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38화 (38/86)

〈 38화 〉 포식자들의 세상 ­38­

* * *

리어츠가 대왕실로 들어와 말했다.

“대왕님. 잠시.. 네트에 접속해서 금성 공영 뉴스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리어츠가 말한 대로 눈을 감고 뉴스를 봤다. 뉴스에는 여성당 대표 세니가 연설하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유명해진 사람은 저 세니라는 여자가 금성 역사상 처음 일 것이다.

“저는 어제 밤 대왕의 횡포를 목격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왕위에 앉혀 준, 대왕회 대표 에셀 볼레스 님을 무력으로 살해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왕의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이 횡포를 견딜 수 없습니다.”

리어츠도 같이 보고 있었는지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한다. 세니는 계속 연설을 했다.

“감히 시민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금성의 대왕은 이제 내려올 때가 되었습니다. 그가 10년 간 왕으로써 한 일이 무엇입니까? 인간을 고기로 만들어버리는 거? 지구와의 무모한 전쟁? 넘쳐 나는 실직자들? 금성의 남성도 여성도 그 폭정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금성의 시민들이 나서서 이 폭정을 끝내야 할 때입니다. 더구나 금성왕의 하수인인 하이온 같은 작자는 마치 제가 여성만을 위하고 남자들을 괴롭힌다는 유언비어도 퍼트리고 있습니다. 지금 남자와 여자의 갈등이요? 다 청년당이 만든 행위입니다. 아니 배후에 있는 금성왕의 작품입니다!”

세니는 앞에 있던 물병을 들어 목을 축이고 말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금성의 시민들을 위해 일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악당 취급이나 받아야 하다니 정말 억울합니다. 저와 같은 사례는 끝도 없을 것입니다. 찾아보면 더 많은 제2의 세니, 제3의 세니가 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금성왕과 시민회 소속 잔당들의 무례한 모함과 폭거를 참아야 할까요. 지금 시민회는 진정한 시민들의 우군이 아닙니다. 이제 일어나서 금성왕과 시민회를 끌어내리고 다시 정상적인 금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내가 지금까지의 감상을 말했다.

“정말 여성당 대표는 말은 잘해. 그리고 어느 새 대왕이 아니라 나를 금성왕이라고 부르는군.”

리어츠가 또 다시 헛기침을 한다. 세니는 마지막 말을 이었다.

“금성왕은 우리들의 부당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구에게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기업도 없고 학교도 없고 여성들은 창녀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금성왕이 말한 이 요소들을 신경이나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이 생겼나요? 대학교나 연구 시설이 생겼어요? 여성들의 어려움은 신경 쓰고 있는 건가요? 저는 금성왕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비참한 현실에 오히려 전쟁의 공포까지 추가 되었을 뿐입니다. 시민 여러분. 이제 일어날 때입니다. 지금 금성왕이 제 연설을 듣고 있다면 깊게 생각해 보셔야 할 것입니다.”

세니는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며 퇴장했다. 내가 눈을 뜨고 말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전쟁 중에 어떻게 기업이나 학교를 만들 수 있겠어요? 전쟁이 끝나면 하려고 했다고요.”

“저는 대왕님을 의심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리어츠가 짧게 대답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자 내가 리어츠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세니에 대해..여성당 대표에 대해 뭐 하실 말씀 없으세요?”

“예?”

“아니 최근 몇 일 간 여성당 대표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신게 대표님 아니십니까. 그래서 잔뜩 화가 나셔서 나를 대왕이 아닌 금성왕이라고 부르는 여성당 대표님의 생각을 좀 알고 싶은데요. 대표님의 생각 좀 말씀해주시죠.”

리어츠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아마 연설에서 모든 생각을 말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다인가요?”

“사실 여성당 대표와 계속 있었던 것은 대왕님께서 상대하라고 하셔서...”

“그것은 맞지만 지금 보면 좀 다른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세니를 통해 에셀과 무슨 협약이라도 맺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왕님!”

