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49화 (49/86)

〈 49화 〉 포식자들의 세상 ­49­

* * *

­리디스 시점­

한창 스케나를 공격하고 있을 때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화성의 외교관 자격으로 방관하고 있을 뿐이다.플리사의 용맹한 병사들은 플리사의 작전에 따라 스케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어서 스케나 도시의 함락은 쉽지 않았다. 시가전으로 옮겨진 후 오히려 복잡한 구조물들을 이용한 적의 방어선 때문에 금성군은 쉽게 스케나의 중심부로 들어가지 못 하고 있었다.

레시아와 콜트렘이 번갈아 가며 스케나를 공략했지만 완강한 저항으로 스케나를 함락 시키지 못 하고 있는데 플리사는 왠지 느긋해 보였다. 가끔 병사들이랑 농담을 하는 등 여유로워 보이자 나는 참지 못하고 결국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에 물어보았다.

“저..플리사님?”

“왜?”

플리사의 짧은 물음에 귀찮음이 묻어 나온 것 같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물어보았다.

“지금 리튼이 이끄는 지구군이 스케나로 오고 있을텐데요. 플리사님을 험악하게 다루겠다고 선언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한가하게 계셔도 되는 걸까요? 스케나에 대한 공격도 영 시원치 않은 것 같고요. 좀 걱정이 돼서요...”

플리사는 따뜻한 스프를 한 스푼 떠 먹고는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 마. 군을 통솔하는 야전 사령관인 주제에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막말 방송이나 하는 녀석에게 지지 않아. 꼭 본 때를 보여 줄 테니까.”

요 몇일 간 플리사의 행동을 보면 확실히 플리사는 리튼을 의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케나를 공격하면서도 항상 리튼에 대한 향방을 정찰대를 파견해 알아보는 중이었다. 스케나에 갔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가 방향을 돌렸다가 다시 시브리스로 향했다는 등 행보가 다소 이상해 보이지만 어쨌든 플리사는 꾸준히 리튼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으므로 배후에서 기습 당할 걱정은 없어 보인다. 내가 보기에문제는 스케나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플리사님. 도시 공략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 불안합니다. 병사들의 사기도...”

플리사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걱정 말라니까?텐트안에 틀어박혀서 걱정이나 하지 말고 어차피 공격도 교대로 하고 있으니 비번인 병사랑 같이 숲도 좀 거닐고 그래봐. 기왕 지구에 온 김에 지구의 웅장한 자연이라는 걸 만끽해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는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다. 플리사의 태연함이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1차 금성군 사령관이자 왕녀다. 내가 함부로 화를 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한 동안 나와 플리사는 말 없이 밥을 먹고 있다가 병사 한 명이 사령관 텐트로 왔다.

“플리사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플리사가 손 짓으로 불렀다. 그리고 병사는 플리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또 나를 배제하는군. 보고를 끝낸 병사는 곧 경례를 하고 물러갔다. 내가 물어 보았다.

“요즘 저도 질문만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그래도 물어보겠습니다. 저 병사는 어떤 보고를 하고 갔나요?”

플리사가 대답했다.

“너도 잘 아네? 흠..과거에도 부하가 와서 상관에게 보고를 했지. 종이라고 하는 정보 전달 도구도 있었고. 하지만 언제나 기본은 같아. 부하는 알아낸 정보를 상관에게 직접 와서 음성으로 전달하고는 하지. 그런 면에서 칩의 발명은 사람들의 삶을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이 보고 만큼은 바꾸지를 못 했어.”

갑자기 왠 과거 이야기일까. 하지만 나도 플리사의 패턴을 조금은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사람을 갈구기 전이나 무안하게 만들기 전 하는 일종의 몸 풀기 같은 것이다. 내 질문이 너무 많거나 날카로웠던 걸까. 플리사는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칩을 통한 통신은 항상 해킹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야. 나는 분명 칩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데 엉뚱한 제3자가 그 통화를 엿들어 버리거든. 지금도 해결을 못하고 있고. 10000년이 되어도 인간의 행동 양식은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 항상 뺏거나 뺏기는 거지. 심지어 음성을 통한 대화 마저 빼앗으려고 하는 거야.”

