담이었는데 별로였던 것 같다. 내가 수습하려고 다시 대화를 이었다.

“하지만 그 거만한 놈들을 모두 제치고 우리가 왕과 총 사령관이 된 거지.”

“지금도 내가 왕이야? 이제는 누나가 총 사령관도 하고 왕도 하고 다 하고 있잖아.”

“어쩔 수 없었어.”

“그래 내가 자초한 일이지.”

92층 높이의 특별 감옥의 열린 창으로 가볍게 바람이 들어 온다. 엄청난 높이임에도 따스함마저 느껴지는 그런 바람이다. 지구의 혹독한 자연적인 바람이 아닌 인간의 손길이 스며든 인공 바람이다.

“내가 옛날 왕족 파티 얘기를 꺼낸 것은 아버지 얘기나 하려고 꺼낸 게 아니야. 그 파티에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애완동물을 자랑하는 시간이 만들어 졌잖아. 기억나?”

“아아 맞아. 어느 순간부터 유행했었지.”

“웃기게도 그 애완동물 자랑은 그 애완동물들이 성체가 되면서 사라졌지.”

“그래. 맞아. 그랬던 것 같아.”

나는 계속 케테로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케테로스는 약간의 시간을 들이다가 말을 꺼냈다.

“결국 성체가 되고 귀여움이 사라지자 금성의 망나니들은 그 동물들을 버린 거야. 금성의 척박한 황야에서 그 불쌍한 동물들은 살아가지 못 했어. 쓸쓸히 죽어갔지.”

“그...그래?”

“누나. 누나가 애완 동물 자랑쇼를 보면서 내게 했던 말 기억나?”

“아니... 무슨 말?”

“애완동물 자랑 시간에 누나가 했던 말이야.나는 저런 거 필요 없어. 케테로스가 있으니까.”

“그..그랬나?”

“누나. 누나는 그냥 내가 애완동물 대체였을 뿐인 거야. 내가 점점 성체가 되자 누나는 나를 버린 거라고. 왕의 자리로.”

“케테로스...”

“인정해 누나. 누나는 나를 버린거라니까?”

나는 케테로스의 말에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야 케테로스! 어떻게 스스로를 애완동물이라고 칭할 수가 있어?! 내가 너를 왕으로 추대한 것은.. 아니 내가 왕위를 양보한 것은! 너가 행복해지길 바랬기 때문이야! 왕 쯤 되면 결혼 할 여자들도 줄을 섰을테고..”

“현실은 달랐어 누나!!”

케테로스는 크게 소리쳤다. 그의 눈시울이 붉다. 나는 가만히 그의 말을, 푸념을 들었다.

“나는 누나가 떠나간 뒤로 아무도 없었어. 에셀도 리어츠도 자신이나 금성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야. 에셀은 자신을 위해, 리어츠는 금성을 위해. 결국 그 둘은 똑같았어. 그들은 돌아가는 성실한 톱니바퀴가 될 것을 나에게 요구 했을 뿐이라구., 그러다 말을 안 들으니 반란이나 일으킨 것이지. 부모는 예전에 나를 버렸어. 이제 정말 누나 뿐이라고 생각했을 때 누나는 결혼하기 위해 나를 버렸지. 그래...그래도 누나는 적어도 나에게 연락이라도 꾸준히 해 주었지. 그래서 나는 누나를 원망하지는 않아. 그냥 누나도 내가 귀찮아져서 버렸다는 것을 인정 해 주길 바랄 뿐이야. 그럼 그냥 조용히...”

“케테로스...”

나는 케테로스를 안아주었다. 내가 안아 주자케테로스도 나를 안고 흐느껴 울었다. 여리고 여린, 불쌍한 케테로스. 사실 어느 정도 케테로스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계속 케테로스를 보살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케테로스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자신의 몫을 하며 살길 바랬을 뿐이다. 나한테 의지하기만 하는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길 바랬다.

어쩌면 나는 케테로스에게 한 못 된 짓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쌍하고 귀여운 소년을 단순히 내 옆에 두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리고 그것을 동정심과 사랑으로 포장한 것일지도. 지금 내가 리디스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어쩌면 케테로스에게 품고 있는 그 감정과 동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리디스가 에프타인의 하수인임을 알면서도 품고 가는 것일까.

