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47화 (47/86)

〈 47화 〉 포식자들의 세상 ­47­

* * *

남극 북쪽에 배를 정박했다. 교수는 북쪽에 배를 정박 시킬 곳이 있긴 하냐며 투덜거렸지만 그것은 그냥 나에 대한 심술로 안 좋은 소리를 연발하고 있었을 뿐이다. 남극의 북쪽에는정박할 곳이 넘쳤다.

우리는 노웬이 보낸 차량을 타고 남극 중심지까지 갈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쾌청한 날씨는 정말로 폭풍이 몰아쳤던 그 곳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남극의 중심지, 남부군의 진지에 도착하자 한 건장하고 위엄 있는 늙은이가 나를 마중 나왔다. 많이 굶었는지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안광 만큼은 마치 야수 같았다. 평생을 전장에서 범죄 조직과, 그리고 이제는 금성군과 대적한 노장, 노웬이다. 수염도 깎지 않아 듬성듬성 나 있는 것이 흉하기 보다는 더욱 거칠고 위엄있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노웬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다.

“우하하! 이거 적하고 교전은커녕 날씨에 농락 당해서 몇 달을 발이 묶였으니 면목이 없구만!”

호탕하게 웃자 나시아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군님! 괜찮으세요? 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다!”

노웬이 말했다.

“이 녀석. 걱정된다고 장군님이라고 부르다니. 지금은 남부 사령관이다. 호칭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실수 해서야 무적100사단의 참모라고 할 수 있나?”

나시아나는 군기가 들었는지 바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노웬이 얘기했다.

“하하하. 됐다됐어.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어쨌든 그래도 살아났으니 기분은 좋군. 먼저 간 친구들의 시신도 정중하게 보내주고, 넋을 달래 줘야겠다.”

나시아나는 노웬의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가 물었다.

“지금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이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갑자기 폭풍이 멈춘 이유가 밝혀졌나요?”

노웬이 말했다.

“음? 그럴리가요. 우리 중에 그걸 밝혀낼 인간은 없습니다. 다 군인 나부랭이인데 뭘!”

내가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니.. 나.. 나부랭이라뇨. 군인을 천대 하는 발언은 좀..”

노웬이 말했다.

“군인 뿐이 아니지. 총수 나부랭이, 회장 나부랭이, 교수 나부랭이, 인간은 원래 나부랭이요. 운 좋게 성공해서잘난 척이라도 하면 얄미움이 더 해진 얄미운 나부랭이인거고.”

뒤에 카리탈크 교수가 헛기침을 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거대한 자연 재해를 경험해서 그런지 허무해진 것 같다. 인간 사회의 활동과 지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듯 하다. 노웬의 개인적인 감상은 나와 상관없다. 그보다나는 현장 조사를 하고 싶었다.노웬이 말했다.

“현장 조사에 앞서 미리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아마.. 북서부 사령관이 가장 먼저 듣고 싶어하는 말일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내가 반응했다.

“예?”

노웬이 말을 이었다.

“남부군은 약 400만 명이 폭풍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실종 되고 오발 사고나갑자기 구덩이가 생기는 사고 등등등의 여러 상황들로 말입니다. 지금 남부군은 100만 명 정도지만 그 100만 명도 제대로 된 100만 명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듣기 싫은 진실이었다. 노웬의 말을 들은 나시아나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전우가 죽어서 일까? 동기나 아는 사람이라도 있었던 거겠지. 요전에 금성군에 잡혀 처형 당한 마리엔느 때문에 분노한 나와 리노이, 가이론처럼 말이다.

노웬은 나시아나를 다독여 주면서 북서부 군에게 현장 정리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현장도 정리할 겸 어떻게 되었나 조사도 할 겸 겸사겸사 나는 남부군 진지로 들어갔다. 진지에 들어가자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가 풍겼다. 나는 루디샤에게 명령해서 북서부 연합군에게 냄새를 차단할 수 있도록 지급용 마스크를 쓰라고 지시했다. 아마 북부 지역 스케나 도시에서 물자란 물자는 다 긁어 모아 왔으므로 마스크도 있을 것이다.

그 뒤 우리는 400만 구가 넘는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현장은 참혹했다. 곳곳에서 시체가 있었지만 체온 조절기 조차 통하지 않는 추위와 잔뜩 굶주려 배고픈 남부군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살아 있는 남부군은 몸이 메말라 있었다. 뼈 밖에 없다고 과장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쓸데없이 평화만을 찾는 이들에게는 군인의 이런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 하겠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운 자들이다. 비웃음은 사실 엄격하게 공개 처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 뿐이지만.