리어츠가 놀라 소리쳤다. 소리치는 것은내가 싫어하는 행위다. 그렇지만 나는 참고 이야기했다.

“소문을 하나 들었습니다. 여성당을 봐주고 계신다고요. 어제 하이온이 에셀의 저택에서 방해 받은 수 천 명의 무리가 전부 대표님 세대 사람들이었어요. 대표님께 죄송하지만약간 의심이 드는군요.”

리어츠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먼저 드레이돈의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격한 행동은 분열을 낳을 뿐입니다. 저 역시 에셀은 제거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같은 방식은 정말 경솔한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대왕님께서 승인해주셨다고는 해도 방법 자체가 드레이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까 이것은 드레이돈의 잘못입니다. 대왕님께서는좀 더 저를 믿고 맡겨주셨어야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는 대표님과 시민회 전 대표가 꽤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의견이 종종 맞아서 그렇게 보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드레이돈을 높게 평가하고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만 정치적으로 믿고 맡길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드레이돈은 좀 과격한 경향이 있어요. 아직 젊으신 대왕님께서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드레이돈의 방식은 경솔함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 입니다. 에셀 제거는 신중하게 진행 해야 하는 사안이었습니다.”

리어츠가 길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내가 다시 물어보았다.

“그러면 대표님은 아직 에셀을 제거하는 것에 동의하고 실행하실 생각이신거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꽤 오래 걸리게 생겼습니다. 여론도 살펴야 하고요.”

“그럼 2차 금성군 파견 전까지 에셀을 제거할 수 없겠군요.”

“예? 아니 왜 그렇게 서두르시는지... 드레이돈 이 친구가 꼬신 모양이군요.”

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을 말씀드리면 여성당 대표에게 끌려다니는 대표님이 못미더워서 제가 드레이돈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드레이돈은 종종 대표님을 돕기도 했다면서요?”

“그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번 일은 에셀과 화해하셔서 일단락 하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기회는 다음에도 있습니다.”

“화해?그것밖에 없을까요?”

“에셀의 무서운 점은 방금도 보셨지만 연설을 다른 사람을 시켰다는 겁니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법이 없어요.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끈질기게 우리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망타진 할 수 있도록 신중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화해하시는 척이라도 하셔야 합니다.”

“화해하는 척.”

“예 대왕님.”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리어츠를 돌려보냈다. 리어츠는 생각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 돌아갔다. 드레이돈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익만 쥐어주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어츠는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참고 참다가 결국 배신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선전포고 포퍼먼스에서도 꽤나 잔소리가 심했다. 그는 전쟁도 금성 내 지구인을 잡아 들이는 정화 작전도 반대했었다. 결국 나의 의견에 따라가기는 했지만 속내는 어떨까. 내가 에셀이 꺼려지고 맞지 않는 것처럼 리어츠도 내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퇴근 전에 드레이돈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네. 기분은 좀 어떠십니까?”

“아까는 정말 안 좋았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왕님.”

“흠.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아명령은 아닙니다.”

“괜찮으니말씀하십시오.”

드레이돈의 말에 나는 일어나 창밖을 잠깐 보았다. 창밖에는 케테로스 퇴진 운동이라는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나는 드레이돈을 바라보며 말했다.

“리어츠에게 몰래 사람을 붙여서 감시하셨으면 합니다. 들키면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을 감시하겠습니다.”