“그...그렇군요. 보안 때문에 귓속말로 보고를 들으신 거군요.”

내가 플리사의 거창한 발언에 반응하자 플리사가 다시 말했다.

“전에 얘기 했던가? 나는 리디스 너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아. 요즘 부쩍 행동이 이상해서 말이야.”

“예?? 제가 무슨...”

내가 조금 당황하자 플리사가 말했다.

“분명 칩은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지. 자꾸 혼잣말을 하는 것이 목격되고 뭔가.. 어딘가에 우리를 보고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단 말이야. 그렇다고 너가 정신이 나간 것 같지도 않고.”

내가 말했다.

“좀 혼잣말 하는 버릇이 있긴 합니다.”

“아닌 것 같은데?”

플리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좀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호호. 좀 짖궂었나? 농담이야. 아무래도 전쟁을 수행하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모양이야. 니 전남친이 워낙 험악한 소리도 해 놨고. 그래서 좀 신경 쓰이거든. 어쨌든 너무 걱정마 리디스. 니 전남친에게는 반드시 한 방 먹여 줄 생각이니까.”

그 전남친이라는 말 좀 안 했으면 한다. 그리고 플리사는 한 마디 더 했다.

“나는 애초에 스케나를 함락 시킬 마음이 없어. 시늉만 하는 거지. 생각보다 지구군도 용감히 싸우고 있기 때문에 놀라기는 했지만 오히려 좋아. 연기 같은 느낌이 안 나니까. 밥 먹으면 나를 따라와. 마중 나갈 인물이 있어.”

나는 밥을 먹고 플리사를 따라 갔다. 플리사는 콜트렘이 데려온 위실론을 만났다. 위실론은 서부 복고주의자군의 대장이다. 플리사가 말했다.

“이쪽으로 오라고 해도 오지 않고 계속 스케나를 공격하느라 수고했어 위실론. 하지만 이제는 진짜 가야 할 때야.”

위실론이 말했다.

“스케나를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까?”

플리사가 말했다.

“금성군과 선발대가 같이 스케나를 공격하면서 눈치 채지도 못 했나? 금성군은 건성으로 공격하고 있었는데. 이거좀 실망인데.”

위실론이 말했다.

“금성군 사령관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지금도 지구군이 오고 있을텐데. 콜트렘 대령의 말에 따르면 이미 시브리스 근처에 있던 북부군이 리튼에게 합류했다고 하더군요.”

플리사는 팔짱을 끼고 위실론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상관없어. 그리고 리튼이 스케나에 들어가서 나머지 북부군을 규합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녀석을 스케나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까. 되도록 오랫 동안.”

위실론이 의문을 표했다.

“예? 적이 유리해지지 않나요. 우리도 이미 서부 복고주의자군 합류 준비를 마쳤으니 병력 수야 우리가 더 많겠지만 적도 병력 수가 늘어납니다. 유리할 때 각개격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플리사가 말했다.

“동부에 2000만 명이 넘게 아군이 있는데 뭐 하러 여기를 신경 써?차라리 바로 동부로 가는 것이 낫지.”

위실론이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동서남북으로 압박한다는 우리의 작전이...”

플리사가 말했다.

“그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동부가 한 번 무너졌고 서부도 한 번 패배했잖아. 그리고 리튼은 계속 소규모로 움직이면서 복고주의자들을 박살 냈다고. 차라리 병력 수로 동부 지역을 완전히 제패하고 지구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야. 그리고 남부 쪽도 아직 건재하고.난 그렇게 판단했네. 더 이상의 의견은 받지 않겠어.”

위실론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동료가 동부에서 군을 이끌다가 죽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게다가 서부 복고주의자도 반이 바다에 수장 되었다는 이야기도 이미 들었다. 위실론은 리튼에게 밀리고 있었다. 플리사는 그럼에도 위실론을 칭찬했다.

“그래도 서부 복고주의자의 병력을 잘 추스렸어.200만이나 남아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야. 덕분에 리튼을 속이기 쉬워졌으니까.”

내가 물어 보았다.

“리튼을 속인다고요?”

플리사가 말했다.

