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56화 (56/86)

〈 56화 〉 포식자들의 세상 ­56­

* * *

­에프타인­

언제나 눈을 뜨면 추웠다. 온화한 화성의 날씨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추위를 더 느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두꺼운 옷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생활하는 것은 언제나 추운 상태에 노출되어야 했다. 온화한 날씨는 여름에도 덥지 않고 겨울에도 밖에서 지낼 만 하다. 그래서 노숙자들을 위한 시설도 거의 없었다. 적어도 얼어 죽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숙자는 언제나 춥고, 또 병에 걸렸다. 무병의 시대에 나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병으로 죽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병을 정복했다는 오만한 발언이 노숙자를 사람으로 취급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유년기는 비인간으로 사라져갔다.

옛 생각이 들 때 마다 나는 저절로 인상이 쓰여진다. 되도록 남에게는 보여주기 싫은 인상이다. 감정을 내보이는 것은 약점을 내보이는 것과 같다. 누군가에는 호감으로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만만하고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만든다. 감정은 함부로 내보일만한 요소가 아니다.

나는 곧 있을 회의를 직접 준비하며 잡념을 떨치기로 했다. 지구 동부 지역 외진 곳에 옛 인류의 흔적이 남은 폐건물이다. 옛 정취가 느껴지는 한편 바닥이 흙과 잡초로 얽혀 있어 좀 정리를 해야 했다. 아마.. 이 건물은 다층 건물일 것이다. 지금의 1층이 과거 이 옛 폐건물에는 몇 층 쯤 될까.

잡념을 떨치기 위해 또 다른 잡념이 든다. 언제나 이렇다. 나의 인생은 나를 다스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의 연속이다....그러든지 말든지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있다. 분주함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자신에게 무언가는 남는다. 그게무엇이 되었든.

바쁘게 손을 움직이던 중 밖에 소리가 들렸다. 내가 초대한 손님이 온 모양이다. 곧 리튼이 들어왔다. 리튼은 오자마자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입구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람! 왜 이런데서 보자고 한 겁니까!”

지구는 참 불쌍하다. 저런 놈을 제외하면 의지할 사람이 없다니. 경박하고 예의없고 생각은 얕다. 그의 방식은 언제나 무식하고 자원을 낭비한다. 리튼의 장점은 곱상하게 잘 생긴 외모밖에 없을 것이다. 저 얼굴을 가지고 성격도 찌질하다. 저런 놈을 지구는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금성이 지구를 침략하기 전 내가 이런저런 수를 썼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제법 리튼은 그럭저럭 해냈다. 지구의 생명을 깎아먹으면서 대외적으로는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리튼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그의 예상 외의 활약은..덕분에 나는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가 되었다. 첫 번째 이유는 금성왕의 폭주다. 어쨌든가끔 리튼을 짜증나게 만드는 것도 내가 속으로 리튼 때문에 짜증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꽤 힘들었다.

“비밀 회의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곳은 누구도 모르는 곳입니다. 지구 곳곳에 눈이 닿는 기업회의조차 말이죠.”

내가 조용히 말하자 리튼도 곧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는 금성의 제안을 받을 겁니다. 화성이 뭐라 하든지 말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정전에 반대하려고 부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한 분이 더 와야 하니 커피라도 드시겠습니까?”

“써서 별로지만, 그러죠 뭐. 할 것도 없잖아요.”

단순한 놈... 나는 곧 준비한 커피를 리튼에게 따라 주었다. 리튼은 커피를 잠깐 씩 마셨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커피만 한 모금 씩 마셨다. 한참을 마시다가 리튼이 말했다.

“다른 한 명은 혹시 금성인입니까?”

꽤 예리한 질문을 했다. 내가 말했다.

“궁금함을 참고 기다리면서 기대하는 재미도 있지 않겠습니까?”

리튼은 급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모이는 인원은 총 세 명이라면서요! 지구의 기업회의에게 비밀로 하고 모이는 거라면서요! 총 세 명에 비밀이면, 나랑 에프타인씨 제외하면 그 금성인 밖에 더 있어요?!”

“흠. 그럼 리튼씨는 나머지 그 한 명이 어느 금성인이라고 생각하시죠.”

“그 여자 밖에 없겠지 뭐. 그거 알아요? 에프타인씨는 예의있고 교양있고 어쩌구하는 소문이 있는데 나한테는 꽤 싸가지가 없는 것 같다고요.”

