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포식자들의 세상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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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스 시점
얼마나 북쪽으로 숲을 헤치며 나아갔을까. 숲을 헤치며 본 광경은 잘도 이런 우거진 숲에 전초기지들을 세웠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전초기지를 네 개 쯤 들렀을 때 콜트렘이 말했다.
“여기가 마지막 기지다. 이제 여기서 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리튼을 사냥 할 거야.”
콜트렘은 자신에 찬 표정으로 얘기했다. 나는 리튼이 미워서 죽이고 싶기는 하지만 실제로 죽이고 싶어서 노력할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 화면에 나왔을 때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들 금성군은 마치 내가 버림 받은 비련의 여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대했다. 아니, 대한 것이 아니라 마치 지구군을 공격할 이유를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리튼의 횡포로 불행한 금성여인 하나를 만들어 낸 느낌이다.
어쨌든 콜트렘은 나에게 앞으로의 일을 말한 후 미리 전초기지를 지키던 병사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었다. 병사가 심각하게 얘기했다.
“이곳에서 계속 근무하다 보니 심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콜트렘은 정말로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무슨 일인데??”
그러자 병사가 잠시 보여줄 것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40만의 병사는 주변에 퍼져 대기하고 나와 콜트렘은 전초기지를 지키던 병사를 따라 오른쪽으로 숲을 더 들어갔다. 그랬더니 어떤 생물의 시체가 있었다. 콜트렘이 말했다.
“이건... 개로군?”
나도 지구에 처음 불시착 했을 때 플리사와 함께 보았던 그 생물이다. 이 생물의 새끼는 꽤 귀여워서 금성의 왕족들이 지구에서 수입해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개는 성체로 이미 총에 맞아 피를 흘린 상태의 시체이므로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말했다.
“저도 본 적이 있어요. 지구에 처음 왔을 때요.”
콜트렘이 말했다.
“그런가? 그나저나 일병. 너는 무슨 문제 때문에 이것을 보여준 건가?”
병사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사소하다고 봤지만 이 개라는 생물의 무리가 전초기지 근처에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경계 근무하는 저희는 점점 불안해졌습니다.결국 한 놈을 죽이니까 모두 도망가기는 했습니다.”
콜트렘이 말했다.
“뭐가 문제야? 겁먹을 것 없어. 지구에 오고 나서 인간.. 아니 금성인 이외의 생물들을 많이 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개는 원시적인 생물일 뿐이야. 두려울 것은 없어. 총으로 쐈더니 한 마리 죽고 다 도망갔다며.”
병사가 말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콜트렘이 말했다.
“어쨌든 경계를 소홀히 하지마. 나는 더 이상 보고 받을 것이 없으면 가보겠다.”
나와 콜트렘은 불안해 하는 병사를 뒤로 하고 다시 40만의 병력이 쉬는 곳으로 왔다. 콜트렘은 장교들을 모아서 미리 보냈던 정찰대의 보고를 토대로 리튼의 동향을 살폈다. 아직 우리가 뿌린 미끼를 물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콜트렘이 말했다.
“리튼은 어떤 성격이야 리디스?”
“네? 성격이요?”
내가 되묻자 콜트렘이 얘기했다.
“리튼의 성격을 좀 알아야 사냥하기 쉽지 않겠어?”
그는 북부군과 스케나에서의 전투로 한껏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는 야전에서 자신이 병사를 지휘하면 대부분 승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케나의 경우에는 플리사의 지시대로 질질 끌었던 탓에 함락을 시키지 못 했지만 이곳, 전초기지까지 오면서 마음만 먹으면 스케나를 함락 시킬 수도 있었다라며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그는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리튼의 동향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아마 정찰대로 어느 정도는 파악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마지막으로 나한테까지 물으며 되도록 많은 정보를 확보할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리튼은 플리사 만큼이나 속을 알 수 없는 자식이다.
