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포식자들의 세상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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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왕이다. 평범함 속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대왕이 되었다. 아니 평범하게 살아갈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태생이었다. 선대 왕의 사촌이 어머니였기 때문에 나는 반은 왕족이라고 봐도 된다. 어쩌면 진짜 전통적이고 진한 왕족의 피라고 해도 거슬러 올라가야 왕이었던 사람들보다 바로 선대 왕이 어머니의 사촌 오빠인 내가 왕좌에 더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왕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면 이 점은 아주 좋은 장점이지만 별 관심도 없던 사람에게는 귀찮은 요소로 인생 전체를 압박 받을 수가 있다. 내가 그랬다. 나의 위치는 기존 왕족들에게 있어 아주 귀찮은 위치였다. 왕족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위치인데 하필 선대 왕의 사촌 동생을 어머니로 두고 있어 왕좌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제법 관심이 가는 존재였다. 거기다 아버지의 뻘짓은 경멸과 적개심을 더 해 주었다.
나는 왕실에 들어간 이후 인간 취급을 받은 기억이 없다. 공허한 소리나 해 대는 아버지는 내가 괴롭힘 당한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알아도 모른 체 했을 것이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내가 왕궁에만 갔다 오면 배 같은 곳을 부여잡고 끙끙 앓았는데 몰랐을 수가 없다. 아마 모른 체 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괴롭힘 당하든 말든 자신이 왕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가끔 사람의 행동을 보다 보면 그렇게 추악할 수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끝도 없이 추해진다.
이런 추함을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누군가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 체면을 가리지 않고 정진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다. 추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망가진 이미지에서 오는 편견들을 끊임없이 참고 견디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뿐이지만 이것이 100% 자신의 이미지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회의장에는 여러 당의 대표들과 귀족회, 대왕회, 시민회 대표가 자리 잡고 앉아 있다. 문을 넘어 회의장에 들어오자 추함을 아름다움으로 착각하고 있는 세 명이 나를 향해 미소까지 띄우며 안부 인사를 건냈다.
에셀의 양옆에는 아침에 만났던 에브리시와 세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의 대표는 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있다. 물론 귀족이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위치의 당 대표들은 연락도 가지 않고 스스로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금성의 법에 의하면 당의 대표는 행성의 미래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인권보호당도 여성당도 법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과연 그들이 지구와의 전쟁에서 어떤 의견과 식견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기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에셀의 지령을 받고 여기에 참석한 것이 뻔해서 비웃음마저 나왔다.내가 자리에 앉자 리어츠가 재빨리 안건을 상정했다.
“지금 긴급 회의를 하게 된 이유는 2차 금성군을 파병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구 뉴스를 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구에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2차 금성군을 파견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한 마디 했다.
“왕족인 플리사님도 살아 있습니다. 소수 뿐이지만 지구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며 버티고 있는 것 같더군요. 플리사를 생환 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2차 금성군을 빨리 조직하고 출격 시켜야 할 것입니다.”
드레이돈이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대왕님. 2차 금성군의 사령관도 정해야겠고 병사들도 편성해야겠군요. 시민회는 당연히 찬성이며 모든 역량을 쏟아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를 표하자 여성당의 대표 세니가 손을 들었다.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처음 보는 당의 대표가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었다. 에셀의 표정은 여유롭다. 어떤 다른당의 대표가 누구인데 여기 계시냐고 비꼬며 말했다. 일부는 키득거렸지만 세니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얘기했다.
“저는 여성당 대표 세니 라일입니다. 당의 창당은 어제로 이제 1일 지난 당이지만 금성의 미래와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바입니다. 신참이라고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얘기하자 리어츠가 말했다.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참에게 짖궂게 구는 그런 문화는 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어츠의 발언은 다들 무겁게 들었는지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격자 리어츠의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적이라도 존중해주는 저런 태도는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세니가 말을 이었다.
“대표님의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 애초에 왜 지구에 전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구와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세니의 말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침 삼키는 소리, 발을 떠는 소리 등이 다 들리는 바람에 주의가 산만했던 사람들이 전부 자중할 정도였다. 세니는 주변의 반응을 잠깐 확인한 후 말을 이었다.
“지금 지구가 힘든 상황이니 차라리 여기서 강화를 맺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플리사님도 생환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전쟁도 걸며 한방 쳤으니까 지구도 더 이상 금성을 만만하게 보는 행동들을 자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쯤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괜찮은 의견이 나왔다. 당연히 나는 전쟁을 그만 두는 것에 반대지만 세니의 이유는 꽤 그럴 사 하다. 그 때 한 사람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저는 하이온 벨라티스라고 합니다. 청년당 대표 후보자입니다. 저는 여성당 대표 세니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지구가 이대로 강화를 맺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약해진 지금 더욱 공격을 가해서 지구를 멸망 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살 길은 그것 뿐 입니다.”
