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포식자들의 세상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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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스 시점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병사들도 열심히 챙기는 중 이었다. 코시프는 나에게 다가와 대화를 시도했다.
“대장님. 실은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나는 코시프를 보며 쳐다보지 않고 짐을 싸며 대답했다. 나의 손은 분주했다.
“더 좋은 방법이라뇨?”
코시프가 말했다.
“그러니까 숲을 빠져나가는 생 고생을 하지 않고도 지구군이 숲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코시프를 돌아봤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코시프가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건 콜트렘 대령의 작품인데.. 콜트렘 대령도 지구군의 행군 때 매복해서 공격한다는 작전을 세우고는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지구군을 행군 하게 만들려면 자신들이 주위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하면서.. 그 '굴'을 팠습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굴이요? 굴이라면..동굴 말인거죠?”
코시프가 대답했다.
“예. 전초기지들이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굴을 뚫기 위한 것 이었습니다. 대장님은 콜트렘 대령이 느긋하게 있다고 봤겠지만 아래에서는 꽤 바빴어요. 검은 낫 부대도 열심히 굴을 팠습니다.”
“아하.. 그랬었군요.”
코시프가 말했다.
“금성이나 화성은 대기권에 있는 유지장치가 감시 카메라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직관적으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는 감시 역할을 오로지 엘리베이터 타워의 상층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관찰 각도 잘 안 나오는 데다가 원래 입국 수속 체크에 더 메모리를 할당하고 있으니... 영상까지 돌릴 용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엘리베이터 타워는 감시역으로는 좀 많이 허술합니다. 이건 엘리베이터 타워를 점령해서 운용해본 결론입니다.”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엘리베이터 타워로는 우리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이 불가능 하다는 것인가요?”
코시프가 대답했다.
“아니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열 감지기 같은 보조 장치로 우리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40만이나 되는 인원이 뭉쳐 있으니 당연히 열 감지기 레이더에서도 이상 신호가 잡히겠죠. 그래서 굴 안에 들어가면 1차적으로 열 감지를 차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더 깊숙이 파고 싶었는데 시간 상 좀 얕게 팠습니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굴 자체는 기밀 사항입니다. 그래도 이제 대장님이 되었으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무래도 코시프는 굴말고 다른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구군은 계속해서 숲을 정찰 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지구군 정찰대만 두 부대를 조우했었죠. 콜트렘 대령이 사전에 차단해서 우리의 존재를 막았고 생포까지 성공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콜트렘 대령은 안전을 위해 굴을 파서 숨을 장소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 한 겁니다.”
그러니까 코시프의 말은 굴 속에 들어가면 위장이 되니 숲까지 빠져나가는 수고를 하기 보다 굴 안에서 지구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후에 습격하자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리고 생포한 병사면.. 그 유적지에서 봤던 그 지구군 포로인가? 먼저 쳐들어가서 납치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그만 생각하자. 그보다 나는 정말 굴이 열 감지기를 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직접 엘리베이터 타워를 만져 봤다니까, 그리고 금성의 정예 부대 검은 낫의 부대장이니까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기왕 짐을 쌌으니 전초 진지를 모두 해체하고 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작업량은 많았지만 40만 명이나 있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굴 안은 단순한 동굴은 아니었다. 굴은 흙 벽이 아닌 금속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마치 우주선 복도를 연상시켰다. 그 이후로는 어두운 동굴에 스탠드를 연결해서 밝게 만들고 나름 아늑한 침실도 꾸미고 아기자기하게 건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틈틈이 지구군의 상태가 실황 중계처럼 보고 되었다. 검은 낫 부대의 정찰 능력은 정말 뛰어났다. 이런 인재들을 지구 대기권에서 7만 명이나 날려 먹다니...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
코시프의 생각대로 지구군은 우리를 전혀 찾아 내지 못했다. 그들은 안심하고 행군을 하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거대한 벌목기기까지 동원하면서, 길을 내면서 진군했다. 코시프가 말했다.
“처음부터 길을 내면서 시야를 확보 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건 기습에 대비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이미 우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건 아닐까? 리튼이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다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다. 이제는 이 악물고 우리가 계획한 것들을 실행해야 할 때다. 나는 코시프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기습은 적어도 두 방향 이상에서 공격해야 적도 정신을 못 차릴 겁니다. 길을 내고 있는 폭에 맞춰 숲에 20만 명 정도 씩 양분해서 매복하기로 하죠.”
