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포식자들의 세상 57
* * *
에프타인
“솔직히 말해봐요.”
플리사는 나를 재촉했다.
“이미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킬로를 제거할 생각입니다.”
“아킬로 회장은 최근에 노령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뉴스에서 나왔다니까요. 그러니까죽은 것으로 위장했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고 그러시고. 정리 좀 해서 말해봐요.”
플리사는 고집을 꺾지 않고 계속 얘기한다.
“그리고 아킬로 회장을 제거.. 아킬로가 진짜 살아있고 그래서죽인다고 한다면 지금도 못 하실 것은 없을텐데요? 에프타인씨는 공무원이잖아요.. 더구나 장관 직속이고. 화성에서 장관이란 존재는 대단한 파워가 있잖아요? 외교부 장관과 관계도 좋은 것 같던데, 한 마디 속삭이기만 해도 아킬로 같은 기업인은 매장시킬 수도 있을거에요.”
플리사는 화성에서 아킬로의 위상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는 화성에서 영웅입니다. 지구 기업의 독식을 막고 화성인에 것을 화성인에게 돌려 주는 영웅이요. 확실히 결과는 냈습니다. 과정이 끔찍해서 그렇지. 아무리 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차관이라도 아킬로 정도 되는 영웅을 죽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화성의 시민들이 분노할 테니까요.”
플리사는 한심한 듯 얘기했다.
“에프타인씨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눈치를 보나 봐요?”
“아무래도 왕녀님은 왕족이라 시민과의 관계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사실은 꽤 중요합니다. 그리고왕족도 마찬가지고요.”
나의 말에 플리사는 불편한지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을 뿐 이다.
바스락.
어두운 새벽, 밝은 달 아래 어색한 수풀 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뭔가가 발로 밟았기 때문에 나는 소리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 보았다. 플리사가 얘기했다.
“정말 그게 전부에요? 금성, 지구를 끌어드리는 이, 크기만 한 계획을 벌이는 이유가?”
나는 뒤 쪽을 신경 쓰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이득이 되는 제안입니다. 각각 행성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각 행성의 정점에 올라 문제점을 고치고 나아가 서로 영구적인 동맹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나쁠 게 있나요? 예전에는 불평등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전쟁이 나는 것입니다.”
플리사는 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숲에서 건장한 남자 둘이 튀어 나와 나의 몸을 붙잡아 바닥으로 꽂았다. 가슴이 정통으로 바닥에 꽂혀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쿨럭 크헉 소리를 내며 나는 괴로워했다. 한 명은 그대로 나를 잡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작은 칼을 꺼냈다. 플리사는 천천히 다가왔다.
“리튼은 의심만 하고 끝내는 애송이지만 나는 달라. 너가 금성에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도 있고 지금 지구와 전쟁을 겪는, 이 지경이 된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돼. 나는 전쟁 내내 생각했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케테로스는 전쟁을 벌였을까. 왜 하필 화성은 전면전에서 빠졌을까. 화성은 금성을 공정하게 대했는가. 일련의 사건들을 조합해보면 아무리 봐도 니놈이 원흉이야 에프타인.”
“지...진정하십시오 왕녀님.. 쿨럭..”
“오. 드디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군.”
플리사가 말했다.
“이제 솔직히 얘기할 때가 됐다. 빨리 너의 속마음을 얘기해봐.”
“대체 어떤 속마음을 얘기하라는 겁니까. 왕녀님의 마음에 드는 답변을 해야 하는 겁니까?”
나의 말에 플리사는 나의 얼굴을 발로 찼다. 아주 세게 차진 않았다. 정신이 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입에서 무언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피일 것이다. 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칼을 든 사내가 내 목에 칼을 겨누었다. 플리사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마디 했다.
“3”
그 다음은
“2”
“1”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플리사가 숫자를 다 세면 내 목이 그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의 말에 플리사는 손짓으로 칼을 거두도록 명령했다.
“계속 해.”
