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포식자들의 세상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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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한번 스케나에 있는 엘리베이터 타워에 정보를 요청했다. 요청한 정보는 스케나 남쪽 울창한 숲에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숨어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전에도 엘리베이터 타워에서는 깨끗하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혹시 습격이라도 당해서 병력을 잃는다면 병력 숫자가 100만도 안되는 이 시점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총수에게 수송선에 대한 문의도 넣었다. 일단 스케나나 시브리스에서는 수송선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총수가 루디샤를 통해 말했다.
[하아...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리튼 자네는 요청이 너무 많군.]
듣자 마자 나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지면 죽는데 저게 무슨 소리지? 지구를 책임지는 총수가 할 말은 아니었다.
“총수님. 지금 돈에 대해 생각하실 때가 아닙니다. 지면 다 죽는다구요. 동부 지역이 통째로 넘어간 마당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기업인이 다 그렇지 뭐. 전쟁이든 천재지변이든 간에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뒤에서는 계산이란 것을 하는게 기업인이야. 이 점에 대해서는 자네가 이해 좀 해줬으면 해. 아 그렇다고 자네의 노고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덴슨이나 노아드에 대한 군권을 자네가 강탈하다시피 했지만 문제 삼지는 않을걸세.]
노아드가 고새 일러바친 모양이다. 내가 다시 말했다.
“전략에 대해서 다시 설명 드리자면..”
[이미 이해 하고 있네. 남부로 가서 노웬 장군을 도와 반인공지능파를 섬멸하고 동부 지역에 지구의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다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유가 동서남북으로 상대해야 해서 전력이 분산 되었다는 거고. 북부 지역과 서부 지역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도 돼 가는 중이라며?]
사실 플리나가 동부로 넘어갔다는 것도 내 추측일 뿐이라서 북부가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엘리베이터 타워 말에 따르면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라진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다 어디로 가겠어. 동부로 갔겠지.내가 다시 총수의 말에 대답했다.
“예. 어쨌든 남부가 빨리 정리될수록 동부 지역의 시민들도 금성인의 마수에서 빨리 해방될 수가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맞지만 대량의 수송선을 징발해서 우리에게 보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부에는 비행선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습니다.”
[으음.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총수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한다. 내가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동부 지역의 공군 기지가 넘어간 탓에 금성군은 해군은 물론이고 공군도 운용 중에 있어. 벌써 중부에 있는 공군들이 금성군이 운용하는 공군과 몇 차례 도그파이트를 벌였다고. 수송선을 보내 줄 수는 있지만 안전까지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도보로 남부의 남극까지 가야 한 다는 이야기다. 전차가 있지만 모든 인원을 탑승 시킬 수도 없다. 서부, 북부 전역에 전차를 모아볼까? 아니다. 시간만 걸릴 것이다. 다 모아도 모든 병력이 탑승할 만한 각이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걸어 가야 한다면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중부까지 내려오면 비행선까지는 무리라도 배가 있다. 덩치가 큰 유람선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남부까지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중부에서 배를 얻는데 성공하면 고대부터 운영된 운하도 있는 만큼 남극까지 일직선으로 항해가 가능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총수와의 연락을 마친 뒤 사단장과 장교들을 모으고 출발을 지시했다. 나름 웅장하게 같이 복명 복창하며 행군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에프타인이 막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령관님.”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에프타인은 짜증 유발자다. 오늘부터 짜증남으로 부르기로 할까? 물론 마음속으로 만 말이다.
“왜요.”
내가 짧게 묻자 짜증남이 대답했다.
“제 첩보원의 말에 따르면 남쪽 숲에는 아직 플리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남부로 가기 위해 숲에 들어가면 습격 당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짜증남의 말에 질문 했다.
“그게 사실이긴 한 겁니까?”
“확실하다고 생각됩니다.”
“쳇. 확실하다고 생각이 든 다구요?”
나는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플리사는 지금 숲 어디 쯤에 있다고 합니까?”
짜증남이 곤란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거기까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아... 그럼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이 대략 어디 쯤에 매복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까?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죠?”
“그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짜증나서 말했다.
“아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잖아? 첩보원이금성군에 잠입한 것이 맞기는 해요?”
짜증남이 말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아마 워낙 정신없이 환경이 바뀌다 보니까 첩보원도 갈팡질팡 하는 것 같습니다.”
“첩보원 좀 잘 뽑으시지 그러셨어요.”
그렇게 얘기하고 나는 한 가지가 생각나서 다시 짜증남에게 물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 교수님은 부대 내에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짜증남이 침착하게 얘기했다.
“교수님이라면... 카리탈크 교수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카리탈크 교수님은돌아다니며 군인들을 면담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주고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요.”
그건 또 무슨 헛짓거리지?나는 짜증남을 향해 빈정댔다.
