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42화 (42/86)

〈 42화 〉 포식자들의 세상 ­42­

* * *

아침이 되자 각 사단장과 참관 자격이 주어진 장교들이 임시 막사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이라고 해봐야 스케나 도시의 상가 건물을 약식으로 개조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회의실 역할을 여러 번 수행하고 있다.회의실에 들어온 사단장들, 바티우스는 이미 표정이 좋지 않았다. 피니르도 이번 병사들의 피해에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티우스는 회의가 시작도 전에 금성인들의 잔인함과 야만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금성인들은 진짜로 인류에서 벗어났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그들이 벌인 짓 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더 이상 행성 간의 신사 협정들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금수와 같은 그 생물들을 똑같이, 자신들이했던 짓 그대로 대우해줘야 합니다!”

내가 바티우스의 비난에 대답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흥분만 해서는 오히려 금성인들에게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처 해야 합니다. 불쾌하고 답답한 기분을 끌어 안고 말이죠.”

나는 잠깐 루디샤를 보았다. 루디샤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어제까지만 해도 분노로 폭발할 것 같았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튀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어쩌면 이 점을 금성이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흥분 시켜서 실수하게 만드려는 그런 전략 말이다. 나는 처음에 금성왕의 잔인한 선전포고가 지구인들로 하여금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하려는 유치한 심리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차 금성군의 불쌍한 안내원 요리를 보여주며 행한 연설과 지금 플리사의 아군 병사들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형벌’이 두려운 마음을 심어주는 것 보다 사람들을 열 받게 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 두려움을 느끼는 병사들도 있고 흥분해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가서 금성인을 죽여버리겠다고 씩씩거리는 병사도 있었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좋다고 볼 수 없다. 나도 포함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짜증남이 말했다.

“끔찍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스케나에서 요양하고 그대로 전역 처리가 될 것 같습니다. 지구 총 사령관이자 국방부 장관인 케리스 대장님은 전쟁이 끝나고 적절하게 보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짜증남은 저번 야렘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행정 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잘 처리하는 편이다. 큰 바보(빌)가 말했다.

“사령관님의 대전략은 이제 우리도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회의는 언제 어떻게 남부로 출발할지 논의하는 자리입니까?”

피니르가 나 대신 말했다.

“아니. 정찰대가 끔찍한 꼴을 당했으니 스케나의 남쪽 숲 어딘가에 금성군이 매복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함부로 이동할 수가 없어.”

피니르가 큰 바보에게 말하자 나도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덧붙여 말하면 비행 수단도 막혔습니다. 동부 지역을 꽉 잡고 있는 2차 금성군이 공군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육로를 사용해 남부 지역까지 가야 될 상황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다들 어렵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누구는 탄식을 한다. 피니르가 탄식을 깨고 한 마디 했다.

“하지만 무조건 걸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중부 지역의 중소 도시 이스까지만 가도 바닷길이 열리니까 배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맞장구 쳤다.

“그렇습니다. 저도 뱃길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배만 구할 수 있으면 남부 지역까지 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뱃길은 2차 금성군의 위협도 없는 위치에요.”

짜증남이 말했다.

“하지만 70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탑승하려면 꽤 많은 배들이 필요할텐데요. 이스라는 항구 도시에 그 많은 배들이 있을까요?”

내가 짜증남을 보며 얘기했다.

“여기서 에프타인씨가 활약 하는거죠. 야렘에서도 야포 등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많이 구해오셨으니 이번에는 인원 수송에 필요한 배들도 공수해오실 거라고 믿습니다.”

“저런!”

짜증남이 곤란한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미래의 것이고 지금 당장 필요한 논의는 우거진 숲 안 금성군에 대한 것을 논의하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남부 지역으로 가는 것은 이스까지 가서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정하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남쪽에 넓게 펼쳐진 숲을 통과하는 일입니다.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훨씬 많은 숫자의 병력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을 뚫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짜증남을 바라 보았다. 짜증남이 말했다.

“제 첩보원에 따르면 숲에는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여기 계신 분들도 전에 들으셨겠지만..”

내가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문제는 그것이 전체 수인지 우리 발을 묶으려고 소수만 남은 상태 인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무슨 초보를 첩보원으로 파견 했는지 플리사의 존재 여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큰 바보가 물었다.

“우리 발을 묶으려고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죠 사령관님? 금성군 사령관 플리사의 존재 여부는 어떤 의미고요.”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2차 금성군이 동부에 있으니 당연히 합류하기 위해 플리사는 북부 지역을 버리고 갔을 거라고요. 당연하잖아요?”

바티우스가 말했다.

“당연하다고요? 글쎄요 사령관님. 오히려 북부에서 자신들이 우세하니 그대로 밀고 수도까지 진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북부 지역에서는 우리만 제거하면 플리사를 막을 병력은 없다고 봐도 되니까요.”