“그래. 당연히 속여야지. 그리고 위실론은 오늘 부로 금성군에 편입된다. 서부니 복고주의자니 하는 타이틀은 일단 버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있을 테니까.”

위실론은 약간 뜸을 들였지만 그도 방법이 없었는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플리사는 전군을 이끌고 남쪽의 울창한 숲 중앙으로 들어가 버렸다. 리튼이 스케나로 들어가는 것도 막지 않겠다고 해서 알고는 있는 사실이었지만 아무 망설임이 없이 행동해서 좀 놀랐다. 그리고 스케나의 울창한 숲의 우거짐은 길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플리사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이미 이 숲을 꿰고 있었다.

적들은 절대로 우리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숲에 들어간 후 우리는 정찰대를 보내 리튼의 동향을 파악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플리사가 말했다.

“데이터 인계는 끝났어?”

그러자 콜트렘이 대답했다.

“예 왕녀님. 위실론에게 전부 인계 받았습니다.”

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고생했어.”

내가 호기심에 물었다. 그나저나 ‘나의 상사’ 에프타인에게는 잘 전달되고 있겠지? 한 동안 에프타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아마 잘 전달되고 있으니 피드백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플리사님. 콜트렘 대령님은 무슨 데이터를 인계 했나요?”

플리사가 대답했다.

“응? 복고주의자들에 대한 데이터지. 이제 금성군에 편입되었으니 그들의 주특기나 정보들을 알 필요가 있어. 그리고 병사의 총 책임자가 콜트렘이니 그에게 물어 본거야.”

“아 그렇군요.”

하긴 200만이나 되는 병력을 관리하려면 그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점은 콜트렘은 정말 플리사의 많은 명령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플리사와 친분을 과시하는 깐깐한 레시아도 콜트렘과 플리사의 대화량(일방적인 플리사의 명령이 대부분이지만)을 보면 애들 장난 수준이다.

플리사는 나를 잠시 본다. 그리고 얘기했다.

“뭐... 어디 한 번 믿어볼까?”

“예?”

내가 반응하자 플리사는 콜트렘에게 명령했다.

“토끼 사냥 작전에 리디스도 끼워줘.”

콜트렘이 말했다.

“그래도 될까요? 물론 명령이라면 따르기는 하겠습니다만.”

플리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리디스도 임무를 잘 수행해 줄 거야.”

나는 플리사의 웃음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나는 우주선에 있던 플리사의 모습을 보면서 선량하고 우직한 성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본 플리사의 모습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약은 여자를 나는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병력이 작으면 작은 대로 많아지면 많아진 대로 상대방의 약점을 끊임없이 찾으며 괴롭힐 생각이 가득해 보인다는 것이 플리사에 대한 내 인상이다.

적으로 돌리면 골치 아픈 상대일 것이다. 가만 보면 플리사도 성격이 좋다고는 못 한다. 동부 지역에서 드레이돈이라는 막 나가는 작자의 지구인 학살에 분노 했지만 그 분노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분노였을 뿐이다.

시민들의 죽음에 안타까워 하며 분노한 것은 아니다. 처음 보면 말도 없도 과묵하지만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고 소탈하게 웃으며 나를 대하는 것 같았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나를 빼놓는다. 어쨌든 겉과 속이 같은 인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결국 나는 플리사의 명령에 따라 콜트렘과 함께 40만 보병 병력을 이끌고 북상했다. 콜트렘도 숲의 지리를 익혔는지 막힘이 없다. 행군하는 도중내가 물었다.

“대령님. 토끼 사냥이 대체 뭐에요?”

“음? 설마 진짜 사냥 같은 것을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작전 명일 뿐이야. 참고로 토끼는 리튼이지. 토끼 사냥 작전은 리튼 사냥 작전이라고 보면 돼.”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토끼가 뭔데요?”

콜트렘이 말했다.

“아아 지구의 작은 동물이야. 귀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하고 아주 귀엽게 생겼어. 그리고 맛도 꽤 있더군.”

내가 말했다.

“사냥도 나가셨던 거에요?”

콜트렘이 말했다.