“사기를 올려준다니.. 사람을 열 받게 해서 전의를 불태우게 만드는 것이 사기를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마 교수님은 성공적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고 계실 겁니다.”
짜증남이 웃으며 얘기했다.
“하하하. 나름 도움이 되고자 왔으니 관대하게 좀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교수가 특별히 훼방을 놓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대로 놔두기로 결정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남쪽 숲으로 지금 가느냐 마느냐다. 이미 명령은 전달 된 상태이므로 병사들은 짐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나는 일단 짐을 챙기는 것은 막지 않기로 했다. 짐이 준비 된 상태에서 대기를 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끌고 갈 나머지 전차들의 정비도 지시했다.
병사와 장교들에게 어느 정도 명령을 내린 뒤 나는 정찰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아무리 허접한 첩보라도 플리사가 남쪽 숲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면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병력 숫자도 우리보다 많다. 매복까지 걸려서 습격을 받는다면 분명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찰대는 10명으로 4개 조를 구성해서 보냈다. 넓은 숲을 다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각각 동선이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방향을 정하고 보냈다. 조사 기간은 하루다.하루가 지나면, 그러니까 오늘 떠난 정찰대는 내일 아침에 정찰한 곳에서 출발해서 스케나 임시 막사로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40명의 정찰 대원들은 복명복창과 함께 각자 방향으로 떠났다. 나는 약간 초조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리노이는 눈치 없이 나한테 장난 몇 번 쳤다가 바티우스 사단장에게 혼났다. 내가 물어보았다.
“그렇게 친한 척 하고 싶냐?”
리노이는 사석이라고 생각했는지 반말로 대답했다.
“뭐가?”
“너랑 내가사관학교 시절에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 뭐 친한 척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고 친해지고 싶어서 나한테 살갑게 구는 건가 해서 말야.”
리노이가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넌 진짜 변한게 없구나. 사회성 떨어지는 것 까지 똑같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만.”
“사회성이 떨어져?”
나는 조금 불쾌해졌다.
“리튼. 너는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겠지만 생도 시절에도 나는 꾸준히 너한테 술자리에 오라고 하거나 친구 몇 명이랑 놀러 가자고 하거나 제안을 해왔어. 너가 전부 거절했잖아. 사실 가이론(사관학교 시절 동기, 수석 졸업)도 너 꽤 재밌다고 마음에 들어 했는데 넌 열심히 주변을 자신만의 벽으로 둘러 치고 거부만 했지.”
리노이는 주변 동기들이 나한테 많이 다가와 주었다고 했다. 나는 전혀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다. 내가 말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러시겠지.”
리노이는 약간 슬퍼졌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밝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아무리 싸가지 없게 행동해도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너의 타고난 행운이겠지?나도 너가 싫거나 재수 없다고 여긴 적은 없어. 가끔 너가 뼈 있는 농담할 때 마다 통쾌하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간다. 기계 팔 정비도 해야 하니까.”
리노이는 그렇게 얘기 하고 다음에 내가 할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하긴 리노이 답지 않게 진지한 얘기를 하고 갔다. 그래서인지 리노이는창피해 하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루디샤가 나를 깨워 주었다. 나는 일어나자 마자 루디샤에게 정찰대가 돌아왔는지 물어보았다. 루디샤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하긴 이제 아침이다. 정찰대는 곧 하나 둘 복귀할 것이다. 나는스케나의 임시 막사와 가까운 한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 들어와보니 피니르가 식사를 하고 있는 중 이었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끝낸 후주인 아주머니가 나에게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금방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식탁에 고기를 내며 자신 있게 얘기했다.
“화성에 직수입 한 소고기입니다! 아주 육즙이 일품이죠!”
내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 네~”
건성으로 대답해도 주인 아주머니는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미소를 유지한 채 조용히 주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육즙이 풍부한 고기를 건성으로 씹으며 정찰대를 기다렸다. 피니르는 과묵한 성격인지 인사 이후 별로 말이 없었다.나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편이다. 쓸데없이 말이 많은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이상한 말이나 할 것이면 차라리 과묵한 것이 낫다.그런 점에서 짜증남은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다. 모욕적이거나 열이 받을 만한 말을 들어도 침착하게 받아 넘기니 나는 짜증남에게 더욱 경계심이 든다. 아. 짜증남의 생각을 했더니 바로 짜증남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생각이라도 읽힌 느낌이다. 짜증남이 웃으면서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가식적인 웃음이다.
“예.”
나는 짧게 대답하고 먹는 것에 집중했다.
“주인 아주머님. 저도 서부 사령관님과 같은 메뉴로 주십시오.”
“예~!”
태연하게 내가 먹는 것과 같은 것을 주문하고 짜증 나는 내 기분과 별개로 한 없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태도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나를 대단히 기분 나쁜 상태로 만들었다.