나는 바티우스에게 반대 의견을 말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도 방위군이 존재 때문이라도 플리사는 쉽게 수도로 진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북부에 오래 고립되면 결국 자신의 전술이나 숫자, 위치 등이 파악 돼서 우리에게 질 겁니다. 숫적으로도 밀릴 것이고요. 지금 플리사는 최대한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사각지대를 찔러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위험한 상태에서 2차 금성군의 존재는 플리사에게 있어 무엇보다 합류하고 싶게 만들었을 겁니다.”

다시 바티우스가 말했다.

“흠... 사령관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숫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좀 동의하기 힘듭니다.”

내가 말했다.

“지금당장은 그렇죠. 하지만 이 전쟁터가 우리 홈그라운드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현역들 말고 예비역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북부, 서부, 남부를 빨리 정리하고 동부 지역 한 곳 만을 전선으로 삼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 중부까지 포함해서 안정시키면 예비역을 안전하고 쉽게 모집해서 대규모 전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부 2500만 적군 따위는 우습게 보일 겁니다. 제 예상대로 라면 예비역 포함해서 당장 억 단위의 병사를 모집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반응들이 시원치 않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별로인가요? 전쟁에서 숫적 우위처럼 훌륭한 전략 전술이 없는데.”

바티우스가 말했다.

“사령관님의 전략은 훌륭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예비역이 과연 오겠는가 하는 겁니다.”

나는 바티우스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럼 지구인들은 전쟁에서 지고 금성인들의 요리 메뉴판에 스스로 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까? 싫다고 거부할 상황이 아닙니다. 당장 다 튀어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구요. 남부 까지 제압하면 총 사령관님께 예비역 총 동원령을 건의 할 생각이었는데요.”

바티우스가 다시 말했다.

“예비역은 기업에게 있어 충실한 소비자, 즉, 고객들입니다. 아마 기업인들은 고객들이 전쟁터에서 죽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손실이 나도 입에 거품을 무는 작자들인데 그걸 두고 보겠습니까? 그리고 예비역도 정년으로 전역한 것 보다 단순히 군대가 싫어서 떠난 케이스가 90%는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예비역이 많은 것이고요. 예비역도 명령을 내려도 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얘기했다.

“물론 그 정도는 알죠. 저도 나름 계산이 있습니다. 예비역이 전부 참가할 거라는 계산이요.”

이번에는 피니르가 물어보았다.

“어떤 계산이죠 사령관님?”

나는 짜증남을 살짝 보았다. 외부인에게까지 이 방법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밝히기 어렵습니다. 적들이 알면 대응할지도 모르고.”

큰 바보가 말했다.

“내통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고.. 하여튼 지금은 곤란합니다. 때가 되면 공개하겠습니다. 이 점은 저에게 믿고 맡겨주십시오.”

내가 큰 바보에게 대답했다. 회의가 자꾸 옆길로 세는 기분이다. 나는 다시 내 의견을 말했다.

“그보다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당장 숲을 어떻게 통과할지 말해봅시다. 제가 먼저 의견을 말할까요? 지금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숲에 숨어 있다면 우리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방법은 숲을 통째로 없애버리는 방법입니다.”

나의 발언에 약 3초간 정적이 흘렀다. 정적 이후 다들 저마다 웅성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내가 말을 이었다.

“제가 어제 ‘불행’한 일을 당한 정찰대와 대화하며 쭉 생각해봤는데 금성군의 전투력은 정예군 수준이고 발을 묶으려고 소수가 남겨뒀든 전체가 매복하고 있든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섣불리 숲에 들어가서 봉변 당하는 것보다 좀 과격하지만 숲 자체를 불 질러 버리려고 합니다. 금성 놈들도 죽기 싫으면 도망가겠죠. 남쪽 숲은 제가 예전에 간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현지인도 헷갈릴 정도로 우거진데 잘 모르는 우리들이 들어가면.... 100%장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 자체를 태워 없애고 이스까지 간다는 것이 저의 전략입니다. 탁 트인 공간이 되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죠. 적들의 모습도 파악 가능하고요. 뭐 불에 안 타 죽었다면 말이지만. 게다가 북부는 우리 지역이나 다름 없으니 숲을 태워 공간을 만들면 전투기 같은 지원도 받기 쉬울 것입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도 반응들이 별로인 것 같다. 조용하다. 내가 물었다.

“별로입니까?”

피니르가 말했다.

“저는 왠만해서는 사령관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만 숲 전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기업인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케나 시민들도 싫어할 거에요. 주요 관광 산업 하나를 없애겠다는 거니까요. 스케나 시민들은... 당장에 수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게 될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런 것은 나중에 다시 살려도 됩니다. 지금은 금성인을 지구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니면 피해를 감수하고 저 위험한 숲에 들어갈 생각입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100% 당할거라고요. 플리사가 있든 없든 저 안에 금성군은 위험한 존재입니다.”

바티우스가 말했다.

“97사단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무리 적군이 위험해도 저 넓은 숲을 파괴한다는 것은 너무 과격한 것 같습니다. 복구가 될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의 자연환경은 전부 인공지능 시대에 만들어진 것 들인데 이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이 우리는 전무합니다.”