리튼은 다른 곳을 보며 궁시렁거린다. 나는 그냥 양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또 다시 제법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한 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약속 시간도 이미 지나버렸다.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리튼은 또 말을 걸었다.

“안 오는 것 아니에요?”

“그럴 리 없습니다. 확실하게 전달했으니까요.”

“그 말을 믿어요? 하긴 나도 혼자 오라고 쫄래 쫄래 혼자 왔지. 내가 멍청이지.”

리튼이 투덜거리던 중 밖에 소리가 들렸다. 리튼은 바로 투덜거림을 멈추고 들어오는 입구 쪽을 경계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플리사가 들어왔다. 연한 블론드색의 포니테일. 에메랄드 눈 색. 과거 금성 미모의 대명사. 이제는 유부녀로 아이도 있는 어머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것은 세상의 객관적인 평가고 내 개인적인 평가는 아주 성가신 인물이라는 것이다. 내가 금성왕을 은밀히 행동을 유도할 때 종종 훼방을 놓았다. 리튼은 나를 싫어하지만 나를 적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하지만 플리사는 다르다. 그녀는 확실히 나를 적으로 인식하는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하는 것은 덤이다. 감도 예리하다. 늦게 온 것만 봐도 그냥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저 애송이는 누구야.”

플리사는 들어오자마자 리튼을 보며 얘기했다. 리튼이 반응했다.

“애송이?”

플리사는 내가 마련해 준 의자를 무시하고 구석에 있던 원형 의자를 끌고 와 앉아 리튼에게 말했다.

“애송이 맞잖아. 전술도 없는 놈 주제에.”

“아 이 아줌마는 또 뭐라는 거야.”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하긴 서로 잔인하게 죽이니 마니 하며 공개 방송까지 한 사이니까 사이가 좋을리 없다. 리튼이 여기서 가장 혈기왕성하게 젊기도 하고. 리튼이 말했다.

“북부와 서부, 남부, 동부 까지 전부 정리한 나한테 전술이 없다고 말하다니. 그러는 아줌마는 뭐 했어요?”

“먼저 첫 번째로 동부는 다시 우리 금성인에게 다시 뺐겼잖아?”

얘기가 길어질 것 같다. 말리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잠시 놔둘까. 어차피 저 말싸움은 리튼이 지게 되어있다. 플리사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애송이 너가 금성과 싸워서 이긴 적이 있나? 전부 반란군이나 정리하며 돌아다녔지. 직접적으로 싸워서 이긴 적도 없으면서 잘난 체 하지마.멍청하게 유도당해서 매복한 금성군에게 실컷 공격 당하기나 했지.”

“어차피 반란군은 너희들이 뒤에서 꾸민 짓이겠지.”

리튼의 너희들이라는 말에서 괜히 내가 찔린다. ‘뒤에서꾸민 짓'에 화성도 포함 되있는 것은 아니겠지?플리사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애송이 너는 남부에서 뭐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잖아? 날씨가 다 했지. 그리고, 세상 어느 사령관이 적군2000만 명 넘게 대기권을 돌파하게 냅두냐.”

“....”

리튼은 반격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듯 했다. 이쯤에서 적당히 플리사 편을 들어야겠다.

“두분 다 감정 상한 것은 알고 있지만 적당히 하시고...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플리사님도 금성군 몰래 오신 것이겠죠?”

플리사가 대답했다.

“난 알려져도 상관없어요. 왜 비밀로 붙이라는 겁니까.”

내가 말했다.

“사실 이건 지구를 위한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기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지하기 쉬우니까요.”

“기밀로 할 사항이 뭐죠?”

플리사가 물어보자 리튼이 대답했다.

“아줌마는초반에 내가 쏜 미사일로 죽을 뻔했잖아.”

??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하지. 서로 비난 하는 시간도 아까 끝났다. 나는 리튼을 말리기 위해 손 짓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전쟁 초반에 나는 당연히 지구로 너희들을 내려오지 못하게 하려고 미사일을 잔뜩 준비했었다고. 그리고 성공했잖아.”

플리사가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그래서 2차 금성군을 막았어? 못 막았지. 그리고 사실 너는 1차 금성군도 못 막았어. 탈출선은 신경도 안 쓰더만. 분명 살아 남은 인원이 소수니까 그렇겠지? 물론그 대가도 톡톡히 치룬거고. 왜 두 번 얘기하게 해. 내가 제일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못 알아 먹고 계속 똑같은 얘기 하게 만드는 거야.”

