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포식자들의 세상 43
* * *
급히 전차를 타고 가니 뒷열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유탄 된 총알이 전차에 부딪히며 ‘팅팅’ 소리를 냈다. 바깥 화면에는 병사들이 총에 맞아 죽거나 폭탄이 터져 평탄화 된 흙 바닥에 구멍이 생겼다.
루디샤가 말했다.
“주인님. 밖으로 나가면 안됩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내리셔야 해요.”
전차 운전병이 운전 도중 눈을 뜨며 말했다.(10000년의 미래에는 보통 운전하면 눈을 감는다. 운전 차량의 서버에 백칩이 연결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뒷 쪽으로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전한 곳 까지 가려면요.”
내가 소리쳤다.
“병사들을 버리고 스케나로 도망이라도 치라는거야?!”
루디샤가 말했다.
“원래 사령관은 지하 벙커 같은 안전한 곳에서 작전을 총괄하는 직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인님은 너무 활동적이에요.”
“나는 남부로 가려고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숲 자체를 불태워 버렸으면 금성군 놈들도 타 죽고 좀 좋아? 이런 젠장!”
나는 전차의 튀어나온 철판 부분을 주먹으로 연거푸 쳤다. 어디에 쓰는 부분인지 모른다. 전차 운전병이 별 말 없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곳은 아닐 것이다. 루디샤에게 통신을 열어두고 보고들을 기다렸다. 전차는 여전히 북쪽으로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곧 리노이한테 보고가 들어왔다. 리노이의 보고로는 넓게 만든 길 양 옆 숲에서 금성군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들은 숲에 엄폐한 채 총을 있는 대로 갈겼고 넓고 탁 트인 길에서 행군 중이던 우리 병사들은 기습을 받고 죽어나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차와 가까운 병사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전차에 붙어 총알이 날아오지 않는 부분으로 숙이며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가운데 열, 즉 내가 있던 곳은 수류탄이나 로켓탄 까지 날아오는 생지옥이라고 한다.
나는 보고를 듣고 망연자실에 빠졌다. 바티우스가 통신으로 말했다.
[그래도 재빨리 전차를 뒤로 돌린 것이 한 줄기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중앙지점으로 달려가 보병들을 지원해서 적군을 막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앙은 리노이와 피니르, 큰 바보(빌 대령), 익숙한 장교 모두가 있다. 나는아는 사람의 죽음이 더 이상 싫었다. 나는 전차 1500대에 중앙의 보병을 지원하라고 명령했다. 1500대의 전차는 큰 길을 가로 지르며 숲 쪽으로 총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전차 안에 있음에도 폭발과 총탄의 굉음이 시끄럽게 귀를 때렸다. 시끄러운 소리와 비명 소리가 혼재한 가운데 나는 엘리베이터 타워에게 적의 숫자를 요청했다. 엘리베이터 타워는전에 보고하기를 숲에 금성군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70만의 보병과 3500대의 전차가 습격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엘리베이터 타워는 적의 숫자가 200만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엘리베이터 타워의 보고자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결론은 두 가지다. 금성군이잠시 숲을 빠져나갔다가 우리의 움직임에 맞춰 다시 복귀, 습격한 것이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열감지기에 걸리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거나.
첫 번째 방식은 좀 귀찮거나 힘들 수 있어도 열심히 움직이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모르겠다. 금성군이 특수 장치를 보유하고 있나? 나는 서부 복고주의자들을 속이기 위해 레이더와 육안으로 구분하지 못하도록 특수 위장막을 쓴 적이 있다.
한창 사고를 하며 원인 분석을 하던 중 루디샤가 말했다. 적들이 물러 가고 있다는 것이다. 1500대의 전차는 중앙에서 열심히 보병들을 보호하며 선전했다. 보병들도 지원을 받고 힘을 내서 금성군에게 반격을 가했다.
전차와 가지고 있던 전략 물자(폭탄, 수류탄 포함)가많았던 탓인지 우리는 금성군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나는 적이 후퇴했다는 보고를 듣자 마자 군의 피해 상황을 보고 시켰다. 리노이도 피니르도 바티우스도 큰 바보도 모두 대답했다. 다들 다행히 살아있다.
