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포식자들의 세상 59
* * *
리튼
루디샤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로봇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기는 한 걸까. 처음 나는 루디샤의 정교한,인간과 같은 외모에 마음이 갔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후 점점 인간과 같은과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묘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기자 양반(아리카)과 결혼이 확정되자 어딘가 냉정하게 변한 모습에서 나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루디샤는 교수에게 격한 감정을 보였다. 그녀는 정말 로봇인가? 어쩌면 개조 된 '인간'일지도 모른다.지구에서 신체 어딘가를 기계로 교체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인공지능로봇은 거부하면서 스스로 로봇이 되는 것은 거부하지 않는다. 애초에 몸에 손을 대는 짓이 싫어서 백칩 조차 박지 않은 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루디샤를 관찰하는 것이 티가 났는지 루디샤가 나에게 뭐 도와줄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아니 그냥...’하고 얼버무렸다. 어쨌든 내일은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나는 방으로 들어가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나는 아침이 되자 마자 루디샤가 준비해 둔 빵과 고기를 적당히 섭취하고 길을 나섰다. 일정은 오후 12시에 기자 양반, 오후 6시에 교수다. 기자 양반은 지구의 수도 페르샤의 번화가(기업 회의 본사)의 유명한 빵 전문점이었다. 음식이 보급된 후 요식업은 우주에서 가장 크게 성행하고 있는 업종으로 그러니까 일종의 유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너도 나도 뛰어드는 중이었다.
점점 당근, 토마토, 배추 등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고 옛날 인간들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고대 네트룰 검색하거나 해킹하는 전문직들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직종들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기자 양반이 고른 곳은 빵을 전문으로 다루는 집이라는데 아주 비싼 곳으로 유명해서 나도 알고 있다.
교수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페르샤 대학 근처에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그는 출퇴근도 용이한 곳에서 사는 셈이다. 교수는... 아니 짜증나게 만드는 에프타인은 이제 단순히 짜증을 넘어 경계심을 품게 만들었다. 여러 가지 의심가는 정황도 많았지만 결국 의심하다 마는 것으로 끝났으나 이제 나는 그 빌어먹을 자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녀석에게 반격을 가할 수 있지? 자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의 수중에 내보일 만한 패가 아무것도 없었다. 심복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루디샤 정도인데 그 루디샤는 거대한 약점이 되었다.
오래 근무했던 97사단을 끌여들여볼까. 아니다. 사단장도 한 번 바뀌었고 97사단장이 나를 따랐던 것도 결국 계급과 직책 때문일 뿐이다. 더구나 이제 전 군대는 노웬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노웬은 나를 증오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다가 아무도 나를 따르지 않게 되버렸다. 여전히 서부사령관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서부는 내 연고지도 아니고 잘 모른다.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가이론이나 리노이 같은 애들한테 연락을 취해볼까...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약점을 잡혀 본 적이 없는데 한 번 잡혀보니 정말 무력하고 삶의 의욕마저 꺾일 지경이다. 생각만 깊어진다. 아마 외부에서 나를 보면 인상이나 쓰며 걷고 있겠지.
점심 시간이 되어 나는 빵 전문점이라는 대단히 직관적인 이름의 음식점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가자 붉은 머리의 기자 양반이 한 껏 꾸미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도 열심히 했는지 주근깨도 보이지 않는다.
“앗 여기에요 여기!”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다 쳐다 본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고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지구의 영웅 서부사령관 리튼 소장이다!”
“전 지역에 군대를 이끌고 반란군과 금성군을 격퇴 시킨 희대의 영웅이다!”
"우리 매점을 방문해주셔서 대단한 영광입니다!"
나를 다 알고 환호하는 것에 나는 손을 흔들며 쑥스럽게 반응했다. 내 행동은 겉으로 보기에 환호에 답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정말 창피했을 뿐이다. 나는 그 아줌마(플리사)의 말처럼 그저 훈련도 제대로 안 받은 반란군 무리나 토벌하고 금성군에게 숲에서 매복이나 당하며 버텼을 뿐이다. 그 아줌마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적은 없다.아니지 아니지 초전에 대기권 조차 돌파 시키지 않으려고 미사일을 개조하고 준비해서 퍼부었잖아? 내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다시 평범하고 소심한 학창 시절로 돌아 가는 거야? 나는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이 무기력함이 나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 거다. 한번 말려드니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사실 울고 싶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던 결과가 이것이다. 나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 범죄인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이런 것이 무슨 죄야라는 가벼운 마음이(인공지능로봇 보유)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무슨 생각해요?”
기자 양반은 턱을 괴고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뭐 어쩌라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해 죽겠는데 혼자 뭐가 저리 신났지. 기자 양반은 지금 결혼의 꿈에 한 껏 부풀어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한 모양이다. 나는 죽을 맛이지만.