큰 바보가 바티우스의 의견에 동의하며 얘기했다.

“맞습니다. 반인공지능파는 좋아하겠네요. 증오스러운 인공지능의 유산을 파괴한 행위니까요.”

큰 바보의 말에 내가 반격하려고 할때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금성군 몇 명이 침입하고 돌아갔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침입했다가 돌아갔다는 것이 무슨 말이야?!”

병사가 머뭇거리며 얘기했다.

“그..그러니까 금성군이 웬 큰 자루 2개를 두고 갔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금성놈들이 큰 자루 2개를 두고 갈 동안 너희들은 뭐했는데?”

“경계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시민 몇 명이 용기 있게 보고 우리에게 알려 준 것입니다.”

병사의 말에 내가 빈정거렸다.

“시민들 핑계 대기는. 알았다. 가보자.”

나는 회의에 참석했던 인원들과 함께 병사가 말한 장소로 가보자 큰 자루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루디샤가 말했다.

“주인님. 뭔가 불길합니다. 저 자루 안에 왠지 끔찍한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짜증남이 말했다.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시체 아닐까요?”

나는 짜증남의 말에 짜증 나서 직접 큰 자루로 가서 줄을 풀었다. 내가 줄을 풀자 바티우스가 위험하다고 말리려고 했지만 나의 행동이 더 빨랐기 때문에 막지 못 했다. 자루 2개 안에는 병사 두 명이 각각 들어있었다. 어제 정찰대와 마찬가지로 팔다리가 찢겨져 나가 있었다. 그리고혀까지 잘려 있다. 그리고 둘 다 살아있었다. 팔다리가 없는 것보다 병사들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과 신음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 때 병사 한 명이 뛰어와서 보고했다.

“사령관님. 서쪽에 정체 불명의 자루들이 있습니다.”

“자루들?”

나는 이번에 스케나의 서쪽 끝으로 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스케나의 동쪽 끝이다. 회의 장소와 가까워서 방금은 걸어갔지만 서쪽은 꽤 멀었으므로 각자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서쪽으로 가자 10여 개의 자루가 보였다. 자루를 열었더니 이번에도 팔다리가 없는 병사들이 울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아니 팔다리 뿐 아니라 눈도 파여 있었다. 혀도 잘려 있다. 발견될 때 마다 병사들이 살아 있는 채로 더욱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어제는 팔다리, 동쪽에서는 팔다리, 혀. 서쪽은 눈 까지 파여 있다.

장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두려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두려운 나머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질질 흘렸다. 피니르가 사태를 파악하고 장교들을 향해 소리쳤다.

“겁먹지 마라! 우리를 흔들려고 하는 금성 놈들의 궁여지책일 뿐이야! 나는오히려 녀석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내가 물어보았다.

“궁여지책? ..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피니르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녀석들은 어제를 포함해서 각각 남쪽과 동쪽 서쪽에 병사들을 끔찍하게 만들고 놓고 갔습니다. 포위한 것처럼 심리 적인 압박을 주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제 동쪽과 서쪽으로 정찰을 나갔던 정찰대 1조와 4조가 무사한 것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압박할 바에는 차라리 전군으로 포위 공격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일 겁니다. 즉, 우리의 발을 묶으려는 속셈입니다. 사령관님의 추측대로 플리사와 대부분의 금성군이 동부로 떠났고 남은 소수가 우리를 흔들려고 이런 잔인한 짓을 반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바티우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금성군 소수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군요. 당장 숲으로 들어가도 되겠네요.”

나는 바티우스의 말이 거슬렸다. 내가 말했다.

“글쎄요. 소수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소수라도 조건과 장비만 갖추면 만 명이든 10만 명이든 갈아버릴 수 있는 것이 현대전의 흐름인데. 조금 시간이 걸려도 숲을 태워버리는 것이 나을텐데요.”

바티우스가 힘 없이 대답했다.

“그건... 논의 할 만한 사항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령관님의 전략은 사령관님이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까 주장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우리도 딱히 피해 입는 것은 아니지만.. 사령관님은 시민들의 입장을 좀 생각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의견을 피력했다.

“13사단장님 말씀도 맞긴 합니다만. 아무리 숲에 남은 금성군이 소수라도 정면으로 붙어서 이길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럽니다.”

“예?”

바티우스가 의문을 표하자 내가 말했다.

“142사단이나 13사단, 97사단은 군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머지 북부군은 군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소속 사단조차 없잖아요. 예비역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북부까지 곤란해지자 기업회의에서 급한 대로 긁어 모은 젊은이들일 겁니다. 왜냐하면벌써 문제들이 하나 둘 터지고 있으니까요. 경계도 실패했고 병사들이 저렇게 납치되서 고문 당할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다음 경계 근무자는 전번 근무자가 사라지는 동안 보고도 안 하고 뭐한 겁니까? 없으면 어디 갔나 보다 하고 수긍하고 자기 근무나 섰습니까?”