나는 보고를 기다리는 동안 중장비가 있는 곳을 끼고 최대한 병사들을 배치 시켜 진지를 구축했다. 중장비의 육중한 몸이 우리에게 바리게이트가 될 것을 기대한 조치다. 적어도 남쪽 방향은 적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 동쪽과 서쪽은 철조망과 스마트 지뢰와 전통적인 폭약 까지 총 동원하여 단단하게 방어선을 만들었다. 적어도 금성군이 다시 양쪽 숲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남은 것은 북쪽 방향, 스케나 방향인데 그 곳은 간이 위병소 및 여닫이가 가능한 강화 플라스틱 벽을 설치했다. 동부에서 쓰던 특수 소재의 방탄 방패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적의 총과 폭탄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지 구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관리 감독했다. 다른 장교들은 병사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라고 시켰고진지 구축을 위해 선별 된 병사들은몸이 멀쩡해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한 병사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독려하며 마지막까지 움직이게 했다. 진지 건설이 완료된 후 나는 병사들에게 전투 식량(영양 캡슐)이 아닌 고기와 빵, 스프를 제공하고 경계 근무를 일주일 동안 면제 시켜 주었다. 그들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진지가 완성되는 동안 피해 보고도 들어왔다. 피니르가 먼저 보고했다. 피해는 생각해보다 애매했지만 전략 물자의 소비량이 상당했다. 적들을 막기 위해 총알과 수류탄 등의 사용이 많았다. 피니르 답다고 해야 할지 그는 인원의 피해 뿐 아니라 물자의 수량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고했다.
총알은 아직 쓸만 할 정도지만 오늘 전투로 반 이상이 사라졌다. 총알은 규격과 상관 없이 9천 만발 정도가 남았다. 수류탄은 9700개가 남았다. 지뢰 및 폭약도 진지 구축에 전부 사용했다. 돌진형 지뢰는 1000여 개가 남아 있지만 상대방을 살상 하는 용도보다 훼방 놓는 것에 중점을 둔 물건이라 살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는 피니르의 보고를 받으면서 우리가 정말 다양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새삼 놀랐다. 전에도 느꼈지만 총알 종류만 해도 27종류였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8mm 총알만 알던 나는 이렇게 수 많은 지름의 총알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스마트 지뢰(적의 유무를 판단하고 적에게만 터지는 지뢰)와 돌진형 지뢰(설정된 방향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움직임이 포착되면 시속 150km로 돌진해서 움직이는 생물의 다리에 부착 및 터지는 지뢰인데 남자 성인 손가락 두 마디 크기라서 위력이 약함)이 외에도 6개의 지뢰 종류가 있는데 기능들이 세분화 되어있고 정말 쓸모 없어 보였다. 다이너마이트, 원시 폭약, 수류탄... 등등등 각 항목 당 종류가 20가지가 넘었다.
“97사단장. 스케나에 이렇게 많은 전략 물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사령관님. 군수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때문에 쓸데없이 종류만 많은 거니까요.]
피니르의 이야기를 듣자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익숙한 무기만 사용하다가 익숙한 무기가 떨어지면 익숙하지 않은 무기로 전투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 전투력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 익숙한 무기 100만 개와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무기 900만 개 보다 차라리 익숙한 무기 1000만 개가 낫다.군수업체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 후 리노이의 보고가 들어왔다. 인명 피해는 70만 보병 중 이번 전투로 만 여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했다. 피해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리 들었기에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지는 않았다. 사상자 만 여명(사망자 시신 약 4000구와 부상자 약 6000명)은 결국 스케나로 이송되기로 결정되었다.
그 뒤 바티우스와 큰 바보의 보고가 들어왔다. 후열의 전차는 약 500대가 파괴되었다고 했다.오늘 전투의 가장 큰 손실이자 뼈 아픈 사실이었다. 내가 끌고 있는 전차는 2형 전차가 아닌 지구의 대표 군수 업체 아레나스사(?)의 최신형 전차였다. 전차는 이제 3000대가 남았다.
