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포식자들의 세상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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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다 했다. 불만과 불안을 품은 병사들은 나의 명령을 그래도 충실히 수행했다. 리디스와 검은 낫 부대의 지엘은 미사일을 제어하기 위해 화성으로 떠났고 우리는 지구의 지원을 충분히 받은 채, 금성으로 떠났다.
마침 금성의 공전 주기도 지구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금성까지 빨리 도착할 것이다. 평소 행성 간 우주 항해 시간은 2주지만 그것은 교역에서 정치적인 이유, 약속을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함 등을 이유로 통상 항해 시간 2주를 약속한 것이다.(세 행성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어도 2주 후에 도착하도록 합의했다)각 행성의 공전 주기 때문에 항상 전속력으로 운행하면 같은 우주선과 인원이어도 도착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현재 지구에서 받은 우주선을 전속력으로 항해하면 1주일 조금 넘게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엘과 리디스의 성공이 중요했다. 나는 금성의 이 혼란한 시간을 끌 마음이 추호도 없다. 지금 금성의 상황은 빨리 정리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지구도 화성도 각각 정리해야 될 상황에 놓여있다. 세 행성 중 최 약체인 우리가 누구보다 이 혼란을 빨리 종식 시킨다면 그 만큼 다른 행성과의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속으로 날라간 우리 우주선은 점점 금성에 다가가자 병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한 병사가 보고했다.
“곧 금성의 사정거리 안 입니다.”
금성의 사정거리 안이라는 것은 즉, 금성 주변에 포진해있는 외부대기장치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 이라는 얘기다. 리디스와 지엘이 성공했을까? 해킹을 염려해서 지구를 떠나면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 대책 없이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에프타인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름 돋고 믿을 수 없으며 정말 정말 싫은 놈이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에프타인이다.내가 금성의 왕이 되는 것이 녀석의 계획의 일부라면 분명 미사일 저지 작전에 협력해 줄 것이다.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리디스를 보낸 이유 또한 일종의 메시지다. 너의 장단에 놀아주고 있으니 너도 한 번 맞춰 달라는 메시지다.
뭐 나의 메시지를 에프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은 없다. 리디스를 보낸 것에 의미가 있다. 에프타인은 내가 보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옆에 있던 레시아가 말했다.
“사정거리에 들어왔습니다!”
레시아의 다급한 음성에 더욱 긴장된다. 우주선에 나름 대비를 했지만 미사일의 위력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우리는 금성의 사정거리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
.
어느새 금성과의 거리는 2만 km까지 접근했다. 정면에 금성이 크게 보인다. 미사일은 날라오지 않았다. 리디스와 지엘이 성공한 것이다. 병사들은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사실을 인식하고 크게 환호했다.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나 또한 기뻐했다. 나는 병사들에게 접근했다.
“미사일에서 벗어났다고 안심 하지마! 금성 지면에 착륙할 때 까지 방심하지 마라! 실수로 외부대기장치에 우주선을 처박아 자폭하지 않도록 해라!”
미사일의 압박에서 벗어났다면 이제 금성 주변을 빼곡이 둘러 쌓고 있는 외부대기장치를 피해야 한다. 우주선이 비좁게 간신히 통과할 정도의 크기와 간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실제로 외부대기장치 성운(?)에 다다르니 생각보다 더 촘촘해서 사고 날 가능성이 있었다.
병사들이 긴장한 덕분일까. 우주선은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착륙할 수 있었다.나는 계획대로 각 사단의 사단장들에게 즉시 방어 진지 구축을 명령하고 총 책임자에 레시아를 임명했다. 물론 사단장보다 계급이 낮으면 성립이 안되니까 레시아의 계급을 중장으로 그 자리에서 승진 시켰다. 한 사단장은 상황은 이해 하지만 전부터 진급을 너무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시아는 레시아대로 그런 위험한 임무를 같이 수행해야 하는데 기지나 지키고 있어야 하냐며 같이 가고 싶다고 애원했다.
“안돼. 레시아. 이런 중요한 임무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해. 너 밖에 없어.”
“휴.. 어쩔 수 없군요.왕녀님이 정 그러시다면...”