바티우스는 말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남부에 가면 진짜 전력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남부군은 북부군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어쩌면 그래서 숲을 다 태우라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되도록싸우지 않고 적들을 물러가게 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끌고 온 예비역과 동부에서 넘어온 사단을 제외하고 나머지 북부군을 믿을 수 없었다. 숫자만 많은 것 같았다. 경계도 제대로 못 했는데 나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자 짜증남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각 의견을 반반 섞자는 내용이었다. 나의 의견대로 우리가 지나갈 길은 나무를 잘라버리면서 가자는 것이었다. 즉,한 번에 불태우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는 루트는 스케나 제재소에서 중장비를 빌려와 평탄하게 길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 몇 명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넓게 길을 만들자는 것이니까 적들의 공격에도 대비한다는 것이다.

시민들도 동의했다. 아주 쉽게 동의했는데 나는 숲을 불태우는 것도 왠지 동의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제안하지 않았으니까.그리고 왠지 짜증남이 제안한 전략들은 아군도 희생 이 요구되는 느낌이라 꺼림칙하다. 어쨌든 스케나 시민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벌목용 중장비를 다섯 대를 동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중장비 다섯 대가 일직선으로 길을 뚫으며 앞으로 가고 그 다음 전차 2000대, 70만 병력 전체(사단 별, 연대 별, 중대 별로 정렬해서), 전차 1500대 순으로 진군했다. 중장비 때문인지 제법 앞으로 가는데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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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행군하는도중 갑자기 멈췄다. 병력 중앙에 있던 나는 갑자기 왜 멈췄냐고 물어보았다.

“알아보겠습니다.”

한 병사가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30분가량 후에 병사가 뛰어 와서 보고했다.

“중장비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저격을 당해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차를 지휘하던 13사단장님이 급하게 스케나에 다른 운전자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내가 말했다.

“시민의 희생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숲도 못 태우게 하더니만 운전자 죽으니까 바로 다음 운전자 오라고 했다고? 중장비 운전자는 시민도 아닌가? 시민들이 잘도 응하겠네.”

병사는 내 말에 아무 반응도 못 했다. 하긴 저 친구도 곤란할 것이다. 루디샤를 시켜 스케나 남쪽의 숲의 정보를 모아보니 스케나의 숲은 좌우로 넓게 퍼져있지만 남북으로는 길이가 그리 긴 편은 아니어서 중장비로 마지막까지 벌목 한 위치 상 조금만 걸으면 숲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가서 직접 바티우스를 만났다. 차라리 나도 백칩을 심을까? 일일이 뛰어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점점 이런 횟수가 늘어나니 나도 피곤함이 느껴졌다.

앞 열로 다와가니 병사들이 전부 은엄폐를 하고 있었다. 저격수가 아직 있다고 판단한 나는 나와 같이 동행한 루디샤와 함께 낮게 숙이며 바티우스를 찾았다. 곧 바티우스와 조우했다.

“저격수가 아직 있나요?”

“사령관님 위험한데 후방에 계시죠... 지금은 상황을 파악 중 입니다.저격수는 운전자들을 저격한 뒤로 다시 총을 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찰대를 보냈습니다.”

“운전자들은 그럼 모두..”

“아뇨. 세 명은 안타깝게도 즉사 했지만 두 명은 다행히 살아서 후방으로 보냈습니다. 그대로 뒤에 길을 통해 스케나로 돌아갈 겁니다.”

내가 차라리 지금부터는 걸어가자고 제안하려고 할 때 옆의 숲에서 검은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그 검은 것은 나에게 정면으로 달려 들었다. 내가 당황해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루디샤가 방어했다. 검은 무언가의 공격은 루디샤에게 막혔다. 그 검은 동물(?)은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뭐야 이건!”

그 검은 동물은 루디샤에게 팔을 잡혔는데 곧 뿌리쳤다. 그리고 말을 했다.

“무슨 여자가 저리 힘이 쎄?”

검은 동물의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였다. 검은 동물이 여자? 암컷? 사람말을 했으니 동물이 아닌 사람인가?내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고 있을 때 뒷 쪽에서 적의 기습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놀라서 대응하라고 소리쳤다. 루디샤와 바티우스도 곧 백칩으로 병사들에게 나의 명령으로 전달한 것 같다.

검은 동물은 어느새 사라졌고 루디샤는 손에 남은 검은 물질을 만져보더니 나에게 얘기했다. 이건 생물이 생산한 유기물과 숲의 진흙을 조합한 물질인 것 같다고 했다.

“생물이 생산한 유기물?”

“네.그러니까.... 똥입니다.”

루디샤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바티우스가 급박하게 말했다.

“전차를 뒤로 돌려서 적들을 요격해야 합니다! 병사들이 혼란 해 하고 있습니다! 전사자도 급증하는 중 입니다!”

