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58화 (58/86)

〈 58화 〉 포식자들의 세상 ­58­

* * *

­리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고민으로 가득 차 긴 시간임에도 마치 찰나의 시간처럼 금방 집에 도착한 것 같았다. 짜증남(에프타인)의 제안 때문이다. 돌아오면서 나는 그 제안을 받은 것을 매우 후회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총수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군대를 동경했어도 사령관이니 소장이니 중장이니 하는 계급도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군대는 그저 같이 별 추억도 쌓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정도였다.

당연히 현재 불만도 없었다. 짜증남(에프타인)은 내게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라는 듯 유도하는데 그런게 있을 리가 없지. 오히려 군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명령까지 위반하며 스스로 수사하고 다녔구만.

기업 회의에 불만은 지구의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 회의도 자신이 시민들의 욕받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래서 대부분 여러 사상의 주장자들도 범죄 조직이 아닌 이상 놔두고 있던 거지만 이번 사태로 아마.. 제재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기업 회의에 대한 불만보다 전쟁을 기회로 반란을 일으킨 시민들에게 더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총수는 나에게 있어 나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많은 혜택을 받으면 받았지. 물론 면전에서 혼난 일은 몇 번 있지만 군인이 상급자에게 혼나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주먹질을 한 것도 아니니 불만은 없다.

한마디로 나는 지구의 기업회의를 뒤엎고 내가 총수가 되는 것에 관심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세 명 간 비밀회의는 비밀로 되어있으니 아는 놈은 짜증남(에프타인)과 그 아줌마(플리사) 뿐이다. 그렇다면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하고 넘기면 된다. 나의 고민이 집 앞까지 와서야 무시하자는 결론에 도달하며 끝났다. 집에 가면 다시 루디샤가 목욕물을 받아 놓고 나를 씻겨 주는지에 대한 여부를 묻겠지. 나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 돌아온 일상을 느끼고 싶었다.

“나왔어.”

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집에 들어왔다. 루디샤가 맞이 했다.

“다녀오셨어요.”

“응. 좀 피곤한데.”

“쉬세요.”

음? 어? 목욕물은? 루디샤는 한 마디하고 다시 그냥 앉아 있었다.

“저 루디샤. 목욕물은?”

“제가 너무 주인님에게 목욕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행동 양식 프로그램에서 뺐습니다.”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따질 마음은 아니었지만 왠지 반문하기 직전 같은 말을 해버렸다. 루디샤는 잔소리를 듣기 싫은 것처럼 재빨리 내 말을 끊고 보고했다.

“호출 메시지가 30통이 와있습니다. 확인 해 보시겠습니까?”

“어? 어어..”

그녀는 전쟁 중 얻은 화면판의 선을 자신에게 연결하여 호출 메시지 UI를 열었다. 30통 전부 기자 양반(아리카)이었다.

“아.”

걱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면 연락 주라는 메시지만 30통을 보낸거다. 총수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리니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 기자 양반은 어떡하면 좋지? 물론 결혼은 예상대로 할 것이다. 만약 내가 총수 자리를 남은 임기를 기다리지 않고 차지하기 위해 현재 총수와 다툰다면 이 결혼은 성립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나는 짜증남의 제안이 성립되지 않는 인간이다. 그 자식이 이걸 모르고 제안 했을리는 없다. 나와 총수 사이를 이간질? 그 아줌마가 덜컥 제안을 받는 바람에 분위기에 편승해버린 나 자신이 싫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총수에게 말하는 것은... 왠지 혼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기자 양반의 마지막 메시지는 회의 참가 내용이다. 정전 협정에 관한 것인데 전에도 결론이 났지만 이제는 그 아줌마를 어떻게 지원할 것 인가에 대한 내용인 것 같다. 그대로 아크레일사가 지원을 도 맡나? 마지막 회의에서는 분명 여러 기업 회의들이 '그 아줌마'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그리고 루디샤는 어딘가 냉정해진 것 같다. 갑자기 로봇이 된 느낌이다. 원래 로봇이긴 하지만.