레시아는 나의 강력한 요청에 한 발 물러났다. 레시아는 콜트렘이 죽은 후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내 옆에 있으려고 하거나 내가 어디 나갔다고 걱정해서 수 많은 병력을 수색에 동원하기도 했다. 이해도 되고 뜻도 고마운데 솔직히 귀찮다. 물론 상대하기 귀찮아서 기지에 남기는 것은 아니다. 드레이돈이 이끈 2차 금성군의 사단장이 금성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렇다. 나는 그들앞에서 내 부하처럼 대우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뢰를 못 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불안함을 느꼈다. 만 명을 선별하는 이유는 체력이나 지구력 뿐 아니라 내가 믿을 만한 인물을 기지에 남기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신뢰 가는 부하들을 기지의 요직에 임명했다. 나는 이들이 드레이돈파를 견제하기를 기대했다.
로제스는 데려가기로 했다. 옆에서 나를 보좌하는 역이다. 로제스는 레시아와 달리 기지에 남고 싶어 했지만 내 뜻은 확고했기에 남고 싶은 뜻을 접어야 했다. 기지가 건설되는 동안 나는 수색대를 조직해 먼저 전방위적으로 뿌렸다. 일단 케테로스가 병력을 보냈을 가능성을 염려해서 취한 조치다. 수색대는 적군 수색과 동시에 전진 비밀 기지를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적군이 오는지 감시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몇 일을 보내야 했지만 케테로스 쪽은 움직임이 없었다. 코시프가 의심했다.
“너무 조용합니다. 금성왕은 다른 전략이 있을까요?”
케테로스에게 전략이라는 것이 있을까. 분명 트리실이 총 사령관을 맡아 방어를 지휘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봐. 수색대에서 보고가 올 거야.”
보고는 전부 수동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역시 연락을 해킹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색대 한 명이 곧 돌아와 북쪽으로 900km 떨어진 곳에서부터 케테로스의 금성군이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그리고 적군의 방어 진지에서 북쪽으로 200km를 더 가면 수도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1100km 떨어진 곳에 위치 해 있다는 이야기다. 대기권 돌파와 착륙이 아무리 인류에게 있어 낯선 일이라고 해도 너무 어설픈 조작이었다.나는 좀 더 수도에서 떨어진 곳에서 착륙하기를 바랬지만 너무 가까이 내려버렸다.
4명 씩 2500개조로 나눠도 수도와 이렇게 가깝다면 우리의 전략이 들킬 위험이 있다. 내가 세운 전략은 들키지 않는다는 조건이 제 1 조건이다. 2500개 조를 시간 차를 두고 출발시킬까?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버려진 수목원에서 대기 중인 병사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것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수목원에 숨어 있는 병력도 들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전략을 약간 수정했다.
우리가 있는 위치는 제17도시에서 남쪽으로 1100km 떨어진 곳으로 근처에 큰 도시라면 26도시와 9도시가 있다.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올라가면 순차적으로 눈에 띄는 도시는 1도시, 6도시, 13도시 그리고 향락으로 우주에서 유명한 제 2도시가 있다.
일단 나는 병력을 풀어 26도시와 9도시 약탈을 명령했다. 레시아가 놀라서 물었다.
“왕녀님? 분명... 내전의 비극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교전이나 약탈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나도 알아. 하지만 필요가 생겼어. 어쩔 수 없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곁들였다. 몇 일간 약간의 약탈과 방화, 살인이 일어났다. 곧 26도시와 9도시의 사람들이 비명 소리와 함께 피난을 시작했다. 금성의 뉴스는 연일 나를 비난하는 뉴스만 흘렀다. 나는 나를 비난하는 뉴스를 보다가 피난 소식을 접했고 만 명의 선발대를 소집했다.
“지금이야 말로 진격하기 적절한 때다. 우리는 예정대로 2500조로 나뉘어 버려진 수목원으로 향한다.”