나는 바티우스에게 그대로 하라고 허가하고 나와 루디샤도 전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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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 42화 〉 포식자들의 세상 ­42­

* * *

아침이 되자 각 사단장과 참관 자격이 주어진 장교들이 임시 막사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이라고 해봐야 스케나 도시의 상가 건물을 약식으로 개조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회의실 역할을 여러 번 수행하고 있다.회의실에 들어온 사단장들, 바티우스는 이미 표정이 좋지 않았다. 피니르도 이번 병사들의 피해에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티우스는 회의가 시작도 전에 금성인들의 잔인함과 야만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금성인들은 진짜로 인류에서 벗어났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그들이 벌인 짓 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더 이상 행성 간의 신사 협정들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금수와 같은 그 생물들을 똑같이, 자신들이했던 짓 그대로 대우해줘야 합니다!”

내가 바티우스의 비난에 대답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흥분만 해서는 오히려 금성인들에게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처 해야 합니다. 불쾌하고 답답한 기분을 끌어 안고 말이죠.”

나는 잠깐 루디샤를 보았다. 루디샤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어제까지만 해도 분노로 폭발할 것 같았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튀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어쩌면 이 점을 금성이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흥분 시켜서 실수하게 만드려는 그런 전략 말이다. 나는 처음에 금성왕의 잔인한 선전포고가 지구인들로 하여금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하려는 유치한 심리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차 금성군의 불쌍한 안내원 요리를 보여주며 행한 연설과 지금 플리사의 아군 병사들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형벌’이 두려운 마음을 심어주는 것 보다 사람들을 열 받게 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 두려움을 느끼는 병사들도 있고 흥분해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가서 금성인을 죽여버리겠다고 씩씩거리는 병사도 있었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좋다고 볼 수 없다. 나도 포함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짜증남이 말했다.

“끔찍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스케나에서 요양하고 그대로 전역 처리가 될 것 같습니다. 지구 총 사령관이자 국방부 장관인 케리스 대장님은 전쟁이 끝나고 적절하게 보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짜증남은 저번 야렘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행정 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잘 처리하는 편이다. 큰 바보(빌)가 말했다.

“사령관님의 대전략은 이제 우리도 모두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회의는 언제 어떻게 남부로 출발할지 논의하는 자리입니까?”

피니르가 나 대신 말했다.

“아니. 정찰대가 끔찍한 꼴을 당했으니 스케나의 남쪽 숲 어딘가에 금성군이 매복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함부로 이동할 수가 없어.”

피니르가 큰 바보에게 말하자 나도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덧붙여 말하면 비행 수단도 막혔습니다. 동부 지역을 꽉 잡고 있는 2차 금성군이 공군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육로를 사용해 남부 지역까지 가야 될 상황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다들 어렵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누구는 탄식을 한다. 피니르가 탄식을 깨고 한 마디 했다.

“하지만 무조건 걸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중부 지역의 중소 도시 이스까지만 가도 바닷길이 열리니까 배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맞장구 쳤다.

“그렇습니다. 저도 뱃길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배만 구할 수 있으면 남부 지역까지 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뱃길은 2차 금성군의 위협도 없는 위치에요.”

짜증남이 말했다.

“하지만 70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탑승하려면 꽤 많은 배들이 필요할텐데요. 이스라는 항구 도시에 그 많은 배들이 있을까요?”

내가 짜증남을 보며 얘기했다.

“여기서 에프타인씨가 활약 하는거죠. 야렘에서도 야포 등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많이 구해오셨으니 이번에는 인원 수송에 필요한 배들도 공수해오실 거라고 믿습니다.”

“저런!”

짜증남이 곤란한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미래의 것이고 지금 당장 필요한 논의는 우거진 숲 안 금성군에 대한 것을 논의하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남부 지역으로 가는 것은 이스까지 가서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정하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남쪽에 넓게 펼쳐진 숲을 통과하는 일입니다.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훨씬 많은 숫자의 병력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을 뚫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짜증남을 바라 보았다. 짜증남이 말했다.

“제 첩보원에 따르면 숲에는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여기 계신 분들도 전에 들으셨겠지만..”

내가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문제는 그것이 전체 수인지 우리 발을 묶으려고 소수만 남은 상태 인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무슨 초보를 첩보원으로 파견 했는지 플리사의 존재 여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큰 바보가 물었다.

“우리 발을 묶으려고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죠 사령관님? 금성군 사령관 플리사의 존재 여부는 어떤 의미고요.”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2차 금성군이 동부에 있으니 당연히 합류하기 위해 플리사는 북부 지역을 버리고 갔을 거라고요. 당연하잖아요?”

바티우스가 말했다.

“당연하다고요? 글쎄요 사령관님. 오히려 북부에서 자신들이 우세하니 그대로 밀고 수도까지 진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북부 지역에서는 우리만 제거하면 플리사를 막을 병력은 없다고 봐도 되니까요.”