곧 구운 고기가 나왔다. 짜증남이 고기를 한 점 썰어 먹고는 음식에 대한 감상을 얘기했다.
“이 고기 아주 맛있는데요?”
주인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화성에서 직수입한 소고기입니다.”
짜증남이 말했다.
“아 어쩐지. 뭔가 고향의 맛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말했다.
“이 참에 그냥 화성으로 돌아가시지 그러세요? 엘리베이터 타워도 바로 앞인데.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우주에서 금성이 공격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짜증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섭섭한 말씀이시군요. 저는 사령관님과 같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저렇게 과도하게 가식적으로 말하면 그냥 무시하고 싶어진다. 내가 보기에 짜증남 저 자식은 90%는 가식으로 이루어진 인간이 틀림없다. 나머지 10%는 음흉함이다. 멀쩡하게 생겼지만 행동거지만 살펴봐도 별로 가까이 있고 싶지 않은 인간이다. 아니 내가 지구인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저 인간도 화성에 가면 누군가의 친구이자 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구인인 내가 느끼기에는 인간으로써 별로였다.
그 후로도 짜증남은 주인 아주머니랑 대화를 주고 받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짜증남이 서글 서글하게 대화를 받아줘서 그런지 신나서 더 얘기한 것 같다.
“화성 산 소고기면 값이 꽤 싸겠군요?”
“그렇죠. 역시 화성에서 오셔서 그런지 잘 아시네요. 진짜 궁금하네요.화성의 비결은 뭘까요? 지구가 환경이 더 잘 갖춰져 있는데도 더 값싸게 고기를 생산하니.”
둘의 대화에 내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단가가 싸면 그만큼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있겠죠.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내가 말하자 순간 둘이 조용해진다. 내가 못 할 말이라도 했나? 나는 분위기에 지지 않고 짜증남에게 물었다.
“화성에서 고기는 마르마스 기업에서 생산하는 거죠? 보나 마나 안 좋은 일로 단가를 낮췄겠죠. 에프타인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짜증남이 얘기했다.
“글쎄요. 그 것에 대해 화성에서도아직 밝혀진 건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솔직히 그렇잖아요. 단가가 이유 없이 싸겠어요?”
“그럼 사령관님은 무엇 때문에 화성 고기 값이 싼거 같습니까?”
짜증남이 물어보자 내가 바로 대답했다.
“뭐긴요. 뭐... 환경오염이라던가..질 나쁜 고기였다던가.그런게 있는 거겠죠? 무리하니까 마르마스 기업이 원하는 값 싼 단가가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짜증남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확실히 수상하긴 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며 짜증남은 나머지 고기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나도 다 한 접시를 다 비우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값을 지불 한 뒤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서자 루디샤가 와서 보고했다.
“주인님. 정찰대 1조와 4조가 복귀했습니다.”
“오 그래? 아주 반가운 소식이군.”
나는 화색을 표하며 임시 막사로 돌아갔다. 스케나의 광장은 연병장으로도 쓰이고 있었는데 마침 20명의 인원이 군장을 풀고 스케나 광장에서 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물었다.
“다들 잘 돌아왔다. 보고 사항은? 특이 사항이 있었나?”
한 병사가 말했다.
“숲이 우거져서 길을 잃는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동물들도 우리를 보면 다 도망갈 뿐입니다. 금성군이나 복고주의자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짜증남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실을 말했는데 하루 만에 플리사가 마음을 바꾸고 동부 지역으로 떠났다던가. 어쨌든 나는나머지 두 개조도 복귀하면 금성군 여부를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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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간다. 노을이 지고 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며 2조와 3조가 복귀하지 않은 사실에 불안함을 느꼈다. 나는 큰 바보라고 마음 속으로만 부르던 97사단 연대장 빌을 호출했다.
“사령관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정찰대 2개 조가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큰 바보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정찰대를 찾을 수색대를 조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속인 142사단의 병사들을 조직하려고 했는데 리노이를 믿기가 힘들어서 이런 일에 적임자는 역시 빌 대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빌 대령을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큰 바보가 말했다.
“헤헤. 이제는 명령을 받는 입장이 되었군요.”
큰 바보가 웃으며 얘기했다. 역전 된 계급이 기분 나쁘다거나 나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97사단에서 수색대를 조직해 주시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큰 바보가 대답했다.
“그러면 사단장님께 먼저 말씀해 주셔야겠습니다. 무단으로 저를 쓰면 사단장님이 기분 나빠하실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단장이 원칙주의자라서요. 이렇게 둘이서 작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실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건 저도 어느 정도 느꼈던 부분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루디샤에게 피니르를 호출하려고 할 때였다. 리노이가 와서 놀란 목소리로 나를 찾았다.
“사령관님! 나와 봐요! 큰일 났어요!”