어느 정도 처리가 끝나자 나는 남부군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은 30만 명 정도고 나머지는 트라우마같은 것에 빠졌는지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 했다. 나는 총수에게 연락하여 구조선을 요청했고 총수는 내가 총사령관도 아닌데 왜 자꾸 나한테 연락하냐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솔직히 총수한테 얘기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케리스 총사령관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굼뜬 경향이 있다. 그리고 총수는 잔소리하면서도 다 들어주니까.

남부군 진지의 정리가 끝나고 나는 남부 반란군의 진지로 가기로 했다. 그 쪽도 정리해야 하기도 하고 또한 나는 상황 분석을 하고 싶었다. 나는 노웬에게 남부 반란군이이미 다 죽은 것이 확실하냐고 묻자 노웬은 모든 것을 걸고 남부 반란군은 전멸 했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이론과 루디샤를 데리고 남부 반란군의 진지로 떠났다. 가이론이 차량 조수석에 앉은 채 얘기했다.

“사석이니 말을 놓을까. 리튼.왜 나를 데리고 온 거야?”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내가 말했다.

“뭐가? 사관학교 수석 출신이니 믿어서 데리고 온 건데. 분석에 능력을 빌려 달라고.”

가이론이 말했다.

“그것 뿐이야?”

내가 말했다.

“왜.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이론이 얘기했다.

“요즘.. 분노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야. 매일 매일 잔인하고 못 된 생각만 하고 있지.”

갑자기 고해성사 시간이 되었군. 아주 오래전에 지구의 대부분에서 사라진 그 전통 말이다. 내가 대답했다.

“음. 그래서?”

가이론이 말했다.

“아마 남부 반란군과 싸웠어도 같은 지구인임에도 나는 금성인 취급하며 잔인하게 학살 하지 않았을까? 지구에 적대하고 있는 무리들 전부 곱게 보이지가 않아.”

가이론은 처음 부터 쉽게 이길 거라 생각이라도 한 건가? 학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말했다.

“적이라도 미워하면 패배에 가까워질 뿐이야. 적은 미워할 대상이 아니라 냉정하게 관찰할 대상이야. 그래야 승기가 보이는 거니까. 뭐.. 물론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지 보란 듯이 2차 금성군 사령관은 잔인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가이론의 말이 빨라진다.

“드레이돈은반드시 내가 죽여버릴거야.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겠어! 녀석의 가족들도 찾아내서 똑같이 만들어 버릴 거야. 소중한 존재부터 조각조각..”

내가 진정시켰다.

“진정해. 마리엔느의 죽음은 우리 동기들 모두 충격이었다고? 리노이도 엄청 울었어. 왜 그렇게 너만 유독 격하게 반응해.”

가이론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으윽.”

가이론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는 분노를 너무 오래 표출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 지금 슬픔을 표출하고 계속 감정을 발산해서 분노를 누그러트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역시 눈치 있게 운전석에 앉아 있는 루디샤는 시종일관 모른 척 했다.(자동모드이기 때문에 운전을 하지는 않음)

남부 반란군의 진지에 도착하자 여기는 더 난장판 이었다. 진지 벽에는 총알 자국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얼어 죽은 시체, 총에 맞아 죽고 얼은 시체, 진지 중간에는 시체를 요리하던 흔적까지 있었다. 나는 요리 중이던 남부 반란군 시체의 흔적을 보며 말했다.

“여기도 식인 열풍이야? 아주 전 우주에 식인이 유행하는 모양이야.”

내가 농담조로 얘기했다. 가이론은 아무 반응 없이 열심히 이 물건 저 물건을 만지며 조사 중이다. 방금 것은 내가 생각해도 무리수였던 것 같다. 내가 무안해져서 있을 때가이론이 말했다.

“리튼 이것 좀 봐.”

가이론은 무슨 구 같은 것을 나에게 내놓았다. 나는 가이론이 내놓은 구를 보며 말했다.

“이게 뭔데?”

가이론이 대답했다.

“나도 몰라. 지뢰인가 싶었는데 아니야. 구 중앙을 한 바퀴 두르고 있는 구멍도 그렇고, 수상해. 가져가서 조사해 볼까?”

내가 짧게 말했다.

“그러지.”

나와 가이론은 남부 반란군의 진지 조사를 끝냈다. 결론은 남부 반란군 전부 죽었다는 것이고 원인은 동사, 아사, 그리고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이다.식량을 걸고 싸우고 배고파서 죽여 잡아 먹고 폭풍 속에서 비교적 바람이 덜 부는 진지 안에서 온갖 지옥 같은 현상이 다 일어났던 모양이다.