“안 좋은 일 있었어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착한 척 이람. 조금만 상황이 안 좋아져도 반말하면서 막 나가는 여자다. 속지 말고 정도 주지 말자.
“그야.. 전후 복구도 있고.. 물론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금성과의 동맹도 다시 생각해야 하다 보니.. 병사들도 불만이 장난 아니기도 하고요.”
“아~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삼촌도 최근에는 인상을 도무지 필 줄을 모르셔서..”
“총수님은 아마 지금 그 누구보다 가장 힘드실거에요. 저도 붙잡혀서 한참 동안 한탄하는 것을 들어야 했거든요.”
“아하. 저도 원래는 바빠야 되는 시기죠. 열심히 취재해야 하니까요.”
“음? 원래바빠야 하는 시기라는 것은.. 지금 한가하시다는 건가요?”
“그야~ 곧 결혼식을 올릴건데 바쁘게 지낼 수는 없죠. 휴가 신청을 냈어요. 그리고 지금 친구한테 열심히 연락 돌리고 있거든요.”
팔자도 좋군. 기자 양반은 계속 얘기했다.
“이번에 연하랑 결혼해라고 운을 띄우고리튼씨 사진을 보냈더니 어쩜 이렇게 귀엽고 잘 생겼냐고, 부럽다고, 다들 좋아해 주더라구요 호호호 친구들 중에 저 혼자 결혼 안 해서 솔직히 좀 무시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이번에 축하한다고 하면서 어찌나 목소리가 떨리던지 고소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말이 너무 빨라서 한 번에 듣기 어려웠다. 대충 맞 장구를 쳐줘야겠다.
“유일하게 결혼 안 하셨다고요? 그래도 다행이군요. 결혼도 하시게 되셨으니.”
“어머 리튼 씨. 남 얘기하듯이 하시네요? 저랑 리튼씨가 결혼하는건데. 당일 날 축의금이라도 내실 기세네요 깔깔.”
“예? 아아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친구 중에 빨리 결혼 하는 편 일거에요. 죽은 친구들도 포함해도...”
“죽..죽은 친구?”
“아 죄송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금성군 사령관인 드레이돈이 제 동기를 납치해서 영상으로...”
기자 양반이 당황해서 말했다.
“자...잠깐만요!!결혼식을 논하는 오늘 같은 날에 그런 이야기는 좀...”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말 편하게 할까요? 앞으로 평생 볼 사이기도 하고..”
“네? 아직 어색한데..”
“흠. 생각보다 쑥맥이시네.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본 적 없어요?”
“아뇨. 있긴 하죠.”
“아.. 있었구나.”
잠시 대화가 끊긴 후 기자 양반이 다시 대화를 시도한다.
“전쟁이 곧 끝날 줄도 모르고 저는 꽤 리튼씨를 걱정했어요. 사촌 동생분을 통해 꽤 메시지를 보냈는데 좀 귀찮으셨죠?”
“아뇨.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가 감사를 표했는데 기자 양반은 내 마음이 완전 다른데 가있는 것을 눈치챈 거 같다. 내 대답에 표정이 기가 막히는 건지, 실망 한 건지 모를 울상과 합해져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기자 양반이 힘 없이 얘기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 될 거에요.”
“분위기를 망쳐 죄송합니다.”
기자 양반은 곧 기지개를 피더니 딴 청을 피우며 얘기한다.
“아~ 날 잘못 잡았네~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아! 뭐 실망하거나 화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차라리 빨리 리튼씨 걱정거리를 해결하고 산뜻하게 다시 결혼식 얘기하는 것이 낫겠어요 그렇죠?”
“진짜 죄송해요. 그리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양반은 나의 기계적인 대답에 실망감을 애써 감추며 웃어 주었다.
결혼식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나는 기자 양반과 헤어졌다. 시간은 좀 남았지만 그래도 나는 미리 교수의 집으로 갔다. 꽤 큰 저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꽤 있는 사람 같다. 그냥 헛소리나 하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하긴 명문 대학의 교수니까.
나는 백칩이 없는 관계로 그를 호출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루디샤도 걱정되어 일부로 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나는 원시적인 방법을 썼다. 교수의 저택 뒤쪽 숲 근처에서 자그만 돌을 주어 창문에다 던졌다. 몇 번 반복하자 교수가 창문을 열고 봤다. 나는 교수의 집에 들어갔다.
“좀 일찍 오셨네요.”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일부로 더 틱틱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교수는 피식 웃고는 들어오라는 손짓에 의해 긴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 교수가 말했다.
“일단 어떤 계획이나 세웠는지 들어볼까요?”
“계획은 교수님이 알려주시는 것 아니었나요?”
“저런. 스스로 무언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 봤는데 실망이군요. 내가 자살하라고 하면 그대로 하실겁니까?”