드레이돈은 별 말 없이 승낙하고 나갔다. 나는 에셀과 화해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화해를 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지금하고 있는 퇴진 운동을 그만 둘까? 하긴 에셀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지금까지 일을 벌인 것이다. 갑자기 당을 창설하고 전쟁 지원에 훼방까지 놓고 있다. 귀족 치고는 좀생이 같은 방법들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리어츠도 나도 드레이돈도 하이온도 에셀의 움직임에 휘둘린 느낌이 들었다. 아르티웬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리어츠는 내가 의심을 하게 되었다. 하이온은 이번 일로 과격한 폭력배로 여론에 낙인 찍혔다. 드레이돈이 에셀 저택 습격의 배후라는 것은 이제 다 아는 사실이고 하이온과 아르티웬이 선거없이 드레이돈의 제안대로 뽑힌 것 역시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여론은 점점 에셀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중이다. 세니는 말 하나는 청산유수라서 시민들이 남녀 구분 없이 지지하는 중이다. 중간에 청년당과 여성당이 붙으면서 여론이 우리 쪽으로 잠깐 왔지만 에셀 저택 습격 사건이 실패, 표면화 되면서 여론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긴급 회의까지 3일,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평소처럼 대왕실에 앉아 있었는데 청년당 하이온이 분함을 못 견디고 시위 행진을 벌이게 되었다. 대왕의 권위 회복, 대왕에 대한 무례한 언동 금지, 전쟁 찬성, 강화 반대 등 인권보호당, 여성당과 반대되는 의견이다. 행진 도중 리어츠 세대의 아저씨들이 청년당 행진에 모여들었다.

그 다음 일은 충격적인 보고였다. 사고는 이번에 기성 세대, 즉 리어츠 세대가 냈다. 청년당원들이 모여 행진을 하고 있는데 기성 세대들이 접근하여 시비를 걸었다.하이온은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진이므로 비키라고 했으나 리어츠 세대가 일방적으로 공격, 청년당 2만 명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놀라서 급히 뉴스를 시청했으나 뉴스도 보고와 비슷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리어츠 세대는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드레이돈이 들어 왔다. 내가 말했다.

“사건의 보고를 들은 참입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드레이돈은 눈에 핏발이 다 서있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 그는 애써 침착하게 이야기를 했다.드레이돈은 내가 소리지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조심하는 행동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리어츠 세대가 결국 사고를 쳤습니다. 너무 끔찍한 상황입니다. 보고나 뉴스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사실 이것을 대왕님께 보여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여드리다니? 영상이라도 있습니까?”

“금성의 하늘에는 수 많은 외부 대기 장치가 떠 있습니다. 금성의 대기를 유지해주는 생명 장치죠. 지구는 엘리베이터 타워가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금성이나 화성은 이 외부 대기 장치가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외부 대기 장치가금성을 둘러싸고 있어 모든 지역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보여드리니 어쨌느니 결국 말이 나왔으니 볼 수 밖에 없잖아요? 영상을 전송해주시죠.”

“...실례하겠습니다.”

드레이돈은 손목을 꾹꾹 누르며 바이오칩으로 나에게 영상을 전송했다. 영상은 하이온이 리어츠 세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리어츠 세대는 하이온을 폭행하면서도 말은 끊임이 없다.

“내가 니 나이 때는 이렇게 단체로 행진 하면서 민폐 끼치는 짓은 안 했다!”

“여자를 포용할 줄도 모르는 젊은 녀석들은 좀 맞아야 된다!”

영상의 하이온이 말했다.

“그딴 잡소리들은 됐고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이러는지나 얘기해 봐! 빌어먹을 에셀 자식인가?”

리어츠 세대들은 잠시 비난을 멈추고 더욱 폭행에 초점을 맞췄다. 하이온은 계속 맞는다. 괜찮게 생긴 얼굴이 피투성이다. 곧 리어츠 세대 중 한 명이 요리 도구들을 가지고 왔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젊은이들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라고 하는데 주변에 제압 당해 있는 청년당원들은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그만둬라 등의 힘 없는 아우성을 칠 뿐이다.

영상에서 하이온은 리어츠 세대의 칼에 의해 썰려 죽었다. 그리고 하이온의 신체들은 요리 도구에 의해 구워졌다. 그 과정들을 지켜본 청년당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오열했다. 리어츠 세대 아저씨들은 하이온을 잡아 먹은 후 청년당원들을 끌고 몇 명 더 요리해 먹었다.

리어츠 세대 아저씨 중 한 명이 말했다.