큰 바보의 보고에서 쓸만한 보고는 부상자 상황이었다. 앞 열과 후 열의 전차병, 그리고 일부 보병들의 부상 상태 보고였다. 물론 이쪽에서도 2000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왔다. 부상자를 스케나로 보내고 사망자 시신 또한 스케나로 인계하고 나니까 68만 보병과 3000대의 전차 반 정도 남은 전략 물자가 남았다.
정리가 끝나고 나와 장교들은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자주 여는 기분이지만 현재로써는 중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의 분위기는 바티우스와 피니르의 사과로 시작했다.
바티우스가 먼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의 말대로 전부 불태워 버렸어야 했어요. 금성군 녀석들에게 완전히 당했습니다.”
피니르가 말했다.
“저도 잘 못 예측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병사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며 도발한 이유는 우리를 끌어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발을 묶으려는 수작으로 오인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거기에 엘리베이터 타워 책임자의 무책임한 보고까지 포함하면 됩니까? 사단장과 장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은 제 의견을 묻고 싶어서 회의에 불렀습니다.”
짜증남이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까?”
내가 짜증남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숲이 얼마 안 가서 끝납니다. 우리는 당장 남하해서 중부 지역의 이스까지 내려 갈 겁니다.”
리노이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럴거면 뭐 하러 단단하게 진지를 구축해 놨어?”
내가 말했다.
“여기에 오래 있을 것처럼 적을 속이려는 목적도 있고 또 병사들에게 안전하다는 기분을 주어서 심적으로 안정감을 줄 목적도 있었어. 기습을 당했으니 정신적으로 타격이 있었을 거야. 새벽에 몰래 병사들을 집합 시켜 행군 할 계획이다. 되도록 조용히 움직여야 해. 금성놈들이 눈치채지 못 하도록.”
바티우스와 피니르, 큰 바보는 별 의견이 없이 찬성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잘못으로 기습을 당했다는 죄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기습은 그들이 잘 못 판단한 것 같지는 않다. 나도 플리사가 동부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만 명의 적이 있었다는 것은 플리사도 지금 이 숲에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플리사는 상대의 허점을 찌른 것이다. 그것이 플리사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면 어쩌다 우연히 얻어 걸린 것이든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는 같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해 있거나 플리사가 두려워서 플리사의 움직임에 정신을 쏟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애초에 남부 지역 노웬 장군의 남부군과 합류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대 세력으로 뭉쳐 동부 지역의 2차 금성군을 상대해야 한다.
이번에는 짜증남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우리는 새벽에 몰래 군을 이끌고 나왔다. 행군 방식은 보병은 중장비 틈새로 숲을 향해 남쪽으로 직진 이동, 전차들은 중장비를 통과하기 힘드니까 약간 우회 하기로 했다. 금성군이 신경 쓰였지만 소심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플리사의 작전도 그렇지만 플리사는 만만한 적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루디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아까 습격 때 나를 맨 처음 공격했던 사람 말이야.”
“네 주인님.”
“그 병사가 플리사 아니었을까?”
루디샤가 말했다.
“플리사도 사령관이지 않나요?”
내가 말했다.
“왜. 사령관이면 꼭 벙커에 처박혀 있어야 하나? 게다가 지금 벙커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딨어? 죄다 숲 투성이구만.”
숲에는 처음 듣는 새소리가 들렸다. 병사들도 이런 우거진 숲을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끔 흔들리는 수풀 소리나 반복적인 새 소리가 새벽과 어우러져 공포감을 느끼는 병사들도 있었다. 나 역시 두 번째 오는 것이지만 이렇게 오래 숲 한 가운데 걸어 본 적은 없다.도시의 냄새가 아닌 자연의 냄새다. 묘하게 뭐라 말할 수 없는 냄새가 신기하다.
“그나저나 적들은 왜 자신의 몸에 진흙과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을까? 냄새 공격?”
병사들이 따로 보고하지는 않았었지만 냄새가 지독했다는 이야기는 간간히 들렸었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진흙과 변을 두르고 있었다.
“그것이 위장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열감지기도 감지하지 못 했으니까요.”
루디샤의 말에 내가 반대 의사를 냈다.