코시프가 말했다.
“꽤 길고 긴 매복 진형이 만들어지겠군요.”
금성군은 나의 명령대로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가 매복을 준비했다. 마치 지구군을 환영하기 위해 도열하는 듯한 형태였다. 다른 점은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꽤 조심조심 굴을 이용하며 이동했지만 엘리베이터 타워의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이라도 한 건지 나중에 병사들은 대담하게 움직였다. 나도 코시프도 말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촉박해서 마냥 조심히, 느릿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복 진형이 쉽게 완성된 이유는 지구군이 사용하고 있는 벌목기기가 꽤 크고 나무를 꼼꼼하게 없애느라 저쪽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약간 초조하게 느껴졌다. 나는 코시프에게 말했다.
“스나이퍼 준비는 끝난거죠?”
코시프가 대답했다.
“네. 당연히 끝냈습니다. 검은 낫 부대 최고의 스나이퍼를 배치했으니 벌목기기를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 말에 반응이 떨떠름 했다. 그 최고의 스나이퍼라고 데려온 그 병사는 정말 어린 소녀였기 때문이다.
“정말 총을 잘 쏘는 친구인 것이 맞겠죠?”
코시프가 얘기했다.
“예. 제가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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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지역에 들어왔다는 신호가 바이오칩을 통해 들어왔다. 나는 코시프를 쳐다 보자 코시프도 고개를 끄덕이고 바이오칩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10초 정도 지나자 한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3발이 더 들렸다. 총소리가 끝나고 벌목기기는 몇 백 미터를 더 움직이다가 멈추었다. 자동화 기능이 없나 보다. 하긴 요즘 사람들은 인공지능까지도 가지도 않고 아예 자동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발작을 일으키는 느낌이다. 아무리 과거에 인공지능 로봇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해도 너무 호들갑이다. 어쨌든 매복 작전의 첫 부분이 성공했다. 코시프가 얘기했다.
“언제 돌격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언제가 좋을까.... 아니, 하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이것은 좋은 때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망설임이다. 인류를 그만 둔 금성인으로써가 아니라 그저 지구와 금성에 사는 각각의 인간들이 인간들을 죽이려는 행위에 나는 잠시 망설였던 거다. 나는 코시프에게 얘기했다.
“돌격합시다.”
코시프는 바이오칩으로 신호를 보냈다. 지구와의 교전의 첫 신호는 매복하고 있던 어떤 금성군이 쏜 로켓탄으로 시작되었다. 코시프는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당부와 함께 자신도 돌격했다. 나와 나를 호위하기 위해 남겨둔 로제스가 숲 한가운데 남았다. 우리는 수풀에 숨어 전열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지켜봤다. 한참을 지켜보다 로제스가 말했다.
“지구군은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봐도 그랬다. 분명 처음에는 허둥지둥 거렸는데 금방 적응하고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차에 올라탄 어떤 장교가 적절하게 지시를 내리며 지구군을 용감하게 지휘했다. 나는 스나이퍼 소녀에게 바이오칩으로 저 장교를 맞추라고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그때였다. 리튼이 멀리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나는 리튼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성 야외 카페에서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리튼이 나에게 다시 한 번 돌아와 주길 빌었다. 단순히 기간이 오래 돼서 일시적인 권태기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 이별을 눈치 채고 있었음에도 통보 받은 일방적 이별에 대해,
알면서도 사무치는 그 아쉬움이,
다시 한 번 매달려 보고 싶은 그 충동이,
그 동안 리튼에게 봉사했던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것에 대한 분노가,
나의 사랑이 식기도 전에 상대방의 사랑이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이,
뒷 쪽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리튼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나는 리튼을 죽여야겠다고.
나는 로제스에게 잠깐 후방으로 가겠다고 했다. 로제스가 말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멋대로 돌아다니게 두면 저는 부대장님께 죽을지도 몰라요!”