“금성왕도 선전포고랍시고 지구인을 요리해 먹었는데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있나. 우리는 오히려 금성왕을 본 받은 것 뿐이다.”

나는 영상을 끝내고 다시 눈을 떴다. 드레이돈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년당 대표가 죽었군요.”

“예. 몇 시간 전에 사망했습니다.”

드레이돈이 대답한 뒤 상황을 좀 더 설명했다. 사망한 청년당 2만 명 중 현장에서 요리 당한 사람은 1000여 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시체로 지금도 방치 중이며 리어츠 세대라고 불리는 중년 무리는 방금 해산했다고 보고했다. 그 뒤 청년당원들은 겁에 질려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당 중 여성들은 대부분 여성당으로 넘어가 버렸다. 사실 상 청년당은 해체됬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성당 대표 세니는 이 사건에 대해 금성 칼럼에 글을 게시했는데 내용은 금성의 젊은 남자들의 방종한 행동에 대가를 치루었다고 했으며 쾌감마저 느껴진다는 발언을 했다. 인권보호당 에브리시는 그래도 세니에 비해 양심적인 글을 올렸는데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런 일이 반복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여성에게 친절히 대할 것을 촉구했다.

둘은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 웃음이 나왔다. 드레이돈이 나의 웃음을 보고 답답한지 이야기 했다.

“대왕님. 죄송하지만 지금 웃고 계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왜요? 둘이 같이 행동하는 것이 웃기지 않습니까?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요.”

“그런 것을 떠나서 지금 대왕님에 대한 여론은 최악입니다. 대왕회를 배신한 금성왕, 시민회와 짜고 폭정을 일삼는 폭군 등으로 불리고 있다고요.”

“저런. 지구인에게 살벌하게 대한 것은 맞지만 같은 금성인에게 모질게 대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에셀이 얼마나 잘 조작해 놨는지 대왕님은 이미 금성에서 역적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 간 퇴위에 대해 긴급 회의가 소집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기라도 했을까. 나는 드레이돈의 말을 들어도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큰 위기라 인식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레이돈이 말을 이었다.

“대왕님. 한 가지 더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뭐죠?”

드레이돈은 녹음 파일을 전송했다. 내가 녹음 파일을 실행하자 파일에서는 리어츠와 에셀의 목소리, 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녹음 파일에서 에셀이 말했다.

“그래서 생각은 좀 해보셨습니까.”

리어츠가 대답했다.

“결국 케테로스를 폐위 시킬 생각인가?”

에셀이 말했다.

“솔직히 이건 대표님 탓도 있습니다. 옆에서 너무 방임 하셨어요. 금성왕은 직접 왕좌에 올려준 나보다 대표님을 더 신뢰 했잖습니까. 그런데 옆에서 아무 것도 말리지 못 하셨죠.”

리어츠가 흥분해서 말했다.

“자네는 지금 나를 탓하는 건가? 내가 아무리 옆에서 간언을 해도 들은 체도 안 했다고.”

세니가 옆에서 끼어들어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제가 보기에 금성왕은 제정신은 아니에요. 대표님이 다 잘 못하신 것은 아니에요. 금성왕은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어츠가 말했다.

“케테로스는 꽤 과격해. 들키면 그냥 죽지는 못 할거야.”

에셀이 말했다.

“금성왕은 대표님을 무한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정신도 오락가락 하니까퇴위할 때까지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도 못 할겁니다.”

세니가 웃으면서 거들었다.

“그러고도 남을 겁니다. 금성왕은 의외로 멍청하니까요 깔깔.”

에셀이 약간 천천히 강조하며 얘기했다.

“그래서.. 마음은 잡으셨습니까.”

리어츠가 말했다.

“내가 왕좌에 오르는 것 말인가.”