나는 바티우스에게 반대 의견을 말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도 방위군이 존재 때문이라도 플리사는 쉽게 수도로 진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북부에 오래 고립되면 결국 자신의 전술이나 숫자, 위치 등이 파악 돼서 우리에게 질 겁니다. 숫적으로도 밀릴 것이고요. 지금 플리사는 최대한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사각지대를 찔러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위험한 상태에서 2차 금성군의 존재는 플리사에게 있어 무엇보다 합류하고 싶게 만들었을 겁니다.”

다시 바티우스가 말했다.

“흠... 사령관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숫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좀 동의하기 힘듭니다.”

내가 말했다.

“지금당장은 그렇죠. 하지만 이 전쟁터가 우리 홈그라운드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현역들 말고 예비역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북부, 서부, 남부를 빨리 정리하고 동부 지역 한 곳 만을 전선으로 삼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 중부까지 포함해서 안정시키면 예비역을 안전하고 쉽게 모집해서 대규모 전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부 2500만 적군 따위는 우습게 보일 겁니다. 제 예상대로 라면 예비역 포함해서 당장 억 단위의 병사를 모집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반응들이 시원치 않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별로인가요? 전쟁에서 숫적 우위처럼 훌륭한 전략 전술이 없는데.”

바티우스가 말했다.

“사령관님의 전략은 훌륭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예비역이 과연 오겠는가 하는 겁니다.”

나는 바티우스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럼 지구인들은 전쟁에서 지고 금성인들의 요리 메뉴판에 스스로 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까? 싫다고 거부할 상황이 아닙니다. 당장 다 튀어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구요. 남부 까지 제압하면 총 사령관님께 예비역 총 동원령을 건의 할 생각이었는데요.”

바티우스가 다시 말했다.

“예비역은 기업에게 있어 충실한 소비자, 즉, 고객들입니다. 아마 기업인들은 고객들이 전쟁터에서 죽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손실이 나도 입에 거품을 무는 작자들인데 그걸 두고 보겠습니까? 그리고 예비역도 정년으로 전역한 것 보다 단순히 군대가 싫어서 떠난 케이스가 90%는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예비역이 많은 것이고요. 예비역도 명령을 내려도 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얘기했다.

“물론 그 정도는 알죠. 저도 나름 계산이 있습니다. 예비역이 전부 참가할 거라는 계산이요.”

이번에는 피니르가 물어보았다.

“어떤 계산이죠 사령관님?”

나는 짜증남을 살짝 보았다. 외부인에게까지 이 방법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밝히기 어렵습니다. 적들이 알면 대응할지도 모르고.”

큰 바보가 말했다.

“내통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고.. 하여튼 지금은 곤란합니다. 때가 되면 공개하겠습니다. 이 점은 저에게 믿고 맡겨주십시오.”

내가 큰 바보에게 대답했다. 회의가 자꾸 옆길로 세는 기분이다. 나는 다시 내 의견을 말했다.

“그보다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당장 숲을 어떻게 통과할지 말해봅시다. 제가 먼저 의견을 말할까요? 지금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숲에 숨어 있다면 우리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방법은 숲을 통째로 없애버리는 방법입니다.”

나의 발언에 약 3초간 정적이 흘렀다. 정적 이후 다들 저마다 웅성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내가 말을 이었다.

“제가 어제 ‘불행’한 일을 당한 정찰대와 대화하며 쭉 생각해봤는데 금성군의 전투력은 정예군 수준이고 발을 묶으려고 소수가 남겨뒀든 전체가 매복하고 있든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섣불리 숲에 들어가서 봉변 당하는 것보다 좀 과격하지만 숲 자체를 불 질러 버리려고 합니다. 금성 놈들도 죽기 싫으면 도망가겠죠. 남쪽 숲은 제가 예전에 간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현지인도 헷갈릴 정도로 우거진데 잘 모르는 우리들이 들어가면.... 100%장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 자체를 태워 없애고 이스까지 간다는 것이 저의 전략입니다. 탁 트인 공간이 되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죠. 적들의 모습도 파악 가능하고요. 뭐 불에 안 타 죽었다면 말이지만. 게다가 북부는 우리 지역이나 다름 없으니 숲을 태워 공간을 만들면 전투기 같은 지원도 받기 쉬울 것입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도 반응들이 별로인 것 같다. 조용하다. 내가 물었다.

“별로입니까?”

피니르가 말했다.

“저는 왠만해서는 사령관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만 숲 전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기업인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케나 시민들도 싫어할 거에요. 주요 관광 산업 하나를 없애겠다는 거니까요. 스케나 시민들은... 당장에 수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게 될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런 것은 나중에 다시 살려도 됩니다. 지금은 금성인을 지구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니면 피해를 감수하고 저 위험한 숲에 들어갈 생각입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100% 당할거라고요. 플리사가 있든 없든 저 안에 금성군은 위험한 존재입니다.”

바티우스가 말했다.

“97사단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무리 적군이 위험해도 저 넓은 숲을 파괴한다는 것은 너무 과격한 것 같습니다. 복구가 될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의 자연환경은 전부 인공지능 시대에 만들어진 것 들인데 이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이 우리는 전무합니다.”