리튼은 자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화성으로 유학 온 대학원생으로 위장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와 사귀는 동안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꽤 신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서 본 모습 때문에 다혈질이라던가 화를 참지 못하는 유치한 성격이라던가(플리사의 평가),말들이 많지만 내가 본 리튼의 모습은 신중하고 조심성 많고 그리고 상황의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감각의 소유자였다.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콜트렘에게 얘기했다.
“금성군 내부에서 리튼의 성격을 충동적이고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본데 기본적으로 리튼은 조심성 많고 신중한 성격입니다. 그리고 눈치도 빠른 편이고요. 어쩌면 지금 함정을 이미 눈치 챘을지도 모릅니다.”
콜트렘이 말했다.
“음. 참고 하도록 하지. 그래도 꽤 좋은 지적이었어. 다들 리튼을 좀 얕보는 분위기였거든.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줬군. 물론 함정을 눈치채지는 못 했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콜트렘은 껄껄 웃으며 내 등을 쳤다. 아프기만 하다. 밤이 되자 우리는 각자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나는 특별히 지어 준 개인 천막으로 들어갔다. 내 천막은 복잡한 진지의 한 가운데였다. 거의 도망도 못 치게 만든 구조다. 감시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도망칠 생각은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리튼이 어떻게 될지 보고 싶기는 하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다가 서서히 의식이 사라지며 잠에 빠지기 직전 누군가 다급하게 깨웠다.
“리디스님! 일어나보세요! 리디스님! 화성외교차관님!”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누구..누구세요?”
한 병사가 다급하게 얘기했다.
“지금 우리는 습격 당하고 있습니다! 일어나서 저를 따라 오십시오!”
습격? 나는 습격이라는 말에 정신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온통 피냄새였다. 중간 중간에 총 소리가 들렸다. 나는 병사를 따라 병사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로 나를 보냈다. 물자를 쌓아 놓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자동 미니 개틀링건도 배치 되어 있으니 여기 계시면 안전할 겁니다. 다행히 여긴 적들도 아직 오지 않았네요.”
내가 물었다.
“지구군인가요?”
병사가 얘기했다.
“아뇨... 개들이 떼로 습격했습니다.”
나는 황당했다.
“개 떼가 습격했다고요?”
병사가 말했다.
“일단 상황이 정리되면 저나 아니면 다른 병사가 알려 드릴 겁니다. 그럼.”
병사는 나를 뒤로 하고 자신의 총을 고쳐 잡으며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서 한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 비명 소리가 들린다. 개들은 죽을 때 뭔가 처량한 소리를 냈다. 나는 소리로 사람이나 개가 죽는 소리를 들으며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총 소리도 가끔 들린다.... 역시사태파악이 될 리가 없다. 이 불안한 상황은 해가 서서히 떠 밝아지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천막이 들춰지자 나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다행히 금성군의 병사.. 로제스?로제스였다. 네트워크 작업에 꽤 밝은 인물로 한 동안 플리사가 중용 했던 병사다. 로제스가 말했다.
“나오세요. 상황 끝났어요.”
그는 한 숨을 쉬며 계속 이야기 한다.
“아.. 금성군이 동물 무리에게 습격 당하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네요.”
내가 얘기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
로제스가 말했다.
“예. 꽤 심각합니다.”
나는 로제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개들의 시체가 꽤 많았다. 중간 중간 금성군의 시체도 있다. 내가 말했다.
“얼마나 많이 죽은 거에요? 지구군과 싸울 수 없을 정도인가요?”
로제스가 말했다.
“아니요. 70명 정도 사망했습니다. 개 무리는 대략.. 5천? 은 죽은 것 같아요. 정말 엄청난 숫자로 우리를 습격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70명이면 잘 막은 셈 아닌가요? 물론 죽은 사람들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로제스가 또 한 숨을 쉬며 말했다.
“그 70명 중 3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후우.. 직접 보세요.”
그는 나를 70명의 불쌍한 친구들에게 데려갔다. 나는 시체를 보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콜트렘 대령?!”