“교수님. 지금 일부로 저 열 받게 하고 있는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뭐 좋습니다. 솔직히저도 계획이 없습니다.”
“예??”
“그러니까 이제부터 차근차근 세워보자는 겁니다. 앉으시죠.”
긴 복도를 걸으며 대화하던 우리는 넓은 거실에 도착했고 교수는 나에게 앉으라고 했다. 나는 거실의 나무 의자에 앉았다. 교수도 의자를 끌고 와 내 앞에 앉는다. 교수와 나 사이에는 약간 낮은 어두운 색의 나무 탁자가 위치 해 있다. 교수가 말했다.
“내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면 일단 리튼씨는 총수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그야 그렇겠죠.”
“멍청하게도 군권은 노웬에게 넋 넣고 뺏겨버리고 자신을 도와 줄 부하도 로봇 하나 빼면 없고 말이죠. 그 많은 인기를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있고 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에프타인님의 계획에 회의적입니다.”
멍청하다고 들어도 노웬의 행동은 너무 재빨랐다. 첫 번 째 정전 결정 회의가 끝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다. 교수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전쟁도 끝나고 평온하게 느껴지겠지만 노웬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릅니다. 참고로 100사단은 확실하게 노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그것 만으로도 이미 위력 적인 인간이에요. 당신은 혹시 확실히 믿을 만한 사단이 있습니까?”
“사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저 보고 쿠데타를 획책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역으로 묻자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쿠데타를 막은 영웅의 아들이 쿠데타를 벌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나 다름 없습니다. 기업 회의가 그 정도를 당신을 막 대하지도 않았고 시민들의 공감대도 얻지 못 할 겁니다. 이미지를 생각하면 최후가 다가와도 해서는 안 되는 짓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쯧.. 당장은 밑 작업부터 해야겠죠. 흠 어디보자... 전후 복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격려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짓을 왜 하죠? 당장 총수가 될 수 있나요? 저는 이미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오늘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꽤 봤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는 총수직에 입후보를 못 합니다. 기업 회의끼리 투표하는 자리인데 저는 기업인도 아니라서 자격조차 안 된다구요. 설령 된다고 해도 총수의 임기는 아직 한.. 3년은 더 있어야 끝나고.”
“하나 있기는 하죠. 총수가 리튼님을 추천하는 방법 입니다..”
“3년 뒤에 말입니까?”
내가 비꼬는 투로 얘기했다고 느꼈는지 교수는 탁자를 쾅 쳤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진지하게 생각 안 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박력 있는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자 나도 모르게 위축되었다.
“아니.. 하지만 법적으로 총수가 그만 둔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총수가 직접 지명해서 임명하는 자리 중에 재해대책부장이 있습니다. 보통.. 지진이나 화산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죠.”
“그...그 자리가 왜요?”
“전쟁 복구를 위해 총수가 리튼씨를 재해대책부장으로 지목하는 거죠. 지목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조카의 사위니까 그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요?”
“그 자리에 취임한 뒤에는요?”
“그 자리는 정말 위급 상황,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채 임명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재해대책부장이 있는 상태에서 총수가 혹시 죽기라도 하면 재해대책부장은 총수 대행으로 직책이 상승하게 되죠. 사례는 얼마 없지만 분명 과거에 있었던 실사례이기도 합니다.”
“그건 설마..”
“네. 리튼씨가 재해대책부장에 취임하고 그 다음 총수를 암살하면 당신은 총수 대행으로 승격하고 그대로 자리를 굳혀버리면 된다는거죠. 기업인이 아니더라도 현 총수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지구의 총수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너무 얍삽한 것 같은데..”
“그럼 더 좋은 방법 있어요? 없죠? 그냥 이대로 가요. 이것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그러니까 먼저 리튼씨는 자신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겁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돼서 이제 막 복구하는 지역을 돌면서 얼굴을 들이밀고 부서진 돌이라도 하나 나르는 시늉이라도 하세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으세요. 그리고 총수에게는 이제 가족이니까 돕고 싶다면서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서 시민들을 안정 시키겠다고 말하시구요. 그러면 총수도 좋아하겠죠. 그렇게 좀 시간을 보내면서 총수에게 믿음을 준 뒤 재해대책부장 얘기를 꺼내는 겁니다. 총수가 거절하겠습니까? 아닐 겁니다. 좋아서 임명 할 거요. 아 그리고 당신이 싫어하는 기업 회의 사람들하고도 친하게 지내야 할 거에요. 어차피 시민들의 인기가 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기업 회의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아야 총수가 될 때 당신을 지지할 가능성이 생길 겁니다.그 정도는 해야 총수의 ㅊ이라도 될까 말까 겠지만 시도는 해봐야겠죠? 먼저... 그래. 노아드 에실이라는 사람이 적당하겠네요. 그 인간은 단순해서 좀만 잘해주면 금방 기분 좋아져서 당신을 지지 할 테니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셔서....”