큰 바보가 바티우스의 의견에 동의하며 얘기했다.

“맞습니다. 반인공지능파는 좋아하겠네요. 증오스러운 인공지능의 유산을 파괴한 행위니까요.”

큰 바보의 말에 내가 반격하려고 할때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금성군 몇 명이 침입하고 돌아갔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침입했다가 돌아갔다는 것이 무슨 말이야?!”

병사가 머뭇거리며 얘기했다.

“그..그러니까 금성군이 웬 큰 자루 2개를 두고 갔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금성놈들이 큰 자루 2개를 두고 갈 동안 너희들은 뭐했는데?”

“경계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시민 몇 명이 용기 있게 보고 우리에게 알려 준 것입니다.”

병사의 말에 내가 빈정거렸다.

“시민들 핑계 대기는. 알았다. 가보자.”

나는 회의에 참석했던 인원들과 함께 병사가 말한 장소로 가보자 큰 자루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루디샤가 말했다.

“주인님. 뭔가 불길합니다. 저 자루 안에 왠지 끔찍한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짜증남이 말했다.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시체 아닐까요?”

나는 짜증남의 말에 짜증 나서 직접 큰 자루로 가서 줄을 풀었다. 내가 줄을 풀자 바티우스가 위험하다고 말리려고 했지만 나의 행동이 더 빨랐기 때문에 막지 못 했다. 자루 2개 안에는 병사 두 명이 각각 들어있었다. 어제 정찰대와 마찬가지로 팔다리가 찢겨져 나가 있었다. 그리고혀까지 잘려 있다. 그리고 둘 다 살아있었다. 팔다리가 없는 것보다 병사들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과 신음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 때 병사 한 명이 뛰어와서 보고했다.

“사령관님. 서쪽에 정체 불명의 자루들이 있습니다.”

“자루들?”

나는 이번에 스케나의 서쪽 끝으로 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스케나의 동쪽 끝이다. 회의 장소와 가까워서 방금은 걸어갔지만 서쪽은 꽤 멀었으므로 각자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서쪽으로 가자 10여 개의 자루가 보였다. 자루를 열었더니 이번에도 팔다리가 없는 병사들이 울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아니 팔다리 뿐 아니라 눈도 파여 있었다. 혀도 잘려 있다. 발견될 때 마다 병사들이 살아 있는 채로 더욱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어제는 팔다리, 동쪽에서는 팔다리, 혀. 서쪽은 눈 까지 파여 있다.

장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두려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두려운 나머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질질 흘렸다. 피니르가 사태를 파악하고 장교들을 향해 소리쳤다.

“겁먹지 마라! 우리를 흔들려고 하는 금성 놈들의 궁여지책일 뿐이야! 나는오히려 녀석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내가 물어보았다.

“궁여지책? ..의도를 파악했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피니르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녀석들은 어제를 포함해서 각각 남쪽과 동쪽 서쪽에 병사들을 끔찍하게 만들고 놓고 갔습니다. 포위한 것처럼 심리 적인 압박을 주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제 동쪽과 서쪽으로 정찰을 나갔던 정찰대 1조와 4조가 무사한 것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압박할 바에는 차라리 전군으로 포위 공격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일 겁니다. 즉, 우리의 발을 묶으려는 속셈입니다. 사령관님의 추측대로 플리사와 대부분의 금성군이 동부로 떠났고 남은 소수가 우리를 흔들려고 이런 잔인한 짓을 반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바티우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금성군 소수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군요. 당장 숲으로 들어가도 되겠네요.”

나는 바티우스의 말이 거슬렸다. 내가 말했다.

“글쎄요. 소수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소수라도 조건과 장비만 갖추면 만 명이든 10만 명이든 갈아버릴 수 있는 것이 현대전의 흐름인데. 조금 시간이 걸려도 숲을 태워버리는 것이 나을텐데요.”

바티우스가 힘 없이 대답했다.

“그건... 논의 할 만한 사항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령관님의 전략은 사령관님이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까 주장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우리도 딱히 피해 입는 것은 아니지만.. 사령관님은 시민들의 입장을 좀 생각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의견을 피력했다.

“13사단장님 말씀도 맞긴 합니다만. 아무리 숲에 남은 금성군이 소수라도 정면으로 붙어서 이길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럽니다.”

“예?”

바티우스가 의문을 표하자 내가 말했다.

“142사단이나 13사단, 97사단은 군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머지 북부군은 군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소속 사단조차 없잖아요. 예비역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북부까지 곤란해지자 기업회의에서 급한 대로 긁어 모은 젊은이들일 겁니다. 왜냐하면벌써 문제들이 하나 둘 터지고 있으니까요. 경계도 실패했고 병사들이 저렇게 납치되서 고문 당할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다음 경계 근무자는 전번 근무자가 사라지는 동안 보고도 안 하고 뭐한 겁니까? 없으면 어디 갔나 보다 하고 수긍하고 자기 근무나 섰습니까?”