그냥 다가가면 분명 눈치채거나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왠지 나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매복 전에 코시프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군을 죽이기 위해 수를 생각했는데 폐기되었던 몇몇 작전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진흙과 소변과 대변의 끔찍한 혼합 위장 크림 작전도 있었다. 들개에게 유용했다고 사람에게도 유용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몇 병사들은 스스로 발랐다. 왜냐하면 금성군은 지구인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지구인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무심코 지나가는 일에 상처 받은 금성군의 분노는 자신의 몸에 오물을 발라서 죽일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죽여버리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 오물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바르는 정도가 아니라 구덩이에 뛰어 들었다. 숨을 참고 몇 초간 담갔다가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휴대하고 있던 나이프를 들고 전장으로 들어갔다. 잠깐 숲에 숨어 상황을 보았다. 리튼이 있다. 리튼이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금성군이야?”
뒤에 있던 어떤 여자가 말한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서서..”
주인님? 나는 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리튼에게 노예처럼 부려 먹힌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여자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하는건가. 나의마지막 임계치가 넘었다. 나는 리튼을 향해 돌격했다. 리튼은 내가 오는지도 몰랐다. 상황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죽어 리튼.
하지만 나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뒤에 있던 여자가 나를 방해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잡혔다. 나는 간신히 뿌리치고 뒤로 물러나서 한 마디를 했다.
“무슨 여자가 저렇게 힘이 쎄?”
나는 재빨리 수풀에 들어갔다. 나를 못 찾은 것인지 추격할 가치를 못 느꼈는지 나는 무사히 로제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로제스는 코를 막으며 말했다.
“코시프 부대장님이 후퇴하시랍니다. 연락 못 받으셨어요?”
“뭐? 갑자기?”
로제스가 말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플리사님과 연락이 됬어요.”
나는 냉정해져야 한다. 여기서 흥분해서 계속 전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마 코시프도 후퇴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로제스와 함께 합류 지점으로 달렸다. 다행히 작전은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전사자는 1000명 남짓이다. 부상자는 500을 넘지 않았다. 상대방의 피해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승리다. 나를 냉정하게 차버린 전남친에게 나름대로 복수를 한 셈이다.
코시프는 나에게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다가왔다. 여러 병사들이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고개를 돌렸지만(냄새 때문인 것이 확실하다) 코시프는 아무 반응 없이 평소처럼 나를 대했다.
코시프의 첫 마디는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플리사님은 왜 총대장이 콜트렘 아니라 리디스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리고 빨리 동부 지역으로 와서 해명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게무슨 소리에요? 열심히 싸웠는데 돌아오는 것이 겨우 해명이라니? 마치 혼나러 가는 것 같잖아요!그리고 동부 지역이라뇨?플리사님은 후방에, 숲 끝자락에 계속 머물러 계셨던 것이 아닌가요?”
코시프는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장님. 저야 대장님을 신뢰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개 떼와의 전투가 아니었으면 대장님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플리사님이 나를 속이고 동부로 먼저 갔다는 이야기에요?”
코시프가 말했다.
“플리사님과 160만의 본대는 이미 동부 지역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아마 곧 도착 할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 임무는 플리사님이 안전하게 동부 지역으로 갈 동안 지구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그러니까 죽은 콜트렘 대령도 코시프 부대장도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거잖아요!”
코시프는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말했다.
“좋습니다. 일단 동부로 가도록 하죠. 제가 플리사님께 해명인지 뭔지를 해야 겠네요.”
코시프가 말했다.
“플리사님은 사령관이자 왕족입니다. 웬만하면 넘어가시고 참으세요. 그 편이 대장님에게도 좋습니다.”
코시프의 말이 전적으로 옳지만 사람 마음이 그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마음을 요동치게 했던 존재를 본 직후라 더욱 조절이 힘들다. 나는 간신히 참았다. 일단 씻는 편이 좋겠다.
“근처 물 있는 곳은 없나요? 씻어야 될 것 같은데.”
코시프는 스나이퍼 소녀에게 안내를 명령했다. 조용하고 말 없는 그 소녀는 나를 안내했다. 코시프도 참 수완이 좋다. 열 받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상대방에게 전혀 휘둘리지 않는 마이 페이스의 스나이퍼 소녀를 내 옆에 붙였으니까.
좀 걷다 보니 나는 저 소녀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른다.
“야. 넌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그러자 스나이퍼 소녀가 말했다.
“지엘 김, 올 해 30살입니다.”
나는 좀 놀랐다.
많아봐야 10대 후반 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30이면 그렇게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네? 그보다 긴..아니 김이면 고대에 흔했다고 하는 성씨니까 지구 출신이 되는 건가?
“금성군 소속이지만 지구 출신 인 거에요?”
