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포식자들의 세상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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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 가운데 한가하게 있다 보니 그 동안 치열하게 전쟁 중 이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만 명씩 꽉꽉 채워 항해하고 있다지만 사령관 신분이기 때문인지 병사들은 나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내 주변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 쾌적하다.
유람선이었던 탓인지 나는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만끽할 기분이 들었다.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의자에 편히 누워 얼음 커피를 마셨다. 몇 일 전까지 나는 금성군의 잔인함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나 지금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있었다.
다른 병사들도 쾌청한 환경에 영향을 받았는지 출발할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한결 더 편안해 보였다. 비좁은 공간임에도 다들 짜증을 내거나 다투지 않았다. 우리 배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의 분위기는 좋았다. 배가 선두에서 항해하는 것도 있어서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만끽 할 수 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뒷 열의 배들은 좁은 공간에 밖을 둘러봐도 유람선 투성이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병사들의 심리가 염려되어루디샤에게 말했다.
“다른 유람선의 상태는 어때? 병사들이나 장교들에게 연락을 취해 줄래?”
루디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루디샤는 연락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네트 공간 북서부군사령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항해에 애로사항이 있을 시 게시판에 글을 올리라는 공지음을 전송했다. 긴 항해 간에 애로사항 공지는 꽤 올라왔다. 상관이 마음에 안 든다, 동료 병사가 내 고백을 찼다, 바다만 보여서 지겹다 등등. 나는 장난스러운 글들만 보고 받아서 화가 났다기 보다는 평화로운 상태니까 내가 처리할 일이 없겠구나하고 인식했다. 나는 게시글로 장난 치는 병사들을 그대로 두었다. 피니르는 아니었지만.
나는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남부 지역으로 가고 있지만 심각한 사람도 몇 명 있었다. 리노이는 동기의 죽음이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밝고 활기찼던 녀석이 여전히 밥도 먹는둥 마는둥이고 말수도 줄었다. 가끔 다른 동료 장교들이 농담을 해도 힘 없이 웃을 뿐이다. 180도로 변하니 약간이 겁이 났다.
가이론은 배 한 척의 분위기 자체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 원래부터 진지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장난을 칠 줄 아는 유쾌한 면도 있던 녀석이 마리엔느의 죽음으로 칼날처럼 변해 버렸다. 그러니까 가이론이 상대방을 보기만 해도 칼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원래 우리와 함께 행동 하지도 않고 막 합류한 상태라 가이론이 있던 배에서는 병사들이 가이론을 기피했다. 가이론은 물론 그런 병사들의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교수는 여전히 병사들에게 헛소리를 하고 다녔다. 내가 남극은 진짜 아무것도 없는 곳이니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나의 역할이 있다고 우기며 따라왔다. 진짜 왜 저러는거지. 짜증남(에프타인)은 조용하다. 가이론이 탄 이후로 아예 존재감이 사라졌다. 일단 우측 1477번째 배에 탑승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맨 우측에 있는 이유는 우리를 호위하고 있는 중부 해군 기지 함장과 대화하던 김에 병사들만 있는 배에 타버렸기 때문이다.
항해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긴 이동 수단하면 생각나는 것이 차량이나 비행선인데 배는 보통 어획이나 유람 을 목적으로 한다. 유람선은처음부터 장기간 항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튼튼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업체는 그 날로 도산이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지구인의 특기다. 문제는 유람이 목적이라 이 배들의 속력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항해는 한 달이나 걸렸고 지구의 시간도 벌써 4월이 넘었다. 동부 지역은 그 동안 몇 차례 시민들이 조직한 민병대가 격렬하게 저항했다. 나름 효과가 있어서 금성군도 제법 피해를 입었다. 드레이돈의 폭정은 상상을 초월해서 시민들은 생지옥에서 살고 있었다.(10시간 마다 10명 씩 잡아 공개 처형하는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시민들의 군대 조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또한 시민 저항군은 범죄 조직과 결탁해서 저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동부 지역의 범죄 조직 ‘미하트라’는 잔인하기로 유명하다. 금성군은 이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창 항해하던 중 병사들의 함성이 들렸다. 나는 선실에서 나와 밖을 보니 거대한 기둥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기둥의 꼭대기에는 거대한 둥근 원 모양의 고리가 달려있다. 고대인들이거나 인공지능이 세운 것 같다. 내가 루디샤에게 물었다.