세니가 말했다.
“근거가 있습니까? 지구가 강화를 안 할 근거 말이에요. 지금 지구의 상황은 충분히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여기서 시간이 더 지체 되면 그때야말로 하이온님 말씀처럼 지구는 정전 없이 끝까지 가려고 할 것입니다. 타이밍을 잘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그 타이밍이구요.”
하이온이 말했다.
“글쎄요과연 그럴까요? 당연히 지금은 받아 줄지도 모릅니다. 워낙 상황이 위급하니까요. 하지만 그 뒤에도 지구가 평화롭게 우리와 공존하려고 할까요? 우리는 화끈한 선전포고와 5년 간 지구인들을 실종 처리하며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 사실은 지구, 화성 모두 알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지구가 지금 당장 화평을 할 수는 있어도 결국은 우리를 쓰러트리려고, 복수하려고 할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지구를 완전히 끝장 낼 찬스입니다. 그것만이 플리사님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하이온의 말이 끝나자 세니가 말했다.
“아니요. 전쟁은 결국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되는 수단입니다. 너무 전쟁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몰아낸 이후 인류는 3000년 넘게 한 번도 전쟁이 없었습니다. 지구는 오히려 화성과 금성의 독립 때 전쟁은커녕 독립 승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거만하게 굴어서, 우리를 무시해서 전쟁을 일으켰으니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어이없지 않습니까?”
하이온이 받아 쳤다.
“전쟁이 한 번도 없었다뇨? 3000년 동안 지구에서 내전이 몇 번이나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최근까지도 지구는 범죄 조직들과 전쟁 수준으로 싸워왔습니다. 우리 금성은 어떻습니까? 왕족과 귀족들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만 살았습니까? 그리고 인류니 인간이니 하시는데 우리는 인류를 그만두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왕님의 뜻에 반대하는 의견은 이제 그만 내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세니가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인류를 그만 두다뇨? 말 한마디 했다고 바로 인류가 아니게 되나요? 아직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인간입니다. 대왕님도 그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순간 순간 말실수들이 나와도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이온이 한 숨을 쉰 후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영원히 인류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대왕님의 행동들이 전부 부정 당하는 거라고요. 그것도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말입니다. 대왕님이 잘못 한 것이라고 따지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
세니가 말했다.
“뭐만 하면 대왕님을 걸고 넘어지시는군요? 대왕님을 끌고 오지 않으면 의견을 내실 수가 없나요?”
하이온이 언성을 높아지자 드레이돈이 중재했다.
“다들 그만하세요! 지금 논의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군요. 대왕님은 일단 전쟁을 그만 두실 의사가 없으십니다. 그건 여성당 대표님도 알고 계시겠죠?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사항은 누가 병사를 재편할 것인지 사령관은 언제 뽑히는지 우주선 징발 담당은 누구로 할지 구체적으로 2차 금성군을 편성해야 하는 회의란 말입니다! 전쟁을 할지 말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드레이돈이 아주 잘 말해주었다. 세니와 하이온의 대화에서 과연 대왕인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권위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세니는 내 의사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하이온은 왕족과 귀족을 들먹이며 허물을 꼬집었다. 하이온은 드레이돈 쪽 그러니까 시민회 사람인데 지금 보니까 드레이돈이 하이온을 잘 컨트롤 해줄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드레이돈의 호통도 있고 해서 그런지 그 뒤로는 2차 금성군에 대한 논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리어츠와 드레이돈의 주도 아래 각각의 역할이 고르게 배정되었다. 회의 동안 에셀은 웃으며 경청할 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자 나와 모든 대표들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옷을 고쳐 입는다던가 자리에 일어나거나 옆자리 사람과 악수를 한다거나. 그 때 오늘 문제를 일으켰던 세니가 말했다.
“잠시만요. 다들 가시기 전에 이왕 이렇게 모인 거 하나만 더 논의하고 가도록 해요.”
시민회 대표 후보인 아르티웬이 말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세니가 말했다.
“아주 중요한 회의입니다. 여성들의 문제에 관해서입니다.”
리어츠가 듣고 끼어들었다.
“미안하지만 당 대표에게 회의를 소집할 권한은 없네.”
세니가 말했다.
“예. 그러니까 지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이는 시간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리어츠가 말했다.
“자네 말도 일리는 있지만 여기에는 시민 뿐 아니라 귀족과 대왕님도 계신데 자네는 최소한 귀족 쯤은 되는 건가?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물론 귀족이라고 해도 직책이 당 대표라면 권한은 없어.”