“그러니까.. 저는 노숙자 출신입니다. 집도 뭐도 없던 인간이죠. 하지만 부모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린 화성의 인공 강 다리 밑에서 생활했습니다. 노숙자치고는 운이 좋았죠. 유동인구도 많아서 구걸하기에도 좋은 위치였고...”
플리사가 말했다.
“아~ 그러니까 노숙자 출신이었군? 좋아 계속해봐.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조금 보여주는군. 그 동안 일방적으로 남의 모습만 보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이... 나는 그것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져서 말이야. 좀 거친 수를 쓰게 됐어. 이해하길 바래.”
나는 플리사의 조롱 섞인 말에 딱히 반응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느 날 한 술에 취한 것 같은 웃음소리만 큰 사람이 맞아 죽을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나는 그를 샛길로 안내하며 위기에서 구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그는 나한테 관심을 보였죠. 나는 어린 나이의 소년이었지만 이건 기회라고 생각됐습니다. 실제로도 나를 자신의 집에 저를 데려갔죠. 보호자 신분도 요청하면서..”
“흐음.”
이야기가 진행되자 플리사는 뭔가 만족한 듯 했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런 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정부에 대해 묻길래 정부가 잘하면 사람들도 친절해지고 정부가 못하면 사람들도 거칠어진다고 대답한 적이 있죠. 아마 그것이 나를 데려가려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제발 아들만이라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 했었지만요.”
병들었던 아버지가 죽기 전 마지막 힘을 내 한 말이었다. 그것은 돈 구걸이나 자신을 살려달라는 말이 아니라 아들만이라도 데려가서 보통 인간처럼 살게 해달라는... 어쨌든다른 종류의 구걸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사실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는 왠지 센스있는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가 바라는 대답을 적절하게 해주었을 뿐입니다.”
“거짓말이라니. 정부에 따라서 사람이 거칠어지고 순해지고 뭐 그런거?”
“예 그렇습니다. 실은 그딴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거든요.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져도 선량한 사람은 언제나 선량하고 가학적인 인간들은 언제나 가학적인 법입니다. 그것은 세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본성입니다. 타고난 거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왜 그렇게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신이 정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의 허영심을 만족 시켜줄 만한 대답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먹혔고 나는 그의 집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플리사가 얘기했다.
“그렇게 외교부 차관까지 오른건가.”
나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 때 당시. 그러니까 지금 외교부 장관인 밀런은 젊은 시절 별로 부자도 아니었고 오히려 가난한 편이었습니다. 그의 집은 방 하나에 모든 것이 진열되어있는 단칸방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너무 행복하더군요. 천장이 있는 공간은 너무 아늑했습니다. 그의 부인은 저를 싫어하고 괴롭혔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어차피 같이 자고 생활하는 일은 익숙하기도 했고 씻을 수도 있었고.”
플리사가 얘기했다.
“좋아. 옛날 이야기 듣는 것은 나쁘지 않은데 지금 인류 동맹 제창이랑 무슨 연관이 있지?”
나는 다시 대답 대신 이야기를 진행했다.
“...전 점점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딱딱한, 사람의 신발이 지나가던 돌바닥에서 자다가 이불이 깔린 바닥에서 자는 것은 너무 황홀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침대, 그 다음은 개인방, 점점 쾌적함에 눈을 뜨고 더욱 쾌적해지고 싶은 욕망이 커진 겁니다. 그러다보니 더 그럴듯한 직장을 노렸죠. 더 번듯한 직장, 더 쾌적한 공간, 더 깔끔한 옷, 더 말끔한 외모... 나는 내 자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거야?”
“그렇습니다.”
플리사는 의문을 표했다.
"어떻게 차관이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관은 아무나 될 수는 없어.”
내가 대답했다.
“금성보다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이 받쳐줄 때 이야기지만.”
나를 붙잡고 있는 사내가 나를 때렸다. 금성보다 자유롭다는 말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플리사는 그를 제지하고 물었다.