다음 날 나는 거대한 기업 회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자그마한 회의실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을 보니 본격적으로 전쟁이 끝났음을 시민들에게 선포할 모양이다. 기업 회의는 베르비스의 의견에 전원 찬성이었다. 당연하다. 아주 노련한 선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업 회의는 전쟁으로 얻은 손해를 메꾸기 위해 가족의 비참한 죽음이나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이미 넘긴 것 같았다.

나도 정전은 찬성이지만 이유가 너무 이익 만을 바라보고 있어 비인간적이라 거부감이 들었다. 거부감은 노웬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전 남부사령관으로써 회의에 참가한 노웬은 1차 회의가 얼마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미 모든 사단장들을 규합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했다.

“... 이상지구의 전 군은 금성과의 불평등한 정전과 동맹에 불가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는 모든 사단장들에게 물어보셔도 같은 답변을 들을 겁니다.”

군인들의 폭탄 발언에 총수는 나를 보았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나도 몰랐다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고 손바닥을 보이며 손을 올렸다. 노웬은 총수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바로 답변했다.

“서부사령관은 모를거요. 연락 한 적도 없습니다. 뭐 백칩도 없는 인간이니 연락하기도 쉽지 않기도 하고요.”

케리스도 당황한 표정이다. 국방부 장관도 몰랐구만. 지구의 전 군은 나와 케리스를 빼고 모두 금성과 계속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총수가 말했다.

“하지만 사령관. 저번 회의에서는...”

“그때도 온전히 찬성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군인들은 회의에서 들러리 역할이긴 하다. 원래 말로 뭘 하는 직업도 아니라서 대부분 고개나 끄덕이는 역할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듯 했다. 하긴 나도 맨 처음에 높으신 양반들이랑 회의에서 너무 까부는 바람에 높으신 기업 회의 분들의 기분을 잡치게 했지. 총수는 노웬을 달랬다.

“기분은 이해 하지만 미래를 볼 필요가 있어요.”

“파루스 장군과 장병들의 죽음은 그럼 개죽음이라는 소리입니까!!”

아 파루스.. 더 이상 나는 그를 꼰대니 뭐니 부르지 않는다. 드레이돈의 2차 금성군과 교전 하다가 죽었으니까. 말은 안 했지만 나에게 있어 제2의 아버지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내 뒤를 많이 봐줬다. 총수가 말했다.

“남부사령관이 파루스를 존경했던 것은 알지만 파루스와 친했던 리튼 소장도 가만히 있는데...”

“그게 무엇보다도 제일 화나는 일입니다. 이제 보니 저 자식은 은혜도 모르는 개차반 이기주의자 쓰레기 자식이더군요.”

“예?”

나의 어처구니없는 투의 반사적인 대답에 노웬은 남부에서 봤던 눈빛과는 완전 달라진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자네는 이제 군인도 뭐도 아니야. 기업 회의에 착 달라 붙어서 권력의 이득이나 취하려는 기생충 같은 놈이지.”

“혹시 제 결혼 상대 때문입니까?”

“전혀 아니야! 파루스를 죽인 원수와 아무렇지도 않게 정전 하자고 하는 것에 화난 거야! 결혼 때문이라고 생각 한 건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화난 이유가 기업 회의 쪽 사람과 결혼해서라고 생각 한 거라고?? 이야아! 완전 기업 회의 사람 다 됐구만! 화를 내는 이유를 아주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그딴 버릇은 어디서 배웠나 서부사령관!”

“아니 그게..”

“이제 어디서 군인라는 얘기는 꺼내지도 말게!”

아 파루스 만큼 꼰대였군. 나도 파루스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래서 지금 금성과 싸우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노웬과 수행원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돼지 새끼(노아드)가 나를 보며 한 마디 한다.

“에잉. 앞 뒤 꽉 막힌 군바리 같으니. 자네 같은 버릇 없는 망나니도 정전에 찬성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저렇게 파악 못 해서야 쯧쯧. 나처럼 직접 금성군이랑 붙어 보지도 않고 남부에서 반란군이나 상대하고 있었으니 현실 감각이 없지.”

