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40화 (40/86)

〈 40화 〉 포식자들의 세상 ­40­

* * *

옛 말에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대로 대가를 치룬다고 했다. 나쁜 짓을 하며 살면 비참하게 죽는 것이고 착한 짓을 하며 살면 행복하게 죽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엔 죽는 것으로 엔딩이 나는군. 어쨌거나 그 놈의 옛말이 나에게는그저 한 번 하는 멍청한 소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못된 녀석도 머리만 잘 굴리고 눈치만 잘 챙기면 나쁜 짓 하며 행복하게 죽을 수 있다.

나는 한 여자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고 이성을 잃었다. 어쩌면 플리사라는 금성의 왕족에게,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성인의 비인간적인 행동들은 나를 충분히 열 받게 만들었다. 나와 백칩 보험 회사 안내원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다. 이름조차 모른다. 하지만 2차 금성군의 만행은 나를 분노하게 했다.

지구의 총수는 진정하라고 루디샤를 통해 전달했지만 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있다. 재수 없는 에프타인 자식도 아무 말이 없다. 내 눈치를 보는지 조용하다. 내가 현재 위치하고 있는카미일은 지구 북부와 중부의 애매한 경계선에 위치한 평평한 잔디 밭 투성이인 곳이다. 내 예상 대로라면 플리사가 위치한 곳은 서쪽으로 수 십km는 가야 있을 것이다. 카미일의 평지에 나는 한 동안 병사들이 지낼 곳을 분산 배치했다. 이대로 덴슨과 노아드의 북부군이 합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디샤가 다가와 얘기했다.

“지금 주인님은 전혀 주인님 답지 않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내가 곁눈질로 루디샤를 봤다. 루디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은 때때로 사람인지 로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뭐 나 답지 않다고? 왜 잔인한 말을 공식 석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그러나?”

“아니요. 말 그대로 이것은 주인님의 방식이 아니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내가 뭘어쨌는데.”

나는 짧게 물어보았다. 루디샤가 말했다.

“지금까지 주인님은 적을 방심 시키고 유인한 뒤에 적을 격퇴하셨습니다. 저는 그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군도 많이 잃지 않고요. 하지만 지금의 주인님은 적에게 살인 예고 같은 것을 하셨잖아요. 대비할 시간을 주셨다고요. 이렇게 되면 아군도 적군도 사상자만 늘어날 뿐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에요. 제가 보기에 적군의 사령관인 플리사는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방심 시켜도 안 넘어올 것 같은데 이번에 경계심까지 심어주었으니 쉽게 이기지 못 하실 것 같아요.”

루디샤는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주었다. 나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선 넘는 짓을 해버렸다.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면 적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어쩌면 2차 금성군의 사령관은 이 점을 노린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의식했다기 보다 지구인에게 공포심이나 흥분을 일으킬 목적으로 그런 잔인한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나는 거기에 제대로 말려들었고 지구에 개인 방송까지 송출하며 나의 분노를 표출해버렸다. 어쩌면 그 방송을 본2차 금성군 사령관은 나를 표적으로 삼고 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플리사라는 금성인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내가 플리사라면 내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을 들은 상태라면 어떻게 움직일까.내가 카미일로 움직이면서 엘리베이터 타워에 정보를 요청했을 때 들은 소식은 플리사가 서부 복고주의자들의 잔당(그래도 몇 2백 만은 되지만)과 합류해서 스케나를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케나에는 멍청하게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다가 걸린 두 멍청이(덴슨) 중 하나가 구원 신호를 보낸 곳이다. 나는 그 멍청한 녀석은 놔두고 나머지 북부군과 합류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북부군이 합류하면 나는 이대로 동부로 2차 금성군을 공격할지 아니면 플리사를 공격할지 정하지 않고 있다.

루디샤가 방금 한 말도 있고 하니 여기서 나 답게 행동하는 것은 동부로 군을 이끌고 방송의 내용과 다르게2차 금성군을 치는 것이 되겠지만 전략적으로 정말 유의미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끔찍할 정도로 대군을 이끌고 왔으니 동부는 빠르게 장악될 것이다. 아니 이미 장악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남부군과 반인공지능파는 남극 쪽에서 대치 중 이므로 동부까지 지원을 오기 어렵다. 북부군이 나에게 합류해도 50만은 될까. 미사일도 우주에서 넘어오는 금성군을 격추 시킨다고 다 쓴 것 같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만약 플리사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플리사라면 스케나 같은 도시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플리사라면 지금 당장 동부로 날아갈 것이다. 동부는 이제 확실하게 금성군의 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플리사군은 독립해서 움직이는 것보다 동부 지역으로 넘어가서 2차 금성군에 합류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으로 훌륭한 판단이다.