“돈이 받쳐준다는 것은 아킬로 회장하고 연관 있는 이야기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했습니다만 가난함을 극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물론 예상은 했지만아버지는 병으로 내가 떠난 직 후 얼마 안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정신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죠. 아마 그것이 그 당시 최대 행운이었을 겁니다. 적어도 어머니는 국가에서 돌봐주고 있었으니까요. 정신병이 걸린 덕분에.”
“....”
플리사는 할 말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개의치 않고 얘기를 계속 했다.
“40이 가까워져도 가난한 삶은 계속 되었고 덕분에 결혼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밀런도 고군분투 했지만 그냥 저냥 하루를 버티며 살 수 있는 정도 였습니다. 그 쯤되니 밀런의 부인도 나의 노력을 인정해 줘서 사이는 원활해졌습니다만.. 그 정도였죠. 나의 욕망을 전혀 채워주지는 못 했습니다. 그 때 만난게 아킬로 회장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커리어를 쌓았더니 마르마스에서 헤드헌팅을 당했고 나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마르마스 회장인 아킬로가 직접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게 요식업이었습니다. 마르마스 기업이 지구까지 인정 받게 된 계기는 나와 아킬로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낸 빵과 고기, 식문화 혁명이었던 겁니다.”
플리사가 말했다.
“요식업이 너와 아킬로의 작품이었나? 전혀 몰랐는데...”
“제가 모든 공을 아킬로 회장에게 돌렸습니다. 대신에 다른 딜을 넣었죠.”
“그 딜은외교부 차관이 된 이유가 되겠군?”
“맞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시민들에게 최악의 정부 부처였으니까요. 지구에게 연속으로 굴욕 외교를 펼치며 화성을 얕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노예 자식, 화성을 금성과 동급으로 떨어트리려는 악마 등으로 불렸고 어떤 사람들은 지구의 스파이인지 금성의 스파이인지 내기까지 하고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마르마스 회장이 요식업으로 지구 기업들의 독주를 막았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지구 기업을 화성에서 몰아내기 시작한 겁니다. 지구인에게 위축 되었던시민들은 환호했고 영웅이 된 아킬로가 직접 밀어준 밀런은 외교부 장관으로 손쉽게 될 수 있었습니다.”
플리사가 질문했다.
“장관도 투표로 뽑나?”
“당연합니다. 화성은 대통령과 장관에게 엄청난 권력을 몰아주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임기년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막 나가면 임기가 끝나고 고스란히 대가를 돌려받으니까요. 참고로 차관은 장관이 임명합니다. 그것이 제가 차관이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플리사가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결국은인을 죽이겠다고 하는 거군?”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닙니다. 화성을 망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왕녀님이 금성을 사랑하듯 저도...”
“그 얘기는 됐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은인도 방해가 되니까 제거하겠다고 하는 놈이 사랑을 논하지 마.”
“.....”
플리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여전히 속박당해 있는 상태다. 플리사는 곧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해보니.”
플리사는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대통령을 욕망으로 되고 싶은 너라면.”
플리사는 말을 이었다.
“화성으로도 만족을 못 하겠네?”
나는 대답했다.
“어쩌면 그럴지도요.”
“그래?”
플리사는 비웃는 투로 동의했다.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영구적인 인류 동맹을 제안한 겁니다. 제 욕망이 지구나 금성에게 닿지 않기 위해서요. 한 행성이 공격 받으면 다른 두 행성이 방어하는 식으로 불리하게 끔 말이죠. 너무 불리해서 더 이상 욕망을 꿈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요.”
플리사가 말했다.
“내 생각은 달라. 너는 병사 한 명 없이 두 행성을 입으로만 들 쑤셨잖아. 너는 역시 여기서 죽는 것이 세 행성의, 전 우주의 평화를 찾게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칼을 가진 사내는 다시 칼을 칼집에서 뺐다. 이건 큰일이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하지만 플리사가 다행히도 기회를 주었다.
“...내가 너를 죽이면 안되는 이유를 세 가지만 말해봐. 밀런 장관을 대답으로 만족시켰듯이 나도 한 번 만족시켜봐. 참고로 이유는 아주 세련되고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위트가 있어야 해.”