“저건 뭐야? 지구에저런 게 있었나?”
루디샤가 말했다.
“...자료에 있기는 한데 무슨 목적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기둥에는 어떤 거대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가끔 보이는 문자다. 고대의 흔적이다. 해석을 하고 싶어도 해석을 할 수가 없다. 그 큰 문자는큰 기둥에 맞춰 세로로 새겨져 있다.
W
I
N
D
R
E
G
U
L
A
T
O
R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따뜻해지며 봄 기운이 나는 듯 하다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남극은 그리 추운 상태는 아니라고 루디샤가 설명했다. 그래도 남극은 남극이다. 보통 병사들이야 체온 조절기가 체내에 있어 살갗을 보호하는 정도의 옷만 있으면 되지만 나의 체내는 마치 고대인처럼 깨끗한 상태였으므로 두꺼운 옷이 필요하다. 리노이가 모처럼 말을 걸었다.
“너도 참 불편하게 사는구나.”
“정말 귀찮은 알레르기라니까.”
나는 알레르기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체내에 금속 물질이 있는 것이 싫은 것 뿐이다. 그냥 싫은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공포심이 느껴져서다. 어쩌면 정신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알레르기라고 둘러댄다. 상대가 보기에는 알레르기도 약점으로 보이겠지만 정신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모습보다는 그럴 듯 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리노이는 제 모습을 찾았다. 다시 농담도 하고 잘 먹고 밝아졌다. 가끔 심심하면 이 배 저 배를 옮겨 다니며 동료 장교나 가이론을 찾아가 대화하러 다녔다.나 같은 인간은 리노이를 평생 이해하지 못 할 것 같다. 칩도 안 쓰고 직접 대면하며 대화하고 싶어서 배들을 옮겨 다닌다니. 보통 귀찮은게 아닐텐데 말이다.
가이론은 여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이다. 현재 내 두 가지 걱정 중 하나는 가이론이다. 나머지 하나는 남극의 방해 요소다. 무슨 방해 때문에 반인공지능파 같은 녀석들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면서 걱정 된다.
남극에 도착하자 새하얀 세계가 펼쳐졌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감탄사를 연발 했다. 자연 경관을 몰라서 놀라는 것이 아니다. 직접 봤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다. 우거진 숲과 저녁 노을의 끝없이 펼쳐진 초목의 지평선, 그리고 새하얀 남극. 모두 경이로운 풍경이다. 네트의 자료 화면과 비교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나 역시 웅장한 자연을 목격하니 소름이 돋고 가슴이 쿵쿵쿵하고 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우리는 수 많은 배들이 한꺼번에 정박할 수가 없어서 나눠서 상륙해야 했다. 유람선은 임무를 마치면 신속하게 업체나 배의 주인에게 돌아가라고 알렸다. 그리고 루디샤에게 내 발언과 선장과의 대화를 영상 자료로 남기라고 촬영하게 했다.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야 한다. 금성군 다음으로 우리군을 위협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니 남부군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건장하고 눈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여자가 우리를 맞이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북서부 연합군을 환영합니다. 저는 남부군 참모장, 준장 나시아나 테드린입니다.”
내가 말했다.
“준장? 꽤 젊어 보이는군요.”
“북서부사령관님은 저보다 젊으시죠. 그런데도 소장에 사령관이시잖아요?”
나시아나의 말에 머쓱 해져서 나도 모르게 뒷 머리를 긁적였다. 나시아나가 말을 이었다.
“전쟁은 비극입니다. 죽음의 기회가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제공되니까요.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찬란한 빛처럼 큰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저나 사령관님이나 그 기회를 운 좋게 붙잡은 겁니다.”
죽을 기회? 하늘에서 기회가 찬란한 빛처럼 내려와? 이상한 인간이다.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약간 거리를 벌리며 얘기했다.
“노웬 장군님은 꽤 먼 곳에 있나요?”
나시아나가 대답했다.
“예. 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는 많은 차를 동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걸어가셔야 합니다.”
걸어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탁 트인 눈 덮힌 평지를 그것도 적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지역을 장시간 걸어가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말했다.
“적이 습격이라도 한다면..”
“걱정 마십시오. 적은 우리를 습격할 수 없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시아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나시아나가 말했다.