“아뇨. 금성 토박이입니다. 금성이 지구 식민지 시절부터 광부로 일한 사람이 제 시조입니다. 어쩌다 보니 성씨가 바뀌거나 하지 않고 3000년 이상 유지한 것 같네요. 그리고 반 말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신경안씁니다.”
“으음.. 무슨 남 얘기하듯이..”
그래도 금성인이 아니라고 오해를 살 만 하다. 금성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지색의 연한 금발이 아닌 새까만 머리 색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성인이라고 무조건 베이지색의 머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저런 검은 머리는 처음 본다.
나는 지엘의 안내를 받아 강에 들어갔다. 내 몸을 뒤덮은 오물을 씻어 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지엘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초조했는지 같이 강가로 들어와 내 등을 씻겨 주었다. 다 끝나자 지엘은 주머니에서 작은 향수병을 꺼내 한 번 칙하고 나에게 뿌렸다.
“이제 좀 괜찮겠네요.”
말이라도 좀 하고 뿌리지 갑자기 뿌리는 것도 그렇고 내 뱉는 말도 그렇고 별로 사회성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목욕을 끝내고 복귀하자 코시프는 바로 부대를 진군 시켰다. 틈틈이 리튼의 동향도 알아본 모양인데 리튼은 이미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우리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와 멀어지고 있으니 더 이상 신경 쓸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코시프는 서둘렀다. 플리사에게 불호령이라도 떨어진 모양이다.
서쪽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물이 펼쳐져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그 웅대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에 보이는 것은 끝 었는 물, 학교 시간에 배운 그바다였다. 우리는 거기서 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너무 쉽게 얻어 코시프도 의심했지만 선장은 나에게 다가와 에프타인님이 보내신 선물이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의심이 모두 풀렸다.
에프타인 이야기가 나오자 코시프도 의심을 거둔 것을 보면 에프타인은 금성과 뭔가 연관이 깊은 것 같다. 중간 중간 플리사가 이야기했던 것도 그렇고 에프타인은 지금 이 전쟁에 얼마나 지분이 있는 것일까.
항해는 일주일 정도였다. 그리고 다들, 그러니까 병사들은 배가 바다를 건너는 이 일련의 상황이 너무 신기했던 모양이다. 어떤 병사는 배와 자신의 몸에 끈을 묶고 바다에 들어가서 신기함을 만끽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명이 사망하면서 금지되었다. 고속정이라 빠른 속력을 계산하지 않고 들어가서 익사한 것이다. 병사들은 물 안에 있으면 우주와 마찬가지로 숨을 쉬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부 지역에 도착하자 익숙한 군복의 금성군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우리는 그들의 안내를 받아 동부 중앙에 세워진 금성군 기지에 들어갔다.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 그런지 군 기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오자마자 혼자 플리사의 부름에 끌려가듯 가야 했다.
플리사는 나를 보고는 의외로 부드럽게 물어봤다.
“그 동안 수고했어. 설마 직접 군을 지휘 할 줄은 몰랐는데. 장교의 대부분을 내 부대에 편입 시키기는 했지만 설마 다 죽어서 지휘할 사람이 없을 줄을 몰랐거든.”
플리사는 말을 이었다.
“이제 좀 설명 좀 해줄래? 콜트렘은 왜 죽었고 너가 어떻게 40만 명을 통솔하는 대장이 되었고. 그런 자초 지종들 말이야.”
나는 침착하게 얘기했다. 불운한 사고로 죽은 콜트렘과 그 불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코시프의 추대로 대장이 된 이야기를 했다. 과장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지금 플리사에게는 철저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녀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을테고.
플리사는 다 듣고는 말했다.
“내 오른팔이 너무 허무하게 가버렸다.”
플리사는 한 동안 눈을 감고 조용히 있었다. 나는 플리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으므로 조용히 서서 기다릴 뿐이었다. 플리사는 눈을 뜨고 말했다.
“1차 금성군의 완전한 복귀를 축하하는 파티가 있을거야. 너도 참가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나는 짧고 힘없게 대답한 것 같다. 힘 없는 대답이 플리사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나는 방에 돌아가자 마자 쓰러졌다. 전투와 전투의 연속에 긴 항해에 정말 피곤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금성 남자61세.대령. 1차 금성군.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상사.
지엘 김 – 금성 여자 30세. 검은 낫 부대 소총수. 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