바티우스는 말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남부에 가면 진짜 전력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남부군은 북부군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어쩌면 그래서 숲을 다 태우라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되도록싸우지 않고 적들을 물러가게 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끌고 온 예비역과 동부에서 넘어온 사단을 제외하고 나머지 북부군을 믿을 수 없었다. 숫자만 많은 것 같았다. 경계도 제대로 못 했는데 나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자 짜증남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각 의견을 반반 섞자는 내용이었다. 나의 의견대로 우리가 지나갈 길은 나무를 잘라버리면서 가자는 것이었다. 즉,한 번에 불태우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는 루트는 스케나 제재소에서 중장비를 빌려와 평탄하게 길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 몇 명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넓게 길을 만들자는 것이니까 적들의 공격에도 대비한다는 것이다.

시민들도 동의했다. 아주 쉽게 동의했는데 나는 숲을 불태우는 것도 왠지 동의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제안하지 않았으니까.그리고 왠지 짜증남이 제안한 전략들은 아군도 희생 이 요구되는 느낌이라 꺼림칙하다. 어쨌든 스케나 시민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벌목용 중장비를 다섯 대를 동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중장비 다섯 대가 일직선으로 길을 뚫으며 앞으로 가고 그 다음 전차 2000대, 70만 병력 전체(사단 별, 연대 별, 중대 별로 정렬해서), 전차 1500대 순으로 진군했다. 중장비 때문인지 제법 앞으로 가는데 속도가 붙었다.

.

.

.

한참을 행군하는도중 갑자기 멈췄다. 병력 중앙에 있던 나는 갑자기 왜 멈췄냐고 물어보았다.

“알아보겠습니다.”

한 병사가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30분가량 후에 병사가 뛰어 와서 보고했다.

“중장비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저격을 당해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차를 지휘하던 13사단장님이 급하게 스케나에 다른 운전자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내가 말했다.

“시민의 희생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숲도 못 태우게 하더니만 운전자 죽으니까 바로 다음 운전자 오라고 했다고? 중장비 운전자는 시민도 아닌가? 시민들이 잘도 응하겠네.”

병사는 내 말에 아무 반응도 못 했다. 하긴 저 친구도 곤란할 것이다. 루디샤를 시켜 스케나 남쪽의 숲의 정보를 모아보니 스케나의 숲은 좌우로 넓게 퍼져있지만 남북으로는 길이가 그리 긴 편은 아니어서 중장비로 마지막까지 벌목 한 위치 상 조금만 걸으면 숲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가서 직접 바티우스를 만났다. 차라리 나도 백칩을 심을까? 일일이 뛰어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점점 이런 횟수가 늘어나니 나도 피곤함이 느껴졌다.

앞 열로 다와가니 병사들이 전부 은엄폐를 하고 있었다. 저격수가 아직 있다고 판단한 나는 나와 같이 동행한 루디샤와 함께 낮게 숙이며 바티우스를 찾았다. 곧 바티우스와 조우했다.

“저격수가 아직 있나요?”

“사령관님 위험한데 후방에 계시죠... 지금은 상황을 파악 중 입니다.저격수는 운전자들을 저격한 뒤로 다시 총을 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찰대를 보냈습니다.”

“운전자들은 그럼 모두..”

“아뇨. 세 명은 안타깝게도 즉사 했지만 두 명은 다행히 살아서 후방으로 보냈습니다. 그대로 뒤에 길을 통해 스케나로 돌아갈 겁니다.”

내가 차라리 지금부터는 걸어가자고 제안하려고 할 때 옆의 숲에서 검은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그 검은 것은 나에게 정면으로 달려 들었다. 내가 당황해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루디샤가 방어했다. 검은 무언가의 공격은 루디샤에게 막혔다. 그 검은 동물(?)은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뭐야 이건!”

그 검은 동물은 루디샤에게 팔을 잡혔는데 곧 뿌리쳤다. 그리고 말을 했다.

“무슨 여자가 저리 힘이 쎄?”

검은 동물의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였다. 검은 동물이 여자? 암컷? 사람말을 했으니 동물이 아닌 사람인가?내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고 있을 때 뒷 쪽에서 적의 기습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놀라서 대응하라고 소리쳤다. 루디샤와 바티우스도 곧 백칩으로 병사들에게 나의 명령으로 전달한 것 같다.

검은 동물은 어느새 사라졌고 루디샤는 손에 남은 검은 물질을 만져보더니 나에게 얘기했다. 이건 생물이 생산한 유기물과 숲의 진흙을 조합한 물질인 것 같다고 했다.

“생물이 생산한 유기물?”

“네.그러니까.... 똥입니다.”

루디샤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바티우스가 급박하게 말했다.

“전차를 뒤로 돌려서 적들을 요격해야 합니다! 병사들이 혼란 해 하고 있습니다! 전사자도 급증하는 중 입니다!”

나는 바티우스에게 그대로 하라고 허가하고 나와 루디샤도 전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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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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