“그래도 두꺼운 바람막이 옷들은 70만 벌 이상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케이올로 도시와 가까워서 물자를 지원 받을 수 있었거든요.”
내가 물었다.
“두꺼운 옷이요? 체온 조절기가 있으니 두꺼운 옷은 필요 없을 겁니다.”
나시아나가 말했다.
“아뇨. 여기서는 필요합니다. 남극의 중심지까지가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확신하는 말투가 묘하게 기분 나쁘다. 어쨌든그리하여 우리는 꽤 오래 걸어야 했다. 중간 중간 쉬었다. 피니르가 병사들에게 경계 근무를 명령하자 나시아나가 나서서 말렸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피니르는 내색은 안 했지만 나중에 나한테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고 한 소리했다. 피니르로써는 드물게 감정 표현을 한 것 같다.
우리는 노웬 장군에게, 남부군 본진에 가까워 질 수록 이상한 현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점점 바람이 심해진다. 그리고 눈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내가 나시아나에게 가서 물었다.
“이게 무슨 바람이에요? 아니 잠깐만, 말하기도 힘드네!”
내가 소리를 치며 이야기하자 나시아나가 말했다.
“지금은 별로 심한 것이 아닙니다. 남부군 본진에 도착하면 대화는 무조건 백칩이나 바이오칩을 이용한 네트로만 해야 합니다. 소리로 전달하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요.”
이것이 무슨 소리야. 대화가 힘들 정도라니? 병사들은 저마다 제공된 두꺼운 옷을 입으며 눈보라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시아나가 말했다.
“아마 이 것이 마지막 말이 되겠지만 적은 남극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남극의 중심지는 지금 눈폭풍의 몇 배는 되는 환경입니다. 남부군과 남부반란군은 그런 곳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서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니? 그러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후퇴해서 적을 유인하던가 다른 수를 강구해야지. 왜 여기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거야? 적이 한 두 놈도 아니고 금성군에 복고주의자에.. 가뜩이나 복잡한테 남부군은 500만은 되는 대군이다. 이 전력을 반인공지능파 따위에게, 거기에 눈폭풍 때문에 잡혀 있었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바람을 이겨내며 물었다.
“그러면 다른 수를 써야죠! 계속 이러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나시아나가 말했다.
“저 폭풍에 들어가면 우리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시야조차 확보가 안 돼서 대규모로 움직이면 사고만 나더군요. 더구나 처음에는 이런 폭풍이 없었습니다. 서로 교전하며 남극 중심부에 진지를 구축했을 때 갑자기 눈폭풍이 심해지며 서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요. 사실 저도 목숨 걸고 빠져 나온 거에요. 통신은 양호하니 중앙 정부에 보고는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 사실을 이제 얘기 한다고?! 대가리가 쳐 돌았냐?! 전군 정지!!! 루디샤! 전군에게 정지 명령 내리고 눈폭풍이 없는 지역으로, 뒤쪽으로 다시 철수 시켜!!”
우리는 다시 몇 시간을 걸었다. 맑은 하늘이 보였다. 나시아나가 따졌다.
“북서부 사령관님. 저와 남부군에 대한 언어 폭력은 용인 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아군을 버리고 다시 후퇴하다니 무슨 짓입니까?”
내가 말했다.
“후퇴는 무슨. 저기에 들어가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차라리 밖에서 지원하는 것이 났습니다. 대규모로 움직이면 시야 확보도 안 돼서 사고 난다면서요? 거기를 70만에 가까운 병력을 이끌고 들어가라고요?”
나시아나가 말했다.
“남부 사령관님은 북서부 사령관님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전군이 자연현상으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도... 계속 공급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고 아군을 사지로 말도 안하고 끌고 가는 것이 맞습니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봅시다. 정확히 어떻게 남부군은 고립되었고 어떻게 나시아나 준장이 탈출하고 했는지 소상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시아나는 나를 잠깐 노려보았지만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했다. 상황은 처음 반인공지능파가 결성되고 노웬 장군이 이끄는 100사단을 중심으로 한47사단, 56사단 등 서부와 북부에서 사단을 규합, 남부로 내려갔다. 하지만 남부는 케이올로 도시와 아라티세나 도시가 포함된 지역이다. 남부의 중심은 대부분 바다라서 양 끝 대륙, 서부의 남쪽 끝자락과 동부의 남쪽 끝자락의 도시가 남부의 중심인 희한한 형태로 되어있는 지역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남부가 필요한가 싶었다. 하지만 남부 지역 설정의 진짜 목적은 남극이다. 고대인의 유물이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한 동안 사람들의 관심이 폭증했고 남부 지역이라는 새로운 행정 구역으로 재편되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니지만 해군기지도 창설되었으니까 점점 중요해지고 있던 지역이다.