여기에 생각이 다다르자 나는 루디샤를 통해 전군에 명령했다.

“서부 사령관이 전파한다. 지금 당장 이동 준비를 한다. 설치한 간이 막사들도 다시 정리한다. 우리는 스케나로 간다.”

루디샤는 내 말을 전달한 뒤 의문을 표했다.

“저기... 병사들은 이제 막 자리 배정이 끝나고 정리 되서 쉬려는 참이었는데요.”

“나도 알아. 어쩔 수 없어. 나 답게 굴라며?”

“그 말씀은..”

“플리사를 공격하러 간다. 스케나를 구원할 거야. 흥분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야.”

루디샤의 표정이 약간 밝아진 것 같다. 루디샤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짐은 제가 챙길게요.”

“음.. 고마워.”

나는 루디샤가 내 짐을 정리해주는 것이 방해가 될까봐(?) 서부 사령관 간이 막사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에프타인이 인사를 했다. 나는 다시 기분이 다운 되서 표정이 구겨졌다. 에프타인 옆에는 왠 아저씨도 함께였다.

“에프타인씨. 저 아저씨는 누굽니까?”

에프타인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전에 보신 적이 있는데요. 수도에서 한창 반인공지능파와 설전을 벌였던 분이십니다. 페르샤 대학의 철학 교수입니다.”

옆의 아저씨가 말했다.

“설전이라뇨. 그냥 의견을 말했을 뿐입니다. 허허허.”

아. 이 자식은 또 뭐람. 가뜩이나 머리 아파 죽겠는데 에프타인은 이상한 놈을 하나 주워 왔다.

“대학교수님께서 전쟁터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강의라도 있나?”

내가 빈정거리자 대학교수는 표정이 굳어진다. 기분 상했나 보다. 에프타인이 상황을 풀어보려고 하는지 말을 붙였다.

“전에 저와 같이 보셨는데 통성명도 하지 않았나요? 사령관님께서는 모르는 척 하시는군요. 원래 장난을 잘 치시는 분입니다. 하하.”

내가 대답했다.

“예. 제가 원래 사람을 장난으로도 잘 기억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기억되려면 진짜 진짜 인상 깊게 행동하셔야 할 겁니다."

에프타인을 보며 내가 말을 이어했다.

"아 물론 에프타인씨는 10년이 지나도 잊어 먹지 않을테니 걱정마시구요.”

“하하하. 이제 알겠습니다.신경이 날카로우신 거 보니 금성군을 공격할 전략이 완성 돼 가는 모양이시군요.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가시죠.”

에프타인이 교수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교수는 가면서 내 욕을 한 것 같다. 엄청 궁시렁거리는데 에프타인이 다독여 주었다. 그러게 여인 왜 온거야. 그냥 교단에나 있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스케나로 향하는 김에 기존 노아드가 데리고 있는 병력을 흡수할 겸 시브리스로 향했다. 노아드는 나를 보자 마자 뚱뚱한 몸을 이끌고 주먹질을 하려고 했다. 루디샤가 나설 것도 없이 나의 동기 리노이가 제압했다. 노아드는 리노이에게 팔을 잡히고 바닥에 엎어진 채로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반말로 명령이나 하고!”

내가 사과했다.

“너무 흥분해서 그만. 죄송합니다.”

“그게 다야?!”

노아드가 소리치자 나는 권총을 뽑았다.

“이 자식... 초..총은 왜 꺼내?”

노아드가 당황하자 내가 말했다.

“전쟁의 좋은 점 하나가 바로 빌어먹을 꼴도 보기 싫은 자식을 죽여도 다들 신경도 안 쓴다는 점입니다.”

“혀..혀.. 협박하는거야?”

노아드는 애써 용기를 내며 이야기 한다. 내가 대답했다.

“효율적으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지구의총수님도 북부 사령관님이 병사를 지휘하는 것보다 차라리 의문사 해버려서 제가 북부군을 흡수하고 이끄는 것을 더 선호하실 테니까요.”