“초전에 미사일에 맞고 죽어버렸어야 하는데.”

리튼이 분노하며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얘기를 해버렸다. 플리사도 화가 나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니 이 애송이 자식이 못 하는 말이 없네? 왜? 억울해서 다시 한 판 붙고 싶나?”

내가 말렸다.

“다들 그만 하시라니까요. 정말 이 회의는 중요한 회의라구요. 유치한 말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닙니다.”

리튼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어지간히 분한 모양인데. 플리사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 하는데 너는 전술이든 전략이든 섬세함이 너무 부족해. 무조건 미사일나 포 같은 걸로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섬세함은 무슨. 이기면 그만이지. 예술 활동이라도 하자는 거야 아줌마?”

“그래 그래. 애송이한테 어려운 얘기해봤자겠지? 알아 들어 먹지를 못하니까.”

나는 드물게 크게 소리쳤다.

“다들 이제 그만!”

리튼과 플리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리튼이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빈정거렸다.

“이야...큰 목소리도 낼 줄 아시네요?”

내가 리튼에게 말했다.

“자꾸 예전 일을 꺼내면서 유치하게 전술 토론이나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위험천만한 회의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이 회의를 도중에 들키면 정말 서로 위험해질거요. 그러니 빨리 할 이야기를 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전술 토론이 유치한 것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그래서 할 말이 뭐죠?”

플리사가 물어보았다. 이 둘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것 같군.

“흠... 리튼씨도 동의하시는 거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나는 플리사에게 다시 자리에 앉도록 부탁하고 한 번 목을 가다듬은 뒤 이야기했다.

“먼저... 금성과 지구 간에 불행한 일은, 금성의 국내 문제가 터지면서 서로 마무리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지구는 전쟁과 반란으로 전 국토가 난리 난 상태고 금성은.. 귀족이 반란을 일으켜 상황이 제대로 수습이 되지 않은 상태로 2차 금성군을 파견해 버렸죠.”

리튼과 플리사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다. 나는 계속 발언했다.

“이제 금성과 지구는 서로 내부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인거죠. 그러니 당연히 정전 협정을 맺어야 하는 것이고. 문제는 지구는 침략 당한 입장으로 이 정전에 반대하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요. 몇 명 있어요.”

리튼이 생각나는 사람이 몇 명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이어 얘기했다.

“그래서.. 계속 싸울 건가요?이대로 계속 가면 금성과 지구는 공멸할 것입니다.”

플리사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지만 꾹 참는 것 같다. 플리사가 주먹을 세게 쥔다. 아마 화성이 금성과 공조해 지구를 침략한 사실이겠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 화성은 중립이다. 보조적인 역할만 취한 것이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금성인들도 몇 명 없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지구의 정전 협정 논의가 길어질수록 금성의 플리사 왕녀님은 금성으로 돌아가 금성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질 것입니다. 금성 입장에서는 재빨리 돌아갈 필요가 있죠. 그러니 제안합니다.”

나의 발언에 리튼과 플리사는 집중 중이다. 둘 다 앉은 자세는 삐딱하지만 분명 집중해서 듣고 있다.

“저는 플리사 왕녀님의 금성왕 즉위를 지지하고 있고 또한 리튼씨가 지구의 총수로 앉는 것을 지지합니다.”

나의 말에 리튼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말했다.

“잠깐! 잠깐만요! 내가 총수에 앉다니. 무슨 소리에요?”

나는 대답했다.

“그러니까..지구인들 특성 상 금성과 정전을 빨리 맺을 리는 없습니다. 리튼씨는 정전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으니 당연히 리튼씨가 총수에 앉아 강력하게 정전을 밀어붙이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잠깐만요.지금 총수님은 멀쩡히 살아 계십니다. 임기도 꽤 남았고..그리고 제가 총수님의 조카랑 약혼 한 사이인 것은 알고 계십니까?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기로 되어 있다구요. 이미 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었는데...”

리튼이 망설이자 내가 말했다.

“그야 리튼씨가 당장은 쓸모 있으니까 받아 준거죠.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그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리튼씨도 어느 정도 알고 약혼을 받아들이신 거겠죠? 총수는 지구의 시민들을 수습하려고 전쟁으로 인기가 생긴 리튼씨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리튼씨에게 야망이 있기 때문이죠.”