직접 같은 소리하고 자빠 졌네. 노웬의 심정에 깊게 공감은 한다. 게다가 옆에 쓰레기들과 의견이 같다는 사실이 아주 역겹다. 하지만 나는 정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지원이라고 해도 어차피 금성으로 출발할 때의 처음 뿐, 아줌마가 금성에서 싸울 때에도 계속 지구에서 우주선을 파견하며 지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잠깐 베르비스는 그 정도로 적극적으로 지원 할 생각일까? 분명 전에투자라고 했으니...

회의는 노웬이 분위기를 망쳤지만 망치고 바로 나갔으므로 그 뒤는 부드럽게 진행됐다. 베르비스가 직접 아줌마한테 가서 지구의 의사를 전달하고 지원을 약속하기로 했다. 정전과 동맹은 동시에 진행 될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더 확신이 든 것은 내가 총수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내 의견도 기업 회의와 일치하고 있고 이제 금성으로 전쟁터가 바뀌면 지구는 전후 복구에 신경 쓰면서 일상 생활을 찾으면 된다. 지원은 회의대로 베르비스의 아크레일사에 맡기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총수가 나를 호출했다. 같이 있던루디샤는 그 사실을 기계처럼 전달했다. 내가 총수실로 가며 같이 가겠냐고 했지만 그녀는 돌아가서 집안을 청소하겠다고 말하고 갔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좀 무섭다. 쟤 왜 저래..?

총수실로 가자 총수는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아직도 나는 혼날 것이 남은 거야? 좀 걱정하며 먼저 말을 걸었다.

“총수님. 부르셨습니까?”

“음. 앉게.”

나는 푹신한 쇼파에 앉았다. 총수가 얘기했다.

“총수 자리는 정말 지독한 자리야. 처음에 총수가 될 때는 뛸 듯이 기뻤지만 계속 하다 보니 참 못 해 먹겠어.”

“그렇습니까.”

“아리카하고는 어때? 전쟁터를 전전하느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겠지만 아리카가 나름 도와주기도 했잖아. 결혼이 정해진 뒤로는 좀 진전이 있었나?”

“진전이라뇨? 이제 상황들이 정리되고 있으니 슬슬 시간 내서 얼굴이라도 보긴 해야겠죠.”

“얼굴이라도? 좀 서운하게 얘기하는군. 얼른 보고 싶다고 해야지.”

“그..그렇죠.”

“왜 쑥스럽나?”

“크흠. 익숙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짜증나게. 그런 것 좀 물어보지 않았으면 한다. 가뜩이나 첫 인상도 별로 안 좋았는데... 나에게는 기자 양반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 기자양반 이야기로 웃었던 총수는 다시 표정이 안 좋아지며 말했다.

“사실 나는 지금 많이 힘들다네... 뒤 처리할 것이 아주 산더미야. 자네가 쓴 전쟁 경비에 대한 비용 부담 처리도 그렇고.. 특히 화성에 들어갈 금액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야. 사망자 집계나 특히 엉망진창이 된 동부는 파괴된 인프라 정비부터 해서... 시민들 위로는 또 어떻게... 걸러 낼 정보도 구별해서 보도 지침도 내려야 하고.”

생각해보니 힘들겠다. 이런 자리로 올라가라니 짜증남은 정말 악마 같은 놈이다.

“화성에 지불 할 비용이면 화성 정부보다는 마르마스 기업에 들어가는 거겠죠? 제가 좀 거기를 많이 이용한 것 같은데...”

“어!? 어어.. 그렇지...”

미안한 마음에 얘기를 꺼냈는데 왜 저렇게 화들짝 놀라지. 비용이 대체 얼마길래... 너무 생각 없이 썼나.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궁리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비용 문제는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그냥 좀 힘들어서 한탄을 들어 줄 상대가 필요했던 거야.”