“으으음..”

노아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나에게 북부 사령관에 대한 권한을 주었다. 백칩으로 업데이트해주겠다고 하자 내가 말했다.

“권한은 루디샤에게 주세요. 저는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백칩이나 바이오칩을 심을 수가 없었거든요.”

루디샤가 나의 말을 보조했다.

“서부 사령관 대행도 겸하고 있습니다. 믿고 업데이트 해주십시오.”

노아드는 못 마땅한 듯 인상을 쓰며 루디샤에게 북부 사령관 권한을 넘겼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그는 더러워서 같이 못 있겠다고 하고는 수도로 수행원들을 이끌고 돌아가 버렸다. 옆에 있던 에프타인이 말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옆에서 헛소리 하는 것 보다는 삐져서 가는게 낫죠.”

에프타인의 말에 리노이가 손으로 입을 막고 낄낄거렸다. 노아드가 데리고 있던 북부군은 50만은커녕 30만이 조금 넘었다. 서부군과 합치면 40만은 되겠지만 금성군과 서부 복고주의자의 병력에 비하면 턱 없이 모자랐다. 다행인 점은 금성군 3만 명에게 당한 것보다 덴슨이 끌고 가버린 탓에 30만 정도의 병력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북부군80만 중 30만이 유린 당하며 죽고 남은50만 중 20만을 스케나로 덴슨이 무슨 생각인지 끌고 가서 금성군과 서부복고주의자 연합군에게 협공 당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애네들은 대체 왜 온 것일까. 금성군에게 당하려고 왔나? 너무 한심해서 말이 안 나왔다. 어쨌든 나는 시브리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작전회의를 열었다. 97사단장 피니르(내 전 보스) 소장과 13사단장 바티우스 소장, 동기인 142사단 34연대 2중대장 리노이 대위와 97사단 5연대 연대장 빌 대령, 서부 사령관 보조 루디샤와 화성 용병(?) 에프타인이 참가했다. 142사단장은 사망해서 공석인데 내가 임시로 맡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서부 사령관이자 142사단장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총수에게 승인도 받았다.

작전회의지만 사실 내 작전을 하달하는 자리였다. 어차피 이들에게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전에 에프타인 말을 한 번 의견을 들어봤지만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군사적으로 뭔가 있는 녀석은 아니다. 나는 스케나로 가지만 플리사를 의식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13사단장 바티우스가 말했다.

“스케나는 지금 금성군과 서부 복고주의자들에게 공격 당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구원하러 가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플리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이십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방송 하나를 했는데 그것은 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창피해졌다.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 방송에서는 플리사를 잡아서 잔인하게 죽이겠다는 선언 같은 것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럴 뜻이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먼저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리노이가 말했다.

“아~! 사령관님 잘 하시는 그것 말이군요!”

쟤가 불안하게 무슨 말을 하려고.. 내가 물어봤다.

“무슨 얘기하려고?”

“아니, 사관학교 시절부터 잘 하던 거 있잖아요. 말이랑 행동이랑 맞지 않는 거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A하자고 하고 온갖 소문은 다 내놓고 막상 B로 행동해서 모든 사람들을 엿 먹이는? 뭐 그런 거 잘 하시잖아요.”

“어흠..”

내가 헛기침을 하자 바티우스가 주의를 주었다.

“아무리 동기라도 계급, 직위가 심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사견은 사령관님과 사석에서나 해. 작전 회의 시간에 장난이라도 치고 싶나?”

“죄..죄송합니다.”

리노이가 금방 사과를 했지만 이건 아무래도 내가 부연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원래 제가 변덕이 좀 심하지만 전쟁 중에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본의아니게플리사에게 잔뜩 경계심을 심어 주었으니까요. 제가 예측하기에는 플리사는 이미 스케나에 없을 겁니다. 협박을 당했으니 가지고 있는 병력이 소수라서 불안하기도 할테고. 언제 지구군이 증원되서 뒷 통수를 칠지도 모르니 더욱 불안함이 가중될 것 입니다.게다가 이제는 이 불안감을 해소할 요소도 있죠. 바로 지구 동부 지역에 강력한 2300만 명의 우군이 생긴 것 말입니다. 플리사도 동부로 합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겁니다. 덴슨도 지금 쯤이면 여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그대로 스케나로 들어가서 북부군 나머지 병력을 합병할 계획입니다.”