“지금까지 진지에서 어떻게 밥을 먹었다고 생각 하는 거야? 우리는 따로 보급을 받을 수 없다고. 숲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은 사실 좀 걱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숲에는 식량과 물이 풍부했어. 덕분에 지금까지 식량이나 물을 구할 수 있었지. 왕녀님의 혜안에 감탄스러울 뿐이야.”

콜트렘은 그렇게 얘기하며 계속 병사들과 함께 스케나로 향했다. 우거진 숲을 헤치고 가는데 문제는 점점 더 우거지고 앞을 알 수 없고 걸어가는 것 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못 참고 말했다.

“여기 길 맞죠? 바닥 자체가 없어요. 툭 하면 푹푹 발이 들거나는 흙에.. 이건 그 나무 뿌리 같은 건가? 어쨌든 걷기가 힘들어요.”

콜트렘은 내 발 밑을 보더니 말했다.

“아니 전쟁이 한창인데... 아무리 너가 비전투원이라고 해도 하이힐을 신고 지금까지 다닌거야? 이봐!! 누구 아무나 활동화 좀 가지고 와봐!!! 리디스 발 사이즈가 몇 이야?”

“...9호인데요.”

“그래? 생각보다 발이 크네?”

그러고 보니 콜트렘도 그렇고 금성군의 왠만한 장교들은 이제 나에게 말을 놨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이런 태도들은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나의 의지를 꺾는다. 역시 에프타인을 의지하기를 잘했어. 이 놈들은 애초에 믿을 수가 없다. 나는 한 병사에게 활동화를 받고 계속 가다 보니 어떤 낯설고 이상한 유적지에 도착했다. 분명 유적지다. 왜냐하면금성이나 화성에서, 아니 지구에서조차 본적 없는 건축 양식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구조물은 네모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수한 세월의 풍파를 겪었는지 총격 자국까지 선명하다. 콜트렘이 말했다.

“이곳이 예전 서부 복고주의자들의 아지트야. 그 들은 북부에 자리를 잡고 서부에서 활동했지. 그래서 지구인들은 복고주의자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 이 위치도, 숲의 지리도 전부 위실론에게 데이터를 인계 받은 내용이야. 그나저나생각보다 더 좋은 곳인데? 이거 한 동안 기지로 삼을 수 있겠어.”

내가 말했다.

“여기서 토끼 사냥 작전을 수행하시는 건가요?”

콜트렘이 말했다.

“그렇지.”

그리고 뒤를 돌아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자! 여기서 짐을 풀고 진지를 구축한다! 빨리 작업을 끝내면 몇 일간은 구조물 견학도 허락하겠다! 이 곳은 유서 깊은 유적지니까 볼 거리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제군들! 왕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리디스의 전남친을 혼내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

“와아아아아아!”

“하하하하!”

“낄낄.”

전남친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그리고 아무리 숲 깊숙히 들어가 있어도 적에게 가까운 위치 같은데 저렇게 함성을 질러도 되나? 병사들은 함성과 비웃음으로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금성군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지 않고 서야 이런 반응이 나올 수 가 없다.

토끼 사냥 작전은 생각보다 지루한 것이었다. 꽤 시일이 흘렀다. 콜트렘은 착실하게 전진 기지를 구축하고 영역을 확대했다. 그리고 정찰대를 끊임없이 보내며 지구군의 동태를 파악했다. 물론 덕분에 리튼은 이미 스케나에 들어가 북부군을 모두 규합해 제법 세력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플리사가 가만 놔두라고 한 그 상황이다. 나는 걱정됐지만 콜트렘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스케나가 안정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그는 드디어 움직일 때라고 하며 정예 병사들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멀리서 봤기 때문에 뭐라고 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금성군은 플리사를 비롯해서 너무 느긋하게 움직인다. 확실히 이기고 싶다면 북부군들이 따로 움직일 때 사정 봐주지 않고 스케나, 시브리스, 리튼의 서부군을 각개격파 했어야 했다. 아니면 병력 수도 많으니까 군을 세 개로 나누어서 공격했어도 된다. 보급이 없다, 병력 충원이 없다라고 하며 플리사도 콜트렘도 너무 조심스럽게만 움직인다.