“열감지기는 몸에 뭐 둘렀다고 감지 하지 못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야.”
“그런가요? 하지만 그것이 아니면 오늘 기습을 설명할 수 있나요?”
내가 말했다.
“방법이야 많지. 내가 엘리베이터 타워에 요청했던 것은 숲에서 적이 있느냐의 여부였어. 금성군이 숲 밖에 대기 하고 있다가 우리의 움직임을 보고 다시 숲으로 들어와서 매복한 것일지도 모르지. 나도 정기적으로 엘리베이터 타워에 금성군 존재 여부의 대한 정보를 요청했던 것은 아니거든.스케나에서 녀석들이 우리 병사들을 납치, 고문한 것만 봐도 우리 움직임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해. 어떻게 관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듯 하네요.”
“아니면굴을 팠을지도? 아예 땅 속 깊숙이 들어가면 열감지기도 어렵지 않을까? 열감지기의 탐색 범위도 한계가 있으니까.”
나는 여러 의견을 내다가 곧 짜증을 내며 얘기했다.
“에이 됐어. 모르는 것을 열심히 토론하면 뭐해. 이미 일어난 일이야. 난 이과도 아니라고. 그런 것은 나중에 이기고 나면 공학자들에게 의뢰하지 뭐.”
“그게 좋겠네요.”
루디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을 질문했다.
“루디샤.”
“네?”
“너 정말 인공지능 로봇이야?”
루디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얘기했다.
“전에 부품 교체할 때 본 적 있지 않나요? 전 완벽한 로봇이에요 주인님.”
아주 오래 전, 루디샤를 얻은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이다. 부품 교체를 한다면서 스스로 배를 깐 적이 있다. 내장 같은 일반적인 사람의 기관이 아니라 루디샤의 속은 기계 투성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루디샤는 너무 인간적이다. 전에는 좀 로봇 같았는데 전쟁 한다고 같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점 표정이나 감정이 풍부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실대로 루디샤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자 루디샤가 말했다.
“그거야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계속 있으니까 사람인 척 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주인님도 동의하시잖아요? 내가 인공지능 로봇인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것을요.다시 집에만 있게 되면 평범한 루디샤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 너무 오래 하는 것도 병사들이 들을 까봐 겁나내요. 병사들과 떨어져서 걷고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너무 떨어져서 걸어도 안 좋으니 병사들 사이로 다시 돌아가도록 해요.”
“어? 어어 그래.”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병사들이 들을 까봐 겁나내요? 나는 루디샤가 약간 무서워졌다. 단순히 이쁜 외모와 친절한 태도로 호감이 들었던 옛날과 달리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는 인식을 앞에 놓고 보면 좀 무서워진다. 더구나 요즘 들어 루디샤의 인간적인 태도는 점점 진화하는 기분이라 더욱 소름이 돋았다.
어쨌든 나는 루디샤가 소름 돋든 말든 필요하기 때문에 루디샤와 병사 몇 명을 정찰로 파견했다. 금성군의 눈을 피해 남부로 내려가는 중이지만 새벽에 기습을 당한다면 낮에 당한 것 보다 더 큰일이다. 정찰 실력도 그렇고 루디샤는 무엇이든 시키면 다 잘하는 만능이다. 루디샤가 떠난 뒤 리노이가 말을 걸었다.
“숲은 언제 끝나?”
내가 빈정거렸다.
“요즘은 부하가 상관에게 이거 저거 질문하게 되었나?”
리노이가 말했다.
“모르면 서로 질문도 하고 그러는 거지. 너무 하는구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더니 아주 나중에 총수까지 가시겠다?”
“총수는 아무나 하냐? 총수하려면 샐러리맨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고.”
리노이가 말했다.
“공정하게 간다면 그게 맞겠지.”
내가 말했다.
“왜? 뭐가 불공정해? 그 얘기는 됐어. 그보다 한 가지 물어볼게 있다.”
“뭔데?”
리노이가 질문을 기다린다. 나는 약간 고민 되었지만 결국 물어보았다.
“루디샤... 너가 보기에는 어때?”
리노이가 대답했다.
“루디샤? 니 사촌?”