나는 천천히 포옹을 풀었다. 케테로스는 눈물을 스스로 닦으며 나를 보았다. 내가 말했다.

“네르토가 너를 다시 옹립하기 위해 반란을 꾸몄어.”

“푸하하하하!”

케테로스는 내 말을 듣자 마자 갑자기 호탕하게 웃는다.

“네르토가? 어처구니가 없구만. 나를 위해 반란을 일으킬 사람이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 인물이 네르토라고?”

“황당하냐? 나도 황당했어.”

“진압은 됐어?”

“별 어려움 없이.”

“하긴 누나는 그런 쪽은 주특기 였잖아? 예전정화 작전도 훌륭했고. 어쨌든 그래서 이유가 뭐래. 나의 어느 점이 마음에 들었대?”

“네르토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몰라.”

“그럼 네르토는 사형인가?”

“아니. 그는 2백 영웅의 후손 가문이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어. 무기 징역으로 마무리 시킬 생각이야.”

“그래? 그 판결에 내가 따로 할 말은 없어 누나. 애초에 이 반란이 있었던 것도 누나한테 들어서 방금 알았고.”

“나도 알아. 너는 관련이 없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도 2백 영웅의 후손 아냐? 초대 금성의 왕이 2백 영웅 중 한 명 이었잖아.”

“응. 나는 그렇지. 하지만 너는 어머니가 왕녀였고 아버지는 평민이었잖아? 외가가 왕족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왕족과 2백 영웅하고는 거리가 좀 있어.”

“쳇. 누나는 그런 쪽으로는 여전히 빡빡하구만.”

케테로스는 눈을 감으며 양 팔을 뒤로 해서 뒷통수로 올렸다. 그리고 나는 케테로스의 배에 칼을 찔러 넣었다.

“...누나?”

“미안해 케테로스. 더 이상 금성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전혀 관련도 없던 네르토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어.. 다음에는 누가 너를 가지고 반란을 일으킬지 장담을 못하겠어. 미안해 케테로스. 사실 나는 너를 죽이러 온 거야.”

“누..누나 쿨럭 쿨럭”

케테로스는 입에서 피를 토한다. 나의 손을 잡는다. 힘이 들어가 있지만 점점 악력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나는 배에 들어간 칼을 서서히 가슴 쪽으로 올리며 그의 숨통을 서서히 끊는다. 나는 애써 이 살인에 여러 가지 정당성을 부여 하려고 누나라는 소리만 반복하는 케테로스에게 소리쳤다.

“따지고 보면 너는 나에게 버림받았다고 할 자격이 없어!!내가 지구에 있는 동안 내 가족을 신경이나 썼어?!온갖 폭동 일어나는 와중에 내 가족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고! 이제 만족해? 나도 이제 혼자야. 내 남편도 아들도 실종됐으니까!! 너도 나한테 똑바로 못하는 주제에 왜 애완동물이니 뭐니 하며 내 탓만 해!!”

케테로스는 더 이상 대답이 없다. 누나를 반복하던 소리도 사라졌다. 눈에 초점이 사라진다. 반 쯤 열린 배에 피가 꿀렁거리며 얇게 솟는다. 이것은 히스테리일까. 나는 불과 몇 일 전까지 케테로스를 죽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잦은 과중한 정무는 나의 마음을 좀 먹었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가족은 실종됐다. 사람들은 나를 언제나 의혹의 눈길로 본다. 그들이 나를 의심하듯 나도 그들을 의심한다.

온 몸에 덕지덕지 붙은 따뜻한 케테로스의 피가, 나 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흥건한 케테로스의 붉은 피가 나의 현실감을 빼앗았다. 그리고 따스한 바람이 소리를 내며 내 얼굴에 분다. 나는 곧 바람이 볼에 닫는 감각에 정신이 들었다. 바람이 부는 곳을 보니 창 밖 강한 태양빛이 내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케테로스는 화창한 날에 죽었다.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케테로스를 뒤로 하고 1층으로 내려오자 병사는 나를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시신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금성왕님.”

“역대 왕들의 무덤에 안치해 비공개로.”

나는 짤막하게 답하고 나왔다. 호위대는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나를 감쌌다. 왕궁으로 돌아온 나는 옷을 갈아입고 대표들을 소집했다.