어쨌든 나시아나의 말에 따르면 노웬은 처음부터 반인공지능파가 자리 잡은 곳은 남극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그들은 남극에 진지를 구축하다가 노웬이 이끄는 병력에 기습을 당했고 상황은 유리하게 돌아갔다.
나시아나는 동서남북으로 공격 당하는 지구의 위기에서 남부가 제일 빨리 적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지원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인공지능파가 상당한 피해를 입고 남극 중심지로 후퇴를 거듭했고 남부군이 병력을 이끌고 추격하던 중, 바람과 눈발이 심해졌다.
금방 날씨가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한 노웬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튼튼한 진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눈바람은 점점 심해졌고 눈폭풍으로 변하면서 점점 고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시아나는 노웬의 명령으로 눈폭풍이 없는 지역으로 빠져있으라고 했다. 지구에서 지원군이 오면 안내를 맡으라는 뜻이었다.
통신은 가능했으므로 생사 여부는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시아나가 들은 노웬 장군의 말에 따르면 남부반란군(반인공지능파를 노웬은 남부반란군이라고 불렀다)도 고립되서 움직이지 못했고 일부 병사들에게 정찰과 기습을 시켜 반응이 있는 것 정도만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단한 정찰이나 기습 작전에도 병사들은 적과 싸우다 죽는 것보다 눈폭풍에 휩쓸려 실종되거나 체온 조절기가 있음에도 얼어 죽는 등, 자연현상에 더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나시아나는 계산 상 이제 식량도 얼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가면 남부군은 적고 함께 공멸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물었다.
“중앙 정부는 뭐라고 합니까. 무슨 해결책이 없었나요?”
나시아나가 말했다.
“우리가 폭풍에 대한 심각성을 알릴 때 쯤, 북서부 사령관님은 지금은 다시 금성군의 차지가 되었지만 어쨌든 동부 지역을 평정하고 서부 지역에서 복고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있었습니다. 총수님은 북서부사령관님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제 질문이랑 별로 상관없는 대답 같은데요?”
나시아나가 다시 말했다.
“아니오. 상관 있습니다. 왜냐하면 총수님은 북서부사령관님을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북서부사령관이라면 해결할지도 모른다면서요.”
그 얘기를 언제 한 거지. 내가 세운 대전략을 보고 받은 후인가 아니면 전부 생각했던 것인가. 총수는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기는 건가? ..아니지 잠깐만? 뭐든 내가 다해야 돼? 총수는 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만만해서 모든지 다 시키는 것 같은데. 거기다 성과까지 보여주니 이번에는 이것도 해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럼 지금까지 상황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남부군과 남부반란군은 눈폭풍이 너무 심해서 서로 오도 가도 못하고 진지에서 말라가고 있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나시아나가 대답하자 내가 물었다.
“남부군은 현재 500만의 병력이 있고, 남부 반란군은..?”
“남부 반란군도 비슷했을 겁니다. 500만 명은 넘는다고 엘리베이터 타워에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한 숫자를 모르겠습니다. 노웬 장군님도 점점 목소리에 힘이 사라지고 계시고, 매일 매일 사람들이 사고나 동사로 죽어갔습니다. 아군이나 적군이나 숫자는 더 줄었을 겁니다.”
여러모로 의심 가는 정황이 있다. 첫째, 나는 그 머저리 대학원생이 500만이나 되는 인원을 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둘째, 자연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 왠지 누군가 인위적으로 폭풍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결과가 그러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노웬이 처음부터 남극으로 목표를 정한 것. 이제 해군 기지 하나가 세워졌을 뿐, 엘리베이터 타워도 없는 지역이다. 단순히 예측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왜 적이나 노웬이나 남극으로 향했을까. 남부 반란군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남극보다 도시를 습격하는 것이 낫지 않나? 왠지 노웬이 함정에 빠진 느낌도 들었다.