콜트렘은 개에게 물어 뜯겨 죽었다. 나는 슬픔이나 분노 보다 황당했다. 지구군과 일전을 앞두고 갑자기 총 지휘관이 개 떼의 습격을 받아 죽어버렸다. 로제스가 상황 설명을 했다.
“콜트렘 대령님은 밤늦게 까지 장교들과 작전 회의를 한 뒤 조촐하게 파티를 했습니다. 그... 술이라는 걸 드셨는데... 죽은 70명 중 30명이 전부 장교로써 작전 회의실에서 술을 먹고 잠들어 버렸어요. 하필 개 떼가.. 작전 회의실이 진지 외곽 지역에 있는 바람에 맨 먼저 습격 당했습니다. 대령님은 초전에 죽어버렸어요.”
내가 물었다.
“술이 뭐에요?”
로제스가 대답했다.
“그게 원래 금성 왕족들만 가끔 마신다던데.. 아마.. 구시대의 각성제나 수면제가 아닐까요? 냄새도 좀 나고.. 아무래도 알콜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콜트렘은 앞에서 큰소리 쳤지만 아마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200만 군 전원으로 쳐들어가면 될 텐데 그러지 않고40만 병력만 떼어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플리사의 결정에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별로 내색하거나 생각을 깊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병력 수가 적은 탓인지 콜트렘은 은근히 전술에 신경 쓰는 것이 티가 났었다. 적은 병사 수로 지구군을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술이라는 것을 먹은 모양인데그나저나 콜트렘은 왕족 전용 수면제를 멋대로 구해서 마신건가? 어쨌든 좀 어처구니 없는 최후다.
내가 물었다.
“다른 장교 분들은 없나요? 이 난리를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잖아요.”
로제스가 침통해 하며 말했다.
“40만의 보병을 나누면서 부대를 편제 했는데 장교는 지금 죽은 30여 명이 다입니다. 플리사님은 왜 이렇게 부대를 편제 하신건지..”
나는 불안해졌다. 내가 로제스에게 말했다.
“그... 그럼 플리사님께 연락해서 부대를 후퇴라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로제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게 문제입니다.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연락이 안돼요??”
로제스가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대며 얘기했다.
“쉿! 병사들이 알면 곤란합니다. 조용히 좀..”
자기도 병사인 주제에. 내가 얘기했다.
“그럼 어쩌죠? 숲에는 40만의 길 잃은 금성군이 있는 셈인데.”
그 때 한 병사가 소리쳤다.
“또 개 떼가 습격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치는 곳을 바라보았다. 수 많은 개 떼가 이번에는 해가 한창일 때 습격했다. 개는 금성인보다는 작았지만 결코 작은 생물체는 아니었다. 적어도 사람 몸통만 하다. 그리고 이빨은 날카로웠다. 다양한 모습과 색을 한 개들은 금성군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목을 물린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힘을 잃어 죽었다. 개의 난폭함과 적극적인 공격은 병사들을 동요 시켰다.
밤이 오히려 나을 정도다. 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병사들은 오히려 침착하게 개들을 상대했지만 재빠르게 달려들어 금성군을 물어 뜯는 모습은 병사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다. 개들도 역시 밤보다 낮에 더 잘 보여서 그런지 더 잘 움직였다. 총의 총구가 이미 우리의 공격이 시작되는 시발점이라는 것도 파악한 모양이다. 개들은 총구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여지 없이 재빠르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조준을 제대로 못 하게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모두 방책을 만들어 둔 곳까지 후퇴해!!”
이런 상태라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 개들의 움직임을 멈추려면 방책 같은 것으로 개들의 재빠른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진지는 콜트렘의 지시로 방어하기 쉽게 지어져 있었다. 좁은 통로가 하나 있고 그 통로만 통과해서 방책을 세우면 개들은 들어오지 못할 것이고 안전해진 우리는 높은 임시 탑에서 총으로 개들을 쏴 죽이면 될 것이다. 통로를 지난 곳은 높은 나무를 베어 만든 벽으로 막고 있어서 배후를 공격 당할 위험도 없었다.