군인당 대표 트리실, 시민회 대표 아르티웬, 귀족회 대표 레세라 등 대표들이 모두 모이도록 연락했다. 나는 이 회의에서 네르토가 반란을 일으키려고 계획을 짜고 있었고 그래서 사전에 차단했으며 반란의 원흉이 될 수 있는 케테로스를 어쩔 수 없이 처형했다고 발표할 계획이었다.

먼저 온 것은 아르티웬이었다. 뭔가 서두르는 듯한아르티웬은 나를 보자마자 말을 걸었다.

“금성왕님! 계속 뵙거나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바쁘셔서 이제야 말씀을 드릴 수 있겠네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나는 무관심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것이.. 잠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아르티웬의 요구에 응해 집무실로 불렀다. 집무실에는 둘 뿐이다. 내가 먼저 물었다.

“몇 번 퇴짜를 놔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들이 워낙 바빠서 말이죠.”

“아니요 이해합니다 금성왕님. 다름이 아니라 금성왕님의 가족을 제가 보호하고 있습니다.”

“네??? 뭐라고요???!!”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쳐버렸다. 아르티웬은 깜짝 놀랐다.

“그..금성왕님. 갑자기 왜 소리를 치십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계속 해보십시오..”

“전 금성왕 케테로스의 명으로 저는 최우선적으로 금성왕님의 가족들을 보호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금성이 난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케테로스는 그 난리 속에서 금성왕님의 가족을 확보하자 지체 없이 드레이돈을 2차 금성군으로 편성해 금성왕님을 지원했습니다. 물론 2차 금성군 편성을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만..”

“그걸.. 왜 이제 얘기하십니까..”

“네? 저는 계속 말씀 드리려고 했습니다. 처음이야 워낙 금성왕님께서 정신이 없으셔서... 일단 가족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기에 넘겼습니다. 그 후 말씀드리려고 찾아 뵈었지만 계속 바쁘시고.. 제 연락도 거절하셨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렸던 겁니다. 금성은 완전 무법지대여서 함부로 안전한 장소에서 금성왕님의 남편분과 아드님을 보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서서히 안정되고 있는 상태기에 금성왕님께 말씀드리려고 한건데...”

“아무리 난장판인 금성이라도 시민회 대표 쯤 되시면 병력을 붙여 먼저 왕궁으로 보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예?? 저는 사병이 없습니다 금성왕님. 애초에 금성에서 자유롭게 병력을 가지는 것은 불법입니다. 게다가 금성은 병력이 죄다 지구에 있던 상태였어요. 경찰들도 폭동에 참가하는 마당에 누구를 믿고 그 귀한 분들을 맡길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금성왕님께 알려드려 금성왕님의 명령을 듣는 병력을 파견해 몰래 재빨리 데려오는 것이 안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말했어야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첫 회의 이후에 금성왕님을 뵙거나 연락을 드릴수가..”

“빨리 말했어야죠!!!”

나는 아르티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르티웬은 당황했다.

“그..금성왕님?”

“후우....”

나는 분노와 숨을 삼켰다. 나는 약간의 침착함을 찾고 아르티웬에게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할 내용은 네르토의 반란을 초기에 진압하고 케테로스가 계속 반란의 명분이 되는 것을 막고자 케테로스를 처형했다는 내용입니다.”

“.....”

아르티웬은 말이 없다.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곧 말했다.

“금성왕님. 저는 케테로스의 처형에 이견은 없습니다. 그것이 금성왕님의 뜻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케테로스의 처형이 순수하게 반란의 명분을 막고자 한 처형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가족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

“저는 그럼 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금성왕님의 가족 분이 숨은 장소는 지금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아르티웬이 물러갔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평화롭게 끝났다. 케테로스의 죽음도 다들 수긍했는지 반대 의견은 없었다. 나는 회의가 끝나고 정신이 멍한 상태로 자택으로 돌아갔다. 나는 자택으로 레시아를 불렀다. 레시아도 발표 내용을 들었으므로 케테로스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분명히 말이야. 내가 들은 이야기는 케테로스는 내 가족을 아무 신경 쓰지 않았고 방치 했다고 들었어. 그래서 내 아들과 남편의 행방이 묘연 했을 때 거의 포기하고 있었어.”