로드카도 물론 확인했다. 그래도 젊은 나이인데 왼쪽 어깨부터 왼쪽 엉덩이까지가 잘려 나간 시체의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북서부 연합군이 남부군 진지를 정리 중이니까 이 곳은 총수에게 연락해서 중앙의 수도 방위군에게 도움을 청할까 생각했다. 방위군의 규모도 상당하니까 일부만 파견해도 정리는 쉬울 것이다. 내가 총수에게 귀찮게 구는 이유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동부 지역의 금성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녀석들이 언제까지 동부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남부가 정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중부 지역으로 쳐들어오는, 과격한행동을 개시할 지도 모른다. 전 지역이 전쟁터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한 군데라도 멀쩡한 곳이 있어야 복구하기에도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조사 중에 특이 사항은 남부 반란군의 사망 상태 정도였다. 아니 이상하게 생긴 구형의 물체를 얻은 것도 포함이다. 물자, 무기 등은 그대로 두었다. 사실 가져갈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기도 탄약이 거의 다 비어있는 상태였고 물자는 거의 다 동 나있었다. 식량은 말 그대로 '0'이었다. 그러니 서로 잡아 먹고 갖고 있던 식량을 빼앗으려고 내전을 벌였던 것이다.

다시 차량에 탄 우리는 남부군 진지로 복귀하기 위해 차량에 탔다. 가던 중 가이론이 말했다.

“왠지 한결 나아진 기분이야.”

그 말을 들은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너 마리엔느를 좋아하고 있었냐?”

그러자 가이론이 말했다.

“음... 어쩌면? 하지만 이미 그녀는 유부녀니까. 사관학교 시절부터 이미 남자친구가 있더라고. 그 운 좋고 멋있는 친구와 결혼도 했고.”

한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차량은 광활하고 새하얀 대지를 달리고 엔진 소리만이 들렸다. 그러다루디샤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주인님. 2차 금성군이 또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또? 이놈들은 무슨 방송 중독자냐?”

가이론이 질문했다.

“주인님? 사촌 아냐?”

내가 대답했다.

“그건 말하자면 좀 복잡해.”

루디샤는 내가 따로 부탁하지 않았지만 화면판을 연결해 나에게 건내 줬다. 가이론은 금성군의 방송을 보기 위해 눈을 감았다. 방송에는 플리사가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인 여러분. 저는 플리사입니다. 매번 보던 덩치 큰 남자가 아니라 실망하신 것은 아니시겠죠? 호호. 농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오늘은 중대 발표를 하기 위해 이렇게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금성이나 화성에도 송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출범위를 최대한 넓혔으니까요.”

플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와 함께 옆으로 걸어 갔다. 거기에는 드레이돈이 묶여 있었다? 뭐지. 드레이돈이 왜 묶여 있지. 플리사가 드레이돈을 보며 말했다.

“나는 지구인을 잔학 하게 학살 할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구를 점령하고 지구인을 금성의 세력권에 포함 시켜 같이 공존하며 살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지구인이 금성인에게 해왔던 양아치 짓 들을 뒤로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금성인들은 지구인에 과격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지구인 여러분들은 이해하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지구인에게 꽤 핍박 받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금성이 지구에 전쟁을 선포한 이유다 되었습니다. 대왕님의 선전포고 때 저는 식인 행동도 포용했습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에서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거든요. 좋든 싫든 말입니다.”

드레이돈이 말했다.

“왕녀님. 아무리 당신이 금성의 얼마 안 남은 왕족이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금성군 사령관을 대하다니.. 왕녀님, 우리의 직책이 서로 같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당신은 제 위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란 말입니다.. 저는 대왕님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계급은 왕녀님이 위니까 지휘체계는 왕녀님이 주도적으로 하고 제가 보조를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왕녀님께 아무런 불만이 없고 실례를 범하지도 않았습니다.그런데 왜 갑자기...”

플리사가 말했다.

“닥쳐. 이 짐승 같은 자식. 수 많은 지구인을 학살 해 놓고 나와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하는거냐?”

드레이돈은 황당해 하며 말했다.

“왕녀님?? 그들은 지구인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던 지구인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플리사가 말했다.

“지구인의 횡포와 너의 학살은 아무 관계도 없어. 넌 그저 재미로 지구인을 학살한 학살범일 뿐이야.”

플리사는 뒤로 돌아가며 말했다.

“전원 총살이다. 준비!”