나는 바로 대답했다.
“첫째로 저를 죽이면 화성과 금성의 사이가 영원히 틀어질겁니다. 지난 10년 간 저는 화성에서 입지를 아주 공고히 다졌습니다.”
플리사가 즉시 반문했다.
“그래? 내가 아는 사실은 현재 대통령한테만 이쁨받고 나머지 장관들은 너를 질투하고 아니꼽게 보고 있다던데. 그렇게 너를 좋아하는 현재 화성의 대통령은 너가 뒷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고 말이야.”
“두 번 째 이유는 지구에서도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죽게 되면 지구는 금성과 정전 협정을 맺지 않을 겁니다.”
“금시초문이다. 설령 너가 진짜로 지구와 친밀하다고 해도 지금 여기서 죽인 뒤 시체만 뒤처리해서 실종 처리하면 그만이야. 내가 금성에서 지구인과 화성인을 솎아내는 정화 작전 책임자라는 사실을 잊었어?”
“그리고 마지막 이유입니다.”
나는 심호흡을 살짝 하고 말을 이었다.
“지금 마르마스 기업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플리사가 반응을 보였다. 나는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답했다.
“회장이 죽지 않는다는 제 추측은 역대 마르마스 회장들의 움직임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모든 회장의 취미가 그림 그리기이고 모든 회장의 이상형이 검은 생머리에 엉덩이가 큰 여자이고.. 등등. 그래서 나는 모습을 바꾸든 무슨 기상 천외한 다른 짓을 하든 해서 분명 죽지 않고 신분만 바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것 말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플리사는 듣고 있으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하다. 나는 그런 플리사의 기대에 부응하듯 말을 이어갔다.
“혹시... 고기를 드신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먹지. 아 물론 인간은 빼고.”
“그럼 화성산 고기도 먹은 적이 있습니까?”
“음..?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먹지 않았을까?”
“그럼 왕녀님도 이미 인간을 맛 본 적이 있는겁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잡고 있는 남자가 다그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사내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저런.. 화성산 고기가 싸고 맛있었어 자주 드셨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인육을 먹은 겁니다. 하긴 금성인들은 지구인들을 직접 잡아서 인지하고 먹은 적이 있으니 별로 충격 받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플리사가 말했다.
“자세히 얘기해 봐.”
“생각을 해 보세요. 화성은 지구와 달리 자연이 없습니다. 애초에 소나 돼지가 없었어요.인공적으로 사람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든거죠. 화성 개발 당시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조성하면 그 다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어서 정말 간결하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정도로만 개조했어요. 그것도 테라포밍이라고 부른게 웃기지만. 어쨌든 노력은 성공했고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돌아갔죠. 인공날씨, 인공공기, 인공강... 인공지능을 배척한 주제에 그런 건 또 인공지능에게 하염 없이 의지하고 있죠. 그런데 대체 화성은 고기를 어떻게 만들고 유통 시키고 있는 걸까요.”
“...뭐?”
플리사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이 결정타를 먹일 때이다.
“화성에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고기는 100% 인육입니다. 그것을 소나 돼지고기인 척 속인 겁니다. 애초에 우리는 소나 돼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마르마스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공표되면 많은 지구인들이 화장실로 달려가겠군요. 웃긴 것은 케테로스 대왕은 그 사실도 모르고 엄중하게 인간을 그만둔다면서 이리탈크를 잡아 먹는 퍼포먼스를 펼쳤죠. 그 전에도 계속 인육을 먹어 온 주제에 말입니다.”
“닥쳐!!!”
플리사가 소리 질렀다. 그리고 이내 침착하게 다시 얘기했다.
“잠깐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다.”
꽤 장시간을 플리사는 말 없이 있었다. 생각이 정리 됐는지 플리사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화성인들을 계속 죽인 거냐? 그럼 벌써 들켰을텐데. 궁지에 몰려서 아무 얘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굳이 화성인들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요식업 아이디어도 우리가 찾아낸 지하 공장 때문이었어요. 그 공장은 고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이었습니다. 마르마스 본사는 그 위에 지어졌죠. 3000년은커녕 인공지능 시대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공장이었습니다.”