“그래.”
“...야. 사촌끼리 이상한 감정을 품는 것은 안돼. 미쳤어?”
나는 순간 소리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참고 말했다.
“뭔 소리야? 그냥 루디샤 걔 어떠냐고. 좀 이상하다던가 그런 느낌은 없어?”
리노이가 말했다.
“나왔다. 리튼의 주특기 의심병.”
“의심병은 또 뭐야?”
“뭐긴 뭐야. 너 뭐만 하면 수상하다고 의심하잖아. 이제는 사촌도 의심하냐?”
그건 뭔가 이상하다. 사촌이면 무조건 믿어야 하나? 내가 대답을 재촉했다.
“그보다 생각 좀 빨리 말해봐.”
리노이가 말했다.
“아 남 얘기 하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런데 조금 이상하긴 해. 좀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
“딱딱하다고?”
나의 연속되는 질문에 리노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가끔.. 음성 안내 서비스랑 대화하는 기분이야. 내가 원래 좀 말을 이 사람 저 사람 잘 걸잖아? 루디샤랑도 좀 대화해봤거든.”
“그랬어??”
전혀 몰랐었다. 루디샤가 리노이랑 대화를 많이 했었다니. 나는 리노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리노이가 말했다.
“사회성이 좀 없던데. 아니 사회성보다는 인간적인 성격이라고 해야 하나? 화를 내야 할 타이밍에도 화를 전혀 내지 않아서.”
내가 말했다.
“야. 루디샤한테 뭔 짓을 한 거야.”
리노이가 말했다.
“아무 짓도 안 했어. 가끔 병사들이 루디샤한테 막 사귀자는 둥 꼬시는 장면을 봤거든.”
“뭐?”
리노이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무 침착하게 대답을 한다고 해야 하나.. 병사들도 순간 벙찌거나 관심이 식어서 그냥 돌아가더라고. 귀찮은 헌팅을 아주 잘 대처했다고 봐야겠지?”
나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리노이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야야. 너무 화내지마. 루디샤 나이도 27살인데 한창 연애 할 나이지. 외모도 아주 이뻐가지고... 헌팅 당 할 수도 있지 뭐. 병사들이 그런 거면 화날 만 하기는 한데. 그냥 넘겨. 괜히 일만 복잡해진다.”
나는 루디샤가27살이라고 말하며 돌아다닌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보낸 병사들이 찝쩍거리는 것은 아니겠지. 나중에 루디샤한테 물어봐야겠다. 루디샤의 정찰이 끝나고 아침이 될 무렵 우리는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넓게 펼쳐진 지평선은 장관이었다. 병사들도 감탄했는지 주위에서 감탄사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직 방심할 수 없었으므로 병사들을 조용히 시키며 전차 부대와 논의 된 합류 지점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나아갔다. 합류 지점에 도착한 후 약간 기다려야 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루디샤에게 물었다.
“정찰은 별 일 없었지?”
“네 주인님. 금성군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건아까 보고를 드렸는데요.”
“그렇지맞아. 그건 알아. 그..”
“?”
루디샤는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반응을 볼 때 마다 진짜 로봇일까 의문이 든다. 결국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얼버무렸다. 루디샤는 내 딸도 애인도 아니다. 심지어 인간도 아니다. 나의 반응은 확실히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로봇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니. 리노이가 나와 루디샤 사이를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잡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서쪽에서 전차 부대가 보였다. 3016대. 정확하게 모두 합류했다. 나는 무사히 모두가 숲을 빠져나온 것에 대해 가슴 한켠에 희망이 샘솟았다.
“지구에 종교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여려운 상황에서 모두 무사히 합류하는 이런 광경을 맞이하니 왠지 신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던 리노이가 말했다.
“뭔 헛소리야?”
나는 쑥스러워져서 얘기했다.
“아니 그냥 혼잣말이야.”
리노이는 편하고 좋겠다. 생각 없이 잘 살아서. 나는 전차 부대를 성공적으로 피해 없이 이끌고 온 97사단장 피니르를 치하하고 나를 포함한 전군은 남쪽으로 떠났다. 목적지는 이스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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