내 조는 이제 꽤 익숙해진 로제스와 요번에 처음 보는 알타로크, 수라 이렇게 네 명이 한 조가 되었다. 알타로크는 막 성인이 된 어린 친구다. 외모는 어려 보이지 않는다. 키도 198cm로 큰 편이고 덩치도 꽤 있었다. 수라는 로제스와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공정하게 선별했지만 내가 로제스를 직접 픽업 하면서 생긴 문제다. 그 둘은훈련소 동기였던 모양이다. 물론 진급은 수라가 훨씬 빨라서 상병이다. 로제스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자기를 진급 시켜주겠다는 나의 발언을 상기 시켰다.
로제스 녀석.. 동기는 이겨 먹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로제스를 바로 하사로 임명했다. 병사를 나 대신 통솔 할 인물이 필요하기도 하고(비록 일반병은 둘 밖에 없지만)그는 여러 임무와 공적이 있으니 진급 할 자격은 충분하다.레시아는 방어 진지 총 책임자로, 위실론은 부 책임자로 임명했다. 코시프는 1489조의 조장으로 임명되어 6도시 쪽을 경유하는 루트로 갈 예정이다.
나와 내 조원들은 제 1도시를 경유한다. 리디스의 고향이자 한 때 수도 후보였던 도시다. 숫자가 1이라서 수도로 오해 받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제1도시는 금성에서 유서가 꽤 깊은 도시이기는 하다. 금성이 테라포밍되기 이전, 인공지능 시대가 오기도 전부터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원래 금성의 자원을 채취하는 광부들이 모여있던 휴게실로 시작했다. 그러니 제1 도시는 금성이 독립하기도 전, 금성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기기도 전부터 존재하던 곳이다. 지금이야 거친 지형을 배후로 가진 중소 도시에 불과하지만.
수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왕녀님.”
“뭔데?”
내가 짧게 말하자 당황했는지 약간 시간이 지나서 본론을 얘기했다. 하긴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보던 나와 비교되어 괴리감을 느끼는 편이다. 미디어에서는 연예인을 꿈꾸던 어린 소녀로 주로 나왔고 군에 입대한 뒤에도 과거 미디어의 영향으로 나는 여전히 어릴 적 귀엽고 쑥스러움 많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소녀의 이미지로 인식이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나의 무뚝뚝함에 당황했다.
“혹시 26도시와 9도시를 괴롭힌 이유는 우리들이 출발하기 편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 이었나요?”
“잘 아네? 출발 위치가 너무 가까웠어. 난민들이 피난을 시작하면 그 뒤 우리들이 뒤 따라 출발하는 거지. 그러면 눈에 덜 띄고 의심을 덜 살 수 있거든. 피난민들 때문에 우리들의 움직임이 가려지는 거야. 지구 북부에서 나름 요긴하게 써 먹은 방법이기도 하고.내 전략은 들키지 않고 버려진 수목원에 모두 모이는 것,그것이 핵심이다.”
“역시 그랬군요.”
수라의 말이 끝나자 알타로크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금성인을 약탈 하시다니요. 분명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알타로크의 따짐에 수라와 로제스가 나를 바라본다. 이런 건 초장에 잡아서 닥치게 만들어야 한다.내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 상황에 따라 가끔 약속이나 맹세를 저버려야 할 일들이 생기거든. 부정하지는 않으마. 나는 확실히 약속을 어겼다. 내가 명령한 일을 스스로 번복했지. 하지만 내전을 빨리 끝내려면 약간의 희생을 강요할 수 밖에 없어. 나는 나를 가르쳐준 스승님을 암살하라고 한 사람이야. 아니면 내가 착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행동해주기를 바라는거야?”
“아뇨..”
“그리고 약탈은 약탈로 안 끝났어. 살인 방화, 강간 전부 일어났지. 물론 나의 용인 하에.”
“왕녀님...”
로제스가 안타까운 듯이 나 호칭을 읇조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알타로크에게 말했다.
“현실은 원래 비정하고 무정한 법이다. 되도록 편리하게, 되도록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비정하고 무정한 작업이 수반 되는 법이야. 나는 오랫동안 군인이 되어 근무하다 보니 이런 허드렛일에 익숙해졌어. 그렇기 때문에 이런 허드렛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달콤한 성공은 반드시 달콤한 과정과 같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일사천리라는 말은 없는 말로 생각하도록 해. 알타로크. 그냥 받아 들여. 너가 불만 품는다고 내가 전략을 수정이라도 할 것 같나? 나는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약탈도 방화도 살인도 지시 할 것이다.”