리튼이 발끈하며 대답했다.

“말도 안돼! 저는 그딴 것 없어요!”

“그래요? 그런데도 약혼을 받아들이신 건가요.야망이라고 하지 않아도.. 그래서 지금 지구에 아무 불만이 없습니까?”

“....”

“리튼씨의 아버지는 기업회의를 위해 쿠데타를 막다가 희생하셨죠. 그런데 보상이 있었습니까? 겨우 사관학교 우대 입학 정도였죠. 불우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잖아요?”

“그것 외에도 나름 다들 신경 써주었습니다. 총수님도.. 지금은 전사한 파루스 아저씨도..”

“그래서 그 약혼도 원해서 한 거에요? 신경써주는 일환으로 보여요? 아리카라는 아가씨가 그렇게 매력적이던가요. 결혼 적령기가 꽉 차서 나이도 꽤 있던데? 연상이 취향이었어요?”

아리카라는 기자의 발언에 리튼은 표정이 굳어진다. 확실히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자 총수의 조카인 아리카와 약혼을 한 것 같다. 그런 주제에 야망이 없다고? 리튼은꽤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플리사가 턱을 괴고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저 애송이가 지구의 총수가 된다고? 아주 볼만하겠군요. 개그 프로그램이 따로 없겠어요.”

나는 리튼이 저 말을 듣고 내 제안을 거절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리튼은 그 말을 듣고 흥분했다.

“내가 총수 짓을 못 할거 같아 아줌마? 할 수 있다고!”

플리사가 대답했다.

“자꾸 아줌마 아줌마하는데 겨우 그런 단어로 나를 화내게 할 수 있겠니? 나는 과거가 화려했으니까 별로 화도 안나. 인기 없던 여자들이나 그런 단어에 예민한 거란다 애송아.”

“단어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아줌마?”

“너도 꽤 애송이라는 단어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애송아?”

또 의미 없이 말싸움을 시작하길래 나는 둘을 집중 시켜야 했다.

“총수는 지구의 가장 윗 자리이고 리튼씨는..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경험은 없겠지만 제가 도와줄 적당한 인물을 섭외해 두었습니다. 그 사람을 의지하시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이제.. 진짜 본론입니다만.”

“본론이 몇 개에요?”

플리사가 말하자 나는 대답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각자 할 일을 하러 가면 됩니다.”

나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얘기했다.

“저는 이제 화성에 돌아가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리튼과 플리사는 나의 발언을 듣고 예상보다 놀라지 않았다. 리튼이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아하. 그러니까 우리를 떠 민 이유가 자기도 한 자리 차지하려고 하는 거였구만?”

플리사도 거들었다.

“저 사람이 공짜로 움직이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둘의 말에 대답했다.

“공짜나 다름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대통령이 되고 지지하는 선언만 해주시면 되거든요. 화성 내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어쨌든그 후 세 행성이 영구 동맹을 맺는 겁니다.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차별은 없습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지구와 금성, 화성이 같은 인류로써 인류동맹을 창설하는 것입니다. 물론 플리사 왕녀님은 그 전에 인류를 그만 둔 금성인들을 설득시켜야 겠죠?”

플리사가 말했다.

“어차피... 케테로스의 지구인에 대한 원한에 크게 동조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인류 자체를 그만 두고 인간을 식량으로 삼자는 얘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었을거에요. 다시 인류로 복귀한다고 금성인들이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과격한 행동을 한 금성인도 많지만 대부분 지구인에 대한 원망이었을 뿐이죠.”

리튼이 말했다.

“그러니까 에프타인씨의 말은 각자 총수, 대통령, 왕에 올라, 서로 평화로운 영구 동맹을 맺자 이거에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서로 각자 행성에서 살면서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점들을 체험하며 지내셨겠죠. 그것을 고치는데 타인에게 맡겨두기만 해서는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직접 나설 때가 된 겁니다.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에요.”

리튼이 말했다.

“난 그렇게 불만이 있지 않았는데. 그리고 나는 저기 아줌마나 에프타인씨처럼 책임감이 있어야 되는 자리나 신분도 아니었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튼은 손가락으로 낡은 탁자를 톡톡 치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거 함정 아니야? 이 셋 중에서... 한 명만 이득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내가 대답했다.