“그것은 말도 안돼. 우리가 화성과 금성에 이주하기 시작한 것이 3000년 전 일텐데? 그 이전에 인류가 이미 화성에서 살았단 말이야?”
“저도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자원 채취를 위해 오래전부터 인류가 금성이나 화성을 오가기는 했으니까 지을려면 못 지을 것도 없었을 겁니다. 공기가 없던 시절이니.. 그래서 어쩌면 지하에 지은 걸지도요. 공기도 넣고 말이죠. 발견 당시에도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발견 후 우리는 요식업을 시작했고 처음에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진짜 고기를 위해 태어난 눈코입도 없는 불쌍한 네 발 달린 생물을 도축해서 팔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나가고 터졌습니다. 공장에 집어 넣을 재료가 다 떨어진거죠. 공장은 공회전 소리만 날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킬로는 초조해졌던 것 같습니다. 기업인에게 이익이 지체되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플리사의 짤막한 반응에 나는 대답했다.
“아킬로는 연구원을 시켜 분석하고 재료를 알아내게 시켰지만... 우리는 과거 지식이 풍부하던 옛 인류가 아니었어요. 인공지능에게 길들여진 노는 것에 익숙한 철부지 인류였죠. 물론 시간을 꾸준히 투자했다면 결국 알아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킬로는 참을성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살을.. 허벅지 살을 조금 잘라 재료통에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공장에는 인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거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뒤로는 자신을 분석하면서 재료들을 넣었습니다. 살 조금 정도야 어차피 다시 생기니까요.”
“아킬로 회장이 그 정도로 미쳤다고? 그리고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지?”
“광기 있는 인물이죠. 그리고 이 사실은 제가 정보를 알아내려고 노력한 것도 아닙니다. 아킬로는나와 동료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 자랑하듯 직접 얘기한 겁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건 이제부터 인데요.”
“또 뭔데?”
“그는 이 사실을 이미 협박으로 써먹고 있다는 겁니다.”
“협박?”
“자신에게 반항하면 너희들이 지금까지 먹었던 것은 인육이다라고 공표하겠다고 한 겁니다. 현 대통령과 현 총수는 이미 협박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아마 남들에게는 말 못하는 비밀일 겁니다.”
플리사가 말했다.
“토악질이 나오는 얘기이긴 해. 물론 사실이라면 말이지. 하지만.. 이미 먹었으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오히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열 받아서 아킬로를 죽이려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협박할 것이 아니라 이건 마르마스 기업의 약점인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역겨운 사실에 미쳐버리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이란 생각보다 여린 존재입니다. 어제까지 맛있게 먹었던 고기가 알고 보니 인육이었다니 상상만 해도...”
칼을 든 사내는 이미 속이 울렁거리는지 헛구역질을 했다. 플리사도 씁쓸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아킬로는 적어도 저를 아직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허점을 이용해서 그에게 접근해 죽일 기회를 만들겁니다. 그리고 마르마스를 해체하는거죠. 고기도 다시 새로 먹을 수 있는 고기로 만들거고요.”
플리사는 약간을 시간을 들인 후 나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화성으로 만족해야 할 거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녀의 발언은 내가 화성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제야 자유의 몸이 된 나는 다시 지구의 수도로 향했다. 기업 회의 총수에게 인사한 뒤 재빨리 화성으로 돌아가서 계획을 실행시킬 예정이다. 물론 회장의 행동이 역겨워서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회장의 불사의 비밀이 알고 싶다. 아직은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 했지만 회장을 조사하면 할수록 확신이 든다. 그는 몇 백년 간 죽지 않은 거다. 나는 반드시 그 비밀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대통령직은 물론이고 내가 노리는 진정한 것은 바로 불사의 비밀이다. 이것을 알아내면 나는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1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4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2세. 플리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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