“금성군이 뒤에서 조종한 것일까요?”
내가 말하자 나시아나가 반응했다.
“금성군이요?”
내가 다시 말했다.
“일단 남부 반란군의 수장은 로드카라는 놈인데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누군가를 잘 기억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제 기억에 남을 정도로 바보 멍청이였습니다. 그 인간이 연설도 하고 500만 명의 병사를 이끈다? 뒤에서 누군가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남부 사령관님이 처음부터 남극으로 향한 것도 미리 정보를 얻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데요.. 흠, 제가 보기에는 일부로 누군가가 흘린 정보를 물어버린 것 같습니다. 남부 사령관님은 그 정보에 당한거죠. 그리고 이 눈폭풍도 인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가 시간을 지체 시키려고 만든 자연현상 함정 인 거죠.”
나시아나가 말했다.
“폭풍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가 있나요?”
내가 말했다.
“불가능 한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필요가 없었으니 아무도 시도 안 한 것 뿐, 필요하면 충분히 가능한 기술력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범인은 바로 금성놈들이구요.”
나시아나가 말했다.
“금성군인 이유는요?”
“뻔하죠.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체 되면 이득 볼 사람이 금성군 밖에 더 있습니까? 지구군의 결집도 막고 총 한번 안 쏘고 적들을 500만이나 얼려 죽일 수 있는거니까요. 시간도 벌고 적들도 고립시켜 편하게 죽이고, 완전 금성군을 위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나의 말이 끝나자 나시아나가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결책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아직은 현상 분석 중 인 거죠. 해결책은 그래야 나올 수 있어요. 일단 눈폭풍부터 생각해볼까요. 인위적으로 만든 거니까 남극은 아닐거고 바다.. 어딘가에.. 바람을 일부로 일으키는 기계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첫째로 엘리베이터 타워에 남부 대해 어딘가에 무슨 기계가 있는지 탐색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상한 기계가 있으면 뭐...음... 해군 출동을 요청해서 포로 박살 내버리는 겁니다.”
나시아나는 내 말을 듣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러면 눈폭풍이 멈출 수도 있겠네요! 노웬 장군님을 구할 수 있겠어요!”
내가 말했다.
“보장은 못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우리가 병력을 이끌고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은 일단 저 빌어먹을 눈폭풍을 멈추게 만든 후가 되야 할 겁니다.”
나시아나가 말했다.
“알았습니다. 남부 지역의 엘리베이터 타워에 요청해보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미 해결책을 찾은 것 같으니까요.”
뒤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우왁!”
짜증남(에프타인)도 놀랐는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령관님. 갑자기 왜 놀라세요.”
나시아나가 말했다.
“저 사람 아까부터 뒤에 서 있었어요.”
내가 말했다.
“아니 그럼 미리 얘기를 해주시지. 그리고 에프타인씨는 서 있으면 인기척이라도 좀 내요! 갑자기 목소리만 뒤에서 들리는데 무서..좀 놀랐잖아요.”
짜증남이 얘기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두 분이서 한창 이야기 중이시길래 좀 기다렸던 것 뿐 입니다.”
나시아나가 말했다.
“어차피 둘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비밀 얘기하다가 들킨 것도 아니고 탁 트인 공간에서 여기 저기 병사들이 흩어져 쉬고 있는 곳에서 얘기 한 건데 뭘 그렇게 놀라세요.”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한심하다고 따지는건가? 나시아나도 좀 마음에 안 든다. 처음부터 이상한 말하는 이상한 성격이었다. 기자 양반(아리카) 이후로 시비 거는 여자는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일단 마음을 진정 시키고 말했다.
“그러니까 무슨 해결책을 찾았다구요에프타인씨?”
짜증남이 얘기했다.
“실은 이 눈폭풍에 대해 카리탈크 교수님이 아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요. 그래서 모시고 온 참입니다.”
“정말 매섭게 추운 바람입니다. 절대 자연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짜증남의 얘기가 끝나자 뒤에 있던 교수가 운을 띄웠다. 전혀 기대는 안되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지구 여자. 31세.전업주부.사망.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100사단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나시아나 테드린 – 지구 여자 33세. 준장. 100사단 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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