세니가 대답했다.
“예. 저는 일반 시민입니다. 하지만 당 대표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권한이 없어도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세니의 말에 여러 대표들이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생떼를 쓴다고투덜거리는 대표도 보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에셀은 세니를 말릴 생각도 없는지 그냥 보고만 있다. 리어츠도 주변을 파악했는지 세니에게 말했다.
“정 그러면 따로 시간을 내줄테니 나한테 이야기 하게. 귀족회 대표로써 금성의 2인자인 나한테 하면 자네도 불만은 없겠지?”
그러나 세니는 불평을 했다.
“네? 대표님만 듣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다 같이 들으면 더 좋을텐데. 여성의 직업이 한 쪽으로 쏠려있는 탓에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리어츠가 말리며 말했다.
“알겠네 알았어. 자리를 옮겨서 대화하세. 언제나세상이 개인의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야. 자네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보는데.”
에셀이 처음으로 말했다.
“그렇게 하시죠. 여성당 대표님.”
고집을 피우던 세니는 에셀이 말하자 그제서야 허락했다. 리어츠는 세니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다. 나와 잠깐 눈이 마주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니가 짜증 나니까 치우라는 의미다. 리어츠 역시 나의 의사를 읽고 세니를 데려갔다.
긴급 회의는 나름 알차게 끝났다. 2차 금성군의 편성이 구체적으로 논의 되었다. 남은 것은 사령관을 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군대에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고 리어츠도 드레이돈도 그리고 에셀 조차도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는 사항이었다.
왕족인 플리사가 스스로 나선 것도 있지만 플리사가 사령관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왕족이기 때문이다. 대왕회, 시민회, 귀족회 중 한 명을 정하게 되면 다른 두 세력의 견제가 있을 수 있다. 드레이돈과 리어츠는 내가 보기에 친분이 있어 보이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드레이돈이 시민회를 이끌고 있다고 해서 시민회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파벌들이 존재하고 드레이돈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자기 자신이 끌려 내려가는 것은 막아야 하므로 적절하게 다른 세력을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군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은 각 세력의 공헌과 파워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서로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전쟁을 처음 일으키지만 들은 이야기가 몇 개 있으므로 단언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은 약간 특이한 상황이다.
서로 사령관을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야 할 세 세력이 이번에는 좀 신중한 편이기 때문이다. 서로 사령관 후보를 함부로 내세우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귀족회에서 나오는 것을 지지했으므로(군인당도 귀족회 소속이니까) 리어츠와 트리실에게 부탁했었지만 좀처럼 결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사령관을 내세우지는 않는데 다른 세력은 견제하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오늘도 적절히 저녁을 빈둥거리다가 리어츠에게 갔다. 나도 많이 불안한 모양인지 리어츠를 찾는 빈도수가 늘어가고 있다. 하긴 전쟁 중이다. 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책임을 지고 왕위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어쩌면지구로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사형 당할지도 모른다.
리어츠를 만나자 리어츠는 자신이 먼저 세니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 제일 대책 없는 친구였습니다.”
내가 물어보았다.
“왜요. 말 잘하는 것 같던데. 의견도 나중에 좀 흥분했는지 횡설수설한 느낌이지만 처음에는 꽤 논리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따로 만나서 얘기해보니 에셀의 의견을 그냥 외워서 말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계속 자기 얘기만 반복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하니까 확실하게 네, 아니오로 대답해 달라고 하지를 않나... 허허 참.”
나도 들어보니 황당해서 말했다.
“시민이 귀족에게 네.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했다고요? 어이가 없군요.”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황당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입 대표는 말하고 싶은 게 뭐였나요?”
“무슨 통계 보여주면서 여성들의 일자리 상태를 말 하던데.. 그것을 굳이 회의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런가요?”
“그렇죠 대왕님. 여성당이라는 당까지 신설했으니 당 차원에서 해결하고 나중에 이런 일을 했다고 보고하면 되잖아요. 계획만 말하고 우리에게 협조하라고 하는데 대체 무엇을 협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협조라... 혹시지원금?”
사실 도와 달라고 했을 때 돈 주면 8~90은 해결이 된다. 나의 짧은 대답에 리어츠가 말했다.
“어쩌면 돈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으로 인정되었으니 당 보조금이 나올텐데 돈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 대답에 대한 결론을 내린 후 리어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여성당 대표 보다는 에셀이 더 신경 쓰였습니다.”
“그렇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나도 동의한다. 당을 두 개나 만든 속셈이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 세니가 한 행동만 봐도 우리를 훼방 놓으려고 한 것이 보였다. 리어츠가 말했다.