그리고 또 몇 일이 지났다. 나는 토끼라는 생물을 보고 신기해 하고 있었다. 병사가 나에게 설명했다.

“귀엽죠? 그리고 이 귀여운 생물은 먹을 수도 있습니다. 돼지나 소, 인간 같은 고기와는 또 다른 맛이 나거든요.”

인간이라는 말은 좀 빼줬으면 한다. 나는 인간을 안 먹는다. 아니 못 먹는다. 같은 금성 출신이라도 그것 만은 도저히 못 하겠다. 병사와 잡담이나 하고 있는데 콜트렘이 왔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음.. 제안이 하나 있는데. 싫으면 거절 해도 된다.”

내가 대답했다.

“거절해도 되는 제안이 뭔데요?”

콜트렘이 말했다.

“지구군 병사를 몇 명 납치했거든. 이것으로 리튼을 꾀어 낼 생각이야.”

내가 물었다.

“어떻게 꾀어 낼 생각인데요?”

콜트렘이 말했다.

“급박하게 만들어서 사고력을 저하 시킬 생각이야. 한 번직접 볼래?”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콜트렘을 따라 갔다. 콜트렘을 따라 유적지에 들어가니 진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지구군은 모두 눈을 가린 채 팔다리가 뜯겨 나가고 있었다. 어떤 병사들은 안구를 파내 눈에 구멍만 나 있을 뿐이었다.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콜트렘이 말했다.

“어때? 지구인들에게 이 병사들을 보내면 흥분해서 냉정 해지지 못 할 거야. 그럼 우리가 판 함정이라는 사실도 깨닫지 못 하고 걸려 드는 거지. 자네 생각은 어때? 이거먹힐 것 같아?”

나는 대답하지 못 했다. 압도적인 잔인한 장면에 두 발이 얼어붙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콜트렘이 말했다.

“좋아. 반응을 보니효과가 있겠어. 리디스 자네가 아무 말 못하는 것을 보니.”

그리고 콜트렘이 말을 이었다.

“더 지구인들을 흥분 시키는 요소는 바로 저 들을 안 죽이고 살려 보낸다는 데 있어. 평생 저렇게 살아가라는 모멸 적인 메시지를 담는 거지.”

그렇게 얘기한 콜트렘은 병사들을 시켜 팔다리나 귀, 혀, 코 등이 잘린 병사들을 치료했다. 사지 멀쩡한남은 병사들도 앞의 병사들과 똑같은 꼴을 당했다. 순차적으로 보여 줄 셈인지 몇몇 병사들은 눈, 코, 혀가 멀쩡했다. 나는비명 소리가 영원히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

.

.

그 날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날이었다. 병사들의 비명과 끔찍한 고문 뿐 아니라 남은 팔 다리는 전부 요리가 되었다. 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플리사가 병사들에게 굳이 인간 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먹기 싫은 사람은 먹지 않아도 된다고 사전에 말했다. 여기에도 인간 고기를 먹지 않는 병사는 꽤 된다. 어제 그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잔인한 짓을 벌인 병사들도 몇 명은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콜트렘은 과연 플리사의 오른팔 답게 플리사의 그런 정책도 충실하게 따르고 존중했다. 참고로 콜트렘은 대식가였다. 인간의 팔과 다리를 각각 3~4개는 먹은 것 같다.

식사를 끝낸 콜트렘이 말했다.

“진군한다!”

불쌍한 지구군을 어디로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콜트렘은 금성군을 모아 놓고 밑작업은 다 끝났으니 이제 북쪽을 향해 간다고 연설했다. 이미 날이 어둑해 졌을 때라 우리는 오래 진군 하지는 못 하고 숲 한가운데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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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백칩업체 파트로브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의약업체 크포메디아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디몬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89세. 군수업체 아레나스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조니우스 피론트 – 지구 남자 70세. 전자기기업체 에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베르비스 에실 – 지구 남자 48세. 생활용품업체 아크레일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리테온 기우즈 – 지구 남자 63세. 엘리베이터타워업체 엘리베이터의 회장. 기업회의 간부.

세롤드 아이티리스 – 지구 남자 87세. 브리엣 대표. 기업회의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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