나의 지휘를 따른 3000여명의 병사들은 방책까지 세운 후 개들의 움직임을 봉쇄했고 탑에서 쏘기 시작하자 불리함을 깨달은 개들은 그대로 도망쳤다. 그 후 금성군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그 중 키는 크지 않지만 단단해 보이고 위압감이 드는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로제스는 보자마자 긴장해서 경례를 했다. 나도 그의 모습에 겁을 먹고 긴장했다. 남자가 말했다.
“개들이 또 습격했다고? 그리고 콜트렘 대령님이 사망했다는 것은 사실인가?”
로제스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밤에 설마 습격할 줄은...”
위압감 있는 남자가 말했다.
“어제 경계 근무를 섰던 병사를 내 앞에 데려와.”
위압감 있는 남자는 경계 근무 병사들에게 책임을 묻고 전원 처형 시켰다. 로제스가 귓속말로 얘기했다.
“코시프 루웬 상사입니다. 정예부대 검은 낫의 실질적인 대장입니다.”
내가 물었다.
“그럼 공식적인 대장은 누군데요?”
로제스가 대답했다.
“어제 개들에게 물어 뜯긴 장교 중 한 명인데.. 뭐 아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대부분 병사들도 잘 모르니까요. 존재감이 하도 없어서...”
귓속말 와중에 코시프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진지 구조와 방책을 이용해서 개 떼를 퇴치한 것이 리디스님입니까?”
노려보는 듯한 눈빛과 굵은 목소리가 나를 겁먹게 했다. 콜트렘도 꽤 굵은 목소리였는데 더 한 것 같다.
“예.. 죄송합니다..”
괜히 주제 넘게 굴었던 것 같아서 나는 사과했다. 그러자 코시프가 표정을 풀며 말했다.
“아뇨. 아닙니다. 오히려 잘 하셨다고 말씀드리려고 한 겁니다. 덕분에 병사들의 패닉상태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시프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 금성군은 지휘할 장교들이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가장 계급이 높다고 한다면 아마 리디스님이겠죠. 화성의 외교 차관이시니까요. 저는 리디스님을 임시로 40만을 통솔하는 대장으로 뽑았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제..제가요?”
코시프가 얘기했다.
“자잘한 문제들은 저와 로제스가 처리하도록 하죠. 큰 전략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그걸 왜 내가.. 나는 군인도 아니다. 그리고 코시프가 상사면.. 코시프가 지휘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말했다.
“제가 왜.. 코시프님이 지휘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코시프가 얘기했다.
“금성의 군법은 장교가 아닌 자가 군대를 지휘하면 사형입니다. 그리고 제6도시 출신은 상사가 마지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급입니다.”
아, 제6도시 출신이었나? 제6도시는 범죄자들의 수용소로 출발한, 감옥이 커지며 생겨난 도시다. 금성 자체가 금속 채취를 위해 돈 없는 광부와 범죄자들을 보냈는데 그 안에서도 죄를 또 저질러서 범죄자들에게 조차 버림받은 사람들이 제6도시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얘기 했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결국 내가 맡기로 했다. 사람이 없다니까 어쩔 수 없다. 로제스는 은근히 웃음을 참고 있다. 이 상황이 재밌나? 코시프가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내가 대장으로 임명 되자 마자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생각할 시간은 좀 줬으면 한다. 나는 잠깐 텀을 두고 열심히 머리를 굴린 뒤 말했다.
“일단 개 떼를 놔두고 지구군을 치러 가봐야 뒤에서 습격 당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 요소는 제거해두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개 떼부터 없애고 그 다음 리튼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맞춰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코시프가 말했다.
“그 전략에 따르겠습니다.”