97사단장 피니르가 말했다.

“그러니까그 말씀은 플리사는 방송에서 했던 말과 다르게 관심 없고나머지 북부군을 합류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그겁니다.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스케나에는 병력 뿐 아니라 나름 전쟁 물자와 전차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타워의 보고로는 금성군과 서부복고주의자들이 우거진 숲에 있어서 전차 운용이 어렵다고 하던데.. 상관없습니다. 플리사도 어차피 동부로 가고 싶을 것이고 우리도 동부로 보내 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스케나도 구원하고 전쟁 물자와 전차 등도 얻을 수 있고 나머지 20만 명의 추가 병력도 얻게 될 겁니다.”

바티우스가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동부 지역의2차 금성군은 200만 명의 병력이 충원 됩니다. 사령관님은 그렇게 되도 상관없습니까?”

“예. 실은 이 작전 회의는 회의라기 보다는 내 전략을 말씀드리고 각오를 해주십사해서 열었습니다.”

에프타인이 물었다.

“각오는 어떤 것을 각오하는 것인가요. 물론 전쟁이니까 목숨을 잃을 각오는 되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 불쾌해졌다. 그래도 나는 꽤 잘 참으며 대답해 주었다.

“목숨을 잃을 각오는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좀 더 어렵고 견디기 힘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말에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먼저 나의 전략을 설명했다.

“스케나로 가서 나머지 북부군을 합류 시키고 우리는 남부로 갈 겁니다. 남부로 가서 남부군과 합칠 계획입니다. 그리고 반인공지능파를 빨리 섬멸 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서 남은 적대 세력은 동부 지역의 금성군과 서부복고주의자들, 아니 이제는 그냥 복고주의자라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동부 지역의 금성군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남부를 정리하면 남은 세력은 하나, 즉, 2300만 명의 금성군과 200만 명의 복고주의자 연합군만 상대하면 된다는 것 입니다.”

에프타인이 말했다.

“전선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인가요?”

내가 대답했다.

“그런 셈이죠. 지금까지 지구가 힘들었던 이유가 동서남북으로 적들을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상황이 많이 정리되었으니 남부지역부터 정리해서 상대 할 적을 하나로 좁힐 생각입니다.지구는 화성이나 금성과는 달리 바다라고 하는 천연의 방벽이 있습니다. 동부 지역에 안착한 금성군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곳에 가려고 해도 반드시 이동 수단이 필요할테니까요. 오히려 플리사쪽이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쉬울 것입니다. 플리사는 동부로 가기 위해 애쓸 것이고 2차 금성군은 너무 거대해서 동부에서 다른 지역을 침입하거나 하기에는 굼뜰 것입니다. 그래서 이동이 용이한 우리는 재빨리 남부로 가서 반인공지능파를 정리해 버리고 바다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금성군만 남은 상태에서 지구의 모든 병력과 전쟁 물자를 동원하여 상대한다는 것이 제 전략입니다.”

에프타인이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떤 각오죠?”

나는 에프타인의 물음에 전체를 향해 답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2차 금성군은 오자마자 지구인 여성을 요리해서 먹었습니다. 마치 금성왕이 선전포고 할 때처럼 말입니다.”

내 말에 작전 회의에 참가한 군인들이 웅성거렸다. 욕이 들린다. 다들 분노하고 있다. 피니르가 말했다.

“정말 끔찍한 영상이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예. 끔찍했죠. 그런데 제 전략 상으로는 동부는 가장 마지막에 구원할 지역입니다. 남부에서 반인공지능파와 싸우고 전쟁 물자와 병력을 모으고 하다 보면 시일이 꽤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부에 사는 시민들은 계속 생지옥에 살게 될 겁니다.”

다들 아무 말이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가 말했다.

“그래서 각오가 필요한 것입니다. 동부에서 오는 살려 달라는 외침을 우리는 한 동안 외면해야 합니다. 어설프게 갔다가는 전멸입니다. 동부 지역은 불쌍한 시민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적지와 같습니다. 2500만 명의 적군이 있습니다. 그러니 동부의 시민들의 살려 달라는 외침을 외면할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꽤 괴로운 일이 될 겁니다.”