“.....”
로제스는 나를 꽤 봤으니 익숙했지만 수라와 알타로크라는 병사는 나에게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간간이 필요한 대화들이 오고 갔지만 걷거나 피난민의 탈 것을 얻어 타면서도 대화는 거의 없었다. 로제스가 나에게 몰래 말했다.
“왕녀님. 혹시 저들이 배신이라도 하지 않을까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요. 대화도 없고..”
“수라랑 동기라며. 수라 상병을의심하는 거야?”
“동기이긴 해도 듬직한 타입은 아니었어요. 친하지도 않았고요. 알타로크는 아예 처음 보는 젊은이고.”
“젊은이? 내가 보기엔 다들 어려 보이는데. 너도 포함해서 말이야.”
“왕녀님은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저랑 수라랑 알타로크는 나름 차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왜. 나는 늙어서 너희들의 차이를 못 느끼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풉농담이다.”
“.. 왕녀님. 그런 모습을 수라나 알타로크에게도 좀 보여주시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작전 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흠.뭘 말하려는지는 알겠어. 친분을 쌓아 혹시 있을 배신을 막으라는 거겠지?”
“예 왕녀님.”
“글쎄.. 한 번두고 보자고. 일단 로제스 너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 낌새가 이상하면 몰래 보고하도록 해.”
나는 그렇게 얘기하고 로제스와 대화를 끝냈다. 몇 일이 지나, 넓은 금색의 황야를 지나 제1도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조원을 모아 얘기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시민들에게 질문하는 것은 금지야.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의심을 사면 곤란해. 정보는 최대한 훔쳐 듣는다. 먼저 말 자체를 걸지마. 알겠나?”
“네!!”
셋은 힘차게 대답하고 제1도시에 진입했다. 피난민은 1도시 쪽으로는 거의 오지 않아서 도시는 평소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1도시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지만듣던 대로 한가한 도시였다.(역사적인 의의 때문에 언급은 꽤 되는 도시다)엘리베이터 타워도 없는 도시다. 원래 금성은 엘리베이터 타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타워가 존재하는 도시는 매우 중요한 도시라는 의미다. 제1도시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지 않은 도시다.
나는 여기서 휴식 하기로 했다. 계속 걷고 차를 탔기 때문에 피로했다. 나는 2일 간 정보를 충분히 모으라는 지시와 함께 조원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 나 역시 도시를 둘러보며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나의 변장은 완벽해서 사람들은 나를 플리사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분장에는 지구의 도움을 받았다. 지구의 기술력은 어떤 의미로든 대단하다. 중요한 분야든 하찮아 보이는 분야든 퀄리티가 있다.
한 남성이 투덜거리며 통신을 하고 있었다.
“미안해 여보. 금성 정책 상 어쩔 수 없었어. ....나도 가기 싫어! 그래도 가야 되는 걸 어떡해! 다행히 제2도시가 그렇게 멀지는 않으니까... 여보? 여보!! 아 씨..”
그는 내가 본의 아니게 엿듣는 것을 의식했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소리가 컸죠? 죄송합니다. 흠흠.”
“부부 싸움인가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하여간전쟁이 길어지니까 별 미친 정책이 막 나온다니까요?”
“그렇죠.”
자세히 물어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대충 맞장구를 쳤다. 다행히 남성은 지금 상황이 답답했는지 정보를 스스로 술술 얘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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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제2도시가 경제적으로 위기인 것은 알겠는데 왜 그 위기를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며 메꾸냐는 거지.”
“아.. 네...”
“잘 모르나? 하긴 아가씨는 여자라서 관심 없을지도 모르겠군.”
“...대충은 들었어요.”
“그래? 대왕님도 참 너무하지 않아? 제2도시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우리를 의무적으로 향락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말이 돼? 그것도 정가로 말이야.좋은 것도 한 두 번이지. 원래 강제로 하면 뭐든 하기 싫어지는 법인데 말이야.”
“하긴 억지로 하면 뭐든 싫은 법이죠.”