정찰대는 이 시간 이후로 모두 검은 낫 부대가 맡기로 했다. 40만의 병사 중 검은 낫 부대는 200명이 있다. 총 검은 낫의 부대는 3만 명으로 원래 10만 명이나 데려왔지만 초전에 미사일에 의해 7만 명이 죽었다고 했다. 다시 생각하니 정말 무식한 전략이다. 무작정 우주선을 이끌고 온 금성군이나 저 멀리서 수 천 만 개의 미사일을 퍼부은 지구군이나.
어쨌든 북쪽으로 가는 정찰병은 리튼의 동향을, 동쪽으로 가는 정찰병은 개 떼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정했다. 남쪽과 서쪽은 우리가 올라온 방향이고 그 곳에서 개들이 오지는 않았다.
정찰병의 보고로는 리튼은 여전히 스케나에 박혀 있다고 했다. 우리의 선물(?)은 시험 삼아 뿌렸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채는 바람에 선물들이 굶어 죽을까봐 다시 데려왔다고 했다. 나도 그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아직 리튼을 자극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개 떼를 해결해야 한다. 내가 정찰병의 보고를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개들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우리가 들어와 있는 숲은 개들의 영역이었다. 한 마디로 개에게 있어 우리는 침략자다. 오랫동안 사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이 숲은 개와 사람이 서로 평화를 해치지 않고 구역이 나뉜 채 공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그 영역에 들어 온 것이다. 코시프가 말했다.
“개들은 놀라울 정도로 감이 좋다고 합니다. 아무리 들키지 않고 관찰하려고 해도 눈치 채고 공격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내 병사들은 정예 들이니 죽지는 않고 항상 탈출했지만 계속 위험한 정찰을 하기에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리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리튼과 한 두 달 사귄 것이 아니라 여러 해를 사귀었다. 리튼은 가끔 나를 감탄 시켰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비꼬거나 욕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순수한 감탄이다. 연애마지막에는 정말 빌어먹을 쓰레기 녀석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꽤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다. 아마 리튼이라면 이렇게 말 할 것이다.
“그 개들의 놀라운 감이 궁금하군요. 어떻게 우리 정찰대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거죠?”
코시프가 대답했다.
“과연, 그 점을 알아내면 역으로 공략할 수 있겠군요. 쉽게 정찰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한 번 알아봅시다.”
나는 그날 정찰대에게 개를 산 채로 납치하라고 명령했다. 검은 낫의 병사들은 정예 병사답게 나의 명령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네 발이 묶여 온개는 으르렁 거리며 우리를 경계했다. 하지만 다리가 묶인 상태라 발버둥 칠 뿐이다. 그리고개는 의외로 먹을 것에 얌전해 졌다. 식성은 우리 금성인.. 아니 인간과 비슷했다. 나는 관찰하면서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개들이 인간과 다른 점이 외모와 대화가 안 통한다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도 우리와 같은 붉은 색이다. 예전에 개들은 인류와 친구 사이였다고 하는데 단순한 전설이 아닌 진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틀 후 로제스가 말했다.
“냄새입니다. 개들은 우리를 냄새로 파악하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냄새라니? 우리가 냄새난다고 말하는 거에요?아무 냄새 안 나는데요?”
로제스가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행동 상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내가 물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요.”
로제스는 내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니까 몇 일 계속 음식을 주면서 녀석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으르릉 거리며 소리를 냈는데 지금은 이제 그렇게 까지 경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다가가도 멀리 있는데도 알아챈단 말이에요.”
“계속 하십시오.”
“그러니까 멀리 있을 때 녀석의 코가 들썩 거리더란 말입니다. 킁킁 거리면서. 즉, 우리가 다가가면 냄새가 나는 것이고 그 냄새로 개들은 우리를 파악, 심지어 위치나 거리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것이 정말 가능한가요?”
로제스는 좀 자신감이 떨어졌는지 텐션이 낮아진 채 얘기했다.