“이제는 확실하다고 생각 합니다만 에셀은 대왕님께서 자신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오늘 두 인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에셀이 급히 데려온 인물일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당을 만드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나요? 그냥 당을 두 개 만든 것 뿐이잖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꺼림칙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 대표 정도 되면 나름 발언권이 생기니까 자신을 변호하거나 나중에 투표할 때 적어도 표 두 개는 얻게 되겠죠.”
내 생각은 겨우 그 정도로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창당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리어츠가 말했다.
“그래도 세니라는 사람은 열정은 있어 보였습니다.”
“열정이요?”
“예. 통계표도 좀 과장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자신의 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애를 쓰는 것 같더군요.”
리어츠도 추한 것을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사람이었나?나는 리어츠에게 살짝 실망했지만 개의치 않고 물어보았다.
“통계 조작?”
“그러니까 금성의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 제2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봐도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 사..아니 향락 비즈니스가 돈 벌 수 있다고 아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통계표는 무슨 젊은 여성의 75%가 제2도시에서 일한다고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더군요. 그럼에도 그녀는 저를 열심히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통계가 조작된 거면 좋게 볼 수가 없는데요. 저 같으면요.”
“아마 관심 좀 가져 달라거나 경고의 의미겠죠.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75%가 향락 비즈니스에 종사할 수도 있다 뭐 이런거요.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거짓말은 좀.. 그것도언성까지 높여 가면서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왕님. 때로는 아무리 싫고 맞지 않으셔도 포용 하실 줄 아셔야 합니다.”
“대표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싫고 안 맞는 것이라고 해도 올바른 것이어야 포용도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하하하. 맞습니다 대왕님. 그 점도 구분을 잘 하셔야 합니다.”
리어츠가 무안했는지 어울리지 않게 크게 웃는다. 내가 말했다.
“잘 생각해보면 에셀이 데려온 만큼 그냥 저냥 넘어갈 것 같지가 않습니다.”
“당 대표 두 명 말씀이십니까?그러고 보니 여성당만 오늘 뭔가를 보여줬고 그 뭐야 인권 어쩌구 하는 당의 대표는 가만히 있었던 것 같은데요.”
“회의에서는 그랬는데 나중에 제가 여성당 대표랑 얘기할 때는 인권보호당 대표도 같이 있었습니다.”
“둘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 모양이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여성당 대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뭐 덮치면 안된다나? 이런 이유를 대며 참관인으로 인권보호당 대표도 불렀습니다.”
“금성 제일의 인격자가 여자와 단 둘이 있으면 덮칠 수도 있어서 한 명을 더 불렀다고요?”
“그런 셈이네요.”
“제가 다 기분이 나쁘군요. 범죄자 취급을 한 거잖아요.”
“저를 위해 화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왕님. 하지만 뭐 그렇게 생각 한다는데 어쩔 수 없죠.”
“대표님은 같은 귀족한테만 엄격하고 시민들에게는 가끔 만만할 정도로 관대하신 경향이 있습니다. 그 점은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렸군요.”
“웃으면서 넘기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나는 리어츠의 여유 있는 태도가 왠지 답답했다. 반 쯤 비꼬는 뜻으로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 여성당은 대표님이 좀 맡아주시죠? 다른 당 대표들이 화를 안내도 되도록 말입니다.”
“예??”
“보니까2차 금성군 편성이 끝나면 또 회의가 있을텐데 여성당도 올 거 아니에요? 회의 때 마다 사람들 열 받게 할 것 같은데 차라리 대표님이 담당해서 회의 때는 그냥 아무 말도 못 하게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게.. 그렇게.. 됩니까?”
“부탁합니다 대표님.”
“이런...”
리어츠는 곤란해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지도 않았다. 결국 리어츠가 세니 담당이 되었다. 여러 가지 일을 맡긴 상황에서 에셀이 보낸 방해꾼의 푸념도 들어야 하니까 리어츠에게 좀 미안해 졌다. 나는 그냥 아무 죄나 뒤집어 씌우고 에셀을 처형하자고 했지만 리어츠는 그러면 폭군이 되는 것 뿐이라고 세니 일에 비하여, 그제 서야 완강히 거부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2차 금성군이 편성되는 대로 플리사 구원을 위해 출격 시킬 것이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9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 – 금성 남자 87세. 대왕회 대표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 – 금성 남자 27세. 청년단 대표.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네르토 크말리안 – 금성 남자 90세. 귀족회 소속 문화후원당 대표.
트리실 로슨 – 금성 남자 83세. 원수. 귀족회 소속 군인당 대표.
에브리시 티날론 – 금성 남자 92세. 대왕회 소속 인권보호당 대표.
세니 라일 – 금성 여자 35세. 대왕회 소속 여성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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