“그래 그래. 게다가 하루에6번이나 이용하는 것이 의무야. 이게 말이 돼? 내가 체력이 없다기보다는 다음 날 지장이 생겨서 그렇지. 일부는 서비스 이용은 안하고 그냥 가서 돈만 지불하고 온다고 하더군.”
“심각하네요.”
“이제는 아예 사이트까지 개설해서 간편 지불 사이트? 뭐 이런 거 까지 운영하는데 제2도시가 아닌 녀석들까지 사기 치며 불법으로 사이트를 운영 하나 봐. 거기에 걸린 놈들은 이중으로 코스트를 지불해야 해서 피해가 막심해. 이게 무슨 뻘 짓인지 원.”
남자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면 제2도시가 전쟁으로 경제력이 상실되자 그것을 메꾸려고 일반 금성 남자들을 원하지도 않는데 제2도시로 보내서 향락 서비스를 강제로 이용하고 있다가 된다. 정말 완벽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정책이다. 부부 사이도 안 좋아 질 거다. 그 남자는 계속 말 걸면서 갑자기 어디 사냐고 물어보길래 수작 거는거냐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그 남자는 아니라고 얘기하며 당황해서 도망갔다.
도시 한 쪽에서는 공동 장례식 중 이었다. 내가 참석하자 사람들은 역시 자기들끼리 불만을 얘기하는 중이다. 몇 번 대답에 호응하자 나도 자연스럽게 끼워주었다. 나는 한 중년 아저씨들의 대화에 참가했다.
“내 딸은 비참하게 죽었어. 젊은 놈들이 잡아먹었거든.”
“내 딸은 하반신이 날아가서 저 관 속에 상반신만 들어있어.”
“젊은 놈들은 흉악해. 난 딸을 하마터면 잃을 뻔 했어.”
“그들 말에 따르면 건전하게 시위 했는데도 먼저 공격 당해서 죽었 다는데. 우리중장년 층들이 공격해서 말이야.”
“그걸 믿나? 자기들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우리에게 덮어 씌운거지 빌어먹을!”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 그들은 갑자기 나에게 경고했다.
“아가씨는 젊은 남자를 믿지마. 짐승 같은 놈들이야. 희생자들 가운데온전한 시신이 없어. 다 어딘가 뜯어 먹혔어... 왕의 명령이라면서 온 갖 잔인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고.”
“예...”
내가 없는 사이 금성에서는 정말 서로 잡아먹는 포식 활동이 있었던 모양이군. 케테로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시민들끼리 서로 잡아먹게 하면 어떻게 해? 질문은 피하라고 했지만 사실 질문하고 싶어 미치겠다. 파편적인 정보들을 들으니 더욱 궁금해졌다. 시민들끼리 잡아 먹은 갈등의 원인은 뭘까? 왜 중장년들과 청년이 나뉘어 싸웠나. 젊은 계층의 여자들은 왜 학살 당했나. 에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여성우월주의는 대체 뭐였지? 드레이돈 병사를 심문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파악하려고 해도 금성에 직접 와서 보니 의혹만 증폭됐다.누가 속 시원하게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란 말인가!
나는 그 뒤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말을 엿 들었지만 중요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굳이 중요하다고 억지로 생각하면 외부대기장치의 미사일이 불량이었다라는 얘기를 들은 정도다. 그 소문은 좀 이상했다.불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자였으므로 잘 안다. 미사일은 정상이다. 아마 리디스와 지엘이 미사일 코드를 가진 자를 암살하거나 해서 무력화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고위급이 공격 당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 케테로스가 미사일 코드 무력화를 숨겼나? 내 스승인 트리실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니 미사일 코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확단하기에는 이르다. 나중에 리디스나 지엘에게 어떻게 미사일을 무력화 시켰는지 물어봐야 겠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 조원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정보는대체로 비슷했다. 질문을 금지하고 듣기만 해야 하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하사.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1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4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2세. 플리사 아들.
모레드 루플 – 지구 남자 50세. 국가주의자 반란군 수장.
빌레누 핀터 – 금성 남자 53세. 노동조합 대표.
알타로크 바로인 – 금성 남자 20세. 이등병.
수라 아르네츠 – 금성 여자 24세.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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