다들 고개를 숙이거나 말없이 한적한 곳만 바라 볼 뿐이다. 내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우리는 시민들을 외면 할 각오를 하고 스케나를 향해..”

“잠깐만요 서부 사령관님.”

에프타인이 나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 내가 짜증을 참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죠?”

에프타인이 말했다.

“다 좋은데 만약에 플리사가 동부로 가지 않고 계속 숲에서 게릴라 활동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상황에 맞는 계획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플리사가 어디 가지 않고 스케나 남쪽의 울창한 숲에 틀어박혀 있다면... 그 정도로 어리석게 행동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북부군에게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말이죠.”

에프타인이 말했다.

“저도 나름 첩보원들이 있는데 금성군은 복고주의자들과 함께 아직 스케나에 있습니다. 단순히 병사들이나 데려오려고 무방비하게 스케나로 갔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루디샤가 에프타인에게 질문했다.

“그 첩보원은 금성군에 잠입해 있나요?”

에프타인이 곤란한 듯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이 이상은 밝히기 힘듭니다.”

내가 정리했다.

“됐어 루디샤. 다른 분들도 제 전략에는 동의하시겠죠? 일단 스케나로 출발합시다. 에프타인씨의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할 겸 말이죠.”

우리는 몇 일 뒤 스케나에 도착했다. 스케나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들이 보이고 있었고 덴슨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빌어먹을! 일찍도 왔군!”

내가 말했다.

“나름 서둘러 왔습니다. 중간에 시브리스 지역에 남아있던 북부군도 데려왔고요.”

덴슨이 짜증 내며 말했다.

“숫자가 적든 많든 빨리 왔어야지! 어차피 적군도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뭐 덕분에 스케나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덴슨의 말에 내가 물었다.

“숫자가 적었다고요?”

덴슨의 말이 사실이라면 플리사는 이미 동부로 갔을 것이다. 일부만 남겨두고 스케나를 공격하는 척만 했을 것이다. 계속스케나를 공격해서 내 시선을 스케나로 향하게 하고 자신은 동부로 달려갔다는 것이 내 추측이다. 나는 덴슨에게 물었다.

“스케나를 공격한 적군은 몇 명으로 파악되십니까?”

덴슨이 말했다.

“그것까지는 몰라. 워낙 재빠른 놈들이라서. 금성군은 정말 정예같더군. 개인 전투력도 높고, 그리고 공격할 때도 빈틈을 아주 잘 찔렀어. 부끄럽지만 소수 병력에게 허둥지둥 휘둘렸다네.”

덴슨의 말은 나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기업회의 녀석치고는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사실대로 얘기하는 사람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덴슨에 대한 한심함이 좀 누그러졌다. 그리고 덴슨의 말은 약간 나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소수의 병력으로 내 시선을 끌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래도 플리사가 나보다 훨씬 동부에 가까이 있었고 플리사는 동부에 금성군이 내려온 시점에서 출발하면 되었다. 상대는 덴슨이다. 기만 전술 따위는 쓸 필요도 없었다. 덴슨이 스케나에서 나와 공격할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가깝다. 병력도 복고주의자를 합하면 금성군의 숫자가 덴슨이 이끄는 북부군보다 훨씬 많았다.

나는 엘리베이터 타워에 열감지기를 사용해 숲에 금성군의 무리를 탐색하도록 요청했다. 애초에 엘리베이터 타워가 민간 시설이니 열감지기의 성능을 신뢰할 수는 없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엘리베이터 타워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숲에 금성군과 복고주의자들은 없다는 보고였다. 그렇다면 나의 걱정은 쓸모 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이 된다. 플리사의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 때문에 신경을 썼지만 결국 내 시선을 스케나로 향하게 하고 자신은 동부로 갔다는 추측이 맞은 것이다. 금성군의 소수 병력도 이미 철수한 모양이다.

스케나에서 하루를 지내고 나는 나머지 북부군을 합류시켰다. 60만의 병력과 전차 3500대가 확보되었다. 덴슨은 소수 병력을 막아내는 와중에 전차가 반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래는 스케나에 전차가 한 7000대는 있었다는 얘기인가? 다시 덴슨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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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대위. 142사단 34연대 2중대 중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금성 남자79세.귀족회 대표.사망.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금성 남자87세.대왕회 대표.사망.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금성 남자92세.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사망.

세니 라일–금성 여자35세.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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