총수는 애수에 찬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 본다. 이렇게 보니 좀 안 됐다. 그의 임기 동안 큰 일이 꽤 많이 터졌다. 진심으로 나는 총수를 동정했다. 저 정도면 한 번 내가 총수를 한다고 말해 볼까? 의외로 기쁜 듯이 넘길지도 모르겠다.

총수는 몇 번 더 신세 한탄을 했다. 동정하던 마음도 계속 부정적인 얘기를 들으니 짜증이 슬슬 났는데 그래도 아슬아슬한 포용 범위 안에 끝나고 총수는 나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 나를 불렀다. 그 철학과 교수였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사령관.왠지 허무한 표정을 짓고 계시군요.”

“아... 그...”

내가 말을 더듬자 내가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것을 알아챘는지 바로 자기 소개를 한다.

“카리탈크 교수입니다. 페르샤 대학 철학과...”

“아! 예예. 카리탈크 교수님.”

“허허 그래도 같이 한 부대에서 생활했는데.. 기억을 못 하신 겁니까.너무 하시군요.”

“아니요.. 순간 생각이 좀 안 났을 뿐입니다.”

이름을 듣자 생각이 나서 얼른 대답 했지만 교수는 그래서 내가 자신의 이름이 생각 안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저 인간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짓만 골라서 한 것도 기억나 버렸다. 자꾸 병사들을 현혹 시키는 듯한 인상만 받았기 때문이다. 교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왔다.

“에프타인님과의 약속은 지키셔야죠?”

“예?”

“총수를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짜증남의 요원이 저 인간이었나? 사실 나는 베르비스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유능하고 말도 통할 것 같아서. 근데 이해하기도 힘든 헛소리나 하는 교수였다니. 다르게생각해 보면 기업 회의7대 기업의 회장 중 하나가 짜증남의 하수인이라면 좀 끔찍하다. 교수가 하수인인 것도 사실 끔찍하긴 하다. 그것도 수도의 명문 중에 명문인 대학의 교수가 짜증남의 요원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니 짜증남이 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남은 좀 섬뜩할 때가 있다. 교수는 밖에서 할 애기는 아니라고 하며 내 집까지 동행했다. 루디샤는 교수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커피 2잔을 만들었다.

“그래서 일단 리튼님의 계획을 들어보죠.”

교수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총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별로 생각이 없는데요.”

“? 예? 리튼님... 그 비밀 회의는..”

“네. 참가했죠.”

“하시겠다고 했잖습니까.”

“그것도 맞죠.”

“그런데도 하기 싫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현 기업 회의에불만이 없는데 어쩌라구요? 아무리 봐도 에프타인과 플리사한테 속은 느낌입니다. 분위기에 떠밀려서 하는 거니 당연히 결과가 좋을리도 없을 거에요. 차라리지금 총수님을 설득해서 인류 동맹을 제안해도 될 것 같은데.”

“총수님은 그 제안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는 뼛속까지 지구인이니까요.”

“그럼 나는 뭐 혼혈입니까? 그리고 애초에 다들 지구, 금성, 화성 다 섞여 있구만.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구요.”

“그럼 다르게 표현하죠. 뼛속까지 기업인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평등한 인류 동맹은 유리한 사업권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거든요. 에프타인님의 말에는 그런 평등까지 포함 되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평화를 구축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하시는거죠.”

나는 순간 불쾌해져서 따졌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이윤 따지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걸 제한하면 평등이라고 부를 수 있나? 하지만 나는 다른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교수나 되시는 분이 에프타인님님님 거리면서 그러는 것도 좀 아니지 않나요? 에프타인을 찬양하시는 느낌인데.”

“그게 불편하면 죄송합니다만 그야 에프타인님은 제 마음에 쏙 든 인물이라서요.”

“...? 무슨 소리인지...이해가 좀 안되는군요.”

“언젠가는 이해하실 겁니다. 그는 우주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이 교수 역시 정상이 아닌데? 저래도 되나 싶다.

“죄송하지만 그 제안은 저는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내가총수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돼요. 제가 일단 조건이 안 되요. 전 기업인도 아니라구요. 개인적으로 총수님을 배신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교수는 물러나지 않고 계속 나를 설득했다. 나와 교수의언성이 높아지자 루디샤가 나섰다.