상관에게 하는 말투도 아니고 동기한테 하는 말투도 아니고 리노이는 스스로 나에 대한 태도를, 무슨 절충안이라도 마련한 모양인데 그냥 반말하게 할까 싶다. 어쨌든 나는 호들갑 떠는 리노이에게 대답했다.
“리노이 2중대장. 무슨 일인가?”
나름 정석적인 말투를 해주었다. 리노이가 무언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리노이는 내 말투를 듣고 아무런 감응이 없었던 모양이다.리노이는 내 말투를 전혀 상관하지 않고 반말로 자기 할 말을 했다.
“2조와 3조가 복귀했어. 그런데 상태가.. 이거.. 직접 봐야 할 것 같아!”
“음? 대체 어떻길래..”
내가 물어보았지만 리노이는 대답 대신 내 손을 잡고 스케나 도시의 외곽으로 끌어당기며 안내했다. 반 강제로 끌려 간 나는 외곽에 도착하니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2조와 3조, 20명의 병사들은 모두 팔 다리가 잘린 채로 고통스러워 하며 널부러져 있었다. 중요한 점은 모두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기계 팔이나 다리를 장착했던 병사는 이음새 부분을 통째로 뜯어 버렸으니 일반 병사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아무도 죽은 자 없는 피 비린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리노이를 보며 물었다. 리노이는 대답 대신 최초 목격한 병사를 불렀다. 병사는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남쪽 방향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경계를 한참 서고 있는데 약 1시간 전에 툭,툭,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도시 외곽 쪽에 20명의 병사가....”
“1시간 전?”
내가 되물었다. 병사는 틀림없이 1시간 전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팔다리가 잘린 병사를 살펴보았다. 병사는 고통스러워 하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정찰대인가?”
“예.. 그렇습니다...”
한 병사가 간신히 대답했다. 루디샤가 다급히 말했다.
“주인님. 일단 모두 병원에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료부터 해야죠.”
나는 루디샤의 말에 정신이 들어 구급차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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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었다. 팔다리가 잘린 그들은 정찰대 2조와 3조였다. 2조와 3조는 스케나를 중심으로 남쪽으로 정찰을 간 정찰대다. 1조는 왼쪽 방향, 4조는 오른쪽 방향으로 갔으니까 2조와 3조는 남쪽 정면이라고 봐도 된다. 그렇다는 것은 좌우가 아닌 남쪽 정면에 적이 위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자네를 이렇게 만든 것이 금성군인가?”
내가 질문하자 처음에 질문 했던 병사가 말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이런 짓을 할 정신 나간 놈들은 금성군 뿐 입니다.”
다른 병사가 말했다.
“그들은 우리를 애벌레 형에 처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그 말에 반응했다.
“애벌레??”
“팔 다리 없이 몸만 꿈틀대며 살아가라고 만든 형벌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병사의 말에 나의 분노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형벌? 애벌레? 진짜 이 자식들이..”
나는 분노로 점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몇 일 전처럼 흥분 되기 시작했다. 이성이 날아가고 있다. 루디샤가 눈치챘는지 다른 말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주인님. 각 사단장과 장교들을 부를까요? 작전 회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나는 루디샤의 말에 대답했다.
“회의는 내일 한다. 내일 아침 시간이 끝나면 임시 막사 회의실로 불러줘. 그보다 나는 이 병사들이랑 대화하면서 상황 파악을 좀 해야겠다.”
루디샤가 나간 뒤 나는 병상에 누워 있던 병사 중 가장 침착하게 대화했던 병사에게 가서 의자를 끌고 앉았다.
“쉬어야 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오래 안 걸릴거야.”
병사는 괜찮다고 말했고 나는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병사는 당한 장소가 남쪽으로 20km 지난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거진 숲의 연속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20km 내려가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했다. 정찰대를 습격한 금성군의 숫자는 소수였지만 개인 전투력이 상당해서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재빨라서 반항할 시간도 없이 맞고 기절했다고 했다.그 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팔 다리를 맨 정신인 상태에서 잘라냈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남자로 굵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플리사처럼 보이는 여자는 없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병사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여자는 못 봤습니다. 계속 기억을 더듬으며 사령관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계속 내 팔다리가.. 크흐흐흑.. 잘려나가는 기억이.. 괴롭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병사들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이 든 나는 쉬라며 어깨를 토닥여 주고 병실을 나왔다.
금성인은 역시 용서할 수 없는 놈들이다. 그들을 같은 인류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플리사가 지금까지 현명하게 지구를 상대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는 시점에서 2차 금성군이나 금성왕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나는 금성인이 우주에 존재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 금성군을 몰아낸다면 나는 총수에게 강력하게 금성으로 병력을 보내 금성인을 멸종 시켜야 한다고 건의할 것이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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