에셀의 옷자락 소리가 들리는 것이 리어츠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말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지금 왕좌에서 금성왕이 퇴위 되면 남은 사람은 플리사님 뿐이지만 플리사님은 애초에 왕좌에 생각도 없을 뿐 아니라 지금 지구에서 전쟁 중이니 생사를 알 길도 없지 않습니까. 나머지 왕족들은 자격 미달 뿐입니다. 정신이상자나 범죄자, 이상성욕자들 뿐이에요. 그럼 남은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리어츠가 대답했다.

“나랑 자네인가?”

“아니요.오직 대표님 뿐이십니다. 저는 후보로 거론 될 정도는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가문은 유명했지만 유명하기만 할 뿐 실적이 딱히 없었습니다. 저도 80넘도록 백수였고요. 하지만 대표님은 200명의 영웅 가문들 이래로 가장 유망하고 능력 있는 가문이었죠. 귀족회 대표를 한 조상만 수 천 명은 될 겁니다. 대표님은인망도 좋고 능력도 출중하시고 그리고 공정함과 정의를 아시는 분이시죠.”

“그만하게. 낯간지럽구만.”

리어츠가 에셀에게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자 세니가 말했다.

“제가 생각해도 대표님이 왕의 자리에 알맞다고 생각해요. 우리 여성당도 많이 도와주셨고.”

“그건.. 유혈 사태를 막으려고 했던 것 뿐이야.”

리어츠의 대답에 세니가 다시 말했다.

“아니에요 대표님.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대왕회 대표님 저택에서 하이온 같은 쓰레기 자식에게 몽둥이로 맞아 죽었을거에요. 적절할 때 대표님이 인원들을 보내주셔서 죽지 않을 수 있었어요.”

리어츠가 힘을 주며 말했다.

“그나저나 하이온은 형편없는 녀석이야. 서로 논쟁은 할 수 있어도 주먹은 쓰지 말아야지 남자가 되어 가지고, 여자를 때릴 생각이나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말이에요 깔깔깔.”

나는 녹음 파일이 끝나서 껐다. 나는 눈을 떴다. 드레이돈이 말했다.

“대왕님께서 분부하신대로 대표님에게 사람을 배치하니 바로 3명이서 대화하는 것을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파일만 보면 왕좌를 탐내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제안은 받은 것이 확실합니다.”

“더 뒷내용은 없나요?”

“아쉽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직접 들은 첩보원의 얘기로는 생각해보겠다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나는 잠시 문을 감았다. 리어츠가 직접적으로 배신했다는 증거는 아니었지만 에셀, 세니와의 대화는 충분히 배신감이 들게 했다. 점점 주먹이 쥐어진다. 그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뭐가 되었든 리어츠는 나 없는 자리에서는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조아렸던 태도가 거짓으로 느껴졌다. 갑자기대왕실의 문이 열렸다. 리어츠가 들어왔다. 드레이돈은 리어츠의 얼굴을 보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드레이돈에게 볼일이 끝났으니 나가라고 했다. 드레이돈도 급히 인사하고 나갔다. 리어츠는 나가는 드레이돈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고 그 다음에 나를 보며 말했다.

“대왕님. 지금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성당 대표가 또 다시 대왕님에 대한 비난 연설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전보다 여론도 나빠져서 동조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금성의 여자들은 대부분이 대왕님께 등을 돌렸습니다.”

내가 눈을 감고 듣고 있자 리어츠가 계속 말했다.

“청년당은 이제 아무 활동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도 공석이고... 시민회 대표는 아무 의사도 표하지 않고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눈을 뜨고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리어츠가 말했다.

“대왕님. 아직 포기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가 에셀과 대왕님 사이를 중재해서 사태를 진정시켜보겠습니다. 전쟁 건은 일단 차후에 논의하도록 하고 지금은 대왕회를 진정 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요.”

“대왕님.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리어츠가 말하자 내가 말했다.

“그래요고맙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나는 저녁에 내 집으로 드레이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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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9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 – 금성 남자 87세. 대왕회 대표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금성 남자27세.청년단 대표.사망.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 – 금성 남자 92세. 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

세니 라일 – 금성 여자 35세. 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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