“그게.. 아무래도 그 것 말고는 결론이 안 납니다. 발소리 때문 일 수도요? 몰래 다가갈 때개의 귀도 조금씩 움직이거든요.”
나는 그 말에 조금 의심이 들었다.
“코나 귀의 움직임으로 오히려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려는 개들의 전략이 아닐까요?”
로제스가 말했다.
“그 정도로 고지능을 가진 생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코시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했다. 코시프는 약간 생각에 잠기더니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한나절 후에 우리를 다시 찾았다.
“대장님.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잠시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로제스!!! 너도 따라와!”
멀리 있던 로제스도 코시프의 고함에 합류해서 코시프를 따라 갔다. 거대한 구덩이에 냄새나는 역겨운 걸쭉한 액체들이 한 가득이었다. 내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이게 뭐에요??”
“근처 진흙 들과 우리의 변, 소변 등을 혼합한 되도록 강하게 냄새나게 만든 위장 크림입니다.”
로제스가 말했다.
“부대장님. 대체 왜 이런 것을..”
코시프의 전략은 이렇다. 개들이 예민한 코와 귀로 냄새와 소리로 우리의 위치를 파악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냄새로 개들을 혼란 시키는 것이다. 그 틈에 다른 방향에서 주 정찰대가 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 부대가 개 떼를 전멸 시킨다는 전략이다.
나는 그대로 허락했다. 이 임무는 검은 낫 부대가 맡지는 않았다. 검은 낫 부대는 공격대에 편입되었다. 대신 발이 빠른 불쌍한 병력 1000여 명이 이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들은 욕을 하며 자신의 몸에 위장 크림을 발랐다. 코시프도 병사들의 욕설을 들었지만 눈감아주었다.
코시프의 전략은 성공이었다. 개들은 냄새에 정신을 못 차렸고 우리는 그대로 개들의 위치를 발견하여 공격했다. 대부분 당황한 개들은 도망가다가 금성군의 총에 죽었지만 어떤 개는 용감하게 선두에서 우리에게 맞섰다. 도망치던 개들은 그 개를 보고 용기를 얻어 돌아서서 우리와 싸웠다. 어떤 개는 하늘로 머리를 들고 ‘아우우우’ 하고 울부 짖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른 개들이 합류해 우리를 기습하기도 했다. 처음에 신나게 개들을 죽이던 병사들은 개들의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점점 숙연하게 되었다. 지구인에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잔인한 짓을 하던 병사들은 개들의 처절한 저항에 연민을 느꼈다. 몇몇 개들은 도망쳤지만 우리는 굳이 쫓지 않기로 했다.
개들은 조직이 와해 되었으므로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개들을 아예 몰살 시키는 것이 전투에서 보여준 병사들의 모습으로 보아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전투로 우리는 수 많은 식량을 얻게 되었다. 콜트렘이 전부터식량은 열심히 모은 덕에 부족하지 않았지만 간이 이동용 냉동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는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해 식량 상태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날 밤 북쪽 정찰을 마치고 온 병사가 보고했다.
“선물을 다시 풀었더니 이번에는 리튼이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곧 움직일 것 같습니다.”
코시프가 말했다.
“우리와 싸우기 위해 움직이는 것인가?”
병사가 대답했다.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전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명 이동 준비가 틀림없습니다.”
나는 머리를 스치듯 전략이 떠올랐다. 리튼을 속이려면 완벽하게 속여야 한다.
“모두 이 숲을 떠납시다.”
코시프가 말했다.
“예? 후퇴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말했다.
“아니요. 리튼 그 자식은 분명 숲에 금성군의 매복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할 거에요. 잔혹하게 고문 당한 병사들까지 봤으니 더욱. 지금 서둘러야 해요. 저는지구군이 숲을 안전하다고 믿게 만들고 싶어요.”
코시프는 말 없이 생각에 잠겼지만 곧 내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사망.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코시프 루웬 – 금성 남자 46세. 제6도시 출신으로 이루어진 검은 낫 부대의 부대장.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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