“들은 이야기라뇨?”

“나는 분명.. 케테로스가 내 가족에게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 잠시만요 금성왕님. 대체 누가 그렇게 얘기했습니까? 아니 그보다 그런 얘기를 왜 꺼내고 계신 건가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난 오늘 케테로스를 직접 내 손으로 죽였어.”

“예.. 가슴 아픈 일이겠죠. 금성왕님께서 어릴 때 제일 친했던 친척 동생이 아닙니까.”

“난.. 케테로스가 더 이상 답이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정을 버리고 죽인거야. 금성을 위해.”

“...금성왕님?”

레시아는 나에게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에게 질문을 했다.

“금성왕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나는 대답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케테로스를 죽인 것은 왕권과 금성의 안정화를 위한 건가. 아니면 아르티웬의 말처럼 내 가족을 방치한 것에 대한 분노인가. 만약 후자라면 나는 가족만 소중하고 케테로스를 남으로 취급한 것인가. 정말 케테로스 말대로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생각한 것인가. 케테로스가커서도 나에게 앵기기에 귀찮아진 나머지 버린 것인가.

“금성왕님?”

레시아가 재촉하자 나는 대답했다.

“나는 에프타인이 케테로스가 내 가족을 방치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 마치 내 가족이 폭도들에게 휩쓸려 죽은 것처럼 들렸어. 그래서 나는 조급해졌다. 되도록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행동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정책이나 전략이 조급했던 것 같아.”

“에프타인이라뇨? 언제 에프타인이 그런 얘기를 하던가요.”

“...지구에서따로 만났었다. 아니 그 전에 들었 던가. 분명 에프타인이.. 비밀 회의 때였던가...”

“금성왕님!”

나는 혼란에 빠지려 하자 레시아가 소리쳤다. 내가 레시아를 고개를 들어 보자 레시아가 말을 이었다.

“언제 에프타인에게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녀석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입니다.”

레시아는 한 호흡 뒤에 말을 이었다.

“저도 그 녀석 볼 때마다 기분이 별로였거든요. 살살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요. 진실인지 거짓인지 좀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것 같고, 공손해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돌려깐 것 같기도 하고.”

레시아는 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혹시...케테로스를 죽이신 것은...”

그녀가 말을 꺼내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내가 정리했다.

“맞아. 나도 줄 곧 생각해봤는데 나는 반란 명분을 제거하기 위해 케테로스를 처형한 것 보다 내 가족을 방치한 것에 더 분노를 느껴서 그를 죽인 거야. 이것은 공무 집행이 아니야. 개인 원한의 살인이야. 그리고 에프타인이 거짓말로 나의 행동을 그렇게 조장한 거고.”

나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아닌 척 해봐야 소용없다. 나의 경솔한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케테로스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나와 레시아는 이 말을 끝으로 한 동안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조용히 침묵이 흐른다. 나는 머리를 맴도는 분노가 잦아들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나는 다시 레시아와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지구보다 화성에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동감입니다.”

“이대로 에프타인에게 당한 채로 끝낼 수는 없지. 나는 반드시 그 자식을 찢어 죽이고 말겠어.”

“병력을 이끌고 화성으로 쳐들어 갈까요?”

“아니.. 그건 무리지. 여력이 없어. 치안 유지로도 벅차다.”

“그렇다면..?”

“에프타인이 하는 방식 그대로 그 자식을 파멸 시켜주지.”

“좋은전략이 떠오르신 것 같군요?”

“그래. 일단 리디스와 검은 낫 부대에게는 비밀이다. 그리고 화성 내부에 인물을 좀 알아봐야겠어.”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나를 조종한 죄를 에프타인에게 물을 시간이다.

10001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30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1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8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2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5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2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금성 남자. 31세.금성의227대 왕.사망.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2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6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9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8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8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70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3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9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9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5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8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4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7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2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2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2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2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4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5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6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1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4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40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80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1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5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4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2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50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4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1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1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3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2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50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2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7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4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7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20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2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3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1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6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3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7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90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5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9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7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1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9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2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8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5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8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4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1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9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5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1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4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3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6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4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6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90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1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9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4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8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7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1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2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5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3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1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4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1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5세.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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