“그게 누구죠? 그리고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리튼이 말했다.

“글쎄요... 일단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화성이 대단히 유리하다는 생각은 드네요.”

플리사가 말했다.

“그 점은 동감이야. 갑자기 원대한 계획을 그것도 우리들의 비밀로 하자는 것도 수상해. 그렇게 좋은 뜻이라면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정전을 반대하는 지구인들도 협력할 마음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들이 기본적으로 금성을 멸망이라도 시키겠다고 끝까지 전쟁 하겠다는 것도 아닐거고.”

역시 쉽게 안 가는군. 잘 대답해야 한다.

“이런 원대한 계획은 모두가 행복하게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세 행성에서 인류동맹을 행복하게 받아들일까요? 지구만 해도 여러 사상이 충돌하다 못해 반란도 일어나는데요. 분명 방해 공작들이 생기겠죠. 방해에 대처하면 시간은 또 흐를거고. 그리고 불행한 일이지만 지금 지구의 총수와 화성의 대통령은 이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둘 다 사람은 좋아 보이지만 음흉한 구석이 있죠. 그리고 또 불행한 점은 둘 다 내려오려면 한참 남았다는 겁니다. 때로는 대담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그 대담함을 숨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번 계획은 대담함과 은밀함을 동시에 발휘해야 할 계획입니다.”

플리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승낙했다.

“뭐 좋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금성에 돌아가야 합니다. 병력들을 온전히 보존한 채로요.”

리튼은 아까 기세 좋았던 모습과 달리 여전히 망설이는 것 같다.

“생각할 시간은 주어집니까?”

내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요. 지금 정하셔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간은 촉박합니다.우리 셋이 모이는 것은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공하면 다시 한 번 모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막중한 책임을 계속 얻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총수로써 성공하면그만큼 존경심을 얻게 되겠죠.”

리튼이 말했다.

“그래요? 인생은 양날 검과 같아서 좋은 점이 있으면 반드시 안 좋은 점도 있는 겁니다. 누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약간의 적막이 흐르자 플리사가 대답했다.

“그래서 할거야 말거야 애송아. 이 자리가 오래가면 셋 다 위험해. 만약을 대비해 칩은 비활성화 시켰지만 오래가면 금성군이 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수색하러 나올 거야.”

나도 거들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빨리 정하시죠.”

리튼은 우리들의 재촉에 결국 승낙했다. 나는 안도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얘기했다.

“아마 제가 보낸 요원이 리튼씨에게 접근 할 것입니다. 그 요원이 리튼씨를 열심히 도와줄 겁니다. 요원을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플리사 왕녀님에게는..”

“난 됐어요.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플리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리튼은 자신이 없었는지 내 요원을 받아들인 것 같다. 거절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의는 끝났다. 우리 셋은 각 행성에서 최고 자리에 앉아 서로 인류동맹을 결성하고 영구평화동맹을 맺기로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이런 거에 넘어 갈 수 밖에 없는 지구인과 금성인은 현재 상황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겠지만.끝나고 나도 돌아가려는 데 플리사가 접근했다.

“진짜 노리는 것이 뭐요?”

리튼은 이미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약간의 사실을 말해서 신뢰감을 얻어 볼까?

“오랫동안 동맹이었으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화성도 내부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인데요?”

“화성에는 지금 괴물이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안위와 영광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괴물이요. 나도 감정적인 것과 거리가 멀지만.. 그 괴물을 보면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괴물?”

“마르마스 회장. 아킬로 브레스터. 내가 대통령 자리를 원하는 이유는 그 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제가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마르마스 회장은 최근 자연사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나이가 많았으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건가요?”

나는 망설이며 대답했다. '그 사실' 만큼은 나도 확신이 없었다.

“그것이... 아마 죽은 것은 맞을 겁니다. 그런데저도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고... 추측만 하고는 있는데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 같더군요.”

“푸웁..그게 무슨..”

플리사는 어처구니 없어서 살짝 웃음까지 나온 모양이다. 아마 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갭이 느껴져서 웃은 것 같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놈은 내가 원하는, 반드시 잡아먹어야 할 사냥감이니까.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소령.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

가리넬 아웬시프–금성 여자41세.금성군 정보담당관.대령.사망.

다로네프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44세. 피아니스트. 플리사 남편.

루베르트 키바이시치 – 금성 남자 2세. 플리사 아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