교수는 길고 장황하게 계획을 설명하던 중 갑자기 멈췄다. 나는 잠시 멈춘 교수를 부른다.
“교수님?”
“쳇. 멍청한 총수 녀석이...”
“예?”
“아. 리튼씨는 칩이 없지.. 칩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상 생활은 가능은 한 건지... 어휴 기다려봐요.”
교수는 핀잔을 주고는 잠시 거실 밖을 나갔다가 화면판을 들고 왔다. 그 화면판은 버튼 같은 것이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총수가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른 화면판이다. 화면에서 총수는 연설 중 이었다.
“...그리하여 금성과의 적대감을 거두고 이제는 같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금성은 자신을 대왕이라고 칭하며 정신 나간 식인 행위를 펼치는 케테로스에 반감을 품은, 다른 왕족인 플리사가 지구와 협력하여 미친왕을 몰아내고 서로 평화롭게 지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비록 플리사는 우리를 침략한 금성군의 사령관이었으나, 지구 침략이 대부분 케테로스의 광기 어린 계획임을 인정했으며 우리 또한 플리사와 금성의 죄 없는 시민들을 생각하여 이런 결단을..”
총수는 군대와 합의를 본 것인가? 내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교수가 먼저 답을 주었다.
“총수는 노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동맹과 정전에 협의한 겁니다. 이거 잘 못하면 노웬이 군대와 함께 들고 일어날 수도 있겠어요.”
교수가 이야기 하자 나는 다른 생각이 들어서 교수의 말에 반문했다. 난 모처럼 눈을 빛내며 발언했다.
“아뇨. 노웬은 반란까지는 못 할 겁니다. 그러기에는 현 지구군의 피해가 막심하니까요.”
“그래요? 하지만 지구의 전 군이면 아무리 전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그 반대편인 우리는 아예 군대가 없잖아요.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모든 것이 방할 수도 있어요.”
“예비군을 동원할 수도 있죠.”
“아하 예비군. 그런데그들도 노웬과 함께 할지도 모르잖아요?”
“기본적으로 예비군은 현역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예비군이 동원된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라 예비군 병력은 건재한 편 이기도 하고... 피해 지역의 예비군들이라면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숫적으로 현재 현역들을 압도할 만한 숫자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만약 예비군들이 기업 회의 편을 들어도 각 예비군들이 한 곳에 모이는 데 시간이 있을텐데요. 그리고 전차나 전투기 등도 전부 군대가 가지고 있을 텐데 병사들이 많다고 압도할 수 있을까요?”
“정 불리해지면 가장 최악의 수를 쓸 수 밖에 없죠.”
“최악의 수?”
“동부에 아직 체류 중인 금성군의 플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빨리 금성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죠. 어이 없지만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는 플리사가 지휘하고 있는 3000만 명에 가까운 수를 자랑하는 금성군이죠. 그들이라면 노웬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수를 쓰고 싶지는 않네요.”
교수는 나의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노웬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 이라는 건가요?”
“금성군과 싸우는 것이 불리해서 반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것은 그거대로 명분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겠죠. 금성이 떠난 뒤에 반란을 일으키면 그건 자기가 총수라도 되고 싶다는 욕심 밖에 안되니까요. 노웬이 군대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성군과 지구에서 계속 싸워 복수하겠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총수도 그것을 생각해서 미리 발표한 걸 거에요. 멍청해서가 아니라.”
“후후. 방금 의견은 꽤 좋았어요.”
나는 방금 교수의 발언을 듣고 교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총수의 연설이 끝나고 아크레일 기업의 회장 베르비스가 나왔다. 그도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번 금성과의 동맹과 전쟁 지원은 아크레일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지구와 금성의 새로운 우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베르비스는 그리고 총수를 쳐다 보며 얘기했다.
“총수님. 지금은 비상 상황으로 우리 지구는 전후 복구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재해대책부장을 임명하여 이 상황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지구의 능력을 총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수가 대답했다.
“재해대책부장?”
“예. 그리고 그 일에 저 베르비스 에실을 임명해주시면 가문과 기업 회의의 일원으로써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여 지구의 기업인들과 시민들에게 봉사하겠습니다.”
베르비스의 제안에 화면판을 보던 교수가 벌떡 일어났다.
“이런 망할! 저 자식이 재해대책부장이 되면 우리 계획이 전부 꼬이게 되잖아!!”
내가 말했다.
“전에 회의에서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꽤 머리가 똑똑한 것 같더군요.”
“빌어먹을!!! 내가 이래서 똘똘한 자식들은 질색이라니까!!!”
그게 교수가 되서 할 말이냐? 어쨌든 내가 총수가 되는 작전(강제?)은 시작부터 꽤 꼬여버렸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1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4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2세. 플리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