카메라는 드레이돈을 비추었다. 드레이돈 뿐 아니라 안내원을 잡아 먹으며 웃고 떠들던 여러 간부들도 보인다. 모두 죽을 모양이다. 다들 몸을 이리 저리 꼬며 묶인 줄을 풀려고 끙끙댔다.플리사의 손짓에 금성군은 드레이돈과 간부 일행을 향해 발포했다. 드레이돈은 그렇게 죽었다. 드레이돈은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총소리가 더 컸다. 내가 감상을 말했다.

“드레이돈.. 저렇게 죽어버렸군.”

가이론이 분노했다.

“너무 편하게 죽었어! 빌어먹을! 내가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진정시켰다.

“너무 그러지 마라. 정신 건강에 안 좋아.”

가이론은 분한지 발로 차량을 두 세 번 찼다. 하지만 플리사의 방송은 끝나지 않았다. 플리사가 또 다른 인물을 묶어 놓고 얘기했다.

“이름을 말해라.”

어떤 중년의 늙은이가 잡혀 있었다. 그는 힘겹게 얘기했다.

“나는.. 미하트라의 보스. 가피르트 버넷이다.”

내가 소리쳤다.

“뭐? 미하트라의 보스라고??”

미하트라는 내가 동부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여러 번 전투를 치룬 범죄 조직으로 복고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기 전부터 지구에서 골칫거리였던 인물이다. 얼굴이 공개 된 적도 없다. 지구에서 아무리 기를 써도 잡을 수 없었던 인물이다. 그걸 플리사가 잡은 것이다. 플리사가 설명했다.

“이 자는 금성군에 맞서 전투를 걸었고 패배하여 잡혔습니다. 지구 시민들이 조직한 민병대와 보조를 맞췄는데... 지금 선언하자면 우리는 지구의 시민들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동부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우리와 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드레이돈이 벌였던 일과 우리 금성군은 무관합니다. 학살도약탈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동부의 시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습니다.”

중간 까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드레이돈의 행동이 단순히 분노를 유발했다면 플리사의 저 발언과 행동은 불안감과 절망감, 그러니까우리가 사는 터전이 완전히 빼앗겨 버릴 것 같은 그런 불안감과 절망감이 느껴졌다. 정치적으로도 저게 더 무섭다. 적대 시 하는 것보다 같이 살자는 말이 나는 더 무섭게 다가왔다. 플리사가 말을 이었다.

“저는 지구인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다는 의미로 가피르트도 놔주고 싶지만 행적을 조사해보니 완전한 범죄 조직이더군요. 그들 역시 시민들을 괴롭히고 잔인하게 살해한 악당입니다. 금성에 맞서 일시적으로 민병대와 동맹을 맺었을 뿐입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하트라는 와해 되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금성군에게 잡혀 처형되거나 전쟁터에서 사살되었습니다. 그들은 완벽하게 우리가 파 놓은 함정에 걸렸으니까요.”

가피르트가 말했다.

“자기 자랑은 그만 하고 이제 날 죽여. 나도 더 이상 망해버린 이 세상에 미련 없으니까.”

플리사가 대답했다.

“세상이 아니라 너가 망한거겠지.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나?”

가피르트가 말했다.

"...이 여자와 대적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여자다.. 웬만하면..."

플리사는 가피르트의 말을 더 기다리지 않고 처형했다. 그리고 플리사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가 사실 중대 발표입니다. 그럼 시작 하도록 하죠. 저는 지구에게 저와 동맹 맺기를 신청합니다. 평화 협정이 아니라 동맹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케테로스왕을 이제 불신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가 금성의 왕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부로 저는 금성의 왕좌를 케테로스에게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케테로스가 흔쾌히 저에게 왕좌를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지구에 동맹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동부 지역을 한 동안 금성군이 살 수 있도록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동부의 시민들이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2500만의 금성군은 동부 지역의 시민들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대신 동부의 시민들은 저희 금성군에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물론제가 금성의 왕위에 오르게 되면 동부 지역은 지구 정부에 반환하겠습니다. 지구는 저의 제안을 심사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플리사는 그렇게 말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나와 가이론은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다. 방송이 끝난 후 곧 바로총수에게 연락이 왔다.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이다. 군사단장은 물론이고 각 행정의 수뇌부까지 총 동원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지구 남자30세.몬케르드 대학 조교.남부반란군 대장.사망.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금성 남자56세.금성군 제2총사령관.사망.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가피르트 버셋–지구 남자75세. 3대 범죄 조직 미하트라의 보스.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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