“오빠가 불편해 하잖아요. 나가세요!”

모처럼 인간 연기를 한다. 교수는 루디샤를 좀 보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

“이야.. 허허 이것 참.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군요. 정말 사람과 똑같아요.”

루디샤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예..?”

교수가 말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반인공지능파처럼 과격하지는 않더라도 과거 있었던 일들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에 충분하죠. 인공지능로봇? 징역형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심각한 위법 행위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지? 루디샤는 철저하게 위장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 명 없다. 일단 시치미를 떼 보자.

“무슨 망상하세요? 루디샤는 제 사촌 동생이라고요. 쟤가 무슨 로봇입니까? 안 그래?”

“맞아요 오빠. 어디서 교수가 아니라 정신병자를 데리고 왔어요?”

훌륭한 연기다. 하지만 교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얘기했다.

“흠. 그거 이상하군요. 카사라님이 말하기를 영락없는 인공지능로봇이라고 했는데.”

루디샤가 또 당황한 듯 대답했다.

“예..?”

교수가 말했다.

“제조년일 7757년 7월 23일, 금성 공장에서 제작된 인공지능로봇 아니에요? 7000년대면 거의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로봇이겠군요. 그리고 인간의 향락과 타락이 극에 달해있던 시기니까... 만들어진 목적은 당연히...”

“닥쳐!!!!”

루디샤가 크게 소리친다. 나는 처음 듣는 얘기들로 어안이 벙벙했다. 그저 눈을 굴리며 둘을 번갈아 쳐다 볼 뿐이다.

“여기서 죽여버리고 뒤 처리할수도 있어.”

루디샤가 증오에 차서 무서운 말을 한다. 이럴 수가? 로봇이 저렇게 격렬한 감정 표현을 한다고?

“물론 그렇게 하루 정도 불편한 진실을 무마할 수 있겠군요. 마음대로 하시죠. 하지만 나는 평범한 일반 시민도 아니고 영상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얼굴을 비친 유명한 교수요. 내가 실종되면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을까요? 당장 종강을 앞두고 있어서 학생들과 제자들이 먼저 나를 찾겠군요.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에요. 더구나 저의 백칩을 통해 엘리베이터 타워로 마지막 경로지가 수신 되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 경로지는? 당연히 리튼 장군의 집이 되겠네요. 엘리베이터 타워가 단순히 우주 정거장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죠. 여러 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결국 나 없이도 들어 나는 순간이 올 거에요 루디샤양. 모든 것을 망치고 싶으면 마음 가는데로 하세요. 아 인공지능로봇이라 마음이 없었죠?”

“으....”

루디샤는 아무 짓도 못한 채 부들부들 떨었다. 나도 당황해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의표를 찔린 나와 루디샤에게 교수는 말했다.

“약속은 이행하라고 있는 겁니다. 철부지 애처럼 떼쓰지 마십시오.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리튼님은 충분한 성인입니다. 더 이상 애가 아니에요. 내일은 그럼 적당한 약속 장소에서 총수가 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해봅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이 사실을 말하시면 안됩니다. 여러 가지 진실들이 전부 까발려 질 테니까요.”

교수는 조곤 조곤 나를 협박하고 나갔다. 루디샤는 곧 다시 무표정해져서 감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당황한 것 같다. 인공지능로봇이 당황? 감정이라도 생긴 듯한 느낌이다. 전부터 느꼈던 것이다. 루디샤는 분명 로봇이지만... 생각에 잠기는데 갑자기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루디샤가 말했다.

“주인님. 호출 메시지가 또 왔습니다.”

“누군데..?”

“....아리카입니다. 내일 만나자고 하네요.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자고 합니다.”

“뭐? ....하아아....”

나는 깊은 한 숨을 쉬었다. 내일 그럼 총수가 되기 위해 총수를 뒤통수 칠 논의와 총수의 조카와 결혼식에 대한 상의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인가?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지??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아줌마)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1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4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2세. 플리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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